글: 뇌가(雷歌)
쯔보꼬치구이가 전국에서 인기가 폭발한지 두 달이 다 되어가지면 열기는 전혀 식지 않고 있다. 5.1 공휴일기간동안 쯔보는 더욱 인기폭발이었다. 여러 인기있는 관광지를 대체하여, 젊은이들이 몰려가는 왕홍(網紅) 도시가 되었다. 5.1공휴일기간의 첫날 "베이징남역 - 쯔보" 기차표는 팔기시작한지 1분만에 모두 팔렸다. 그리고 적지 않은 사람들은 베이징, 시안, 우한, 상하이등지에서 차를 몰고 쯔보로 갔다. 5.1공휴일기간동안 쯔보의 숙박예약은 전년동기대비 800%가 늘었고, 관광예약은 전년동기대비 2,000%가 늘었다. 일시에 "쯔보꼬치구이"는 장관을 이루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불원천리 쯔보까지 가는게, 기껏 한줄에 몇위안하는 꼬치구이를 먹기 위해서인가?
필자는 비록 산둥(山東) 사람이 아니지만, 산둥이 낯설지는 않다. 베이징에서 대학을 다닐 때, 기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가다보면 항상 산둥의 타이안(泰安), 지난(濟南), 더저우(德州)를 거쳐야 했다. 그때 필자는 등산을 좋아해서 곳곳의 산을 올랐다. 전중국의 명산이라는 명산은 대부분 한번이상 등산했다. 타이안의 태산은 가장 많이 올라갔다. 최소 3,4번은 올랐다. 남선(南線)과 북선(北線)을 다 올라가 보았다(남선이 통상적인 등산노선임). 태산을 제외하고 덕주소계(德州燒鷄), 청도해선(靑島海鮮), 유방풍쟁(潍坊風箏, 풍쟁은 연)과 제남대명호(濟南大明湖)의 박돌천(趵突泉)까지 모두 익숙하다. 그러나 쯔보꼬치구이는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같다.
쯔보는 원래 공업도시이고, 중공업이 발달했으며 오염이 아주 심했다. 상주인구는 470만명으로 중등3선도시라 할 수 있다. 1990년대 경제규모는 산둥성내에서 3위로 올라섰다. 최근 들어 환경보호가 강조되면서 많은 오염기업들은 문을 닫았다. GDP는 2018년부터 대폭 하락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산둥성내에서 7위로 내려앉았다. 현재 주변으로 밀려나는 도시라 할 수 있다.
이전에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 쯔보꼬치구이가 금년 3월에 돌연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원인은 작년의 팬데믹이다. 작년5월 산둥대학은 1.2만명의 학생을 쯔보로 데려가 격리시켰다. 많은 지방에서는 격리인원들에 대하여 신경쓰지 않거나 마구 대하는 것과 달리, 쯔보는 이들 학생들을 아주 잘 보살펴 주었다. 이들이 떠날 때, 쯔보시정부는 학생들에게 꼬치구이를 대접하고 선물도 주고, 위문편지도 전달했다. 내년 봄에 다시 손님으로 와주면 반갑게 맞이하겠다고 했다. 많은 학생들은 쯔보의 이런 모습에 따뜻함을 느꼈고, 떠날 떄 마지막으로 먹었던 꼬치구이도 생각났다. 금년3월, 많은 학생들이 정말 다시 찾아왔다. 쯔보시정부는 세심하게 기획하고 마침 3년간의 팬데믹으로 인한 방역이 끝나면서 산업이 다시 살아나는 시기라는 점도 고려하여, 일거에 원래 이름도 없던 "즈보꼬치구이"를 선전한다.
"쯔보꼬치구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하여, 쯔보시정부는 정말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다. 필자가 종합해보니 크게 3가지 일을 했다:
첫째, 물미가렴(物美價廉, 물건은 좋고 가격은 싼)의 꼬치구이. 꼬치구이는 전국 어디에나 있다. 쯔보꼬치구이는 독특한 "영혼삼건투(靈魂三件套, 영혼의 삼종세트)인 향취소병(香脆小餠), 탄고화로(炭烤火爐)와 비법소스(秘制蘸料)외에 가장 사람을 끄는 것은 바로 "화진가실(貨眞價實)","물미가렴"이다. 다른 지방의 꼬치구이는 '꼬치갯수'로 판매하는데 비하여, 쯔보꼬치구이는 "꼬치무게"로 판다. 어떤 사람이 십여개 점포를 다니면서 검사해봤는데 그 어느 한 곳도 무게를 속이는 곳이 없었다고 한다. 정부는 브랜드를 수립하기 위하여, 관리감독을 엄격하게 하며, 꼬치구이의 품질을 확보했다. 그리고 가격은 매우 저렴했다. 3,4명이 100여위안, 1사람이 30,50위안이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하이난(海南), 청두(成都)에서 온 네티즌들에 따르면 그들이 사는 곳에서는 이렇게 먹으려면 3,4배는 비싸다고 말했다.
둘째, 친절하고 세심한 서비스. 붐이 일어난 김에 쯔보시정부는 4월 27일부터 5월 3일까지 1주일을 "쯔보꼬치구이축제"기간으로 정한다. 시정부는 1달전에 "지난-쯔보" 꼬치구이전용열차편을 내놓았고, 시내에도 21개노선의 "꼬치구이시내버스전용라인"을 만들었다. 그리고 "꼬치구이지도"도 제작했다. 동시에, 쯔보는 시내의 207개 정부기관과 사업단위의 주차장과 공용화장실을 여행객들에게 무료로 개방했다. 5G기지국도 늘려서 모바일네트워크신호도 강화하고, 공공장소에는 무료충전기를 두어 여행객들이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5.1공휴일기간에 기관공무원들은 모두 휴가를 반납하고, 현장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가이드역할을 했다. 심지어 주방에 들어가서 일을 꼬치를 만드는 일을 도와주기도 했다. 화려한 등이 켜지는 저녁이 되면, 사람들은 쯔보의 성관(城管, 도시관리요원)들이 길에서 질서를 유지하고, 안전을 지켜주며, 여행객들을 위해 서비스하고 도와주는 것을 보았다. 이는 중국인들의 이미지 속에서 악명이 자자하고 악독한 인상, 주로 하는 일이라고는 때리고 부수고 빼앗는 것인 다른 도시의 성관들과 선명하게 대비되었다.
5.1공휴일기간 쯔보시정부는 호텔방값도 엄격하게 단속했다. 상한을 평소가격의 50%를 넘을 수 없게 했다. 동시에 학생들에게는 38곳의 청년역참(靑年驛站)을 개방하여, 1인당 매년 20일간 50%할인된 가격으로 투숙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동시에 쯔보로 고속철을 타고 왔으면, 쯔보까지 온 고속철표를 내면 쯔보의 많은 A급관광지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렇게 하여 전체 쯔보의 관광업도 살아나게 만들었다.
셋째, 자유롭고 느슨한 분위기. 그리고 또 한가지 아주 중요한 것은 바로 쯔보가 서비스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특히 단속을 느슨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쯔보꼬치구이를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카니발로 만든 것이다.
그 핵심은 평상시 정부의 단속업무를 서비스업무로 전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통법규위반의 경우에도 경고를 위주로 하고 벌금을 매기거나 차량을 견인하는 것은 가급적 하지 않는다. 많은 호텔은 영업을 밤늦게까지 할 수 있다. 젊은 한쌍은 쯔보의 호텔이 투숙할 때 제지당하지도 않고, 결혼증을 조사하지도 않는다. 이런 점도 쯔보에 온 젊은이들이 크게 느끼는 점이다. 오는 사람은 젊은이들이 많으므로, 여러 여행객들이 대형 꼬치구이점이나 오락장소에서 각자 소비하면서 점차 집단적으로 함께 즐기는 것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사방팔방에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서 노래부르고 춤을 추면서 젊음을 만끽하는 것이다. 먹는 것을 위주로 하는 꼬치구이축제가 취생몽사의 카니발로 변해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도 돌연 깨닫게 되었다. 쯔보꼬치구이가 인기폭발하게 되었는데, 그 진정한 원인은 꼬치구이자체가 아니었다는 것을, 오히려 이곳에 형성된 독특한 분위기라는 것을. 따스함, 느슨함, 선량함, 충만한 열정. 3년간 혹독한 방역통제와 연초의 악몽과도 같았던 감염붐과 사망붐을 겪은 후, 각지의 강권정부는 날로 사회통제를 강화하여, 개인생활의 구석구석까지 위협을 받고 있게 되었는데, 쯔보는 전혀 상반되는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여기에서는 네가 자유를 누릴 수 있고, 격정을 뿜어낼 수 있다. 그리고 정부는 너희를 위하여 봉사할 뿐이다.
서비스는 원래 정부가 마땅히 해야할 일이다. 다만 당금 중국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쯔보에서 그런 모습이 나타나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고 쯔보를 띄워주는 왕홍들도 나타나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다.
이것이 바로 인심의 향배이다. 이것이 바로 대세의 흐름이다.
다만, 전중국으로 눈을 돌리면, 쯔보의 인기가 드러내는 것은 전국범위에서 정부의 관리감독이 날로 엄격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미 성관이 도처에서 노점을 부수고, 물건을 빼앗는 것에 익숙해 졌다. 마음대로 사람을 끌고 가서 '임시수용소'에 집어넣고, 집안까지 문을 부수고 들어와서 말도 안되게 소독약을 뿌리는데도 익숙해 졌고, 인터넷에서 솔직한 말을 하면 훈계받거나 공연히 소란을 일으켰다고 계정이 정지당하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현재 이런 관리감독은 이미 도시에서 농촌까지 확대되었고, 농민이 문앞에 이불을 널어서 말리거나, 연못가에 옥수수를 심거나, 대문에 춘련을 붙이는 것까지도 간섭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양식안전보호'라는 최고지시정신때문에 야간에도 전국에서 '퇴림환간(退林還墾)'의 황당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어느 정도 과일이 달리던 숲이나, 물고기가 풍성하게 잡히던 연못이 순식간에 폭력적으로 평지가 된다. 도처가 귀곡낭호(鬼哭狼嚎), 일지계모(一地鷄毛)이다. 피해자들은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정부는 하고 싶은대로 하고, 백성들은 그저 당하는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쯔보가 왜 하룻밤만에 인기를 끌게 되었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원인이다. 꼬치구이때문이 아니다. 자유때문이고, 느슨함때문이다. 정부가 역할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쯔보꼬치구이모델은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많은 지방의 문화관광분야 관리들이 쯔보로 와서 배우고 있다. 이건 단지 일종의 사업이라고 여기고, 일종의 마케팅모델이라고 여긴다. 그중의 핵심이 정부의 역할전환이라는 것은 모르고 있다. 이곳에 와서 가장 배워야할 사람은 문화관광담당 공무원이 아니라, 각지의 서기 시장들이다. 시황제와 리창같은 사람들이다. 다만 필자는 알고 있다. 그들은 이 점을 모를 것이다. 이건 내가 쯔보모델의 미래를 좋게 보지 않는 원인이다.
쯔보모델의 핵심은 정부역할전환이다. 이는 일찌기 중국에 개혁개방 3,40년의 번영을 가져왔다. 정부가 관여하는 것을 줄이면서, 사회의 활력이 커졌다. 만일 정부가 더 잘 서비스한다면, 민간의 창조력은 날개를 달게 될 것이고, 생기발랄해질 것이다. 다만, 현재의 이 극권정부는 역사의 조류를 거스르고 있다. 통치를 안정시키고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하여 이 사회를 갈수록 더 옥죄고 있다. 미친 듯이 대만무력통일을 하겠다고 하면서 전체 국가를 전시모델로 끌고 가고 있으며, 사회의 구석구석, 모든 사람을 감시관리한다. 경제는 통제관리하면서 부진해졌고, 사회의 활력도 통제관리되면서 질식되었다. 중국인들은 갈수록 극권통치의 도구가 되고 고속으로 역행하는 탱크에 묶여버렸다.
쯔보모델과 이 정권의 특성은 전혀 상호용납될 수 없다. 그래서, 쯔보모델은 전국에 확장시킬 공간이 없다. 그래서 지속불가능하다. 쯔보꼬치구이는 순간적인 찬란을 창조했다. 그러나 때를 잘못 만났다. 높은 확률로 그저 쯔보에 머물 것이고, 꼬치구이에 머물 것이다. 그것은 한바탕 바람처럼 중화대지를 훑고 지나가겠지만, 그저 적막만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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