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正義)의 변천(變遷)

글: 복전자경(福田自耕)

 

공평과 정의는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목표이다. 그러나 무엇이 공평이고 정의인지에 대하여 불변의 정의는 없다. 예를 들어, 보편적으로 극악한 것으로 인정되는 살인방화도 일정한 환경과 상황하에서는 공평과 정의로 바뀐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기로 한다.

 

어느 지방에 마을이 하나 있었다. 이름은 왕장촌(王章村)이다. 이 마을은 두 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되었는데 왕촌(王村)과 장촌(章村)이다. 이 두 개의 자연마을은 두 집안의 후손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 집안은 왕씨이고 다른 집안은 장씨이다. 그래서 이 두개의 자연마을의 촌민들은 한쪽이 기본적으로 왕씨이고, 다른 쪽이 기본적으로 장씨였다(일부 다른 마을에서 시집온 여성을 제외하면).

 

왕씨는 사람이 많아서 70%를 점했고, 장씨는 사람이 적어서 30%를 점했다. 그러나 장씨들은 근면하게 일을 하고, 재산을 잘 모았으며, 학력수준도 높았다. 그리하여 30%의 장씨들이 70%의 재산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촌락은 기본적으로 장씨들이 장악한 상태였다. 왕씨들은 사람수가 많기는 했지만, 단결이 되지 않았고, 학력수준도 낮았다. 그리하여 왕씨와 장씨가 물이나 토지를 놓고 싸울 때면, 그게 문투(文鬪, 말로 이치를 따져서 싸우는 것)이건 무투(武鬪, 손발, 무기를 동원하여 무력으로 싸우는 것)이건 모두 장씨들이 이겼다. 이런 상황은 오랫도안 지속된다.

 

상황이 바뀌게 된 것은 왕씨중에 위대한 인물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왕위성(王偉成)이다.

 

왕위성을 이런 현상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문투이건 무투이건, 명투(明鬪)이건 암투(暗鬪)이건 모두 장씨들을 이길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는 할 수 없이 음투(陰鬪)를 선택한다. 조금 고상한 말로 하자면 "계모(計謀)"를 쓰는 것이다. 그리하여 왕위성은 <이십사사(二十四史)>를 읽고, <손자병법>등을 연구했다. 그는 암중으로 왕씨성의 젊은이들을 조직한다. 그리고 어느 날 밤, 돌연 거사하여, 장씨들중 핵심인물들을 죽여버린다. 그리고 죽이지 않은 일부 장씨남자들은 노예로 삼는다. 장씨성의 여자들은 속속 왕씨들의 처나 첩이 되었다. 그리고 장씨들의 재산과 토지는 모조리 왕씨들에게 나누어준다. 이때부터, 이 촌락은 왕씨들의 천하가 된 것이다. 왕위성은 촌주(村主)가 되었다. 왕위성은 이렇게 말한다. 이제 장씨들은 왕씨들과 대등하게 지낼 수 없다. 그리고 마을의 이름에서도 장(章)자를 빼서 왕성촌(王姓村)으로 고친다. 나중에 이름이 우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여 다시 "흥왕촌(興旺村, 중국발음은 姓王村과 같다)"으로 고친다.

 

처음에, 남은 장씨들중 일부는 왕위성의 폭력과 불의를 질책했고, 또 몇몇은 반항하여 옛날로 되돌리고자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 왕위성에 의하여 가볍게 제압당한다. 그리하여 더 이상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장씨들은 없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마음 속으로 계속 억울해하고 있었다. 이때 왕위성은 불교승려를 모셔온다. 그리고 장씨들을 모아서 불교의 이치를 가르친다. "생사는 운명에 따르는 것이고, 부귀도 하늘이 정해준다." "인간세상에 정도는 없다"는 등등 혁명이치를 학습하게 한다. 집중학습을 거쳐, 어떤 장씨들은 마침내 깨닫게 된다. 그들의 집안사람들이 죽은 것은 운명에 정해진 것이니, 죽어 마땅했으며, 동정할 가치가 없다는 것을. 그들이 죽지 않은 것은 자신들은 운명이 좋아서 그런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억울한 마음이 사라지고, 행복감이 밀려왔다.

 

그래도 끝까지 깨닫지 못하는 장씨들도 있었다. 이때 젊고 학식있는 왕씨성의 인물이 하나 나타나서, 장씨들에게 말해준다. "암흑과 화해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네가 암흑과 화해하면, 암흑은 더 이상 암흑이 아니다." 그러자 장씨들이 이렇게 반응한다. "그 말은 너무 어렵다. 못알아듣겠다." 곁에 있던 한 사람이 이렇게 설명한다: "그 말은 변소에 오래 앉아 있으면 냄새를 못느낀다는 뜻이다." 그러자 그들은 즉시 깨닫는다. "맞다. 맞아. 나는 변소에 앉아서 신문보는 걸 좋아해."

 

이렇게 집중학습을 시킨 후에, 장씨들은 더 이상 아무런 원망도 하지 않게 되고, 속속 촌주 왕위성을 옹호한다.

 

왕위성의 폭력에 대하여, 처음에는 왕씨들 중에서도 비난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중 가장 목소리가 큰 두 사람은 약간의 학식있는 왕씨들이었다. 왕위성은 그중 한명을 감옥에 넣는다. 얼마 후 그는 물은 너무 급하게 마시다가 목에 걸려 죽고 만다. 다른 한명에 대해서는 왕위성이 토지를 조금 더 나누어준다. 그러자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된다. 이어서 왕위성은 다윈의 진화론을 연구해서, 왕씨성의 촌민들에게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이치를 선전한다. 촌민들은 왕위성이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그가 한 것은 모두 흥왕촌에 사는 사람들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살인을 저지르고 방화를 저질렀지만 그것은 무슨 폭력이나 불의가 아니었고, 오히려 촌민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숭고한 행위였던 것이다.

 

그리고 일부 왕씨들은 처음에 왕위성의 잔혹하게 사람을 죽이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항상 불의이고 비인도적이라고 여겼다. 그렇지만 나중에 아무런 이유없이 자신의 재산이 늘어나게 되는 것을 보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된다. 묵묵히 폭력이 가져다주는 이익을 누리게 된다. 

 

왕위성을 따르는 몇몇 부하들은 더 많은 이익을 차지하기 위해, 속속 양위성 촌주를 칭송한다. 촌락에는 요란한 개인숭배행위가 벌어진다. 양위성 촌주의 지위는 중천에 뜬 해와 같았다. 양위성 촌주가 장씨들을 죽인 사건은 양위성 촌주의 영용과단(英勇果斷)하고, 웅재대략(雄才大略)의 빛나는 모범사례로 대거 선전된다. 이때부터 양위성의 살인은 더 이상 불의가 아니게 된다. 

 

그리고 유엔에 공평정의위원회가 있다. 매년 거기에서는 기자를 각지로 파견하여 공평정의에 대하여 조사하게 한다.

 

이 해에 공평정의위원회의 기자는 흥왕촌으로 왔다. 그는 밭에서 땀흘리며 일하는 장씨성의 인물을 인터뷰한다. "마을에 공평하지 않거나 정의롭지 않은 일이 있나요?" "없습니다. 전혀 없습니다." "당신은 마을에 무슨 건의할 것이 있나요?" "없습니다. 우리 촌주는 영명하고 위대하며, 그는 일찌감치 마을을 다스리는 이상이 있었고, 그가 내린 모든 결정은 완벽했습니다. 우리 촌민들은 그저 말하는대로 집행하면 됩니다. 무슨 건의할 것도 없습니다."

 

마을에 왕씨성의 건달이 있었다. 기자가 그도 인터뷰한다. 그런데 그에게 아주 예쁜 부인이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떻게 이런 예쁜 부인을 얻게 되었나요?" "촌주께서 저에게 주었습니다. 그녀는 원래 장씨의 부인이었는데, 그 장씨를 우리가 무너뜨렸고, 그래서 그녀는 내 부인이 된 것입니다." "행복한가요?" "너무 행복합니다!"

 

기자는 흥왕촌에 장씨성의 홀아비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는 무슨 공평하지 않거나 정의롭지 않은 것을 얘기해줄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를 인터뷰한다. "듣기로 당신은 원래 부인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홀아비군요. 억울하지 않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나는 그저 부인과 재산만 잃었습니다.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행운아입니다." "당신의 원래 부인은 어디로 갔습니까?" "왕모모에게 갔습니다." "당신은 부인도 없고, 당신의 촌주는 십수명의 부인을 거느리고 있는데, 이게 공평합니까?" "공평합니다. 능력에 따라 자원을 분배하는 것이 자연이 이치입니다. 보십시오 원숭이왕은 그 원숭이무리의 모든 암컷을 소유하지 않습니까? 그래야 가장 우수한 유전자가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촌주는 십여명의 부인만 차지하고, 전부 차지하지 않았는데, 그것만 해도 관용이 있고 고상한 것입니다." "당신은 아들이나 딸이 없는데 유감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아닙니다. 나같은 열등한 유전자는 이어지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흥왕촌을 인터뷰한 다음 기자는 놀라움을 느낀다. 다른 마을을 가면 항상 원망하면서 이것이 안좋네 저것이 안좋네 얘기하고, 이것이 불공평하네 이것이 정의롭지 못하네 얘기하는데, 유독 이 흥왕촌에서만은 절대적으로 공평하고 정의로웠다. 기자는 크게 감동하여, 연속으로 장문의 보고서를 써서 공평정의위원회에 제출한다.

 

위원회도 크게 감동을 받아 토론을 거쳐, 흥왕촌에 비단깃발을 하나 수여하기로 결정한다. 깃발에는 "공평정의의 모범"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때부터 이 비단깃발은 양위성 촌주의 거실에 걸려있게 된다. 손님들이 흥왕촌을 참관하거나 학습하기 위해서 찾아올 때면 항상 이 비단깃발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