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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정치/중국의 정치

후진타오 강제퇴장사건의 분석

by 중은우시 2022. 11. 1.

글: 유기곤(劉淇昆)

 

후진타오가 중공 "20대" 폐막식회의에서 강제로 퇴장당했으며, 이는 큰 파장을 불러왔다. 중공당국은 대내적으로 소식을 봉쇄하였지만, 해외의 여론은 떠들썩했고, 여러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다. 중공당국의 엄밀한 봉쇄로 인하여 모두 외국기자들이 찍은 현장영상으로 사건의 원인에 대하여 분석하고 추측했다. 비교적 보편적인 추측의 하나는 20대의 명단과 관련이 있다(20기중앙위원후보자명단). 논자들은 후진타오가 명단에 강력하게 불만을 표시하고,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제기하여 결국 회의장에서 퇴장당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명단설'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가 현재 보는 영상은 사건의 전과정이 아니다; 바꾸어 말하면, 외국기자가 회의장에 들어가서 녹화하기 시작했을 때는 "후진타오사건"이 막 시작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영상은 리잔슈가 자신의 오른쪽에 앉은 후진타오쪽으로 몸을 돌려, 먼저 후진타오의 앞에 놓인 흰색종이를 가져가고, 이어서 붉은색의 서류폴더도 가져갔다. 리잔슈는 백지와 서류폴더를 모두 자신의 앞에 놓았고, 후진타오에게 말을 했다. 마치 뭔가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듯한 모습이다. 리잔슈와 후진타오 두 사람의 손은 한때 모두 그 서류폴더 위를 누르고 있었다. 마치 서로 빼앗으려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후진타오는 한때 곁에 앉아 있는 시진핑이 서류폴더쪽으로 손을 뻗었으나, 시진핑에게 제지당했다. 그리하여, 흰색종이와 붉은색의 서류폴더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대상이 되었다. 나중에 리잔슈는 서류폴더(폴더 안에 넣은 흰색종이까지 함께)를 후진타오를 데리고 나가는 경위(警衛)에게 건네주고, 경위는 그것을 오른 손으로 든다. 경위가 왼팔로 후진타오를 데리고 떠날 때, 오른 손을 드는 순간이 있는데, 서류폴더가 열리고 그 안의 첫번째 종이(의 일부분)이 노출된다. 보기에 무슨 명단같았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명단설'을 내놓게 된 것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 명단이 바로 20기중앙위원후보자명단이라고 했다; 리잔슈, 시진핑등은 후진타오가 그 명단을 보지 못하게 막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통해 한걸음 더 나아가 추측한다. 시진핑이 대회에 표결을 위하여 제출한 20기중앙위원후보자명단이 2부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나는 진짜, 하나는 가짜. 진짜는 대회의 전체대표에게 나누어주었고, 가짜는 후진타오 한명에게만 주었다는 것이다. 진짜명단에는 리커창, 왕양등 공청단파의 거물들이 모두 빠진다. 가짜명단에는 리커창, 왕양등이 후보자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후진타오는 자신이 가짜명단에 속았음을 알게 되었고, 공청단파가 '전멸'하였다는 것을 알고는 불만을 품고 그 자리에서 불만을 터트렸으며, 결국 시진핑에 의해 끌려나갔다는 것이다.

 

진짜와 가짜명단이 있다는 설이 널리 퍼진다. 그러나, 근거는 박약하다. 알아야 할 것은 "후진타오사건"은 대회에서 20기중앙위원후보자명단을 표결하기 전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 후에 발생했다는 점이다. 만일, 대회에서 표결하기 전에 후진타오에게 준 것이 가짜명단이라면, 표결이후 후진타오는 어떻게 진짜명단의 내용을 알게 되었을까? 투표후에 대회에서는 단지 후보자명단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고 선언할 뿐이고, 당선된 전체중앙위원의 이름을 낭독하지 않는다. 그리고 후진타오의  시진핑, 리잔슈는 절대로 가짜명단을 주었다는 것을 발설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후진타오가 어떻게 대회에서 다른 명단이 통과되었고, 자신이 가진 것이 가짜명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까? 

 

명단설의 또 다른 버전도 있다. 후진타오가 받은 명단은 다른 사람의 것과 같다. 단지 후진타오가 그것을 들춰서 보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후진타오가 명단을 보려고 들췄을 때, 곁에 있던 리잔슈와 시진핑에게 계속 제지당했다는 것이다. 이런 추측은 이미 말이 되지 않는다. 후진타오는 20대 주석단의 상무위원으로서, 투표전이건 투표후이건, 어떻게 그가 명단을 보는 것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시진핑과 그 일파가 아무리 마구잡이라 하더라도,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명단설의 또 다른 변종은 후진타오가 20기 중앙정치국후보자명단에서 현임 정치국위원 후춘화가 배제된 것에 대한 강력한 불만을 표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후춘화가 공청단파에 유일하게 남은 희망이었음에도. 이 설은 기실 성립될 수 없다. 중앙정치국위원(과 상위)를 선거하는 것은 20대의 임무가 아니라, 20기 1중전회의 임무이다. 그러므로, 정치국후보자명단은 20대에 나오지 않는다.

 

여러 설 중에서 필자는 "후진타오사건"에 대한 다른 해석도 보았다. '명단설'과는 달랐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이 주목하는 붉은색의 서류폴더안에 대회문건이 있을 뿐아니라, 후진타오 자신이 쓴 발언원고가 있었고 본다. 후진타오는 폐막식에서 발언기회를 가질 것을 원했고, 그가 대회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세번째 임기가 시진핑의 마지막 임기이기를 바라고(즉 후진타오는 종신제에 반대한다), 전당이 이후에도 계속하여 개혁개방을 지속하기를 바란다는 등이었다. 후진타오는 발언원고를 시진핑에게 보여주었고, 시진핑은 당연히 후진타오가 그런 발언을 하도록 허용하지 않았다. 후진타오는 거절당한 후 불만을 가졌고, 계속하여 발언기회를 달라고 요구했으며, 갈등이 격화되었다. 최종적으로 시진핑에게 쫓겨난 것이다. 필자의 생각에 이 가설이 위의 3가지 '명단설'보다는 훨씬 합리적이라고 본다.

 

그외에 또 한가지 후진타오가 강제퇴장당한 원인에 대한 추측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살계경후(殺鷄儆猴, 닭을 잡아서 원숭이를 겁준다)"론이다. 20대에서 후진타오는 시진핑의 '역린'을 건드렸다. 시진핑은 잠재적인 반대세력들을 위협하기 위해, 그리고 권위를 세우기 위해, 전총서기를 강제퇴장시키는 극단적인 수단으로 전체당원들을 겁준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김정은이 당의 회의에서 그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체포한 것과 같은 방식인 것이다.

 

누군가 "궁정정변설"을 얘기하는데, 시진핑이 음모궤계를 썼다든지, 당중앙의 모든 권력을 절취했다든지, 공청단파를 전멸시켰다는 것이라든지, 아니면 후진타오가 외국기자들이 회의장에 들어오는 때를 틈타 권력국면을 바꾸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라든지 모두 '정변'이라고 이름을 붙이기는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이상 얘기한 것이 모두 후진타오사건에 대한 분석과 추측이다; 이 사건에 확실하고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성분이 있을까? 당연히 있다.

 

첫째, 후진타오가 퇴장한 것은 강제적이다. 시진핑의 명령으로 그를 강제퇴장시킨 것이다. 후진타오는 반복하여, 분명하게 버텼고, 반항했다. 우리가 보는 영상만 하더라도, 후진타오의 반항, 불복은 전후로 2분가량 지속된다. 결국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회의장을 떠나게 된다.

 

둘째, 후진타오의 퇴장은 건강원인때문이 아니다. 만일 몸이 좋지 않다면, 후진타오는 회의장을 떠나는 것에 극력 항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를 모시고 나가는 사람도 경호인원이 아니라 의료인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만일 후진타오가 건강을 이유로 회의장을 떠난다면, 주위의 사람들이 이 중공중앙전총서기에 대하여 위문과 관심을 나타냈을 것이다. 하나같이 얼음처럼 차갑게, 겨울의 매미처럼 조용하게 있을리 없었을 것이다. 특히 지척에 있던 공청단파의 리커창과 왕양같은 경우는.

 

셋째, 후진타오사건은 참석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돌발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대회주석단 성원들에게는 그러하다. 주석단 성원들 특히 제1열에 앉아 있는 중공의 고위직들은 후진타오가 퇴장할 때, 전혀 놀란다거나 이상하다거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지 않았다. 이치대로라면, 후진타오, 리잔슈, 시진핑, 경위들이 얘기를 나눌 때, 먼 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말을 전혀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만일 이들이 사전에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더라면, 후진타오가 돌연 퇴장당할 때 놀라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의혹을 나타내거나 놀람을 나타내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주석단 제1열에 앉아 있는 중공핵심지도자들은 후진타오가 퇴장당할 때, 하나같이 무덤덤한 모습으로 전총서기에게 냉막함을 드러냈다. 후진타오가 뒤쪽에서 걸어나가는데, 그들은 앞쪽만 바라보았고,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만일 사전에 내막을 알지 못했더라면, 어찌 이런 혹시라도 자신에게 화가 미칠까 겁나서 피하려는 모습을 보일 수 있었을까?

 

중공정치는 일관되게 흑상(黑箱)작업이다. 이번에 후진타오가 당대표대회에서 강제퇴장당한 것은 전세계 사람들 앞에서 보기드문 추한 모습을 드러냈고, 중공내부의 격렬한 권력투쟁을 드러냈으며, 시진핑은 마음과 손속이 악독하다는 것과 중공지도자들은 인간성이 결핍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