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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화/중국의 스포츠

신진서-커제 10번기에 대한 중국 바둑계의 반응은...?

by 중은우시 2022. 4. 2.

신진서-커제 10번기에 관하여 중국 체단주보(體壇週報)의 셰뤼(謝銳) 기자가 두 차례에 걸쳐 글을 실었다.

 

제1편: "당금 10번기는 그저 '비화령(飛花令)'에 불과하다"

 

10번기의 최전성기는 오청원(吳淸源) 시대이다. 대형매체의 주재하에 10번기는 바둑계를 넘어서는 진검승부였고, 누구든 10번기를 이기면 다툼의 여지가 없는 기계제일인으로 인정받았다.

 

1939년 오청원은 기타니 미노루(木谷實)와의 카마쿠라(鎌倉)10번기를 시작으로, 1956년 오청원 다카가와 가쿠(高川格)와의 10번기를 마지막으로 근 20년의 기간동안 오청원은 일본의 7명의 일류고수들과 10차례에 걸친 10번기를 진행했고 상대를 하나하나 이겼다. 전적이 일방적이었을 뿐아니라, 바둑에서도 오청원은 다른 기사들보다 한단계 뛰어난 상상력, 창조력을 보여주어 "기신(棋神)"이라는 칭호가 명실상부했다.

 

다만, 오청원은 10번기에 대하여 아주 경외(敬畏)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의 자서전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10번기는 역대이래로 가장 잔혹한 시합이다. 상금이 풍부한 것외에 더더욱 기사의 존엄을 건 시합이었다. 10번기를 두는 것은 무사가 진검승부를 벌이는 전투와 같았다. 두 영웅이 싸우면 한명은 다쳐야 한다. 그래서 실로 아주 극단적으로 잔혹한 대국이다. 만일 일방이 격패당하면 원래 평등하게 대우하던 승자측은 확실히 1단가량이상의 등급차이를 벌이게 된다. 그후 패자는 더 이상 승자와 평등하게 대국할 수가 없다. 일단 항복하면, 신패명렬(身敗名裂)한다. 만일 동산재기(東山再起)하여 다시 결투장에 올라오지 않는 한 그 결말은 오직 기계의 일인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는 것이고, 영원히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버려진다. 실제로 다시 전열을 정비하여 다시 한번 쟁패할 기회는 거의 없다. 그러므로, 10번기는 절벽에서의 결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기계 1인자의 자리를 놓고 싸우는 진검승부인 경우 한편으로 승자는 이름을 천하에 떨치며 명성을 얻게 되지만, 패자는 더 이상 힘을 내지 못하고 기사로서의 생명이 끝나게 된다. 이는 10번기가 프로기사에게 가져다주는 무정한 운명이다."

 

오청원의 10번기에 대한 묘사는 조금 길다. 또한 그의 10번기에 대한 깊이있고 통철한 느낌을 말해준다. 그의 요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패배한 측은 이후 평등하게 대국할 수 없고, 강급된다는 것이다. 이후 두 사람의 대국은 더 이상 동급이 아니고, 이는 상금이 없다는 것보다도 더욱 치욕적인 징벌이 된다. 둘은 패자의 기사로서의 생명은 끝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참혹한 결과가 나타나는 원인은 바로 오청원시대의 10번기는 기계의 가장 중요한 시합이고 모든 사람이 주목했기 때문이다. 흑을 든 쪽은 덤이 없다. 그래서 4국을 연패한 후에는 반드시 강급된다. 그때 기사의 직업적 생명은 상당히 길었다. 오청원은 20여년동안 거의 적수가 없는 상태를 유지했다. 그래서 그의 10번기 상대방은 계속 바뀌어가면서 두게 되었던 것이다.

 

본인방, 명인, 기성등의 타이틀전이 연이어 개최되면서 10번기의 지위 및 주목도는 예전같지 않았다. 오청원은 이렇게 썼다: 그런(10번기) 피비린내나는 결투식의 대국은 이미 끝났다. 이는 지금의 기사들에게는 행운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각종 타이틀전은 설사 한두번 패배하더라도 별 상관이 없다. 명예에 손상도 없고, 상대방과의 칫수가 고쳐지지도 않는다. 그리고 여러번의 도전기회가 존재한다. 그외에 타이틀이 아주 많아서 누가 최고 고수인지 아무도 공정하게 순서를 정할 수가 없다. 기사에 있어서, 당금의 기전은 더해질 뿐 줄어들지 않고, 올라갈 뿐 내려가지 않는 각종 타이틀제 경기일 뿐이다."

 

2014년의 구리, 이세돌 10번기는 구리가 2대6으로 패배하면서 끝났다. 그러나 2015년 구리는 다시 한번 춘란배를 우승하지만, 이세돌은 더 이상 세계챔피언에 오르지 못한다. 2020년 박정환, 신진서의 7번기는 0:7로 끝났다. 그러나, 다음해 박정환이 신진서에 2:1로 이기고 삼성화재배에서 우승을 차지한다. 이를 보면, 10번기는 일찌감치 옛날의 그런 토양, 환경을 잃었다. 여전히 진검승부임은 사실이지만, 더 이상 절벽에서 진행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AI시대에 들어 기사들은 AI라는 공동의 바둑스승을 가졌다. 계속하여 시스템적으로 훈련하고, AI를 잘 활용하면 두각을 나타낼 수 있고, 몇년동안 기계를 호령할 수 있다. 10번기대결에서 겨루는 것은 더 이상 개인의 창조력, 상상력, 임기응변력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은 기억력과 숙련정도이다. 설사 신진서-커제 10번기대결이라고 하더라도, 대국장 밖에서 아마추어기사들이 절예를 가지고 그들의 수를 평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치 수준낮은 시험감독이라고 하더라도, 손에 표준답안을 자기고 있으면 두 박사생의 답변을 검증해줄 수 있는 것처럼. 이런 10번기는 더 이상 가마쿠라대결때처럼 생사를 건 시합이라는 분위기는 없다. 범서병(范西屛), 시양하(施襄夏)의 10번기같은 고산유수(高山流水), 신운비양(神韻飛揚)은 없다. 오히려 시사대회의 비화령(술자리에서 운을 가지고 시를 짓는 놀이) 공연에 더 가깝지 않을까? 

 

제2편: 신진서-커제 10번기는 보기에 아주 멋지다.

 

바둑계에서 요 며칠간 가장 핫한 이슈는 커제, 신진서의 10번기일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두 사람간에 기세를 다투는 말싸움에서 시작되었다. 농심배 한중 주장대결이후, 한국매체는 신진서에게 커제와 10번기를 진행할 가능성에 대하여 물었고, 신진서는 이렇게 대답한다: "거절할 이유는 없다. 만일 금년내에 커제와의 10번기를 준비할 수 있다면, 나는 반드시 응할 것이다. 할 일없는 사람들이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반드시 대면대국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그것은 바둑을 활성화시키는 좋은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후 커제는 인터넷 라이브방송에서 이렇게 대답한다: "(10번기)가 있다면 나는 분명 둘 것이다. 못둘 이유가 없다." 10번기으 장소에 대하여는 "장소는 네가 정해라. 한국, 중국 혹은 일본, 내 생각에 일본이 비교적 좋을 것같다. 환경이 감독을 포함해서 아마도 약간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10번기의 상금에 대하여는 "크게 놀자. 지면 한푼도 못받는 그런 식의."

 

3월 29일, 한국의 조선일보는 신진서-커제 10번기에 대한 최신보도를 내놓는다. 전문기자인 이홍렬은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기원은 중국위기협회에 <신진서-커제대결제안서>를 보냈고, 4가지 건의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10번기ㅣ 대면대국으로 진행; 상금은 승자독식; 상금규모는 100만달러; 합의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것을 건의함.

 

그날 한국의 연합통신사는 기사를 내보냈고, 정보량이 더욱 많았다. 구체적인 실무적인 층면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주요내용은 이러하다: 10번기는 한중수교 30주년을 기념해서 하는 것이다; 양국에서 차례로 5국씩 대국한다; 매국당 승자의 상금은 10만달러이고, 패자는 상금이 없다; 설사 승부가 결정되더라도 10국은 다 둔다; 100만달러의 총상금외에, 1국당 1000만원(약 5.22만위안)의 범위내에서 출전비를 지급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한국측은 한중수교기념일인 8월 24일에 제1국이 개최되기를 희망한다.

 

이는 지금까지 신진서-커제의 10번기에 대한 정보소스이다. 신뢰도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한국측은 명분을 충분히 내걸었다. 하나는 한중수교 30주년을 기념한다는 것이고, 둘은 양국의 바둑발전을 촉진하며, 바둑의 글로벌화를 위한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실무처리방면에서 먼저 제안하는 사람이 돈을 낸다는 관례에 따라 한국측은 이미 10번기를 위한 충분한 자금을 준비했다고 볼 수 있다. 100만달러의 상금과 1국당 1000만원의 대국비까지. 그외에 시합을 개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까지. 당연히 만일 상금과 비용을 아직 완전히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급히 제안한 것이라면 그것은 어린아이 장난같은 일이고, 성의가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신진서-커제의 10번기가 어느 정도로 양국의 바둑발전 및 바둑글로벌화에 도움이 될 것인가? 2016년과 2017년 2차례에 걸쳐 "사람과 인공지능간의 대결"이 이루러졌고, 이는 유사이래 가장 국제적인 바둑이벤트라고 말할 수 있다. 바둑이 AI를 활용하는 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벤트가 끝난 후, 바둑의 글로벌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실제로 하나의 경기종목이 지속적인 추진력을 가지려면, 자신의 특색, 역사연혁, 자본투입, 프로운용등과 모두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중일수퍼대항전과 같은 자그마한 바둑돌이 '민족운동'으로까지 제고되는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중일수퍼대항전의 효과도 연속으로 수년, 수기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진하였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취저우(衢州)시바둑발전진흥조례>의 제정이나 바둑이 아시안게임에 12년만에 다시 포함된 것과 비교하면 1번의 10번기는 승패를 불문하고 단지 1차례의 이벤트일 뿐이다. 바둑입법과 국제적인 스포츠경기에 포함되는 것이 더욱 영향이 심원하고 가치가 크다. 그것이야말로 바둑을 배양하는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바둑은 정식종목에 들어가고, 좋은 시작이었다. 한국은 당시 최대의 수혜자로 금메달 3개를 모두 차지한다. 그런데, 2014년의 인천아시안게임에 바둑종목은 보이지 않았고, "3번 아시안게임에 들어가면 정식종목이 된다"는 역사적인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한국측에서는 당연히 이런 분야에 더욱 힘을 내야 하지 않겠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느슨한 방역정책과 비교하여, 중국의 방역정책은 실로 너무나 강력하다. 전민항역으로 영향이 아주 큰 10번기를 개최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중간의 정상적인 이동마저도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재단법인 성격의 한국기원과는 달리 중국위기협회에서 10번기를 개최하려면 층층이 보고하고 승인응ㄹ 받아야 한다. 그리고 약간의 상식이 있다면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동계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집중하고 있는데, 다른 국제적인 시합을 순회개최하는데 신경을 쓸 여지가 있겠는가.

 

만일 양국간의 자유이동이 가능해지면, 이런 이슈가 되는 10번기를 개최하는 것도 나쁠 것이 없다. 상금도 낮지 않고, 격도 아주 높아서 바둑팬들에게 좋은 구경거리가 될 것이고, 얘기거리가 많이 나올 것이다. 설사 패배한다고 하더라도 옛날 오청원시대의 10번기처럼 기운이 빠져서 다시 재기하지 못하는 일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2년전에는 뭐했느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