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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화/중국의 스포츠

커제(柯潔): "돌을 던진 것"보다 괴로운 것은...

by 중은우시 2022. 8. 9.

글: 사예(謝銳)

 

2022년 갑조리그 제2라운드에서 커제 9단이 소속된 선전룽화팀은 외국용병기사 신민준 9단이 소속된 르자오산해대상팀을 만났다. 흑을 쥔 커제는 AI 절예기준으로 65%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외로 돌을 던져,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2021년 제25기 LG배결승에서 1:2로 신민준에게 패배하여 9관왕을 놓친 후, 커제는 아직도 마음 속의 응어리를 완전히 풀지 못한 것같다. 2022년 5월 31일의 LG배 16강전에서 커제는 역전승을 거두어 복수에 성공했다. 이번에 다시 만났으며, 초반은 커제의 우세가 분명했다. 그러나 신민준이 완강하게 추격하여, 형세가 점점 근접한다. 쌍방이 중앙에서 패를 하고 있을 때, 커제는 밀고 들어가는 수를 놓치는 바람에 패를 잇더라도 형세가 여전히 나쁘다고 보았다. 기분이 상하여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아 바로 돌을 던져, 보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나중에 커제가 스스로 이유를 설명했다: "그 바둑은 원래 내가 이길 판이었는데, 돌연 부분적으로 착각을 했다. 당시에는 바둑이 안된다고 여겼고, 뒤에 어떻게 둘지를 생각하는데 화가 나서 더 이상 두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돌아와서 보니, AI의 판단으로 그때도 여전히 내가 우세했다고 했다. 전혀 예상밖이었다. 원래 돌을 던지고 아주 괴로웠는데, 돌아와서 승률을 본 후에 아직 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나니 더욱 괴로웠다."

 

당시 차오다위안(曹大元) 9단이 CCTV의 <대화십구도>프로그램에서 영상을 찍었는데, 커제가 아마 착각한 것같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프로기사가 형세가 우세한데도 돌을 던지는 경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 커제가 당시에 확실히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해주었다. 패배가 확정되었다고 생각했고, 좋았던 바둑을 망쳤다고 생각하여 감정적으로 우울해져서 아예 돌을 던져 심리적으로 더 이상 고통을 겪고싶지 않았던 것이다.

 

커제는 개성이 뚜렷하다. 바둑 한판을 이기고 지는 것의 가치가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그는 스스로 억울해하지는 않는다. 만일 추쥔(邱峻)같은 유형의 기사라면, 분명히 이제 바둑은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천천히 깍아나갈 좋은 기회라고 여겼을 것이다.

 

이세돌도 이런 식으로 돌을 던지면 던지지 억지로 버티지 않으려는 개성을 지닌 기사이다. 비록 그가 대마가 죽을 극한의 위기 속에서 역전해낸 바둑이 무수히 많지만, 그가 기분이 좋지 않다고 여기면 더 이상 두지 않는다. 2002년 제5기 중한신인왕대항전 3번기의 두번째 판이 오후에 재개된 후, 펑췐(彭荃)이 귀의 1선을 두자, 즉시 돌을 던진다. 이때 많은 기사들과 업무인원들은 아직 점심식사도 마치지 않았고, 심판도 현장에 없었다. 기자들도 어떤 사람은 낮잠을 자고 있었다. 대국이 끝났다는 것을 알고는 하나하나 일어나서 대국실로 달려왔고, 대국실은 혼란에 빠진다.

 

이세돌은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대마가 집 하나도 없었다. 비록 죽지는 않겠지만, 두는게 괴롭고, 실망이 커서 아예 패배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다만 펑췐은 이렇게 말했다. 당시 자신이 계속 조금 좋지 않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이세돌이 돌연 돌을 던진 것을 아주 이상하다고 여겼다. 이세돌의 형인 이상훈이 전화로 왜 던졌는지 물어보자, 이세돌은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괜찮아. 그냥 진거지 뭐."

 

커제가 소속된 선전룽화팀의 감독인 뤄시허(羅洗河) 9단도 돌연 돌을 던진 경력이 있다. 어느 해인가 갑조리그에서 뤄시허는 녜웨이핑(聶衛平)을 만난다. 점심때 봉수후에 식사를 하면서, 녜웨이핑은 많이 먹지도 못했다. 오후에 졸릴까봐. 그런데 오후 대국이 시작되고 녜웨이핑이 한 수를 놓자, 뤄시허가 바로 돌을 던진다. 녜웨이핑은 억울해 했다: "네가 조금만 일찍 던졌으면 내가 점심때 술도 마실 수 있었잖아..."

 

돌부처 이창호 9단은 겉으로 보기에 성격이 온화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실 심해 깊은 곳에 거대한 잠류가 흐르는 것과 같다. 단지 평소에 바둑을 둘 때 깊게 억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때는 그것이 드러나기도 한다. 2010년 제2회 BC카드배 1차전에서 이창호는 당시 한국기원 연구생이었던 한태희를 만난다. 겨우 96수를 두었는데, 이창호는 더 이상 둘 마음이 없어, 돌을 던지고, 일어나서 떠나버린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어찌된 일인지 몰랐다. 급히 대국실을 떠나는 한태희를 붙잡고 결과를 물어보았다. 연구실은 졸지에 시끄러워진다. 기자들이 속속 달려왔고, 어떤 기자는 이창호가 아마추어기사에게 패배하여 탈락했다는 소식을 내보냈고, 어떤 사람은 한태희를 붙잡고 현장인터뷰를 진행했다.

 

창하오는 당시 대국중이었는데, 이창호가 일어나서 떠나는 것을 보고, 이창호가 빨리 이겼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나중에 결과를 듣고는 크게 놀랐고, 급히 기보를 구해서 살펴보았다. 그리고 감탄한다: "대국자의 이름을 보지 않았다면, 나는 백이 이창호이고, 흑이 그 연구생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백은 거의 모든 요점을 차지했고, 국면은 아주 분명했다.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흑은 이미 판이 되지 않았다. 이창호가 이전에 자주 이렇게 병불혈인(兵不血刃)의 수법으로 상대가 힘도 쓰지 못하게 하면서 이기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