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국인들에게 "입장(立場)"만 있고, "시비(是非)"는 없게 되었는가

글: 청운(靑雲)

 

중국인이라면, 모두 "입장을 확실히 한다(站穩立場)"는 말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입장"인가?

모택동의 '최고지시' 하나가 바로 '입장'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무릇 적이 반대하는 것은 우리가 옹호한다. 무릇 적이 옹호하는 것은 우리가 반대한다!"

허난성의 어느 국장이 기자에게 이렇게 소리친 적이 있다: "너는 당을 위해서 얘기하는 거냐? 아니면 군중을 위해서 얘기하는 거냐?" 이는 '입장을 확실히 한다'는 것이 여전히 중국관료사회의 정치적 주선율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입장"의 본질은 "상황을 잘 깨달아서 줄을 잘 서는 것"이다. 세력만 보지 사람은 보지 않는다. 영원히 세력이 더 큰 쪽에 붙어야 하는 것이다.

"입장"은 다음의 몇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 두 개의 집단간에 이해충돌이 생기면, 너는 상황을 잘 파악해서 '줄을 잘 서야 한다' 만일 판단착오로 '줄을 잘못 서게 되면' 큰 댓가를 치르게 된다. 네가 제갈량이라도 예외는 없다.

둘째, 너는 무조건 본집단 우두머리의 말을 들어야 한다. 우두머리의 말이 엉터리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더라도 절대로 안된다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셋째, 무조건적으로 본집단의 급공근리(急功近利)을 옹호해야 한다. 설사 본집단이 무법무천(無法無天)이고 인성이 멸절되어 있더라도 반드시 집단이 가는대로 따라가야 한다. 

넷째, 무조건적으로 집단구성원의 '약점을 보호해주어야 한다' 설사 그 사람이 집단의 전체이익에 해를 주는 쥐새끼같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절대 외부에 잘못을 인정해서는 안된다. 처리하더라도 반드시 '내부기율'을 사용해야 한다.

다섯째, 본집단이 경쟁상대방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그게 진짜 경쟁상대방이든 아니면 '가상적'이든 너는 반드시 '나쁜사람추론'에 따라야 한다. 상대집단이 하는 일은 좋은 일이라도 나쁘다고 해야 하고, 상대집단에 "좋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해야 한다. 설사 상대방이 '헌혈'을 하더라도 그것에 대하여는 '다른 시커먼 속셈이 있다'고 말해야 한다. 상대집단에서 영웅위인이 나오더라도 반드시 그를 '적대세력'으로 몰아부쳐야 한다.

"입장"의 사상행위논리는 전형적인 '방파사고'에 속한다.

 

무엇이 "시비"인가?

"입장"과 비교하면 "시비"가 품은 의미는 훨씬 간단하다.

네가 하는 말과 행동이 도리에 맞는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이다. "무실(務實)"인지 아니면 "작가(作假)"인지? 사회공덕과 공중이익을 보호하는 것인지 해치는 것인지, 국가민족의 문명진보를 추진하는 것인지 저해하는 것인지?

일체를 취사론사(就事論事)하는 것이다. 네가 어느 방파에 속하건, 네가 이전에 얼마나 좋은 일을 했건, 나쁜 일을 했건 답은 오직 하나이고, 이중기준은 있을 수 없다.

강간강도는 나쁜 짓이다. 미국인, 일본인이 중국에서 강간강도하는 것도 나쁜 짓이지만, 중국인이 미국, 일본으로 가서 강간강도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나쁜 일이다. 온갖 나쁜 짓을 다 하는 깡패가 강간강도짓을 하는 것도 중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국가를 위하여 큰 공을 세운 영웅이 강간강도를 저지르더라도 마찬가지로 공로를 고려하여 용서해주어서는 안된다. 

스님은 고기를 먹거나 술을 마시거나 계집질을 해서는 안되고, 대학은 졸업장을 돈받고 팔아서는 안되고, 전문가교수는 권위있는 자리에 앉아서 헛소리를 해서도 안되고, 교사는 직위를 이용해서 돈을 받아서도 안된다. 이것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직업도덕'이다. 너의 '공민자유'가 아니다. 더더구나 '개혁개방'을 내밀면서 핑계로 삼아서도 안된다.

옛날 중국은 일찌기 '시비'를 따지는 민족이었다. 

나의 할아버지는 일찌기 우리 집안에서 1930년대에 4명을 생매장한 일을 얘기했다. 원인은 우리 집안과 원수집안간에 싸움이 붙었는데, 그 4명의 우리 집안 젊은이들이 우리 집안이 현지의 세력이 큰 집안이라는 것을 믿고 원수집안으로 쳐들어가서 딸의 상의를 벗겼다. 이건 천리를 어기는 짓이다. 원수집안에서 고발할 필요도 없이, 우리 집안 사람들이 분기탱천하여 그 4명을 생매장했다고 한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민족은 "시비"를 버리고 "입장"으로 돌아서게 되었다.

기억하기로 중학교때 역사교과서에 장개석은 '사람도 아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무릇 장개석과 관련되는 일은 모두 나쁜 일이었다. 장개석이 재위할 때 노력하며 추진했던 '신생활운동'은 중화민족의 문명진보에 도움을 준 좋은 정치였다. 그러나 중국의 역사교과서에서는 '신생활운동'을 폄하하고 공격했다. 그것을 장개석의 죄행중 하나로 적어놓았다.

중국인들은 중공관료사회의 '권력언어'가 시키는대로 '입장을 확실히 하고' '입장을 선명히 하여야' 했다. '시비를 가리도록' 요구받지는 않았다.

문혁의 광분하던 세월동안, 젊은이들이 원수집안의 젊은여자를 건드리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사람들 앞에서 아무런 원한도 없으면서 그저 '계급적인(階級敵人)'이라는 표찰을 단 젊은여자의 바지를 벗겨버리기도 했고, 그것마저도 '혁명영웅주의'로 미화되었다. '계급적인'은 설사 급류에 휩쓸려 내려가는 사람을 구해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인민군중의 혁명투지를 약화시키려는 나쁜 속셈을 가졌다고 비난받아야 했다.

그렇게 오래 시간이 흐르다보니, 강제적인 세뇌하에 우리는 '시비관'이 없는 민족으로 타락하고 말았다.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것은 오로지 '줄을 잘못서면 안된다'와 '입장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줄만 잘 서면 나쁜 짓도 좋은 일이 될 수 있고, 악행열적(惡行劣迹)도 좋은 사람의 좋은 일로 선전될 수 있다.

인터넷이 보급된 현대에도 중국의 관리들은 여전히 "너는 당을 위해 말하느냐 아니면 군중을 위해 말하느냐"고 말하는 방파사유에 갇혀 있게 된다.

그저 '입장'만 있고 '시비'는 없는 민족에게는 반드시 '공도(公道)' '정의(正義)' '양지(良知)'가 없어질 것이다!

'공도'와 '양지'가 없는 민족에게는 절대 희망이 없다!

중화민족은 어디로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