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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시대: 이창호, 이세돌 시대와 비견할 수 있을까?

중은우시 2022. 2. 14. 16:37

글: 고가(古柯)

 

제26기 LG배 결승3번기에서 신진서는 2판을 연이어 이겨 2:0으로 중국기사 양딩신 구단을 격파하고, 세계대회 세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동시에 중국기사를 상대로 21연승을 이어갔다.

 

신진서가 마지막으로 중국기사에게 패배한 것은 2021년 6월 7일로 중국갑조리그 제6라운드에서 백으로 미위팅 구단에게 패배한 것이다. 이때까지 갑조리그에서 신진서는 커제 구단, 딩하오 구단에게 패배하여 3승3패로 비교적 평범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그러나 6월 8일 갑조리그 제7라운드에서 양딩신 구단에게 역전승한 후, 불패금강으로 변신하여 그후 중국기사를 상대로 불패를 기록하여, 이번 LG배 결승 제2국까지 21연승을 기록한다.

 

이 21연승은 공식대국만이다. 왜냐하면 TWT 텐센트바둑챔피언십 3번기의 성적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렇지 않다면, 신진서의 연승기록은 이미 2022년 1월 2일에 끝났을 것이다.

 

8개월여동안, 신진서가 이긴 중국기사는 커제, 딩하오, 구쯔하오, 양딩신, 미위팅, 판팅위같은 랭킹이 앞서는 고수들이 포함되어 있고, 진위청같은 04후(2004년행) 신예도 포함되어 있어, 거의 모든 중국고수들을 다 이겼다. 옛날 이창호, 이세돌이 중국기사들에게 연승을 거두던 때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신진서의 21연승기록:

1. 2021년 6월 8일, 2021중국갑조리그 제7라운드, 흑으로 양딩신에 3/4집승

2. 2021년 6월 11일, 2021중국갑조리그 제9라운드, 흑으로 딩스슝에 불계승

3. 2021년 6월 12일, 2021중국갑조리그 제10라운드, 백으로 퉁멍청에 불계승

4. 2021년 9월 13일, 제13기춘란배결승1국, 백으로 탕웨이싱에 1/4집승

5. 2021년 9월 15일, 제13기춘란배결승2국, 흑으로 탕웨이싱에 불계승

6. 2021년 9월 25일, 2021중국갑조리그 제11라운드, 흑으로 장웨이제에 불계승

7. 2021년 9월 26일, 2021중국갑조리그 제12라운드, 백으로 궈신이에 불계승

8. 2021년 9월 28일, 2021중국갑조리그 제13라운드, 흑으로 후위한에 불계승

9. 2021년 9월 29일, 2021중국갑조리그 제14라운드, 백으로 쉬자양에 불계승

10. 2021년 9월 30일, 2021중국갑조리그 제15라운드, 흑으로 타오신란에게 불계승

11. 2021년 10월 20일, 제26회삼성배32강전, 백으로 셰얼하오에 불계승

12. 2021년 10월 23일, 제26회삼성배16강전, 백으로 판팅위에 불계승

13. 2021년 10월 28일, 제26회삼성배준결승, 흑으로 양딩신에 불계승

14. 2021년 11월 10일, 제26회LG배준결승, 백으로 커제에 3집반승

15. 2021년 12월 11일, 제7기국수산맥배준결승, 백으로 쉬자양에 불계승

16. 2022년 1월 16일, 2021중국갑조리그 포스트시즌 제3라운드 제1차전, 흑으로 자오천위에 불계승

17. 2022년 1월 17일, 2021중국갑조리그 포스트시즌 제3라운드 제2차전, 백으로 미위팅에 불계승

18. 2022년 1월 19일, 2021중국갑조리그총결승전 제1차전 백으로 진위청에 1과1/4집승

19. 2022년 1월 20일, 2021중국갑조리그총결승전 제2차전 백으로 딩하오에 불계승

20. 2022년 2월 7일, 제26기LG배결승제1국, 백으로 양딩신에 불계승

21. 2022년 2월 9일, 제26기LG배결승제2국, 흑으로 양딩신에 불계승

 

신진서가 예전 이창호, 이세돌과 같은 지배적인 지위에 올랐다고 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첫째, 현재 프로기사의 전성기는 예전같지 않다. 조훈현 구단, 임해봉 구단, 오다케히데오 구단, 조치훈 구단같은 초일류기사들은 50세를 전후하여서도 세계대회우승을 차지했었다. 오늘날이라면 전혀 가능성이 없다. 기사들의 나이가 30만 넘으면 노장으로 분류되고 젊은기사들과 경쟁할 수가 없다. 이창호 구단은 1992년 16살의 나이로 동양증권배를 우승한 후, 2005년 춘란배에서 우승할 때까지 전성기가 13년에 달했다. 이세돌 구단은 2002년 처음 후지쯔배를 차지한 때로부터 2012년 삼성배를 차지한 후 은퇴하기까지 전성기가 10년이나 되었다. 다만 지금 젊은 기사들이 속속 나오고 있고, 치고 올라오는 힘이 예전과는 전혀 다르다. 고수들의 전성기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20년 신진서는 20살때 첫번째 세계대회우승을 차지했다. 그가 1년에 평균 2개의 세계대회우승을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이세돌의 14개, 이창호의 17개에 도달하려면 최소한 7년 내지 9년이 걸린다. 2027년 내지 2029년에도 신진서가 여전히 최고수반열에 남아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신진서는 이창호, 이세돌에 미치지 못한다. 실력면에서도 그러하다. 이창호의 전성기에는 기단내에 적수가 없었고, 동시대의 고수들은 모두 그의 훈련파트너급이었다. 이세돌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적수를 보기 드물었다. 2005년 LG배 준결승에서 '평생의 적수' 구리 구단을 만난 후, 기단은 양웅이 대치하는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신진서의 중국기사에 대한 21연승은 인터넷바둑으로 진행된 것이다. 여기에는 그가 인터넷대국에 익숙하고 잘 둔다는 것도 관련이 있다. 다만 이 방면의 우세는 인터넷대국에서 성장한 04후 왕싱하오 육단, 진위청 사단을 만나면 우세라고 할 수가 없다. 신진서의 연령우세는 이미 도전을 받고 있고, 동요되고 있다.

 

신진서는 '신공지능'이라 불린다. AI에 대한 이해력이 남다르다. 오랫동안 끊임없이 공부하여 AI의 최대수혜자가 되었다. 그러나, AI시대에 바둑기술에 더 이상 비법은 업다. 천부적인 재능등 선천적인 요소도 약화되고 있다. 오청원, 조훈현같은 수퍼천재들이라 하더라도 하이테크 앞에서는 더 이상 우세를 보이지 못한다. 그러므로, 고수간의 대결은 비로 어떻게 AI를 능숙하게 이해하고 사용하느냐, 어떻게 대승부에서 태산처럼 부동심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있다. 신진서는 일찌기 2016년 LG배 준결승, 2018년 천부배, 2019년의 백령배등의 큰 경기에서 실패를 맛본 바 있다. 한국기원이 그를 특별히 양성하는 대우를 해준 기회를 낭비했고, 계속하여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쉽지않게도 역경 속에서도 그는 AI훈련을 계속했고, 승부의 큰 심장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기는 해도, AI시대의 기술우세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신진서의 21연승 중에서, 최소한 반수의 바둑은 어려운 가운데 역전한 것이다. 예를 들어, 2021년 춘란배결승1국에서 탕웨이싱 구단을 이긴 바둑, 2021년 삼성배 준결승에서 양딩신 구단을 이긴 바둑, 2021년 갑조리그 포스트시즌 총결승전에서 딩하오 구단을 이긴 바둑, 2022년 LG배 결승1국에서 양딩신 구단을 이긴 바둑등 몇 개는 모두 기사회생하고 마지막 순간에 엄청난 운이 따라주어 이길 수 있었다. 그는 젊고 단순하다. 그래서 집중력을 시종일관 유지할 수 있다. 그는 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큰 승부에서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고, 냉정하게 일격필살의 역전기회를 노릴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바둑전적을 뒤져보면, 구쯔하우 구단, 판팅위 구단, 자오천위 구단, 왕싱하오 구단등이 모두 신진서를 이긴 바 있다. 다만 큰 승부에는 큰 심장이 필요하다. 큰 승부에 이르면 신진서가 무수히 얻어맞으면서 단련해온 큰 심장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양딩신은 스스로 초읽기에 들어가고 후반전이 되면 멍해져서 신진서에게 역습을 허용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비교하면 중국의 고수들에게 부족한 것은 집중력과 평상심이라 할 수 있다.

 

투샤오위, 왕싱하오, 진위청같은 03후는 AI로 성장했다. 바둑에 대해 순수한 초심의 열정이 있다. 그들이 신진서와 비교하여 부족한 점이라면 큰 승부경험이다. 기회가 오면, 신진서가 현재 가진 우세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이창호, 이세돌시대가 중국에 주었던 십여년의 치욕이 다시 올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