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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화/중국의 스포츠

"연산설화대여석(燕山雪花大如席)": 베이징동계올림픽의 대흉조(大凶兆)? 장이모우의 고급흑(高級黑)?

by 중은우시 2022. 2. 7.

글: 경중명(景中明)

 

2월 4일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의 연출은 "설화(雪花, 눈꽃)" 요소로 일관되었다. 그중에는 작은 눈꽃이 모여서 큰 눈꽃이 되는 장면이 있다. <인민일보>에서 보도한 제목은 <너무 아름답다! 냐오차오(鳥巢)에서 연산설화대여석이 상연되었다>였다.

 

5일, 신화사는 장이머우에 대한 인터뷰를 실었다. 장이머우는 개막익에서 "눈꽃의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설화는 개막식에 시종 나타났고, 형태가 다른 눈꽃이 하나로 뭉쳐서 '연산설화대여석'의 장면을 연출했다.

 

장이머우가 말한 "연산설화대여석"은 금방 인터넷의 인기검색어가 된다. 

 

"연산설화대여석"은 당나라때의 대시인 이백(李白)의 <북풍행(北風行)>에 나온다. 이 시에서 묘사하는 것은 유주(幽州)의 한 여인이 전쟁터에 나가 전사한 남편을 그리워하는 슬픔과 아픔이다. 전체 시는 다음과 같다:

 

촉룡서한문(燭龍棲寒門), 광요유단개(光曜猶旦開)

일월조지하불급차(日月照之何不及此)? 유유북풍호노천상래(惟有北豊號怒天上來)

연산설화대여석(燕山雪花大如席), 편편취락헌원대(片片吹落軒轅臺)

유주사부십이월(幽州思婦十二月), 정가파소쌍아최(停歌罷笑雙蛾摧)

의문망행인(倚門望行人), 염군장성고한양가애(念君長城苦寒良可哀)

별시제검구변거(別時提劍救邊去), 유차호문금비채(遺此虎文金鞞靫)

중유일쌍백우전(中有一雙白羽箭), 지주결망생진애(蜘蛛結網生塵埃)

전공재(箭空在), 인금전사불부회(人今戰死不復回)

황하봉토상가색(黃河捧土尙可塞), 북풍우설한난재(北風雨雪恨難裁)

 

촉룡(燭龍, 전설상 북극에 사는 용. 눈을 뜨면 낮이고 눈을 감으면 밤이라고 함)은 추운 곳에 살아서, 빛은 눈을 떴을 때만 나온다.

해와 달도 왜 이곳은 비추지 않는가? 단지 북풍이 하늘 위에서 거세게 불어올 뿐이다.

연산(북경 북쪽의 산)의 눈꽃은 방석만큼 커서, 송이송이 헌원대(황제 헌원을 기념하는 대)에 내린다.

유주의 남편을 그리워하는 부인은 십이월 추운 날에, 노래도 부르지 못하고, 웃음도 띌 수 없으며 두 눈썹을 종일 찡그리고 있다. 

문앞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을 바라보면서, 장성의 추운 전선에 나간 남편을 생각하며 슬퍼한다.

헤어질 때는 검을 뽑으면서 변방을 구하겠다고 가면서, 집안에는 그저 화살갑만 남겨두었다.

거기에는 한쌍의 백우전이 있는데, 이미 거미가 줄을 쳤고, 먼지가 앉았다.

화살은 남아 있는데, 사람은 지금 전쟁터에서 죽어 돌아오지 못한다.

차마 화살을 쳐다볼 수가 없다. 꿈은 이미 깨어졌다.

황하는 비록 깊어도 흙으로 막을 수가 있는데, 생사이별의 슬픔은 북풍한설과 같이 온 천지에 깔려 있어 끝이 없다.

 

"연산설화대여석(연산의 눈꽃은 방석만큼 크다)"이라는 구절에 대하여 어떤 학자들은 이 문구는 너무 과장되었다고 얘기한다. 또 어떤 학자는 "석(席)"은 시신을 묻을 시간이 없을 때 시신을 덮는데 쓰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 구절은 부인이 전쟁터에서 전사한 남편의 시신이 그냥 황야에 널부러져 있지 말고, 큰 눈으로 남편의 시신을 묻게 되기를 희망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이 시의 이름인 <북풍행>은 일반적으로 <시경.북풍.북풍>에서 나왔다고 한다. <시경.북풍.북풍>은 위(衛)나라의 귀족이 도망가는 이야기를 쓴 것이고, 국가가 위기에 빠졌을 때 사람들이 속속 도망치는 비참한 광경을 묘사한 것이다.

 

국내외의 네티즌들을 속속 의문을 표시한다. 동계올림픽개막식에 이 싯구를 주제로 삼은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미국에 거주하는 평론가 친펑(秦鵬)은 이렇게 말한다: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이 문구를 쓴 것은 중공이 멸망한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예시하는 것이다.

 

네티즌들이 속속 의문을 제기하자, 일부 당매체는 속속 나서서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글의 내용은 도대체 '해명'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고급흑(高級黑, 언뜻보면 해명하는 것같지만 실제로는 반대인 경우)"인지 알 수가 없다.

 

그 중 산둥성위의 기관보인 <대중일보>는 "연산설화대여석"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백의 "연산설화대여석"은 <북풍행>에서 나왔고, 이 시와 <시경.북풍.북풍>은 이름이 같고, 두 시 사이에는 전승관계가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런 해석도 덧붙인다: "연산설화대여석"은 원래 비애(悲哀)를 그린 것이지만, 북송에 이르러 "희경(喜慶)"의 경우에 쓰이게 되었다. 그러면서 글에서는 왕안석(王安石)의 <호가십팔박(胡笳十八拍)>의 한 수를 예로 들었다:

 

연산설화대여석(燕山雪花大如席), 여아세면작광택(與兒洗面作光澤)

황연천지반야백(慌然天地半夜白), 규중지시공상억(閨中只是空相憶)

점주도화서소홍(點注桃花舒小紅), 여아세면작화용(與兒洗面作花容)

욕문평안무사래(欲問平安無使來), 도화의구소춘풍(桃花依舊笑春風)

 

연산의 눈꽃은 방석처럼 커서, 아이의 얼굴을 깨끗하게 씻길 수 있었다.

돌연 하늘과 땅은 한밤중이고 달은 밝은데, 텅빈 방안에서 그저 그리워할 수밖에 없다.

복숭아꽃으로 입술을 붉게 물들여, 아이의 얼굴을 예쁘게 해주었었다.

평안하게 잘 지내는지 묻고 싶은데, 복숭아꽃만 옛날처럼 봄바람에 웃고 있구나.

 

그러나, 이 시도 이백의 <북풍행>과 의미가 비슷하다. 모자간의 헤어짐을 슬퍼하는 내용이다. 근본적으로 '희경'의 뜻은 찾아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