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시위강(施衛江)
리저허우(李澤厚)의 서거는 학술계를 크게 뒤흔들었고, 추도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그중에 화동사범대학 철학과의 양궈룽(楊國榮) 교수가 쓴 것으로 <세상에 이미 리저허우가 없다>는 글이 비교적 깊이가 있고, 감동적이어서 필자는 그에 대하여 해석을 해보기로 한다:
첫째, 중국식 교육은 지나치게 지식의 배양, 덕성의 훈육을 중시하고, 지혜의 배양은 경시한다. 이는 철학에 대하여는 큰 해가 된다. 서양에서 철학의 본뜻은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철학은 본질적으로 지혜의 학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혜에 대한 습관적인 억제는 중국우민문화전통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우민은 당연히 철학자가 되기를 기대할 수가 없다.
둘째, 철학의 정수는 자아반성이다. 이에 대하여, 고대그리스 초기의 지식인들은 이미 고도의 자각이 있었다: "너 자신을 알라"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전통문화에서는 비록 조숙한 인본정신과 농후한 인문정서가 있다고는 하지만, "나는 주례를 배우고, 지금 그것을 사용한다. 나는 주나라를 따른다" "욱욱호문재(郁郁乎文哉)" 그러나 자아반성으로 승화시키지는 못했다. 그리하여 진정한 주체적 고도는 결핍되어 있다. 주체적 구조는 원래 자아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존재'의 자태를 드러내야 한다. 서양철학에서 '존재는 본질에 우선한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식의 지식을 중시하고 지혜를 경시하는 태도는 바로 '존재자'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분위기하에서 진정한 철학가가 탄생하기는 어렵다.
셋째, 중국전통문화의 이론적 함의는 종법, 인륜 및 그 도덕적 속성이다. 중국전통문인의 본분은 "사람은 집단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人以群分)" 종법사회의 '명분'을 위하여 논증을 진행하고 그 등급제도하의 군신, 부자, 부부의 관계를 확증한다. 이러한 전통은 철학적인 사고와 이론을 노비의 지위에 처하게 만든다. 사회가 전통사회에서 현대사회로 전환한 후, 전통문화가 축적되어 일찌감치 국민의 집단적 무의식이 되었고, 종법, 인륜이 정치에서의 인치, 행정에서의 명령, 학술사업에 대한 강력한 간섭으로 전환되었다. 그리하여 철학은 독립적으로 자립할 수 없었고, 철학은 계급투쟁의 도구로 전락한다.
넷째, 독일역사상의 문화와 사상의 거인 괴테와 헤겔과 같이, 두 사람은 모두 "평범한 사람의 변발(辮子) 한 줄을 끈다" 리저허우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리저허우는 칸트철학을 아주 중시하고 '주체성실천철학'을 건립하고자 시도했지만, 리저허우의 주체는 '인성주체성'이다. "밥먹는 것"의 의미에서의 물질자료 생산도구의 운용을 강조했다. "즉 사람이 제조사용하는 도구의 물질실천활동과 사회관계를 생존기초로 한다." (<유학.칸트,마르크스의 삼위일체). 즉 인간성의 하단의 실천에 주력했다. 학술계에서는 그의 가장 큰 공헌은 미학분야라고 본다. 그러나, 리저허우의 미학의 특색은 객관성과 사회성을 강조하여, 현대적인 개체성과 자아의식은 결핍되었다. 그리하여 후배인 가오얼타이(高爾泰)의 도전과 류샤오보(劉曉波)의 비판을 받게 된다. 당연히 후자 두 사람의 철학적 공력은 리저허우에 한참 못미친다. 그러므로 리저허우의 미학은 진정으로 무너지지는 않았다. 리저허우는 스스로를 잘 알았고,아마도 여러 방면에서 '형세상의 필요'를 이해했던 것같다. 여러 미학현상을 해석할 때, 부득이 대량으로 서방현대학자의 이론성과를 차용했다. 다만, 어쨌든 그의 '유물주의'체계는 현시대에는 아주 낡고 진부한 것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젊은 학자들에게 잊혀지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
다섯째, 양궈룽이 말한 것처럼, 펑치(馮契)와 리저허우는 철학분야에서 상당히 큰 업적을 냈다. 그들이 성취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에게 강대한 지혜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충분한 충격역량을 가지고 문화사상의 여러가지 제약을 돌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철학천재가 중국의 토양에서 부화하고 발육하여 성장하는 것은 어쨌든 확률이 아주 낮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시위강 미국뉴욕에서 쓰다
2021년 11월 4일
'중국과 문화 > 중국의 사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신(修身)"의 6가지 경지(境地) (0) | 2022.08.02 |
---|---|
"야생국사(野生國師)"들이 흔히 저지르는 3가지 잘못 (0) | 2022.03.28 |
중국의 좌파와 우파 (0) | 2018.08.28 |
중국인의 4단계 심미관(審美觀) (0) | 2017.04.07 |
내가 생각하는 "인생승자"는.... (0) | 2016.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