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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오대십국)

오대십국(五代十國)시기 동모이부(同母異父)의 두 황제

by 중은우시 2021. 3. 16.

글: 왕평객(王平客)

 

동부이모(同父異母)의 군왕은 역사상 아주 많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제왕은 왕왕 여러 후궁을 거느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자도 아주 많다. 만일 동모이부의 군왕을 찾으려 한다면, 역사상 보기가 드물 것이다. 그러나, 아주 혼란스러웠던 오대십국시대에 바로 그런 두 군왕이 있다.

 

오대십국때의 북한(北漢)은 바로 십국 중 하나이다. 도성은 지금의 산서성 태원시에 있었다.

 

북한의 개국황제는 유숭(劉崇)이다. 유숭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사서에 이름이 기록되어 있지 않다. 여기에서는 그냥 유씨(劉氏)라 칭하기로 하자. 

 

유씨는 먼저 호성영(護聖營)의 병사인 설쇠(薛釗)에게 시집가서 아들을 하나 낳는다. 이름은 설계은(薛繼恩)이다. 설쇠는 별다른 재능이 없어서, 유숭도 그를 중용하지 않는다. 유씨는 자주 궁안에 머물렀고, 설쇠는 그녀를 거의 만나지 못해 우울해 했다. 한번은 설쇠가 술에 만취하여 궁중으로 가서 유씨를 찌른다. 그러나, 유씨는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죽지 않았다. 설쇠는 일을 저지른 후 겁을 먹고 그 자리에서 자살해 버린다.

 

유씨는 다시 하(何)씨에게 시집가서 다시 아들을 하나 낳는다. 이름은 하계원(何繼元)이다.

 

그후, 유씨와 남편은 모두 세상을 떠난다. 유씨의 남동생인 유승균(劉承鈞)은 아들이 없었다. 그리하여, 유숭은 유승균에게 설계은과 하계원을 거두어 양자로 삼게 한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성을 바꾸어 그후로 유계은과 유계원으로 불리게 된다.

 

유계은과 유계원은 동모이부의 형제간인데, 지금은 다시 같이 외삼촌인 유승균을 양부로 모시게 되었다. 

 

유숭은 근 4년간 재위하다가 병사하고, 아들 유승균이 그의 뒤를 이어 황제에 오른다. 

 

유승균은 근 14년간 재위하다가 역시 병사한다.

 

유승균에게는 여러 동생이 있었지만, 황위를 양자인 유계은에게 물려주려 했다. 물론 마음 속으로 망설임도 있었을 것이다. 유계은은 당시 태원부윤(太原府尹)으로 있었고, 유승균을 공경하고 효성스러웠다. 그렇지만 유계은은 담량이 아주 작았다. 태원부윤이면서도 자기 마음대로 정무를 처리하지 못했다.

 

유승균은 병이 위중했을 때, 재상인 곽무위(郭無爲)를 용상 앞으로 불러 후사를 논의한다. 유승균은 걱정스럽게 곽무위에게 말한다: "계은은 아주 효성스럽다. 그러나 나라를 다스릴 만한 인재는 아니다. 그래서 우리 집안의 대업을 잇기는 어려울 것같다. 어떡하면 좋은가?"

 

곽무위는 나름대로의 계산이 있었다. 그런 사람이라면 조종하기가 좋지 않은가. 곽무위는 유승균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후 유승균은 황위를 유계은에게 물려주기로 한다. 유승균은 먼저 유계은에게 조정의 정무에 참여하게 하고, 태원부윤의 자리는 동생인 유계원에게 맡긴다. 유승균은 유계은을 곽무위에게 부탁한다.

 

유승균은 얼마 후 병사하고, 유계은이 황위에 오른다.

 

황제가 된 유계은은 담량이 갑자기 커진 듯했다.

 

유계은은 곽무위가 조정을 농단하는데 불만을 가졌고, 곽무위를 조정에서 몰아내고자 한다. 유계은 이를 실행할 기회를 잡지 못한다. 곽무위를 사공(司空)으로 임명하는데, 겉으로 보면 예우해주는 것같지만, 실제로는 그를 멀리한 것이다. 곽무위도 유계은이 자신을 배척하려 한다는 것을 눈치챈다. 그리하여 먼저 손을 쓰기로 한다.

 

곽무위는 유계은의 신변에 있는 공봉관(供奉官) 후패(侯覇)를 시켜 유계은을 암살한다. 유계은은 당시 아직 상중이었으므로, 근정각에서 기거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원래 심복들은 모두 태원부에 있었다. 한 심복이 궁으로 들어가서 곁에서 호위하겠다고 청했지만, 유계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루는 유계은이 근정각에 누워 있는데, 후패가 날카로운 칼로 유계은을 찔러 죽인다. 곽무위는 다시 병사를 보내어 사다리를 타고 근정각에 들어가서 후패를 죽여 살인멸구한다. 유계은은 겨우 2달간 재위했을 뿐이다.

 

유계은을 죽이고, 곽무위는 유계원을 황제로 옹립한다.

 

유계원은 사람됨이 잔인하고 살인을 즐겼다. 양부 유승균의 곽황후(郭皇后)를 죽였을 뿐아니라, 양부 유승균의 몇몇 형제들도 모조리 죽여버린다. 결국 곽무위까지도 송나라에 투항할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유계원은 곽무위도 목졸라 죽인다. 유계원이 이들을 죽인 것은 아마도 황제의 자리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계원은 결국 북한의 마지막 황제가 된다. 재위기간은 11년이 되지 않는다. 결국 송나라에 투항하고 나라는 멸망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