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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오대십국)

진금봉(陳金鳳):전반생은 무측천과 같았으나 후반생은 비명횡사하다.

by 중은우시 2018. 7. 26.

글: 소효사고낭(蕭曉四姑娘)


진금봉, 894-935, 복건(福建) 복청(福淸) 사람

처음에는 민태조(閩太祖) 왕심지(王審知)의 재인(才人)이었으나, 나중에 민혜종(閩惠宗) 왕연균(王延鈞)의 황후가 되다.

복건민간에서는 그녀를 "만안낭낭(萬安娘娘)"이라고 부른다.

그녀는 시재(詩才)도 있어서 지금까지 사(詞) 2수가 전해져 내려온다


용주요예동부동(龍舟搖曳東復東), 채련호상홍갱홍(採蓮湖上紅更紅), 파담담(波淡淡), 수용용(水溶溶), 노격하화노불통(奴隔荷花路不通)

서호남호투채주(西湖南湖鬪彩舟), 청포자료만중주(靑蒲紫蓼滿中洲), 파묘묘(波渺渺), 수유유(水悠悠), 장봉군왕만세유(長奉君王萬歲遊)


진금봉의 명목상 부친은 진암(陳巖)이다. 그는 당나라의 복건관찰사(福建觀察使)이고, 모친은 육씨(陸氏)이다.


진암은 남자를 좋아했고, 후륜(侯倫)이라는 남총이 있었다. 후륜은 미목이 청수하고, 아주 준수해서 남자들이 좋아할 뿐아니라,여자들도 좋아했다.


진암의 첩인 육씨는 후륜을 보고 반한다. 두 사람은 몰래 관계를 갖고 임신까지 해서, 진금봉을 낳는다.


그 후에 진암이 죽고, 진암의 정실부인의 동생인 범휘(范暉)가 육씨의 미모에 반한다. 그래서 그녀를 차지하고자 한다. 육씨는 딸 금봉을 데리고 범휘에게 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범휘가 피살되고,육씨모녀도 난리틈에 이리저리 도망치며 민간으로 흘러든다. 그러다가 일족인 진광생(陳匡生)의 양녀로 들어가서 비로소 편안한 생활을 지낼 수 있었다.


진금봉의 모친은 첩이고 그녀는 계속하여 모친을 따라 다녔다. 그래서 받은 교육도 어떻게 하면 총애를 차지하고, 남자의 사랑을 얻느냐였다. 그러다보니 시야가 좁을 수밖에 없었다.


왕심지와 왕조(王潮) 형제는 당나라말기에 왕서(王緖)를 따라 반란을 일으킨다. 황소(黃巢) 반란군을 이끌고 복건을 전전한다. 나중에 왕심지 형제는 왕서가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 것을 보고는 두 사람이 왕서를 죽여버린다.


당나라조정은 왕조를 복건관찰사로 임명하고, 나중에 위무군절도사로 임명한다. 왕심지는 그의 부관찰사 부절도사가 된다.


나중에 왕조가 죽고, 왕심지가 복건관찰사에 오른다. 그 후에는 낭야왕(琅琊王)에 봉해진다. 주온(朱溫)이 황위를 찬탈하여 후량(後梁)을 건립한 후, 왕심지를 민왕(閩王)에 봉한다.


이렇게 하여 민나라가 정식으로 건립된다.


왕심지는 양가규수들을 뽑아서 후궁으로 들이는데, 진금봉도 뽑혀서 들어갔다.


진금봉은 그때 17살이었다. 용모는 중등이지만, 몸매가 뛰어났고, 피부가 고왔다. 게다가 총명하고 애교가 많았다.


입궁하자마자, 진금봉은 가무에 능하고 총명하여 왕심지가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그녀를 자신의 곁에 두고 재인으로 삼는다.


그때 왕심지는 이미 50세가량의 사람으로, 비록 진금봉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그저 좋아하는 정도이지, 총애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하물며 왕심지는 명주(明主)였다. 복건을 잘 다스리면서 여색으로 나랏일을 망치지 않았다.


진금봉은 점점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처지는 무측천과 비슷했다.


왕심지로부터 중시되지 못하자 신체의 욕망도 만족되질 못한다. 그녀는 새로운 목표를 찾기 시작한다. 그때 왕심지의 차남인 왕연균이 진금봉의 눈에 들어온다.


왕연균은 한창 나이였고, 진금봉에게는 이상적인 목표였다.


왕연균은 자주 왕심지에게 문안인사를 왔는데, 시간이 오래되자 점점 진금봉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그녀는 예쁘지는 않지만, 분위기가 있었고,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 하물며 매번 진금봉이 그와 얘기할 때면 눈빛을 주고 받았다. 추파를 던지는 것이다.


왕연균은 갈수록 진금봉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부친의 재인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자신에게 적심(賊心)은 있지만, 적담(賊膽)은 없었다.


그래도 속이 근질근질하여 참기가 어려웠다.


925년, 왕심지가 사망하고, 장남인 왕연한(王延翰)이 왕위를 이어받아 민왕이 된다. 진금봉은 출가하여 여승이 된다.


1년도 되지 않아, 왕연균은 양자인 왕연품(王延稟)과 정변을 일으켜, 민왕 왕연한을 죽이고, 왕연균이 민왕에 오른다.


그가 민왕에 오른 후 한 첫번째 일은 진금봉을 궁으로 불러들이는 것이었다.


왕연군은 궁녀들에게 술과 음식을 준비하게 하고는 진금봉을 맞이한다. 둘은 술이 적당히 올랐을 때 끌어안고 침실로 들어간다.


진금봉 이전에 왕연균은 두 명의 처를 맞았다. 유씨(劉氏)는 죽었고, 김씨(金氏)는 미모가 뛰어나고, 온유하며 현숙했다. 다만 잠자리에서는 밋밋해서 무슨 재미는 없었다.


진금봉과 잠자리를 같이 하고나서 비로소 이전에 너무나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진금봉은 확실히 인간극품이다.


933년, 왕연균은 후당(後唐)과 단교하고, 스스로 황제에 오른다. 그리고 진금봉을 황후에 올린다. 그리고 그녀의 명목상의 부친인 진암을 절도사로 추존하고, 모친 육씨를 부인으로 삼으며 일족인 진수은(陳守恩), 진광생(陳匡生)은 전사(殿使)로 삼는다.


장춘궁(長春宮)을 지어서 진금봉이 거주하도록 해준다.


왕연균과 진금봉은 음란함에 있어서는 천생배필이었다.


왕연균은 장춘궁의 침궁 안에서 사방이 수장에 달하는 용상을 두었는데, 베개만 1장여에 달했고 특별히 제작한 수정병풍을 용상의 사방을 가렸다. 그리고 금공(錦工)에게 명하여 구룡장(九龍帳)을 만들어 큰 용상을 덮으라고 했다.


그 후에 그는 사람을 보내어 민간여자들을 골라서 장춘궁으로 데려오게 한다.


왕연균은 밤마다 환락을 즐기는데, 금용촉만 수백개를 켜서 주변을 대낮처럼 밝게 했다. 그가 쓰는 접시와 잔은 모조리 마노, 호박 및 금옥으로 만들었고, 궁녀 수십명으로 하여금 들고 있게 했다.


술에 취한 후에는 왕연균과 진금봉이 용상으로 가서 나신으로 온갖 음란한 일을 한다. 금방 궁에 들어온 궁녀들로 하여금 병풍 밖에서 쳐다보게 하면서 즐겼다.


명절이 되면, 왕연균은 진금봉을 데리고 바깥으로 놀이를 나갔다. 후궁이 거의 모두 출동한다. 진금봉은 노래를 만들어 궁녀들로 하여금 부르게 했다.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왕연균은 여색을 탐할 뿐아니라, 남색도 즐겼다. 하급관리중에 귀수명(歸守明)이라는 자가 있는데 입술이 빨갛고, 이빨이 하야며, 피부가 눈보다 희었다. 그리하여 왕연균은 그를 후궁으로 들어오게 하여 "귀랑(歸郞)"이라고 불렀다.


왕연균에게는 귀비 이춘연(李春燕)도 있었다. 이춘연과 귀랑이 왕연균의 총애를 반이상 빼앗아 가다보니, 진금봉은 약간 적막해진다.


그리고 그녀는 귀랑을 사랑하게 된다.


이는 예전 그녀의 부모와 후륜의 관계와 비슷하다.


금봉과 귀랑은 몰래 관계를 가진다. 왕연균의 눈을 피해서 둘이 즐겼다.


왕연균이 너무 황음무도해서인지는 몰라도 반신불수가 되어 더 이상 여색을 즐기지 못하게 된다.


진금봉과 귀랑은 밤마다 같이 끌어안고 잤다. 이런 일은 당연히 모든 사람을 속여넘길 수가 없다. 적막을 참기 어려웠던 다른 후궁비빈들도 귀랑을 찾아가서 귀랑과 진금봉의 일을 가지고 협박한다.


귀랑은 목숨을 아까워하는 자이고 부득이 그녀들과도 관계를 맺었다. 나중에 백공원사(百工院使) 이가은(李可殷)을 진금봉에게 소개시켜 준다.


몸집이 크고 위맹한 이가은은 금방 진금봉의 환심을 얻는다.


진금봉은 육체의 욕망만 만족된다면 다른 것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개의치 않지만, 장래를 대비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녀는 바로 귀비 이춘연이다. 이춘연은 동화궁(東華宮)에 거주했다.


왕연균으로는 더 이상 안되겠다고 생각하여 그녀는 스스로가 살 길을 찾는다.


그녀는 왕연균의 장남 왕계붕(王繼鵬)을 점찍는다. 두 사람은 바로 의기투합한다. 이춘연은 진금봉을 찾아가서, 진금봉과 귀랑, 이가은의 일을 가지고 협박하여, 진금봉에게 왕연균을 찾아가서 부탁해달라고 한다.


진금봉은 왕연균을 찾아가서 호소했고, 왕연균은 이춘연을 왕계붕에게 하사한다.


이춘연과 왕계붕은 이방(李仿)과 합작하여 권력을 탈취한다. 그들의 첫번째 목표는 이가은이었다. 이가은이 참혹하게 죽자, 진금봉은 애통해 하며 왕연균을 찾아가서 고발한다.


왕연균은 대노하여, 조회에 나갔을 때, 이방을 질책한다. 이가은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 이방은 모호하게 대답하며, 돌아가서 조사해 보겠다고 말한다.


이방은 돌아가자마자 이춘연과 왕계붕을 만나 상의한다. 그리고 바로 궁안으로 쳐들어간다.


그때 왕연균은 마침 구룡장에 있었고, 진금봉과 귀랑이 시중을 들고 있었다.


돌연 소란이 벌어지자, 미처 대응할 시간도 없었다. 위사들이 난입하여 장밖에서 안으로 마구 찔렀다. 왕연균이 몇번 찔리고도 죽지 않자, 궁녀를 시켜 목을 자르게 한다. 


진금봉도 미처 도망치지 못하고 찔려 죽는다.


귀랑은 문안으로 도망갔다가 위사들에게 붙잡혀서 머리가 잘린다.


이렇게 진금봉의 짧은 일생은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