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정치/중국의 관료

<평안경(平安經)>이 보여주는 중국관료사회의 실태

중은우시 2020. 7. 29. 22:51

글: 강류(江流)

 

"안평안(眼平安), 이평안(耳平安), 비평안(鼻平安), 설평안(舌平安)......"

"초생평안(初生平安), 만월평안(滿月平安), 백천평안(百天平安), 일세평안(一歲平安), 이세평안(二歲平安)......"

"비강평안(鼻腔平安), 인후평안(咽喉平安), 기관평안(氣管平安), 지기관평안(支氣管平安), 폐평안(肺平安)......"

"서안화차참북참평안(西安火車站北站平安), 정주화차참동참평안(鄭州火車站東站平安), 상해홍교화차참평안(上海虹橋火車站平安).....

 

최근 SNS에서 한 네티즌이 <평안경>의 사진을 올리면서, 여론의 주목을 끌고 있다. 여론에서 토론하는 중점은 이 책이 모조리 "XXX평안"으로 만든 기괴한 내용이 아니라, 이 책이 법학박사인 길림성 공안청 당위부서기, 상무부청장 허덴(賀電)에 의해 쓰여졌다는 것때문이다.

 

더더욱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것은 이 책이 공공연히 떠받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관영매체에서도 이 책을 좋게 소개하고, 학자들도 좋은 말을 해준다. 이 책은 "여러 나라에 전해질 경(經)유형의 대작, 역작"이라느니, "학자가 이 책을 읽으면 평안의 철리(哲理)를 깨달을 수 있고, 상인이 이 책을 읽ㅇ면 기업이 평안무사할 수 있으며, 민중이 이 책을 읽으면 세상을 평안하게 지낼 수 있다."고도 한다. 이 책은 중국의 인터넷서점에서 200위안의 가격에 팔리고 있다.

 

<평안경>이라는 책 하나가 당대 관장현형기(官場現形記)를 반영한다. 코미디같은 광경의 뒤에는 중국의 방대하고 비대해진 관료사회가 있다. 여전히 권력을 숭배하는 적나라한 현실을 반영한다. 관리의 능력은 현대화와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평안경>은 중국여론의 뭇매를 맏은 후, 여러 주류매체와 관영매체에서 비판하기 시작한다. 그중 상해동방망은 거침없이 말해버린다: <평안경>은 단지 간단한 어구를 중복하여, 완전히 논리와 주제도 없고, 심지어 초등학생의 수준보다도 못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관영매체배경의 매체플랫폼 협객도(俠客島)는 웨이보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런 책이라면 나는 하루에 10만자도 쓸 수 있다."

 

개인방송에서 여러 네티즌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각종 <순리경(順利經)> <개심경(開心經)> <잠전경(賺錢經)>등등을 만들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 네티즌은 "부청장평안"으로 만들어 그 관리의 문장수준을 조롱했다. 거대한 여론의 뭇매 속에 길림성 응급관리청과 길림성정부망에서는 신속히 이 책과 관련한 선전내용을 삭제했고, 개인방송이나 웨이보에서 '평안경'에 대하여 쓴 글들도 모두 삭제되었다. 7월 28일, 인민출판사는 이 책을 출판했다는 소문을 부정했고, 공안부직속의 군중출판사는 취재기자에게 "물어보지 말라. 말해줄 수 없다"고 하였다.

 

설사 길림성 공안청이 말한 것처럼 이것이 허덴 부청장이 업무외시간에 한 개인행위라고 하더라도, 그렇다면 이 책 <평안경>이 무슨 '실력'이 있어서 길림성의 성급낭송예술협회로 하여금 전문가 학자들을 모아서 낭송세미나를 개최할 수 있었단 말인가? 길림성응급관리청 심지어 길림성정부망은 왜 이 책을 좋게 평가하고 선전했을까? 그 책에서 '평안'이라는 두 글자로 전체 책을 관통했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것은 사람때문이고, 권력때문이다.

 

한권의 책이 창작에서 출판까지 선전에서 판매까지, 여러 단계가 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다. 그런데, 이 책이 한 네티즌에 의하여 우연히 소개되고, 이 황당무계한 <평안경>이 인터넷에서 뜨겁게 논의되어서야 비로소 문제가 있음을 알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전에 이 부청장을 포함한 작자와 주변의 지지자들은 문화에 대한 판별능력을 상실했단 말인가?

 

무엇이 판별능력인가? 판별능력은 바로 원은 원이고 사각은 사각이라는 것이다. 냄새나는 것은 향기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터넷에서의 평론과 같이, 무릇 일정한 인식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문자로 이루어진 것을 책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식에 대하여 약간이라도 존중이 있는 사람이라면 본심에 어긋나게 아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그 학자라는 기치를 내걸고 관영매체를 장악하고, 서적출판을 독점하고 있고, 관직에 앉아 있게 되면, 설마 기본적인 판별능력도 상실한해버린단 말인가? 그리고 판별능력을 보유할 용기조차 잃어버린단 말인가?

 

<평안경>이라는 책한권은 중국관료사회의 권력숭배르 보여준다. 권력이 있으면 규칙도 어길 수 있고, 지식도 짓밟을 수 있다. 권력은 개인이익의 통행증이다. <평안경>이라는 책한권은 중국관료시스템내부의 아첨이 얼마나 성행하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부청장급의 관리의 이런 수준의 글에 대하여 학자, 관리들로 하여금 판단기준을 잃게 만들고 인식능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평안경>이라는 책 한권이 만들어낸 직접적인 영향은 문화인식에서의 문제만이 아니다. 다른 상황이 없다면. 생각해보라. 일개 부청장이 자신의 관직을 가지고 이렇게 말도 안되게 아첨을 받고 있는데, 만일 더욱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이라면 얼마나 더 심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