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윈뤄(范蘊若) 투신자살: 젊은 바둑고수의 짧고 비범했던 일생

글: 기략연구소(奇略硏究所)

 

상하이위기협회의 부고에 따르면, 2020년 7월 2일 오후, 중국의 바둑기사 판윈뤄 9단이 집에서 투신자살했다. 판윈러는 생전에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은 바 있다.

 

이 소식은 전체 바둑계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판윈뤄의 친구들은 SNS에서 계속 추모의 글을 올리고 있다.

 

렌샤오(連笑) 9단은 웨이보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의 인상 속에서 그렇게 단순하고 선량하고 낙관적이고 대범하였는데. 바둑에 지더라도 담담하게 상대방을 칭찬해줄 줄 알았었고. 불고기 한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만일 우리가 그 모호한 문자에서 단서를 알아차렸더라면, 만일 우리가 그에게 "네가 누구에게도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답장해주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만일."

 

당이페이(黨毅飛) 9단은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친구들 사이에서 약간 잘못된 것같다고 느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아하..."

 

현지매체인 <동방체육일보>에서는 이렇게 보도했다:

 

"사건발생전에 그는 이미 연속 5일밤낮 잠에 들지 못하는 이상현상이 있었다. 오늘 오전, 그의 가족은 그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진료받았다. 진단과정에서도 무슨 이상한 점은 없었다. 그래서 집에 돌아온 후 부모는 약간 마음을 놓았는데, 나중에 알아차렸다. 그가 계속 문을 글어잠그고 나오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사고가 이미 발생했다는 것을...."

 

나는 놀라면서도, 판윈뤄의 선택에 이해되는 점이 있다. 비극이 발생하기 전에 우리는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이번 비극은 기실 흔적이 이미 보였다.

 

판윈뤄는 요 몇년간 계속하여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했으나, 항상 자신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의 인생궤적을 보면, 그가 우울증을 앓는 것도 의외는 아니다.

 

판윈뤄는 1996년 1월 7일 상하이에서 출생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바둑에 대한 흥미와 재능을 보였다. 4살때 바둑을 배우기 시작하고, 13살때 프로기사가 된다. 판윈뤄는 같은 나이의 두 기사인 판팅위(范廷鈺), 미위팅(芈昱廷)과 함께 "양반일미(兩飯一米)"(밥이라는 飯과 판팅위 판윈러의 성인 范의 중국발음이 같고, 미위팅의 성도 쌀이라는 米와 발음이 같다)로 불리웠다. 판윈뤄는 판팅위보다 생일이 빨라서, 판윈뤄는 대범(大范)이라 불렸고, 판팅위는 소범(小范)이라 불렸다.

 

'앙반일미'는 젊은 기사들 중에서 성적이 두드러졌고, 자연히 바둑팬들은 이들을 자주 비교했다. 그러나 판팅위, 미위팅은 차례로 2013년 세계챔피언에 올랐으나, 판윈뤄는 시종 세계챔피언과는 인연이 없었다. 바둑계에서 판윈뤄에 대한 보편적인 인상은 세계챔피언급의 실력이라는 것이다.

 

후야오위(胡耀宇) 8단은 추도글 <나의 팀원 판윈뤄>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작년...판윈뤄는 나에게 그의 목표는 세계챔피언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가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마지막 창호지를 뚫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2020년 7월 2일의  Go Rating 세계랭킹을 보면 판윈뤄는 10위에 올라 있다. 24살은 바둑기사로서는 황금연령이다. 지금이 판윈뤄가 뜻을 펼치지 가장 좋은 시기인 것이다. 그러나, 판윈러는 아마도 세계챔피언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 길에서 너무 피곤했던 것같다.

 

2017년의 BC가드배부터 시작하여, 판윈뤄는 모두 17차례의 세계대회에 참가한다. 그중 판윈뤄의 가장 좋은 성적은 2016년 삼성배 준결승에 오른 것이다. 2017년엔느 몽백합배에서 8강에 올랐다. 그러나 판윈뤄는 다른 15번의 대회에서는 13번이나 1회전에 탈락한다.

 

이런 성적은 그다지 좋다고 볼 수 없다. 판윈뤄의 기재와 맞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판윈뤄는 17번의 세계대회에 참가하는 자격을 얻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었는지를.

 

바둑 세계대회는 초청대회의 오픈대회로 나뉜다. 초청대회는 응창기배, 춘란배, 천부배이다. 각국기원이 랭킹이 앞서는 기사를 참가시킨다. 판윈뤄는 한번도 이 3개의 세계대회에 참가자격을 얻은 적이 없다.

 

오픈대회는 개략 절반의 쿼터를 각국기원이 선정하는 '선발대회면제기사'에게 주고, 나머지 절반의 쿼터는 예선전을 거쳐서 얻는다. 판윈뤄는 17차례의 세계대회중에서 16번을 예선전을 통하여 얻어낸 것이다. 예선전통과횟수나 예선전통과비율은 기사들 중에서 1위이다.

 

예선전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세계대회의 참가자격은 몇 자리 되지 않고, 실력있는 기사는 많기 때문에 왕왕 20여명의 기사가 1장의 쿼터를 놓고 싸우게 된다.

 

2015년 LG배 예선전을 예로 들면 판윈뤄는 3명이 한국기사와 2명의 중국기사를 이기고 출전했다. 예선전을 통과하는 난이도는 중급정도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만큼 어렵다.

 

판윈뤄의 기재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16년 삼성배 8강에서 판윈뤄는 흑을 쥐고 한국랭킹1위의 박정환과 싸워서 2집반을 이기고 4강에 진출했다.

 

2017년 판윈뤄는 농심배에서 다시 박정환을 만난다. 농심배는 특수한 경기규칙으로 바둑팬들의 마음 속에 특별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

 

이번 경기에서 중국의 판팅위가 7연승을 거두며 한국의 주장 박정환 9단을 불러낸다. 박정환은 판팅위를 이긴 후, 다시 일본측 주장 이야마 유타9단을 꺽고, 다시 선배 이창호의 기적을 재견하고자 했다. 판윈뤄는 경기전에는 불리하다고 보았지만, 지금까지도 명국으로 일컬어지는 바둑을 두어 최종적으로 1집반의 승리를 거둔다.  

 

아쉽게도 운명의 신은 판윈뤄의 편이 아니었던 것같다. 2016년 삼성배 준결승에서 1:2로 퉈자시 9단에게 패배한다. 그리하여 결승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

 

이해 삼성배에서 4강에 올랐기 때문에 판윈뤄는 다음 해에 예선전을 거치지 않고 바로 본선에 출전하는 자격을 얻는다. 이것이 판윈뤄가 유일하게 예선전을 거치지 않고 얻은 세계대회 본선참가자격이다.

 

일반적인 상황하에서 에선면제권은 전년도 국내기사가 세계대회본선과 국내대회본선에서 얻은 성적으로 결정한다.

 

그런데 판윈뤄는 세계대회에서 항상 "예선성적출중 - 본선실패"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국내대회에서도 판윈뤄는 3번이나 결승에 진출하였으나 세번 모두 패배한다. 그리하여 충분한 점수를 모을 수 없어서, 예선먼제자격을 얻는 것은 힘들었다.

 

2020년 3월, 판윈뤄는 LG배에서 다시 예선전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다. 그런데 2020년 6월 3일 그가 만난 것은 한국이 제일인자 2000년생 신진서였다.

 

그 바둑에서 판윈뤄는 실력발휘를 못했고, 신진서는 거의 완벽했다. 판윈뤄는 결국 고배를 마셔야 했다.

 

판윈뤄는 아주 우수한 기사이고, 세계랭킹이 10위안에 들어간다 세계챔피언이 되기까지는 마지막 돌파만 남았다. 그러나 우리는 판윈러에게서 우리 자신의 그림자를 본다. 수천수만의 공부에서 뛰어난 성적을 나타내는 우등생의 그림자를 본다.

 

그들은 기실 이미 걸출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도달하기 어려운 성취를 거두었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그들이 받은 교육은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밖에 사람이 있다." "백척간두에서 한걸음 더 나가야 한다" 그들은 왕왕 더 높은 목표를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완벽해지고자 한다. 만일 목표를 달성못하면, 좌절하고, 싶패의 책임을 스스로가 강하지 못하다고 여겨서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WHO의 우울증에 대한 소개를 보면, "우울증은 사회, 심리와 생리요소가 복잡하게 상호작용하여 나타난 결과이다"

 

인생에서 좋지 않은 일을 만날 때(실업, 부모상, 심리상처등), 사람은 쉽게 우울증에 걸린다. 우울증은 더욱 큰 압력과 기능장애를 불러오고, 환자의 생활에 영향을 주어 우울증을 악화시키게 된다. 전세계에서 2.54억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우울증은 병도 아니다라는 말이 여전히 인터넷에서는 크게 호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일부 SNS에서는 우울증에 대하여 악이적으로 공격하는 글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어 더욱 그런 오해를 하게 되는 것같다.

 

기실, 일부 우울증환자는 부정적정서를 나타내고, 심지어 자살전에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일부 환자는 아무런 소리없이, 다른 사람들이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하에서 그의 정신상태는 이미 문제가 발생해버린다. 판윈뤄는 후자였다.

 

친구들의 기억에 따르면, 판윈뤄는 내향적이기는 하지만, 적극적이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대화도 잘 했다. 그러므로, 판윈러가 며칠전에 친구들 사이에서 이상한 모습을 보였지만(기실 전형적인 위험신호이다), 친구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판윈뤄가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난 것은 어떤 사람의 잘못때문은 아니다. 최고를 추구하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것이 잘못이 될 수는 없다. 경기는 원래 이렇게 잔혹하다. 경기에 참가하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실패할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은 그러하다.

 

단지 우리는 격렬한 경쟁애서 좌절을 겪을 때, 자신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스스로와 화해해야 한다.

 

필자는 한 마디 말로 본문을 끝내려 한다. 천당에 있는 판윈뤄에게 보내는 것이고, 또한 '충분히 우수하지 않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고 싶다:

 

"너는 이미 아주 우수하다. 너는 영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