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주옥기(周玉琪)
홍루몽에 이런 유명한 대련이 있다: "세사동명개학문(世事洞明皆學問), 인정연달즉문장(人情練達卽文章)"
뛰어난 홍루몽의 여자들 중에는 생활의 지혜가 뛰어난 여자들이 많다.
어떤 사람은 설보채(薛寶釵)의 팔면영롱(八面玲瓏)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봉저(鳳姐, 王熙鳳)의 풍풍화화(風風火火)를 좋아한다. 그리고 적지 않은 사람들은 평아(平兒)를 책에서의 "EQ제일인"으로 꼽는다.
확실히, 평아에게는 EQ가 높은 여인에게서 볼 수 있는 특징들이 있다. 우리가 그 중 한 두개를 배운다면 평생을 잘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2 '말을 예쁘게 잘 하는 여자는 누구든지 좋아하기 마련이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적지 않다. 그러나 아무도 평아처럼 한 마디 말로 고분고분 말을 듣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봉저는 성깔이 불과 같다. 아무도 그녀의 말에 토를 달지 못한다. 유독 평아만이 예외이다.
한번은 왕부인의 방에서 물건을 잃어버렸는데, 봉저가 여종들을 모조리 나오라고 해서, 기왓장을 깔고 태양아래에 무릎을 꿇고 있으며, 음식을 일체 먹지 못하게 하라고 한다. 모두 놀라서 한 마디도 내뱉지 못한다.
이때 평아가 말한다: "그렇게 마음 쓸 게 뭐 있습니까. 봐줄 때는 편하게 봐줘야지요 아랫사람들과 원한을 가급적 적게 맺는게 좋지 않습니까. 하물며 자신도 삼재팔난을 당해서 어렵사리 아이를 가졌다가 6,7달만에 잃었는데, 평소에 너무 신경을 많이 쓰다보니 기를 상해서 그럴지 어떻게 압니까."
여기에서, 평아는 직접적으로 여종들을 위하여 변명을 하지 않고, 친구같은 마음으로 봉저에게 덕과 선을 쌓아서 자신을 보양하라고 권한 것이다. 그리하여 봉저가 이들을 봐주게 만든다.
탐춘(探春)이 대관원의 개혁을 추진할 때, 하인들이 말을 잘 듣지 않자, 화가나서 평아에게 말한다: "대관원의 관리에 이렇게 많은 구멍이 있는데, 어찌 너희 주인마님은 생각지 못했느냐.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게 아닌가."
평아는 급하게 부인하지도 않고, 불비불항(不卑不亢)하게 대답한다: "기실 우리 마님도 생각을 했지요. 단지 아가씨들에게 억울한 일이 될까봐 말을 못꺼낸 것입니다. 지금도 이 일을 아가씨께서 직접 처리하시니, 다른 사람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인다: "이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아가씨께서 저희 마님의 평소의 정의를 잊지 않는 것입니다."
그녀의 한 마디 말은 봉저도 보호하고, 탐춘의 말도 따랐다. 그리고, '감정카드'를 끄집어 낸다. 그리하여 탐춘은 순식간에 화를 풀고, 공인된 EQ의 강자인 설보채 조차도 평아를 칭찬하게 된다.
대작가인 구스타프 플로베르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언어는 바로 하나의 전연기(展延機)이다. 감정을 영원히 늘여준다."
말하는 것도 큰 학문이다. EQ가 높은 사람의 한 마디는 항상 사람들에게 봄바람이 부는 것같은 느낌을 주고, 사반공배(事半功倍)의 효과를 가져온다.
이런 말도 있다. 만일 다른 사람이 네 말을 듣게 하려면, 다른 사람의 각도에서 문제를 생각해라.
평아가 봉저에게 권할 때, 친한 친구에게 마음을 얘기하듯이 해서, 봉저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말을 듣게 된다. 탐춘과 얘갛 때는 한 마디 '아가씨들에게 억울한 일이 될까봐'라는 말로 아가씨들의 호감을 샀다. 심지어 그녀의 임기응변의 "부드러운 말로 가련(賈璉)을 구해준 일은 가련으로 하여금 그녀에 대한 애정이 싹트게 했다.
천마디 말, 만마디 말보다 상대방의 심감(心坎)을 건드리는 것이 낫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 말하기의 둘도 없는 비결이다.
3.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야말로 진짜 능력이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감정을 배출하는 것은 너의 본능이고, 감정을 다스리는 것은 너의 진짜 능력이라고.
EQ가 높은 사람은 쉽게 자신의 감정에 좌우되어 비이성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
평아가 봉저와 가련의 사이를 주선할 때, 그리고 봉저를 위하여 집안 일을 처리할 때, 매일이 여리박빙(如履薄氷)이었다. 그러나 실태(失態)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가보옥(賈寶玉)도 일찌기 감탄한 바 있다: 가련의 속(俗), 봉저의 위(威), 평아가 그 둘의 사이를 잘 처리한 것은 실로 쉬운 일이 아니다.
한번은 봉저와 가련이 싸웠고, 부부는 모두 평아에게 화풀이를 했다. 다음날 가모(賈母)는 봉저를 불러 평아에게 사과하라고 명한다. 그러나, 평아가 먼저 나서서 봉저에게 머리를 숙인다: "마님의 생신에 제가 마님을 화나게 했으니 제가 죽어마땅합니다."
이는 '이퇴위진(以退爲進)'이다. 봉저의 체면을 충분히 살려주는 것이다. 봉저도 감동하여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두 사람은 다시 관계를 회복한다.
평아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알았다. 비록 마음 속으로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 되면 그것을 만족한다. 만일 자신의 감정대로 처리해서 화를 풀었다면 가련부부의 입장이 곤란해질 뿐아니라, 봉저의 신임도 철저히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다만 이것은 평아가 역래순수(逆來順受)할 줄만 안다는 것이 아니다. 나중에 평아와 봉저가 같이 일을 논의하는데 반쯤 농담으로 이렇게 말한다: "마님이 듣지 않으면, 이건 입도 아닙니다. 다시 한대 때리겠습니다. 설마 이 얼굴에 아직 맛보지 않은게 있겠습니까."
기실 이것은 면리장침(綿裏藏針)으로 봉저에게 일깨워준 것이다: 나에게 조금 더 잘해주세요.
이런 것으로 평아는 봉저의 신임을 얻었을 뿐아니라, 봉저로부터 존중도 받는다.
모두 말하기를 충동은 마귀이다. 한번 성깔을 부리는 시원하기는 하지만, 수습하기가 어렵다.
나폴레온은 이렇게 감탄한 적이 있다: "자기의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성 하나를 함락시킨 장군보다도 더욱 위대하다."
봉저는 걸핏하면 불같이 화를 낸다. 자신이 대단하다고 여긴다. 그 결과 화가 난 가련은 그녀를 "야차파(夜叉婆)"라고 욕한다. 그리고 하인들도 마음이 멀어진다.
사람들은 모두 이 이치를 안다. 그러나 자신의 작은 감정을 다스리기는 정말 어렵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만일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바로 벌컥 화를 내고, 한번 억울한 일을 당하면 죽기보다 괴로워하기만 하면, 일은 점점 더 엉망이 되어 버릴 것이다. 감정을 추스려야 비로소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가 있다.
처세는 평아처럼 해야 한다. 득의불망형(得意不忘形), 실의부실태(失意不失態). 스스로 감정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만일 역경(逆境)을 맞았을 때 물만난 고기처럼 잘 헤쳐나간다면, 순경(順境)을 만나면 자연히 광채를 발하게 될 것이다.
4. 마음 속에 저울을 가지고, 일하는데 분촌(分寸, 분수, 한계, 분별)을 지켜야 한다.
봉저는 성격이 불과 같고, 일처리가 대도활부(大刀闊斧)이고, 뒤를 생각지 않는다. 평아는 그러나 부드럽기가 물과 같고, 일처리를 하는데 윤물무성(潤物無聲), 적수불루(滴水不漏)이다.
조이낭(趙姨娘)이 채운(彩雲)을 종용하여 왕부인 방에서 물건을 훔쳤을 때, 실수하여 들켜버린다. 그리하여 하인들은 모두 겁을 먹는다.
평아는 우선 일이 커지지 않도록 할 것을 생각한다. 그래야 무고한 사람이 다치지 않는다.
봉저는 엄히 심문할 것을 준비하지만, 그녀는 먼저 암중으로 조사한다. 진상을 밝혀낸 후 평아는 사람을 모은다. 그리고 이 좀도둑은 평소에 좋은 자매였으니, 여기서 이름을 말하지는 않겠다. 스스로 알아서 해라라고 말한다.
여기까지 듣고는 채운이 스스로 나와서 잘못을 인정하고, 진상은 드러난다.
평아는 일처리의 원칙을 견지했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경고하고, 또한 자매의 정도 돌본다. 그리하여 서로간에 체면을 상하지 않고, 모두가 마음 속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모두가 욕하는 조이낭에 대하여도, 평아는 그녀가 탐춘의 생모인 점을 고려하여, 만일 그녀를 붙잡으면 탐춘의 체면이 구겨지게 된다고 여겨서 사람들과 상의한 다음에, 보옥으로 하여금 나서게 해서 사건을 덮어버린다.
이렇게 하여, 원래 계비구도(鷄飛狗跳)의 많은 사람이 연루될 수 있는 사건이, 평아의 손에서 깔끔하게 처리되고 끝난다.
일처리를 하는 것이 바로 사람됨이다. 평아는 집안을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일찌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큰 일은 작은 일로 만들고, 작은 일은 없는 일로 만들어야, 잘되는 집안이다(大事化爲小事, 小事化爲沒事, 方是興旺之家)"
삼모(三毛)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친구간에도 분촌을 잃어서는 안된다."
많은 경우에, 우리는 부지불식간의 거동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가 잠깐 생각을 잘못하면, 다른 사람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친구가 꺼리는 일을 가지고 농담거리로 삼는다거나, 관심을 나타낸다면서 다른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침범한다거나, 일처리에서 자신만 생각하다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신경쓰지 못한다거나...
분촌은 하나의 자이다. 남을 재는 동시에 자신도 잰다. 일처리하는데 분촌이 없다면, 다른 사람을 해칠 뿐아니라, 다른 사람이 자기를 멀리하게 만든다. 일처리할 때는 몇 걸음을 더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더 생각하여야 실수를 하지 않게 된다.
5. 선량, 이것이야말로 최고급의 EQ이다.
사람은 항상 쉽게 "EQ"를 '교제수완'이라고만 생각한다. 그저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일처리할지를 알면 높은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왕희봉의 교제수완은 고명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위로는 시아버지,시어머니, 아래로는 자매동서에 이르기까지 모두 잘 처리한다.
다만, 그녀는 '명시일분화(明是一盆火), 암시일파도(暗是一把刀)'로 목적달성을 위하여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하여 인심을 다 잃고, 마지막에는 "곡향금릉사경애(哭向金陵事更哀)"의 최후를 맞이한다.
설보채의 교제수단은 왕시봉보다 한단계 더 뛰어나다. 그녀는 "소혜전대체(小惠全大體)"를 알고, 인심을 얻는 것을 잘한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속속 그녀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임시무정야동인(任是無情也動人)"의 냉미인(冷美人)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존경할 수는 있지만 친근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들과 비교하면, 평아는 천성적으로 선량하고 순박하다.
어떤 일군은 모친이 병들었는데, 감히 봉저에게 휴가를 청하지 못했다. 그러자 평아가 나서서 반나절의 휴가를 준다.
눈이 내리는 날, 여러 자매들이 좋은 옷들을 입고 나왔는데, 형수연(邢岫煙)만 얇은 옷을 입고 있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평아는 그녀에게 대홍우사오(大紅羽紗袄)를 보내준다.
봉저는 우이저(尤二姐)를 대관원으로 속여서 데려온 후에, 암중으로 하인을 시켜 우이저를 괴롭힌다. 평아는 이를 보고 몰래 우이저에게 물건을 보내주고 자주 좋은 말로 위로한다.
우이저가 죽은 후, 봉저는 장례를 치를 돈도 주지 않았고, 가련은 화가나서 말도 할 수 없었는데, 다시 평아가 몰래 이백냥을 내서 우이저의 장례를 치뤄준다.
봉저의 심복으로 그녀는 충성을 다했다; 그러나 독립된 사람으로 그녀는 절대로 자신의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좋은 일을 하면서도 보답을 바라지 않았고, 그저 마음의 평안을 얻을 뿐이었다.
평아는 우리에게 말해준다: 가장 높은 등급의 EQ는 뛰어난 교제수완이 아니라, 내심에서 우러나는 선량이다.
그저 선량한 사람만이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줄 수 있고, 항상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고려해줄 수 있다.
그저 선량한 사람만이 비로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내심에서 우러나는 존중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
홍루몽의 여러 여자들 중에서 어떤 사람은 임대옥의 속좁음을 비판하고, 설보채의 허위를 비판하고, 봉저의 악독함을 비판하지만 거의 아무도 평아를 책망하지 않는다.
가모는 그녀를 좋은 아이라고 칭찬했고, 이환(李紈)은 그녀를 봉저의 '총열쇠'라고 했으며, 흥아(興兒)조차도 "사람됨이 아주 좋고, 항상 좋은 일을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평아는 자신의 지혜와 선량으로 뛰어난 EQ를 지닌 여인이 되었고,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 된다.
교제수완은 배울 수 있지만, 마음이 선량한 것이 최고이다. 평아에게서 이런 귀한 품성을 배운다면, 더욱 나은 자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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