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문학/홍루몽

홍루몽의 여자들 중에서 누가 가장 예쁠까?

중은우시 2018. 2. 20. 11:50

글: 유몽계(劉夢溪)


홍루몽에는 많은 여자들이 나오고, 재모(才貌)가 출중하다. 다만 작자는 미모를 묘사하면서 공필(工筆)과 사의(寫意)를 서로 결합시켜서 자주 구상을 추상화하고, 형체을 영동화(靈動化)히며, 환경을 의상화(意象化)하여 독자들에게 상상의 공간을 충분히 남겨주었다.


임대옥(林黛玉)의 용모는 당연히 아주 뛰어날 것이다. 그러나, 책을 다 뒤져보아도, 대옥의 용모가 어떤지 구체적인 묘사를 찾아볼 수가 없다. 심지어 얼굴이 긴편인지 둥근편인지, 눈이 큰편인지 작은편인지, 키가 큰편인지 작은편인지, 피부가 흰편인지 검은편인지도 언급이 없다. 그저 제3회에서 가부(賈府)로 들어갈 때, 가보옥(賈寶玉)의 눈을 통하여 그녀의 모습을 특별하게 묘사하는데 5개의 배구(排句)이다:


양만사축비축견연미(兩彎似蹙非蹙罥煙眉)

일쌍사희비희함정목(一雙似喜非喜含情目)

두개의 휘어진 찡그린 듯, 찡그리지 않은 듯 연기를 감은듯한 눈썹

하쌍의 기쁜듯 기쁘지않은 듯 정을 품은 눈


태생양염지수(態生兩靨之愁)

교습일신지병(嬌襲一身之病)

자태에서는 두 보조개에서 우수가 묻어나고

몸에서는 병색이 묻어나온다.


루광점점(淚光點點)

교천미미(嬌喘微微)

눈물빛이 점점이 있고

가볍게 기침을 한다


한정시여교화조수(閑靜時如嬌花照水)

행동처사약류부풍(行動處似弱柳扶風)

가만히 있을 때는 아름다운 꽃이 물에 비친 것같고

움직일 때면 약한 버드나무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같다


심교비간다일규(心較比干多一竅) 

병여시자승삼푼(病如西子勝三分)

마음은 비간보다 구멍이 하나더 있는 것같고

병색은 서시보다 더 심한 것같다.


눈은 썼다. 다만 그저 한쌍의 "함정목"이라고 했을 뿐이다. 그리고 "사희비희"의 모양이다. 죽어라 눈이 큰지 작은지 눈동자가 밝은지 아닌지는 적지 않고 있다. 심지어 쌍꺼풀인지 홑꺼풀인지도 적지 않았다. 진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극력 피한 것같다. 눈썹은 그저 가벼운 연기같다고만 하였으미, 굵은지 얇은지, 긴지 짧은지도 알 수가 없다. 당연히 이렇게 쓰면 쓸수록 사람들은 대옥이 더 아름답다고 여기게 된다. 아름다움이 얼마인지 예측도 안되고 상상도 되지 않으며,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예술표현에서의 피실취허(避實就虛), 불구궁진(不究窮盡), 유유여지(留有餘地)의 수법이다. 그래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작자와 함께 인물을 창조하게 되는 것이다.


사상운(史湘雲)은 더 심하다. 작자는 아예 사상운이 어떻게 생겼는지, 얼굴, 눈썹, 눈, 입에 대하여 정면으로 말한 적이 없다. 글자 한자도 써주지 않았다. 제21회를 보면, 사상운이 잠이 들었는데,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일파청사타어침반(一把靑絲拖於枕畔)

피지제흉(被只齊胸)

일만설백적방자략어피외(一彎雪白的膀子於被外)

우대착양개금탁자(又帶兩個金鐲子)

한무더기의 검은 머리카락이 베개옆에 놓여 있고

이불은 가슴까지 덮여 있다.

눈처럼 하얀 팔이 이불밖으로 나와 있고

금으로된 팔찌를 두개 차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검고 팔뚝이 하얐다. 그러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전혀 적어놓지 않았다.


제49회를 보면 사상운이 눈오는 날 입은 복장을 얘기하면서, "가모(賈母, 가보옥의 모친)가 그녀에게 준 초서뇌대면자대모흑회서리자리외발효대괘자를 입고, 머리에는 알운아황편금리대홍성성전소군투를 쓰고, 대초서풍령을 목에 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괘자를 벗자, "안에는 하나의 반쯤 새로운 고색삼양영수추향색반금오색수용착긍소수엄금은서단오를 입고 있었고, 안에는 짧은 수홍장단호휼습자를 입고 있으며, 허리에는 하나의 호접결자장수오색관조를 매고, 발아래에는 녹피소화를 신고 있어서, 더더욱 봉요원배(蜂腰猿背), 학세랑형(鶴勢螂形)이 두드러졌다."


바깥부터 안까지, 어떻게 입었는지는 세세하게 적으면서 유독 용모만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사상운의 몸매나 자태가 보통이 아님은 엿볼 수 있다. 현대적인 말로 한다면, 바스트 웨스트 히프의 차이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봉요(벌의 허리)'라는 말은 허리가 무척이나 가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그리고, '낭형(사마귀모양)'의 아름다움이라는 것만해도 충분히 이해가 되지 않는가.


제62회에 사상운이 작약인(芍藥裀)에 취해 누워있을 때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인 것은 이러했다: "사상운이 산의 궁벽진 곳의 돌의자위에 자고 있었다. 향기로운 꿈을 꾸며 달콤하게 자고 있는데, 사방에서 작약꽃이 그녀의 몸으로 날아왔다. 얼굴과 옷에는 모조리 빨간 꽃이 흩어져 있었고, 손에 들고 있던 부채는 땅에 떨어져 있었는데, 역시 반쯤 꽃에 묻혀 있었다. 한 무리의 벌과 나비가 웅웅 거리면서 그녀를 둘러싸고 있고, 손수건으로 작약꽃을 싸서 머리에 베고 있었다." 비록 여기에서 쓴 것은 모조리 사람의 신외지물(身外之物)이지만, 이미 미인의 이미지는 그대로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모두가 잘 알고 있다시피, 사상운은 잘 웃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가보옥을 '애가가(曖哥哥)'라고 부른다. 사상운에 관한 묘사는 이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홍루몽>의 독자라면, 모두 사상운이 예쁘다고 느낀다. 임대옥, 설보채(薛寶釵)와 함께 정족(鼎足)을 이루어 '삼미(三美)'라고 해도 될 정도이고, 서로간의 고하를 가리기 어렵다. 그러나 죽어라 억지로 파고들어서 누가 더 예쁜지를 가려보자.


당연히 우리가 <홍루몽>을 읽을 때의 심미적 경험으로는 보채, 대옥, 상운의 아름다움에 대한 윤곽은 상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피부색으로 따지자면 설보채가 가장 하얗고, 사상운이 다음이며, 임대옥이 그 다음이다.얼굴형으로 따지면 설보채는 대원(大圓)형이고, 사상운은 장원(長圓)형이고, 임대옥은 과자(瓜子)형이다. 살이 쪘는지 말랐는지로 보면 설보채가 가장 살이 많고, 사상운이 그 다음이며, 임대옥은 아주 말랐다. 몸매로 보자면 설보채는 체풍태족(體豊態足)으로 풍만한 스타일이고, 사상운은 관단분명(款段分明)으로 들어갈 데는 들어가고 나올 데는 나온 형이다. 대옥은 '소묘조(小苗條)의 날씬한 형이다. 얼마나 뛰어난 예술적인 재주를 지녀야 인물을 묘사하면서 이렇게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르게 이렇게 출신입화(出神入化)의 경지로 묘사할 수 있을까?


<홍루몽>에서 여성이 아름다움을 묘사하면서 자주 간접적인 묘사방식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상운취와(湘雲醉臥)"는 경치를 통하여 사람을 묘사하고, 물건을 통하여 사람을 묘사한 것이다. 작자의 관용적인 수법은 이 사람을 통하여 저 사람을 묘사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하여 '더하거나' '확인하거나' '거짓이라고 밝히는' 것이다.


제74회를 보면 왕부인의 눈으로 청문(晴雯)을 이렇게 본다: "지난 번에 우리가 노태태(老太太, 노부인)을 따라서 대관원에 놀러갔을 때, 한 수사요(水蛇腰)에 삭견방(削肩膀)에 눈썹과 눈은 너의 임매매(임대옥)을 닮은 아이가 거기에서 소야두(小丫頭, 작은 여종)을 욕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 모습이 눈꼴시렸다." 비록 청문을 폄하하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거기에서 청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가 있다. "수사요, 삭견방"은 청문의 몸매에 대한 묘사이다. 현대인의 눈으로 보더라도 이런 몸매라면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다가 '눈과 눈썹이 임대옥'을 닮았다니, 이것만으로도 청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바로 알 수가 있다. 그러나, 직접적인 묘사는 아니고, 임대옥의 아름다움을 빌어서 청문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것이다.


왕부인이 청문을 폄하하는 말을 하기 전에 이미 악노(惡奴) 왕선보(王善保) 집사람이 이미 청문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모함을 한 바 있다: "태태(太太, 부인)은 모르십니다. 보옥의 방에 있는 청문이라는 아이가 있는데, 그 년은 타고난 용모가 다른 사람들보다 예쁜 것을 이용하여, 그리고 말잘하는 입을 가지고, 매일 서시(西施)처럼 치장을 하고서 사람들 앞에서 하고싶은대로 말하고, 날카로우며 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한 마디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두 눈을 부릅뜨고 욕을 해버리면서, 요망한 모양이니, 체통이 서지 않습니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 첨유가초(添油加醋)의 살을 덧붙인 비방의 말을 보면서, 비방하는 자에 대하여 미워하는 마음이 이는 동시에 반대로 악의적으로 왜곡된 이야기 속에서 청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알 수가 있다.


생각해보라. "타고난 용모가 다른 사람들보다 예쁜 것을 이용하여"라는 말은 직접적으로 청문을 죽어라 미워하는 사람도 그녀의 아름다움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아닌가. 심지어, "서시처럼 치장을 하고", "그리고 말잘하는 입을 가지고" "요망하게"등의 형용어를 보면 억중지양(抑中之揚), 폄중지포(貶中之褒), 반중지정(反中之正)이 효과를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왕부인과 왕선보집사람'이 대화할 때, 왕희봉(王熙鳳)이 끼어들어 화룡점정이 말을 내뱉는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만일 이들 아두들을 얘기하자면 다 같이 비교하더라도 청문만큼 예쁜 아이가 없다." 이것은 바로 <홍루몽>의 모든 아환(丫鬟), 습인(襲人), 평아(平兒), 원앙(鴛鴦) 그리고 자견(紫鵑), 향릉(香菱), 금천(金釧)이 모두 청문과 아름다움을 비교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즉, 청문은 대관원에서 아환들 중에서는 최고미인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제74회의 왕부인의 말을 자세히 음미해보면, 우리는 폄하하는 말을 통하여 청문의 아름다움과 대옥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무의식중에 간접적으로 혹은 최소한 왕부인의 잠재의식 속에 우리의 임대옥을 폄하하려는 마음이 들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홍루몽> 작자의 그 춘추지필(春秋之筆)은 정말 현란하여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왕선보집사람은 청문을 '매일 서시처럼 치장을 하고'라고 했는데, 이 점은 음미할 만하다. 세심한 독자라면 반드시 알고 있을 것이다. 책에서 청문은 가장 꾸미지 않는 여자아이라는 것을. 그렇다면 도대체 그녀의 말은 서시처럼 아름답다는 말인가, 아니면 서시처럼 꾸미고 다닌다는 말인가? 확실히 작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같다. 청문의 아름다움은 바로 서시의 아름다움이라고. 그리고 제3회에 임대옥이 가부에 들어갈 때 가보옥이 본 임대옥이 아름다움은 바로 '병여서시승삼품'이다. 이를 보면 대옥과 청문은 같은 성격의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홍루몽이 여인들 중 누가 가장 아름다울까? 소저들 중에서는 임대옥이 가장 아름답고, 아환들 중에서는 청문이 가장 아름답다. 이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댓글로 달아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