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오대십국)

주온(朱溫)은 어떻게 권력을 잡았는가?

by 중은우시 2014. 10. 2.

글: 장손아문군(長孫蕥文君)

 

주온은 행운아였다. 대당왕조가 황소의 난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항장(降將)인 그는 전략요지인 동주(同州)를 조정에 두손들어 바쳤다는 것으로 인하여 선무절도사(宣撫節度使)의 관직을 얻는다. 선무(변주)는 중원에 위치해 있고, 서로는 동도 낙양을, 동으로는 산동, 서주에 맞닿아 있으며, 남으로는 '부귀지향' 양주와 붙어 있다. 실로 사통팔달의 요지였다. 동시에, 주온은 황제가 친히 하사한 주전충(朱全忠)이라는 이름까지 얻는 무상의 영광을 누린다. 투항한 적군의 장군으로서 이렇게 뛰어난 대우를 받는 것은 역사상 몇 사람되지 않을 정도이다.

 

다만 주온은 불행하기도 했다. 그가 선무의 절도사로 부임할 때, 수중에 병력이 거의 없었다. 그는 거의 맨손으로 일어선다. 부임한지 얼마되지 않아, 황소는 장안에서 철수하여 동쪽으로 군대를 몰고 와서 변주를 공격한다. 다행히 이극용(李克用)이 적시에 도와주어 황소의 진공을 격퇴시킬 수 있었다. 주온은 전화위복으로 적지 않은 황소의 장수와 병사를 거두어들인다. 그리하여 실력에 이전보다 훨씬 커진다. 황소가 평정되자, 중원은 원래 태평시대를 맞이해야 했다. 그러나 전란의 수레바퀴는 앞으로 굴러오고 있었다. 중원의 국면은 오히려 더욱 혼란스럽고 위험하게 바뀐다. 주온은 다시 부득이하게 황소보다 더욱 큰 위협에 직면해야 했다.

 

진종권(秦宗權)이 강력하게 굴기하다

 

자고이래로 중원은 병가필쟁지지(兵家必爭之地)이다. 황소의 난때 황소는 여러번 중원으로 쇄도해 들어갔고, 그가 가는 곳은 공성약지(攻城略地), 살인영야(殺人盈野)했다. 황소가 승리하면서 중원의 역량은 크게 약화된다. 야심을 가진 절도사들은 중원이라는 탐나는 고기를 앞에 두고 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진종한은 원래 길들여지지 않은 인물이다. 주급(周岌)이 무력으로 허주(許州)를 차지할 때, 그도 무력으로 채주(蔡州)를 차지한다. 그 후에 군대를 파견하여 양복광(楊復光)을 뒤따라 등주(鄧州)를 수복한다. 진종한은 이로 인하여 봉국군절도사(奉國君節度使)에 봉해진다. 황소가 병력을 이끌고 동진할 때, 다시 황소를 뒤따라 공성약지하며 자신의 실력은 줄어들지 않고 더욱 커진다. 황소가 평정된 후, 중원은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그의 야심은 그리하여 더욱 팽창하고, 거대한 계획을 시작한다.

 

광계(光啓)원년(885년) 이월, 진종권은 정식으로 대제황제(大齊皇帝)를 칭하고 그후에 각지로 군대를 파견하여 문어가 8개의 발을 펼치는 것처럼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갔다.

 

양주(襄州)에서 산남동도절도사 유거용(劉巨容)은 진종권의 강력한 군대를 맞이하여 연전연패하는 상황하에서 부득이 성을 버리고 도망치게 된다. 이 유거용이 예전에 형문(荊門)에서 적은 수로 많은 적을 물리치며 황소의 수십만대군을 궤멸시켜 황소가 동쪽으로 도망치며 겨우 수천의 병력만 남게 만든 인물이다. 그런데 이제 더욱 강력한 진종권을 만났다. 유거용은 어떻게 해도 물리칠 수가 없었다.

 

동도(낙양)에서 낙양을 지키고 있던 이한지(李罕之)는 진종권의 군대와 몇 달을 싸우나, 결국 버티지 못하고 성을 버리고 도망친다.

허주에서 충무절도사 녹안홍(鹿晏弘)은 진종권의 군대를 버텨내지 못하고 전사한다.

맹주(孟州)에서 하양절도사 제갈중방(諸葛仲方)은 진종권의 군대를 버텨내지 못하고 성을 버리고 도망친다.

......

 

진종권의 전적은 이렇게 휘황해서 사람들이 전율을 느끼게 만들었다. 사람들을 더욱 전율하게 만드는 것은 진종권의 군대는 바로 악마의 재림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군량이 부족한 것을 걱정한 바 없다. 왜냐하면 그들의 눈에, 아무런 무기도 들지 않은 백성들이 바로 살아있는 식량이었기 때문이다. 백성을 도살하고 그들의 고기를 잘라서, 소금으로 절여서 건량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다니며 먹었다. 군량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진종권의 부대는 자연히 천리를 전전하며 싸울 수 있었다. 이 싸움은 얼마든지 길게 싸울 수 있었다. 보통의 병사들이 이들 악마의 적수가 될 수 있었겠는가?

 

진종권의 황제꿈은 곧 실현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굴복하지 않는 사나이는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그가 백전백승하는 상황하에서 첫번째 골치거리가 나타난다. 그는 바로 진주자사(陳州刺史) 조주(趙犨)이다. 조주는 이전부터 골치거리였다. 진주는 이전에도 수천의 병력만으로 황소의 수십만군대를 버텨낸 바 있었다. 그것도 300일을. 또한 당시 황소의 군대도 마찬가지로 사람을 죽여서 건량으로 삼았었다. 전투경험이 이처럼 풍부한 조주는 진종권의 군대를 맞이하면서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병사가 오면 장군으로 막고 물이 오면 흙으로 막는다는 태도로 완강하게 진종권의 여러번에 걸친 공격을 막아낸다.

 

진종한이 맞이한 두번째 골치거리는 바로 선무절도사 주온이었다. 진종한의 군대는 매번 선무절도사의 군대를 만날 때마다 진주에서와 마찬가지로 실패하곤 했다.

 

두 명의 골치거리때문에 진종한은 편하게 지내지 못한다.

 

주온의 준비

 

선무절도사의 관직을 얻은 후, 주온은 하루도 좋은 나날을 보내지 못하고 하루하루가 전전긍긍이었다. 지금은 자신의 이웃이 하나하나 함락당하는 것을 두눈 멀거니 뜨고 보고 있어야 하니, 그는 하루하루가 여리박빙(如履薄氷)이었다. 당연히, 주온이 예전에 황소를 따라 거병할 때도 이런 위험한 국면을 적지 않게 맞았었다. 방법은 항상 곤란보다 많다. 주온은 하나 또 하나의 방법을 생각해낸다.

 

첫번째 방법은 역시 오래된 방법이었다. 자신의 실력을 확충하는 것이다. 신속히 자신의 실력을 확충하려면, 자신의 관할지역을 넓힐 수밖에 없다. 바로 주온이 힘들게 고민할 때 기회는 찾아온다. 선무의 서쪽에 있는 작은 번진 의성(義成)에서 내란이 일어난다. 원인은 무엇일까? 아주 간단하다. 의성절도사 안사유(安師儒)는 심복대장을 편애했고, 심복대장의 비위행위로 의성진의 내부사람들이 원망을 품게 되고 그 원망이 한데 모아져서 폭발한다. 재난은 피할 수도 없이 닥친다. 바로 병변(兵變)이 일어난 것이다. 병변발생후, 의성은 혼란에 빠진다. 주온은 기회를 틈타 병력을 보내어 활주(滑州)를 점령하고 정식으로 의성진을 병합한다.

 

두번째 방법은 외부지원을 요청하는 것이다. 일찌기 그를 지원해주었던 이극용을 이번에는 주온이 상원역(上源驛)에서 이극용의 부대를 불태운다. 이극용은 요행히 탈출하고, 이후로 두 사람은 원수가 된다. 그러니 그의 도움은 기대할 수 없다. 이번에 주온은 한쌍의 형제를 찾는다. 천평절도사 주선(朱瑄)과 태녕절도사 주근(朱瑾)이다. 주선과 주근은 모두 병변을 일으켜 천평과 태녕을 차지한 사람들이다. 두 형제는 모두 교활하고 간사하며 악독한 자들이다. 주온은 지금 이런 자가 필요하다. 주온은 주선과 주근이 모두 주씨인 것을 보고, 아예 이 둘과 결의형제를 맺어버린다. 결의형제가 되었으니, 주선과 주근은 그가 부탁하면 호응할 것이다. 그후 주온은 더 이상 혼자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3명이서 합쳐 싸우게 된다.

 

진종권의 강력한 진공에 맞서서 주온은 이미 준비를 마쳤다. 진종한의 소규모부대가 계속하여 공격하였지만 주온은 전혀 위기를 맞아 흔들리지 않고 담담하게 그들의 진격을 격퇴한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이들 소규모부대의 교란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진정한 최대의 위협은 역시 진종권이다. 진종권이 있는 한 선무는 안전할 수 없다. 진종권을 제거하는 것만이 일체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된다.

 

최후의 대결

 

매번 진종권이 자신의 군대가 주온의 손에 패배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상대하기 쉽지 않은 조주는 그만두고라고 주온은 예전에 황소에게 멸망할 뻔한 자인데, 자신의 진공을 여러번 막아내다니. 자신의 군대는 지금까지 파죽지세였는데, 왜 주온을 만나기만 하면 패배한단 말인가. 그는 분노한다. 자신이 친히 병력을 이끌고 주온을 없애버리기로 결정한다. 광계3년(887년) 진종권은 십오만 정예병려을 이끌고 호호탕탕하게 변주로 쇄도해 들어간다. 진종권은 자신이 군대를 변효촌에 주둔시키고, 대장을 지휘하여 변주를 물샐틈없이 포위한다.

 

주온은 진종권이 자신을 찾아온 것을 보고, 급히 사람을 보내어 자신의 결의형제 주선과 주근에게 도움을 구한다. 주선과 주근은 그 소식을 듣자, 자신의 형제가 이번에는 정말 멸정지재(滅頂之災)를 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형제 둘은 친히 정병을 이끌고 변주로 가서 지원한다. 강력한 지원부대를 가진 주온은 약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는 여러 대장들을 불러모은 다음 성대한 연회를 베푼다.

 

연회? 잘못 들은 것이 아니다. 이렇게 화급한 시기에 누가 한가롭게 술이나 마시고 고기나 먹고 싶은 생각이 들겠는가. 여러 대장들은 하나하나 그 말을 듣고는 눈을 멍하니 뜨고 입을 떡 벌린다. 주온은 해명하지 않고 계속 하여 연회에서는 반드시 북소리를 크게 울려야 한다고 선포한다. 긜고 성밖의 적군이 들을 때까지. 명령을 내린 다음 성대한 연회가 시작된다.

 

성밖의 진종권군대는 변주성내에서 이렇게 요란한 연회소리가 들리자 하나같이 모두 기이해 한다. 선무군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우리가 너츨 공격하러 왔는데, 너는 방어를 강화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안에서 무슨 연회를 거행하는 것같다니. 병사들은 바로 이 사실을 진종권에게 보고한다. 진종권은 그 말을 들은 후, 가가대소한다. 주온이 역시 겁나는구나. 현재 이렇게 하는 것은 그저 며칠이라도 즐겁게 지내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진종권은 여전히 명령을 내린다. 급히 공격하지 않고 며칠을 기다려 변주의 병사들 사기가 저하될 때 일거에 변주를 공격하여 마음 속의 원한을 풀자고.

 

바로 이 때 돌연 다른 병사가 와서 보고한다. 주온이 변주의 병사를 이끌고 군영으로 쇄도해 온다는 것이다. 천평절도사 주선과 태녕절도사 주근의 군대도 이미 군영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종권은 놀라마지 않는다. 그제서야 변주성안의 연회는 그저 의병지계(疑兵之計)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주온은 일찌감치 자신을 상대할 대책을 강구해 놓은 것이다. 그저 자신이 생각지 못했을 뿐이고.

 

원래, 주온은 연회가 절반정도 거행되었을 때, 여러 장병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선포한다. 연회를 거행하는 것은 그저 의병지계라고. 그저 진종권을 마비시키기 위한 것이다. 현재 진종권은 반드시 경계를 느슨하게 하고 있을 것이다. 이때가 바로 진종권을 기습할 가장 좋은 시기이다. 여러 장수들은 하나같이 환호작약했고, 속속 갑옷을 챙겨 입고 무기를 들었다. 주온의 지휘하에 변주성을 나서서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고 있던 진종권을 향하여 쇄도했다. 주선과 주근도 이때 정예병을 이끌고 주온과 합친다. 진종권의 군대를 향하여 합공을 한다.

 

진종권의 군대는 원래 주온이 이미 저항을 포기했다고 여겼다. 주온이 이렇게 나올 줄을 생각지도 못했다. 졸지에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속속 궤멸한다. 진종권은 형세가 좋지 않음을 보고, 친병을 이끌고 황망하게 채주로 철수한다.

 

변효촌의 일전은 주온이 기계(奇計)로 강대한 진종권을 격패시켰다. 선무의 긴장된 국면은 마침내 완화된 것이다.

 

진종권의 멸망

 

진종권이 변효촌에서 패배하였다는 소식이 각지로 퍼진다. 양주, 동도, 맹주, 허주등지의 수비군은 속속 성을 버리고 도망친다. 빨리 얻은 성은 빨리 잃는다.

 

주온은 기세를 그대로 밀어부쳐 채주로 향한다. 진종권은 완강하게 저항한다. 주온은 일시에 함락시키기는 어렵다고 보고 변주로 되돌아 온다. 단지 대장 호원종(胡元琮)을 남겨두어 채주를 포위하게 한다. 어려움을 겪고도 죽지 않은 진종권은 호원종이 방비를 소홀히 하는 틈을 타서, 선무군을 격패시키고, 호원종을 생포한다. 그리고 그 기세를 타고 허주를 공격하여 취한다. 소위 "복은 화에서 오고, 화는 복에서 온다"는 말 그대로이다. 세상 일이란 것은 항상 예측하기 어렵다. 개선하고 돌아오는 진종권이 막 채주에 도착했을 때, 아끼는 장수 신총(申叢)에게 구금된다. 다리도 한 쪽이 잘린다. 순식간에 진종권은 대제황제에서 처참한 죄수로 전락한다. 어쨌든 진종권의 대세는 이미 기울었고, 이제 그가 하는 모든 것은 그저 우리에 갇힌 맹수의 몸부림이었다. 눈이 밝은 부하들은 속죄를 하고 공을 세우기 위하여 자신들의 주군을 팔아먹는다. 진종권을 공명을 취득할 수 있는 좋은 거리로 여긴다.

 

얼마후, 진종권은 변주로 보내어진다. 생각지도 못하게 주온은 아주 잘 대해준다. 그러나 진종권은 주온의 정을 받아주지 않고 강철사나이의 기개를 보인다. 주온도 잘대해주는 것은 잘대해주는 것이고, 할 일은 해야 했다. 주온은 죄수수레에 실어 진종권을 다시 장안으로 보낸다. 형장으로 가는 길에 진종권은 가만있지 않았다. 직접 길 양쪽에 늘어선 관중들에게 소리친다: "나 진종권이 설마 반란을 일으킬 사람으로 보이는가. 나는 그저 조정에 충성을 다하려 했지만 성과가 없었을 뿐이다."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모두 가대소했다. 그 웃음소리 속에서 진종권의 목은 땅에 떨어진다.

 

진종권이 주살되자, 주온은 그 기회를 틈타 중원의 여러 번진을 병합한다. 자신의 실력이 다시 더 커졌다. 위기 속에서 생존한다. 주온은 이 말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