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명)

주첨기(朱瞻基)의 난제: 숙부 주고수(朱高燧)를 어떻게 할 것인가?

중은우시 2018. 7. 12. 12:09

글: 두문자(杜文子)


주고수는 명성조 영락제 주체의 셋째아들이다. 주고치(朱高熾)의 동생이고, 주첨기의 셋째숙부이다. 황위와 인연이 없었던 그는 그러나 야심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간이 작아서, 혼자서 무엇을 하지는 못하고, 항상 둘째형인 주고후(朱高煦)와 힘을 합쳐서 태자 주고치를 음해했다.


영락15년, 주고후는 주체에 의하여 강제로 산동 낙안으로 보내어져서 한왕이 된다. 주고수는 점점 자신의 소집단을 형성하고, 음모를 시작한다. 그의 심복인 맹현(孟賢)등은 영락21년 주체를 모해하고 주고수를 황제로 옹립하려고 기도한다. 그러나 일이 발각되어, 주고수는 혼비백산한다. 다행히 인후한 태자 주고치가 주체에게 청을 하여 주고수는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주체가 죽은 후, 주고치가 황위를 승계한다. 아마도 감사하는 마음에서였는지, 아니면 아마도 자신의 약점을 상대방이 알고 있어서인지, 주고수는 과거의 적대적인 태도를 완전히 버리고 착실하게 행동한다.


주고치도 이 셋째동생을 냉대하지 않았다. 그에게 하남 팽덕에 멋진 조왕부(趙王府)를 지어주고, 조왕비를 책봉하고, 하사품이 끊이지 않았다. 주고수는 이에 대하여 감동을 받았고, 주도적으로 나서서 왕부의 상산좌우이호위관군(常山左右二護衛官軍)을 삭감하여 일위(一衛)만 남기도록 청한다.


얼마 후, 주고치가 죽고, 주첨기가 등극한다. 주첨기는 주고치처럼 '선량'하지 않았다. 어쨌든 이전에 주고수는 여러번 주고후와 힘을 합쳐서 주첨기의 부친 주고치를 음해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심복은 일찌기 할아버지 주체를 독살하려고 했었다. 이들 음모가 성공했더라면, 선덕제 주첨기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주첨기는 이 유일하게 건재한 숙부를 눈엣가시로 여기게 된다.


주고수는 시류를 잘 읽었다. 그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신의 원래 북경창고에 있던 녹미 850석을 조정에 헌납한다. 이를 통해 충성심을 나타낸다. 그렇기는 해도, 주고수는 여전히 주첨기와의 사이에 생긴 갈등의 골을 메울 수는 없었다.


먼저 이 문제를 인식한 사람은 주첨기가 태자로 있을 때의 스승인 진산(陳山)이었다.


주첨기가 주고후의 난을 평정하고 돌아오는 도중에, 호부상서 진산이 어가를 맞이하기 위해서 나와서, 주첨기에게 진언한다: "한왕과 조왕은 원래 한편입니다. 지금 폐하게 한왕을 평정했으니, 마땅히 승기를 틈타 군대를 하남 창덕으로 데려가서 조왕을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대명은 베개를 높이 베고 편안히 잠잘 수 있을 것입니다."


주첨기는 그의 말을 들은 후 아주 기뻤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아직까지 완전히 결심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모술수에 능한 대학사 양영(楊榮)을 불러서 상의한다. 양영도 찬성하고, 주첨기에게 신속히 행동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주첨기는 그래도 자신이 없었다. 어쨌든 홍희조(주고치)때부터 지금까지 주고수는 무슨 과오를 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병력을 출동시켜 사람을 체포한다면, 명분이 서질 않는다.


그래서 주첨기는 다시 하원길(夏元吉), 건의(蹇義) 두 상서(尙書)를 불러 상의한다. 두 사람도 이의가 없었다. 이때 양영이 의견을 내놓는다: 먼저 칙서를 써서, 사람을 시켜 창덕으로 보냅시다. 한왕 주고후의 모반에 조왕이 연루된 일을 직접 알리고, 그에게 역모의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질책합시다. 그리고 그가 군대를 움직일 때, 조정의 군대로 창덕을 신속히 습격하여 조왕을 붙잡읍시다."


그의 말을 들은 후, 주첨기는 양영의 건의에 찬동한다. 그리서 바로 성지를 전한다. 각신(閣臣) 양사기(楊士奇)에게 조서를 초안하라고 한다. 그런데, 양사기는 조서초안을 거절한다. 그리고 양영에게 반문한다: "이런 일은 진실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설마 천지귀신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다시 말해서 조왕을 체포하려면 적합한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양사기가 황제의 명을 거역하자 양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 그래서 양사기에게 소리친다: "이것은 국가대사이다. 네가 어찌 막을 수 있단 말이냐. 조왕을 체포하는 명분은 금의위로 하여금 붙잡한 한왕부의 사람을 데려와 심문만 한번 하면 나온다. 한왕이 조왕과 공모하여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을 대면 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양사기는 즉시 반문한다: "금의위가 심문해서 얻은 진술서로 어찌 천하인들을 설득할 수 있겠습니까?" 말을 마치고 양사기는 떠나버린다.


양사기는 주고수는 주체의 아들이고, 조정에서는 그를 잘 대우하면서 방비만 잘하면 된다고 여겼다. 다시 말해서 주체를 독살하려던 일같은 것은 이미 오래 지난 일이고, 주고수가 반드시 그 일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런대도 병력을 일으켜 진압하려 한다면, 주체의 재천지령에 고하기 어렵다. 또 다른 대신인 양부(楊溥)도 양사기의 견해에 찬동한다.


주첨기는 양사기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보고는 역시 이치에 맞지 않는게 아니라고 여긴다.


그러나 조정신하들은 계속하여 주첨기에게 진언했다. 마땅히 신속히 병력을 창덕으로 보내어 주고수를 붙잡아 북경으로 압송해야 한다고. 결심을 내리지 못하고 있던 주첨기는 양사기를 불러서 물어본다. 양사기는 주첨기가 주고수를 "보전(保全)"해줄 것을 바랐다.


어떻게 '보전'하는가. 그것은 바로 가족의 정을 잃지 않으면서, 주고수의 병권을 빼앗아, 근심거리를 없애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양사기는 주첨기에게 이렇게 건의한다: "직접 조왕에게 카드를 내미십시오. 주고수를 탄핵하는 상소문을 그에게 보내어 보여주십시오."


그후 주첨기는 셋째숙부 주고수에게 서신을 쓴다. 그리고 상소문도 함께 보낸다. 서신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숙부를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소인배들이 부귀를 탐하여, 붕당을 결성하는 것"이 겁난다. 그렇게 해서 숙부까지 연루될까봐 걱정되니, 숙부께서 알아서 해주시길 바란다.


황제의 친필서신과 대신의 상소문을 받아본 주고수는 격동하여 통곡한다. 그리고는 말한다: "살 수 있게 되었다. 살 수 있게 되었다." 그 후에 주첨기에게 회신을 보낸다. 첫째는 자신이 감격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둘째는 조정에서 조왕부의 모든 호위군대를 없앨 것을 청한다.


이렇게 하여 일거에 문제가 해결된다. 주첨기는 '공경불여종명(恭敬不如從命)"으로 주고수의 호위군대를 북방의 변방으로 이동시킨다. 이 결과로 모두 기뻐하게 된다. 주첨기는 갈수록 조왕을 '보전'해준 양사기를 중시한다. 그는 양사기에에 이렇게 말한다: "조왕이 보전될 수 있었던 것은, 경의 힘때문이다."


조왕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된 것은 주첨기의 모략과 재능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