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개주(李開周)
세상에 보검은 일본도(카타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마스커스검의 명성도 그에 못지 않다.
다마스커스는 시라이의 수도이지만, 다마스커스검의 생산지는 시리아에 한정되지 않고, 고대인도, 고대페르시아, 지금의 중앙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도 모두 다마스커스검을 만들었다.
다마스커스검의 외재적인 특징은 먼저 아주 날카롭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검신(劍身)에 아주 가늘고 작은 거치상(鋸齒狀)의 화문(花紋)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화문은 인공으로 조각한 것이 아니라, 단조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이 검이 다마스커스검으로 이름을 얻은 것은 기독교세계와 아랍세계간에 이루어진 장기간의 전쟁 즉 십자군전쟁때문이다.
강호에 전해져 내려오는 바에 따르면, 제3차 십자군원정(1189-1192, 개략 김용무협소설에서 곽정의 부친 곽소천이 살아있을 때즘이다)때 십자군의 우두머리인 사자왕 리처드1세와 아랍세계의 우두머리인 살라딘 술탄이 다마스커스에서 만난다.
살라딘은 바닥에서 오리털을 채운 비단카페트를 들어올려 사자왕에게 소리쳤다고 한다: "나의 형제여. 그대의 검은 이 카페트를 자를 수 있는가?"
"안된다. 확실히 안된다." 사자왕이 대답했다. "세계의 그 어떤 검이라도 설사 아더왕의 검이라고 고정적으로 지탱하지 않고 있는 물건을 자를 수는 없다."
"그러면 잘 보아라." 살라딘 술탄은 소매를 걷고, 패도를 꺼내서 가볍게 휘두른다. 그러자 그 카페트는 둘로 갈라진다.
사자왕이 놀라서 말한다: "그건 마술이 아니냐"
살라딘 술탄은 가볍게 웃으며 얼굴을 가리고 있던 면사를 벗어 공중에 던진다. 면사가 바닥에 떨어질 때쯤, 그는 다시 한번 패도를 꺼내든다. 칼등이 아래로 향하고 칼날이 위로 향했다. 그러자 면사가 칼날을 지나면서 하락하는 속도는 조금도 늦추어지지 않음녀서, 둘로 갈라져 버린 것이다.
사자왕은 대경실색한다. 이럴 수가. 세상에 이렇게 날카로운 보검이 있단 말인가. 우리의 거칠고 무거운 검이 어찌 상대할 수 있을까. 됐다. 우리가 물러나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사자왕은 십자군을 이끌고 후퇴한다. 전투는 그렇게 종식된다. 이 전투를 거치면서, 다마스커스검의 명성은 크게 떨쳐지고, 서방의 무수한 사람들은 그 날카로운 비밀을 탐구하고자 했다.
검이 날카로우려면 반드시 단단해야 한다. 순금, 순은, 순동은 모두 검을 만드는데 적당하지 않다. 그리고 그것들은 철보다 비싸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철보다 부드럽다.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과거에 다마스커스검의 제조에 쓰이는 철은 모두 근당으로 팔았다. 가격은 동이나 은보다 비쌌다. 거의 황금 가격이었다.
러시아시인인 푸시킨은 일찌기 의인적인 수사로 황금과 철의 다음과 같은 대화를 쓴 바 있다.
금: 모든 것은 내 것이다.
철: 모든 것은 내 것이다.
금: 나는 모든 것을 살 수 있다.
철: 나는 모든 것을 빼앗을 수 있다.
철은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다. 황금은 왜 안될까? 왜먀하면 황금으로는 날카로운 도검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철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운철(隕鐵)에서도 나오고, 철광(鐵鑛)에서도 나온다. 철광석의 철은 주로 산화철(그리고 소량의 탄산철)이다. 철을 산화철에서 환원시키려면 제련이 필요하다.
세계각국의 야금공예는 모두 무에서 유를 창조했고, 열악한 것에서 정교한 것을 만들어냈다.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초기의 연철은 노(爐)의 온도가 너무 낮았고, 잡질이 너무 많았다. 그리하여 그저 쇳덩어리를 제련해낼 수 있을 뿐이었다. 안에는 가느다른 구멍도 있고, 철이 포함된 외에 지나치게 많은 탄소와 유황이 포함되어 있었다. 오늘날 "괴연철(壞練鐵)"이라고 부르는 것이고, 아주 단단하지만 도검을 만드는데 적합하지는 않다. 왜 그런가? 너무 잘 부서진다. 힘을 주어 부딛치면 부서져서 쇳조각이 된다. 마치 다이아몬드같이 무척이나 단단하여 유리에 흠을 낼 수도 있고, 암석을 뚫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격렬하게 부딛치는 것에는 버티질 못한다. 못믿겠거던 여자친구의 손가락에서 다이아반지를 꺼내서 망치로 내려쳐보라. 그러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사람들은 노의 온도를 높인다. 괴연철의 기초 위에서 계속 제련하여 생철을 얻어낸다. 생철도 잘 부서진다. 비록 괴연철처럼 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도검을 만드는데 적합하지는 않다. 주걱이나 철봉을 만드는데 쓸 수 있을 정도이다.
야금술이 계속 업그레이드되면서, 사람들은 생철을 재가공하여 탄소를 제거하고 잡질을 제거하여 순수하게만들어 숙철(熟鐵)을 얻어낸다. 숙철은 유연성과 신축성이 아주 뛰어나다. 내리쳐도 끊어지지 않으며 늘여도 잘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너무 부드럽다.
생철은 너무 잘 부서지고, 숙철은 너무 부드럽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무엇으로 무기를 만들 것인가. 다행히 총명한 조상들은 오랫동안의 실생활경험에서 개선된 철을 만들어 낸다. 강(鋼).
원소주기표에 '강'은 없다. 강은 철에 속한다. 그것은 탄소함유량이 딱 좋은 철이다.
재료화학가는 탄소함유량을 근거로 생철, 숙철과 강을 구분한다. 탄소함유량이 2%이상인 철은 생철이다; 탄소함유량이 0.02%이하인 철은 숙철이다. 탄소함유량이 생철과 숙철의 중간인 철이 강이다.
강은 생철보다 부드럽고, 숙철보다 단단하다. 그것은 부드럽지도 단단하지도 않다. 부드러운 특성과 단단한 특성을 모두 겸비하여, 압력을 버티고, 늘일 수도 있다. 그리고 모양을 만들기도 좋고, 잘 늘어난다. 그리고 녹이 잘 슬지도 않는다. 중세기 유럽병사들이 전투를 할 때, 손에는 숙철대검을 쥐고 있었다. 검으로 내려치면, 적이 쓰러지고, 검도 휜다. 그러면 급히 검을 땅에 편평하게 놓고 허리를 굽혀야 한다. 곁에서 구경하는 사람은 왠 일인지 모른다. 그 사병이 너무 마음이 좋아서 죽은 상대방을 위하여 절을 하는 줄 알 수도 있다. 기실 그것은 굽어진 검을 다시 밟아서 펴는 것이다.
<의천도룡기> 제18회에는 무당파 소장문인 송청서가 강한 상대를 만나자, 사숙인 은리형이 몸을 날려 도와준다.
이때 그 청년서생(송청서)은 이미 험한 초식을 만났다. 츠윽하는 소리와 함께 왼손 소매가 은무수의 단도에 한 자락 잘려저 버린다.
은리형은 맑은 소리를 내면서 장검을 뻗어, 은무록을 향한다. 은무록은 칼을 옆으로 하여 막았고, 검과 칼이 부딛친다.
이때 은리형은 내력이 웅후하여, 이미 보통이 아니었다. '팍'하는 소리와 함께, 은무록의 단도는 떨리면서 삽시간이 구부러져서 곡척(曲尺)처럼 되어버린다.
은무록은 깜짝 놀라서, 옆으로 뛰어 세 걸음 피한다
독자제군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은무록의 단도(單刀)는 아마도 중세기 유럽사병의 검과 같이 모두 숙철로 만든 것일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적과 부딛쳤을 때 그렇게 굽지는 않았을 테니까.
다시 돌아와서 다마스커스검을 얘기하자. 사자왕 리처드1세가 다마스커스검의 예리함을 목격했을 때, 왜 퇴각했을까? 왜냐하면 그와 그의 사병이 쓰던 것은 숙철로 만든 검이었고, 다마스커스검은 정강으로 단조한 보검이기 때문이다.
강은 다르다. 다마스커스검에 쓰이는 강은 특수강이라고 할 수 있다. 성능이 뛰어나고, 보통강은 따라올 수 없는 것이었다.
검을 만드는 것을 얘기하자면, 보통강은 숙철보다 강하다. 그렇지만 약간은 부드럽다. 도신은 여전히 휜다. 검날은 여전히 이빨먹는다. 중국고대인들이 검을 만들 때, 강을 쓰기도 하고, 생철을 쓰기도 했다. 예를 들어, 칼등은 강을 써서 쉽게 갈라지지 않도록 했고, 검날은 생철을 써서 쉽게 이빨먹지 않도록 했다. 혹은 도신은 철을 쓰고 바깥을 강으로 띄웠다. 혹은 도신은 강을 쓰고 바깥을 철로 씌웠다. 중국고대인들이 '관강법(灌鋼法)', '첩강법(貼鋼法)''협강법(夾鋼法)' 및 '삼탄강법(渗碳鋼法)'을 발명하였는데, 이들 공법의 공통된 생각은 기실 모두 저탄의 강과 고탄의 철을 결합시켜서 가능한 한 날카롭고, 가능한 한 오래쓰는 병기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다마스커스검을 만드는데는 또 다른 방식이 쓰였다.
고인도인인지 아니면 고페르시아인인지, 혹은 소아시아지역의 어느 고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종의 고온을 견디는 소형 감과(坩堝, 도가니)를 발명하여 점토로 구워서 만들었다. 직경은 5센티미터이고 높이는 20센티미터이며 두께는 6밀리미터이다. 초보적으로 제련된 괴연철 혹은 생철을 감과에 넣고, 나무조각과 신선한 나뭇잎을 집어넣은 다음 다시 점토로 감과의 입구를 막는다. 그리고 풍로에 집어넣는다. 전후좌우는 모두 불타는 목탄이 있다. 목탄의 연소온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러나 계속하여 감과에 열량을 공급하고 밖으로 나가지는 않는다. 그 결과 겸과내부의 온도는 갈수록 높아진다. 안의 철이 녹아서 쇳물이 될 때까지 그렇게 한다. 불을 끄고 노를 열고 감과를 끄집어 내서 쇳물을 거꾸로 붓는다. 쇳물이 냉각된 후, 한번 내려친다. 그리고 다시 감과에 넣어서 다시 쇳물로 만든다. 그리고 다시 냉각시켜 다시 내려친다. 그리고 다시 감과에 넣는다. 이렇게 계속 순환반복하면 최종적으로 아주 치밀(致密)하고 아주 정순(精純)하고, 탄소함유량이 2%에 달하는 초고탄강이 만들어진다 후인들은 이것을 우츠강철(Wootz Steel)이라고 부른다.
우츠강철의 물리성능과 화학성능은 모두 아주 뛰어나다. 단단하면서도 부서지지 않는다. 항산화능력도 아주 좋다. 인도 델리에는 6톤무게의 우츠강철기둥이 있는데, 1천여년의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지금까지 녹이 슬지 않고 있다.
검을 제작하는 장인은 조금씩 조금씩 우츠강철을 사모아서 다시 가열하고 반복하여 단조하며, 다시 열처리하고 갈고 광을 내는 등등의 절차를 거친다. 최종적으로 다마스커스검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왜 낼 수 있게 된다고 말하는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아무리 경험많은 장인이라도 제련과 단조과정에서 발생하는 하나하나의 화학반응을 정확히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중에 하나라도 잘못하면 검의 품질을 보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중국과 문학 > 무협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용의 짝사랑 하몽은 악령산일까 왕어언일까 (0) | 2018.10.31 |
---|---|
김용(金庸): 재상(財商)과 정상(情傷) (0) | 2018.10.31 |
김용 무협소설 속의 "수궁사(守宮砂)는 어떤 용도인가 (0) | 2018.03.07 |
무협물리(5) 인간연(人肉風箏) (0) | 2018.01.19 |
"개방(丐幇)"은 존재했을까? 기원은 언제일가? (0) | 2016.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