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지역사(知歷史)
지금까지 "홍문연"은 전용명사가 되었다. 통상적으로 좋지 않은 뜻을 품고 위기가 잠복해있는 연회나 활동을 가리킨다.
중학교 국어교과서의 <홍문연>을 기억해보면, 연회에서의 유방을 위하여 등에 식은 땀이 흐른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했던 것은 진실한 홍문연이 항우가 유방에게 펼친 함정이 아니라, 오히려 유방이 항우에게 한 세뇌활동이었다는 것이다.
이 일은 홍문연이 발생하기 1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진이세 3년(기원전208년) 육월, 항량, 항우는 민심과 인재를 회유하기 위하여, 초나라의 왕실후손을 찾아서 초회왕(楚懷王)으로 옹립한다. 이는 조조보다 먼저 "천자를 끼고 천하를 호령한다(挾天子以令天下)"를 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초회왕은 별로 일을 하지 못했다. 그가 한 가장 유명한 일은 바로 수하의 모든 장수들에게 한 가지 일을 약속한 것이다: 누구든지 먼저 관중 즉 진나라땅에 진입하는 자는 진왕(秦王)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진나라를 멸망시키도록 고무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 때 진나라군대의 실력은 아주 강했고, 감히 진나라군대와 정면대결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주로 항우와 유방이 이끄는 부대였다.
전투력으로 따지자면, 유방은 항우와 같은 등급이 아니다. 두 사람이 나중에 직접 교전하는데, 매번 항우가 유방을 형편없이 깨부순다. 유방은 여러번 죽을 고비에서 겨우겨우 목숨을 부지한다. 이치대로라면, 가장 먼저 관중에 들어가서 진나라를 멸할 사람은 항우였다.
그러나 항우는 나이가 젊고 오만하여 다른 사람은 눈아래 두지 않았다. 아마도 초회왕을 그다지 잘 다루지 못한 것같다. 그 결과 초회왕은 유방이 함양으로 서진할 때, 항우는 거록으로 북상하여 조나라를 구하도록 한다. 비록 항우가 거록의 전투에서, 먼저 자신의 밥그릇을 깬 다음(파부침주), 다시 진나라관병의 밥그릇을 깼다. 이렇게 패기를 드러내며 일전으로 전신에 오른다. 그러나 이로 인하여 관중으로 들어가는데서는 한걸음 늦게 된다. 유방이 한발 먼저 함양에 진입한다.
그러나 먼저 관중에 들어갔다는 사실도 유방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그와 수하의 모사들은 모두 자신의 역량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관중왕의 자격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감히 칭왕할 수는 없다. 심지어 유방이 함양의 궁전에 들어가 보고 싶어했지만, 그것마저도 번쾌와 장량에게 제지받는다.
그뿐아니라, 이 일은 오히려 항우를 살기등등하게 만든다. 항우는 그가 관중을 먼저 차지했다는 말을 듣고, 대노한다. 그리하여 병력을 이끌고 함곡관을 돌파하고, 함양 바깥의 홍문에 이른다. 다음날 바로 공성을 시작하려는 태세였다. 만일 계획대로 진행한다면, 유방은 함양에서 피살될 것이다. 그것은 불을 보듯이 뻔했다.
그러나, 역사에서 선택받은 사람은 위기의 순간에 항상 생각지도 못한 사람의 도움을 받게 된다. 유방에게 항우의 칼이 이미 그의 목에 놓여 있을 때, 그를 구해준 사람은 항우의 숙부인 항백이었다.
원래, 항백은 유방의 군사인 장량으로부터 구명지은을 입은 바 있다. 항우가 다음날 유방을 공격할 것이라는 것을 알자, 유방의 전군이 바로 궤멸할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장량이 그와 함께 죽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고 저녁에 몰래 적의 군영으로 가서 장량에게 떠날 것을 권한다.
장량은 기본적으로 초한시기의 제갈량이라고 할 수 있다. 머리가 잘 돌아가고, 충성도가 높다. 즉시 이 중대사항을 유방에게 보고한다. 유방은 EQ가 뛰어난 사람이다. 즉시 항백이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즉시 항백과 자녀를 혼인시켜 인척관계를 맺는다. 얘기를 나누면서 항백을 항우신변에 심어둔 자기 사람으로 만든다.
유방에게 세뇌를 당한 후, 항백은 자신의 성이 무엇인지조차 까먹은 것같다. 되돌아와서는 항우에게 유방을 위해 좋은 말을 해준다. 그리고 "그를 치는 것은 좋지 않으니, 그를 잘 대해주라"고 권한다. 유방을 대신하여 항우를 세뇌시키는 것이다. 효과는 아주 좋았다. 항우는 그의 말을 듣고는 동의한다.
다음날 아침, 유방은 스스로 홍문으로 달려가서 해명한다. 항우에 대하여 다시 한번 세뇌공작을 한 것이다. 항우는 기분이 좋아져서 유방의 곁에 있으면서 자신에게 투신하고 싶어서 밀고한 사람이 조무상(曹無傷)이라는 것까지 얘기한다. 결과적으로 유방은 홍문연에서 되돌아온 후에 조무상을 죽여버린다.
이렇게 하여, 항우의 원래계획은 다음 날 성을 도륙내고 유방을 죽여버리는 것이었찌만, 유방에게 세뇌당한 후, 유방은 진나라땅을 차지할 생각도 없고, 진왕이 될 생각도 없다고 여긴다. 그리하여 무기를 다시 집어넣고, 기분좋게 유방을 초청하여 홍문연에서 먹고 마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홍문연이다.
홍문연에서 "항장무검, 의재패공"은 기실 항우의 수하중 유일하게 이를 알아챈 범증의 뜻이다. 비록 항장이 검무를 추어 겉으로 보기에는 위험천만하지만, 항우의 동의가 없기 때문에 항장은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어쨌든 범증의 말을 듣고 항우의 뜻을 거슬리는게 좋을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당시는 항백이 옆에서 보호하고 있었다.
그래서, 홍문연으로 인하여 항우를 음험한 인물이라거나 관건적인 순간에 우유부단해서 손을 쓰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모두 큰 오해이다. 항우는 그런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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