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군출새(昭君出塞)의 동기는 무엇인가?

글: 문재봉(文裁縫)

 

 

 

"소군출새"의 이야기는 중국역사상의 아름다운 이야기중 하나이다. 그 내용은 한원제(漢元帝) 시기에 남군(南郡) 자귀(秭歸)(지금의 호북성 흥산현) 사람인 왕소군(王昭君)이 수녀(秀女)의 신분으로 선발되어 궁중으로 들어간다. 궁중에 미녀가 너무 많아서, 한원제는 일일이 고를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화가를 시켜 매 궁녀의 용모를 그리게 했다. 그는 그림을 보고 미모의 수녀를 불러들여 임행(臨幸)했다. 그러므로, 군중의 수녀는 황상을 총행을 받기 위하여, 속속 궁중의 화가에게 뇌물을 바친다. 그리고 자신의 화상을 예쁘게 그려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그러나 왕소군은 궁에 들어간 후 경직청고(耿直淸高)했으며 화가에게 뇌물을 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화가 모연수(毛延壽)의 미움을 사서, 모연수는 그녀를 추하게 그린다. 황제는 자연히 그녀를 부르지 않았다.

 

기원전33년, 흉노의 두령 호한야선우(呼韓邪單于)가 스스로 한왕조에 칭신하며 화친하기를 청한다. 한원제는 사람을 보내어 보통의 용모를 지닌 수녀를 공주라고 칭하며 호한야선우에게 시집보낸다. 이렇게 하여 화공은 왕소군을 추천한다. 그 결과 왕소군은 떠나기 전에 연회에서 한원제를 만나는데, 한원제는 그제서야 왕소군이 절세미녀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한원제는 후회하는 마음이 생겼지만, 군왕이 말을 뒤집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이 일은 한나라와 흉노 두 나라의 우호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가슴아프지만, 왕소군을 호한야선우에게 시집보낸다. 그후 한원제는 일의 경위를 조사한 후, 대노하여, 모연수를 참수한다.

 

왕소군은 정말 모연수가 함해(陷害)하여 어쩔 수 없이 출새(出塞, 변방으로 나가다)한 것일까? 왕소군이 타의로 출새하였다는데 대하여 무슨 근거가 있는 것일까?

 

동진(東晋)시기, 갈홍(葛洪)이 편찬한 <서경잡기(西京雜記)>라는 책이 있는데, 그런 설명이 가장 먼저 기록되어 있다: "원제의 후궁은 아주 많았다. 다 볼 수가 없어서, 화공을 시켜서 그림을 그리게 하고, 그림을 보고 불러서 잠자리를 같이 했다. 여러 궁녀들은 모두 화공에게 뇌물을 바친다. 많으면 10만, 적어도 5만은 주었다. 오로지 왕장(王嬙, 왕소군)만이 뇌물을 주지 않아서 황제를 만나지 못한다. 흉노가 입조하여, 알지로 삼을 미인을 달라고 청한다. 그래서 그림을 보고 왕소군을 보내기로 한다. 떠날 때가 되어서 만나보았는데, 용모가 후궁제일이었다. 응대도 잘 하고 행동거지도 우아했다. 황제는 후회했으나, 명분이 이미 정해졌다. 황제는 외국에 대한 신의를 중시하여 사람을 다시 바꾸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런 일이 발생한 연유를 모조리 조사하여, 화공을 참수하고, 재산을 몰수했는데, 모두 수만이었다. 화공에는 모연수가 있었는데, 사람의 모양을 그리는데 추하고 예쁘고, 늙고 젊고를 사실 그대로 그려내다; 안릉 진창, 신변 유백, 공관은 모두 소,말,새를 잘 그렸고, 사람의 모습을 그리는데 예쁘고 추한 것이 모연수에 못지 않았다; 하두 양망도 그림을 잘 그렸고, 특히 색을 잘 칠했다; 번육도 색을 잘 칠했다. 같은 날 참수딘다. 그리하여 경사의 화공은 아주 드물어 진다." 여기에서는 모든 책임을 모연수 한 사람에게 돌리지 않았다. 당나라때 오긍의 <악부고제요해>에도 유사한 기록이 있다. 단지 모연수를 이들 화공의 두목이라고 묘사한다. 장시기의 <소군출새> 및 오여령의 <야월주소군>등의 작품에 이르러서는 죄과를 모조리 모연수 한 사람에게 떠넘긴다. 마치원의 <한궁추>는 원래의 전설을 승계하면서 더더욱 모연수를 나쁜 놈이라는 이미지로 그려냈다.

 

소군출새에 관하여, 어떤 사람은 모연수가 죄인이 아닐 뿐아니라, 오히려 천고의 공신이라고 말한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왕소군이 입궁한 후, 궁정화공 모연수는 그녀가 아주 아름다운 것을 보고, 한원제가 그녀를 보게 되면 미색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할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일부러 왕소군의 화상을 추하게 그랜다. 그래서 그녀가 한원제를 만날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하였다. 이렇게 하여 왕소군은 계속 후궁에서 외롭게 지내야 했다. 호한야선우가 화친을 청할 때, 모연수는 후환을 없애기 위하여, 한원제에게 왕소군을 흉노에 시집보내자고 추천한다. 이렇게 하면 왕소군과 한원제를 철저히 떨어뜨려 놓을 수 있고, 둘째는 흉노의 정서를 다독일 수 있어 양국간의 전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왕소군은 호한야선우에게 시집을 간다. 명나라때 강음사자가 쓴 <소군사>는 이렇게 쓴다: 여산거화인포사(驪山擧火因褒姒), 촉도몽진위태진(蜀道蒙塵爲太眞), 능사명비가호로(能使明妃嫁胡虜), 화공응시한공신(畵工應是漢功臣)". 다만 이런 견해는 그저 상상에 의한 것이고 근거는 없다.

 

실제로, 모연수가 전체 사건을 조종하였다는 이야기는 믿을 수 없다. 송나라때 사람인 왕관국(王觀國)은 이렇게 말한다: "화공 모연수를 죽인 일은 특히 믿기 어렵다. 흉노화친은 한나라의 대사이다. 한나라가 선우의 알지를 보내는데, 궁녀를 처로 보내면서, 사람을 실제로 보지 않으며, 그저 그림만 보고 대사를 정한다는 것은 당시의 군신이 그렇게 경솔할 리가 없는 것이다. 한나라가 선우의 알지를 보내면서 그림으로 못생긴 여자를 골라서 보냈다는 것은 화친의 뜻이 아닌 것이다. 소설은 대부분 소문에 의한 것이니, 다 믿을 게 못된다." 모연수의 출현은 사람들이 왜 왕소군이 꽃처럼 아름다운 미모를 지녔는데, 한원제가 그를 새외로 보냈을까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화공을 끄집어내어, 그가 한원제와 왕소군이 만나지 못한 화근이라고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소군출새의 진실한 원인은 도대체 무엇일까?

 

<한서>에서는 여러번 왕소군을 언급하나, 모두 한마디만 하고 지나가는 식이다. 예를 들어, <한서.원제기>에는 조서를 내어 말하기를: "선우에게 왕장을 알지로 보내다" <한서.흉노전>에는 "원제는 후궁 양가집 딸인 왕장 자 소군을 선우에게 내리다."는 등이다. <후한서.남흉노전>에는 이렇게 적었다. "소군의 자는 장이고, 남군 사람이다. 처음에 원제때, 양가자녀로 뽑여서 액정(궁)에 들어왔다. 당시 호한야가 내조하여 황제는 궁녀 5명을 그에게 하사하였는데, 소군은 입궁한지 수년이 되었지만, 황제를 만나지도 못하여 비원(悲怨)이 싸였다. 그래서 자신이 가겠다고 청한다. 호한야선우가 떠날 때, 황제는 5명의 여인을 보여주었다. 왕소군은 뒤어난 용모와 멋있는 장식으로 한나라궁전을 밝게 했고, 고영배회(顧影徘徊), 송동좌우(竦動左右)했다. 황제는 이를 보고 크게 놀라서, 그녀를 남겨두려고 했으나, 신의를 잃을 수는 없어서 흉노에 주었다." <금조>는 동한 채옹이 쓴 것이라고 전해진다. 그중에는 이런 기술이 있다: "....5,6년이 쌓이자, 소군은 마음 속에 원망이 커졌다. 꾸미는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원제가 매번 후궁에 갔지만, 그녀의 곳은 지나치고 가지 않았다. 나중에 선우가 사신을 보내어 조하(朝賀)를 하고, 한원제가 노래와 음악을 베풀고 후궁들에게 화장을 하고 나오게 했다. 소군은 원망이 쌓여서 꾸며서 화장을 잘 하고 옷도 잘 입었다. 그러니 빛이 났다...황제는 크게 놀라서, 후회하였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 크게 탄식하며 말한다: "짐이 이미 잘못했다" 그리고는 그녀를 주었다."

 

이상의 기록은 소군출새가 발생한 당시와 시간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을 때에 만들어졌다. 그래서 비교적 믿을만하다. 이상의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 왕소군은 주도적으로 출새를 요구한 것이다. 그녀가 기꺼이 흉노에게 멀리 시집가려던 원인은 "입궁한지 여러해동안 황제를 볼 수가 없어, 비원이 쌓였기 때문"이다. 즉, 궁에 들어온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한번도 황상의 총행을 받을 기회가 없었기 대문에, 마음 속으로 비원이 쌓여서 새외를 나가기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화공은 아무런 관계도 없다. 화공 모연수의 사정은 시사, 전기, 희곡에서 날조한 것이다.

 

왕소군은 흉노수령 호한야선우에게 시집간 후, 아들을 하나 낳는다. 호한야선우가 죽은 후, 다시 흉노의 "아버지가 죽으면 그 후모를 처로 삼는다"는 풍속에 따라, 호한야선우의 큰아들 복주루선우(復株累單于) 조도막고(雕陶莫皋)에게 시집가서 두 딸을 낳는다. 왕소군의 일생은 한나라와 흉노의 우호관게를 연결시키는데 뛰어난 공헌을 했다. 그녀의 출새는 한나라와 흉노를 우호관계로 만들었고, 변방의 전쟁을 오십여년간 사라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