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인물-개인별/역사인물 (장거정)

유칠(遊七): 권력자의 비서는 무슨 일을 했는가?

중은우시 2018. 2. 28. 23:46

글: 곽보평(郭寶平)


유칠은 장거정의 관가(管家)이다. 어떤 사람은 그를 창두(蒼頭)라고도 불렀다. 현재의 관점으로 보면 '비서' 역할이라고 할 것이다. 여거서 설명이 필요한데, 그는 장거정이 자기의 돈으로 고용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편제에 들어가지 않으니, 국가공무원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그는 그저 노비의 신분이다 정확히 말하는 가노(家奴)이다.


이 유칠은 일을 아주 열심히 했다. 제대로 업무를 집행하는 '비서'라 할 수 있다. 그는 장거정의 환시을 샀다. 전문가의 고정에 의하면 장거정을 그를 심복으로 여겼다. 그와 동시대에 살았던 곤산 사라미 주원위(周元暐)는 그에 관해서 기록해 놓았는데, 유칠은 "선사주희노(善伺主喜怒)" 즉 주인의 기분이 좋은지 아닌지를 잘 살폈다고 한다. 즉 그는 주인의 뜻을 잘 헤아렸다. 그러면 주인이 부리기에 편하고 안심이 된다.


장거정이 그를 심복으로 여기면서 유칠도 잘나가게 된다. 그러면 얼마나 잘나갔을까? 주원위는 <경림속기>에서 이렇게 적었다: "세경중외(勢傾中外)" 세도가 중외를 쥐고 흔들었다. 황제시대에 중국에서 '중외'라고 하면 중국과 외국을 가리키는게 아니나. 중은 중앙정부(조정) 즉, 수도를 가리키는 말이고, 외는 외지 즉 지방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중외는 중앙과 지방, 즉 전국을 가리킨다. 주원위 선생은 글자를 잘 골랐다. "세(勢)". 이 세라는 말은 아주 절묘하다. 그는 권력자의 비서이므로 당연히 권력이나 지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는 '세'가 있다. 소위 "장세기인(仗勢欺人)" 세력을 믿고 사람을 못살게 군다는 말이나 "세여파죽(勢如破竹)"이라고 할 때의 "세"자가 담고 있는 뜻이 바로 그것이다. 주원위는 <경림속기>에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그렇게 신분을 따지고, 그렇게 직급을 따지는 시대에 관료사회의 사람들이 유칠에 대하여는 놀랍게도 "쟁사이형례(爭事以兄禮)" 앞다투어 형을 대하는 예로 모셨다. 이것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잘 나갔는지 알 수 있다. 어째서 그랬을까? "엽미관(獵美官)"이다. 즉 권력자의 곁에 있는 사람을 통하여 좋은 관직을 얻어보려는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장거정 본인이 적나라하게 관직과 돈을 교환하는 거래를 하는 건 곤란할 것이다. 그가 나서서 매관매직을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 다만 이것을 가지고 그 때 간부를 승진시키고 안배하는데 정말 능력, 실적만 보았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고위관직을 안배할 때는 장거정이 자신의 간부기용원칙에 따라서 스스로 선발하거나 혹은 이부에 지시하여 처리했을 것이다. 그외에 많은 직위는 그가 직접 안배할 수는 없다. 거기에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런 여지가 있는 부분에 바로 그의 심복이 손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유칠에게 부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된다. 얼마나 되었을까? 여기서 또 주원위 선생이 쓴 글자에 주목해야 한다. '쟁' 앞다투어서 왔다. 한두명이 아니란 말이다. 머리가 깨지도록 달려들어서 유칠을 형으로 모시려 한 것이다. 그래서 주원위는 '엽미관'이라는 말 뒤에 "즐비(櫛比)"했다는 말까지 추가한 것이다. "엽미관자즐비(獵美官者櫛比)"


무슨 뜻인가? 줄을 섰다는 말이다. 관료사회에서 줄을 선다는 것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무런 이의가 없을 것이다. 둘째, 그 사람에게 부탁하면 일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이미 공개된 비밀이고, 널리 알려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칠은 정말 직접 일을 성공시킬 수 있는가? 그가 직접 이부에 얘기해서 누구누구의 인사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말하는 것도 아마 가능할 것이다. 모두 알다시피 유칠은 권력자의 심복이다. 권력자의 심복이 하는 말은 아마도 권력자의 말일지도 모른다. 그 말대로 하면 아무런 리스크가 없다. 그러나 말을 듣지 않았다가 만일 권력자의 뜻이었으면? 아마도 권력자는 아무 핑계나 잡아서 그를 쫓아내게 될 것이다. 이렇게 이해관계를 고려해보면 말을 듣는 게 상책이다. 이렇게 되니 유칠에게 부탁하면 항상 성사된다. 위경원(韋慶遠)이 한 말에 따르면, 당시 유칠의 세는 중외를 쥐고 흔들었고, 공경(公卿)들도 감히 그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그를 "초빈선생(楚濱先生)"이라고 불렀다. 공경이 어떤 사람인가? 요즘으로 하면 장관급의 인물들이다. 고관대작이다.


이제 믿겠는가. 유칠이라는 이 개인비서는 정말 대단했다.


국가최고실권자인 장거정은 그의 곁에서 일하는 비서 유칠이 이렇게 나대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필자의 생각으로 장거정이 다 알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전혀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왜 그런가.


장거정 자신도 꺠끗하지는 않았다. 유칠은 바로 그 방면에서도 주요 담당자였다. 누구에게 선물을 보낼 때, 장거정이 직접 가져다 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장거정은 그런 일에 자기의 아들을 개입시키고 싶어하지도 않았다. 비서 유칠이 바로 그런 일을 하는데 적합한 인물이다. 그래서 유칠이 다른 관리들과 왕래하는 건 불가피했다. 권력자에게 잘보이고자 하는 사람이 유칠을 만나게 되면, 당연히 잘난체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가 유칠에게 얼마나 잘 대해주느냐에 따라서 유칠이 장거정에게 그에 대하여 얼마나 잘 말해주느냐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모든게 유칠의 태도에 달렸다. 그래서 그들이 유칠에게 형으로 대접하고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이에 대하여 장거정이 몰랐을 수 있을까? 그는 당연히 알았다. 그리고 분명히 묵인하고 지지했을 것이다.


시간이 오래되니, 유칠은 자기가 관료사회 전체를 쥐고 흔들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그에게 일을 부탁하면 그가 말한마디만 하면 바로 성사된다. 그래서 그에게 부탁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났다. 그래서 장거정이 모조리 알았을 리는 없을 거라는 것이다.


유칠이 나대는 것은 장거정이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가 질책한 적도 있고, 제재한 적도 있을 것이지만, 그로서도 방법이 없다. 장거정도 그가 없으면 안된다. 재물을 긁어모으는데도 유칠이 필요하고 다른 방면에서도 더욱 필요했다. 


장거정은 풍보(馮保)와 결탁했고, 유칠은 통신원, 연락관이었다. 규정에 따르면, 정부의 관리와 태감은 사사로이 교류할 수 없다. 그래서 심복이 중간에서 뛰어다녀야 한다. 유칠은 풍보의 '비서'인 서작(徐爵)과 바로 이런 중간역할을 했다. 이 두 사람의 개인 '비서'는 모두 일을 잘 했다. 장거정의 동학인 왕세정(王世貞)의 기록에 따르면, 장거정이 무슨 계책을 새우면, 유칠을 시켜 서작에게 얘기하고, 서작은 다시 풍보에게 보고했다. 풍보에게 무슨 아이디어가 있어 장거정과 상의해야할 일이 있으면, 서작으로 하여금 유칠에게 얘기하게 하고, 유칠이 다시 장거정에게 보고한다. 장거정이 풍보와 정변을 일으킬 음모를 꾸민 것이라든지, 경천가안으로 고공을 모함한 일등을 유칠은 직접 겪었다. 그는 입이 무겁고, 발은 재빠르다. 일처리능력이 뛰어났다. 위경원이 말한 것처럼 유칠은 장거정에 있어서 꼭 필요한 "후각이 예민하고, 뜻을 잘 헤아리며, 믿을만하고 재빨리 뛰어다니는 구퇴자(狗腿子)이다." 이런 비서는 주인이 필요하고 좋아한다.


기실 더욱 필요한 분야가 있었다. 장거정은 생활이 비교적 '미란(糜爛)했다. 즉 여색을 좋아했다. 그러나 그는 신분이 특수했다. 그가 직접 찾아다니는 것은 시간도 안되고 신분에도 맞지 않는다. 이 방면에서 비서인 유칠이 반드시 있어야 했다. 다행히 유칠은 주인의 뜻을 잘 헤아렸다. 당시의 사람이 한 말에 따르면, 무릇 장거정이 필요로 한 것은 유칠이 "백방으로 구해서 반드시 그가 기뻐하게 해주었다."


이런 비서를 주인이 싫어할 수 있겠는가? 그가 어느 정도 기고만장하고, 그다지 법도를 지키지 않는다 하더라도 주인이 어찌하겠는가?


보기에, 권력자의 비서는 잘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잘해서 권력자가 없으면 안될 정도가 되면, 잘 나가지 않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바꾸어 말하면, 권력자가 자신에 대한 요구가 엄격하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겉으로 드러내서 할 수 없는 일을 비서에게 시키게 되면, 약점을 비서에게 잡히는 것이다. 그를 제약하고 싶어도 이제는 쉽지가 않다.


그래서, 결국은 이런 관료사회의 법칙으로 되돌아간다: 비서가 나쁜 짓을 하고 다니게 되면, 사람들은 그가 따르는 지도자가 깨끗하지 않다고 여길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도자가 위신을 가지려면 신변의 사람들을 잘 단속해야 한다. 그리고 신변의 사람들을 단속하려면 지도자 본인이 바르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