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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사회/중국의 지리

절벽마을(懸崖村) 이주논쟁에 관하여

by 중은우시 2018. 2. 14.

글: 정계진(丁啓陣)





이번에 대량산(大凉山)을 가면서 유명한 "절벽마을(懸崖村)"은 가보지 않았다. 소각현(昭覺縣) 지이막향(支爾莫鄕) 늑이사(勒爾社).

다만 가는 길에 사람들과 절벽마을에 대하여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현지 친구에 따르면, 정부의 빈곤퇴치(扶貧)업무계획의 일환으로 절벽마을은 이주대상이 되어, 해발고도가 조금 낮고, 교통편이 편리하며, 자연조건이 비교적 좋은 곳에 안착하게 해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촌민들은 이미 정부의 이주계획에 동의했고, 소수의 촌민은 이미 정부가 지정한 장소로 일가족이 이주를 마쳤다고 한다.


다만, 매체의 돌연한 개입으로, 사회에서 널리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자선가들이 속속 기부를 하여, 원래의 나무막대기와 등나무줄기로 이루어진 사다리(天梯)를 강관 '사다리'로 바꿔주어 절벽마을의 사람들이 하산하거나 이동하는데 상대적으로 훨씬 안전하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리하여, 일부 이미 이주했던 촌민들도 절벽마을로 되돌아 왔다. 원래 이주에 동의했던 촌민들도 생각을 바꾸었다. 즉, 매체에서 호의를 베푸는 바람에 정부의 빈곤퇴치계획은 교란된 것이다.


산자락 아래에 있는 아토늑이촌(阿土勒爾村) 우각사(牛覺社)에서 산허리에 있는 늑이사까지, 해발 1600미터의 촌락은 낙차가 거의 1000미터에 달하고, 13곳의 거의 수직인 절벽이 있어, 등나무줄기와 나무막대기로 엮은 사다리를 써야 한다...얼마나 위험하고, 얼마나 힘들며, 얼마나 자극적인가. 그래서 사람들의 주목을 충분히 끌 만하다. 자선사업가들의 도움으로 촌민들은 복을 얻은 것처럼 보인다.


다만, 현지정부에서 보기에, 매체의 행위는 교란에 다름 아니다. 원래 질서있게 진행되던 이주 빈곤퇴치업무가 중도에 망쳐졌다. 그리고 최고지도자까지 움직이는 바람에 부득이 계획을 새로 세워야했다. 일부 주민의 뜻은 마을에 상수도가 들어오게 해주고, 태양광발전판을 설치해주고, 강관사다리를 놓아주고, 촌으로 통하는 도로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현재 오토바이가 다닐 수 있는 도로는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만일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를 만들려면 4,5천만위안의 자금이 든다. 이것은 1년의 재정수입이 겨우 1억위안인 소각현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매체와 현지정부는 도대체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이고 어떤 것인 나쁜 방법인가. 어떻게 양자간의 이견을 조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현재의 상황으로 보면, 매체는 거의 교란자이다. 정부의 절벽마을에 대한 빈곤퇴치계획을 교란시켰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매체의 행위는 확실히 의미가 있다. 사회의 주목을 끌고, 크게 중시를 받으면 진정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맞다. 현재 매체는 전체 양산주(凉山州), 전체 사천성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절벽마을 하나만 얘기하면서 이를 해결하면 사천성, 양산주의 산골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실제상황은 다르다. 늑이사와 같은 절벽마을이 양산주에만도 아주 많다. 어떤 사람은 200개이상으로 본다. 이 200여개의 '절벽마을'중에서 늑이사의 상황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최소한 최악인 경우는 아니다. 늑이사는 그저 상대빈곤촌이다. 절대빈곤촌은 아니다. 늑이사보다 빈곤한 절대빈곤촌에 속하여 빈곤탈출을 바라는 마을이 양산주에만도 아주 많다. 늑이사의 진실한 상황은 매체의 편면적인 보도로 가려져 있다. 예를 들어, 마을과 외부를 연결하는 도로는 사다리가 유일한 통로가 아니다. 사다리 외에, 두 갈래의 도로가 있다. 하나는 협곡(峽谷)으로 가는 길이다. 우기에 물이 불어나면 갈 수가 없지만 다른 계절에는 통행할 수 있다. 또 다른 길은 산을 돌아가는 길이다. 절벽을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18킬로미터를 더 가야 할 뿐이다. 사다리는 일종의 지름길이다. 그래서 촌민들이 비교적 많이 다니는 것이다. 그 외에, 산중턱의 늑이사는 기후가 온화하고, 토지가 비옥하며, 심는 옥수수, 황두(黃豆)등 작물의 생산량이 아주 많다. 그리고 화초(花椒), 호도등 경제작물을 시는데 적합하다. 늑이사라는 절벽마을은 마을에서 나가 하산하는데 불편한 점만 제외하고는 세외도원과 같다.


정부는 매체에서 늑이사라는 이 절벽마을에 관심을 가진 기회를 이용하여, 사회에 다른 절벽마을의 상황을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회에서 양산, 사천의 모든 절벽마을을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사회의 역량을 모아서, 통일적으로 어레인지하여 각자의 여건에 따라, 이주할 곳은 이주하고, 관광지로 개발할 곳은 관광지로 개발하면 된다.


필자의 생각에, 정부의 빈곤퇴치계획과 매체의 관심은 목적이 모두 촌민들의 빈곤탈출을 돕고 촌민들이 부유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함이다. 다만, 모두 반성해야할 점이 있다. 매체는 하나만 알고 나머지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는 안된다. 정부는 형식을 중시하고 칼로 베듯이 협상의 여지를 두지 않는다. 빈곤퇴치는 필자의 생각으로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자연법칙을 중시해야 한다. 둘째는 촌민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 셋째는 서둘러서는 안된다.


자연법칙은 주로 새로운 이주장소의 선택이 자연법칙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촌민이 거주, 생산, 생활하기 편한 곳이어야 한다. 단순하게 촌민을 아래쪽으로 평야쪽으로 내려보내기만 해서는 안된다. 이백년전에 마을을 이룬 늑이사는 당시에 전란과 비적을 피하기 위한 원인도 있지만, 이변년동안 거기에서 살아갔다는 것은 여러가지 다른 원인도 있는 것이다. 단지 이 마을은 출입이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산을 내려와 이주하라고 한다면, 아마도 제대로 치료하는 방안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수 있다. 간부의 업적이 반드시 백성의 이익은 아니다. 백성이 행복하게 생활하느냐 아니냐는 백성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간부의 뜻에 따라 일률적으로 강제이주를 하게 하는 것이 반드시 백성들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이런 방면이 교훈은 아주 많고 매우 침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