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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인물-개인별/역사인물 (당태종)

당태종의 태자 이승건(李承乾)은 왜 반란을 일으켰는가.

by 중은우시 2017. 12. 29.

글: 정호청천(鼎湖聽泉)


당태종 이세민의 적장자로서 8살때 태자가 된 이승건은 당연히 역사의 행운아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나중에 서둘러 부친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죽게 되었을까? 얘기하자면 길다.


이승건은 어렸을 때 매우 총명하고 철도 들고 결단력도 있었다. 진중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적장자이기 때문에 당태종은 그를 어려서부터 신경써서 양육했다. 8살때 아무런 이견없이 태자에 오른다. 조금 커서는 당태종이 항상 그를 데리고 순행을 나섰다. 어떤 때는 그에게 국정을 대리하도록 시키기도 했으니 이세민의 그에 대한 기대는 상당히 높았다고 할 수 있다.


관건은 나중에 이승건이 조금 느슨해지면서 인간성에서 가장 추악한 일면이 점점 드러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놀기 좋아하고, 여색을 좋아하고, 절제할 줄을 몰랐다. 나중에는 남색까지 즐겼다고 한다. 10여세의 사내아이들을 모아서 장난치고 놀기를 즐겼다고 한다. 아마도 이 부분은 이태(李泰)가 그에게 뒤집어씌운 것일 수도 있다. 어렸을 때 마음에 드는 또래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같이 노는 것은 보통 있는 일인데, 정적이 너무 깊이 파고든 것일 수도 있다.


전해지는 바로는 이승건이 가장 미워한 것은 수시로 그에 대하여 황제에게 고자질하는 간관들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황제가 되면 이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겠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그는 아마도 간관들에 의하여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일 수도 있다. 간관들 때문에 황제가 그에게 화를 내곤 했으니까. 그가 평생 가장 좋아하던 일은 현지연구조사였다. 민속문화와 오랑캐머리코양이다.(아마도 현대에 태어났더라면 뛰어난 사회학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돌궐인으로 분장하고 가짜 장례식을 치르기도 하고, 부하들로 하여금 군사연습을 하면서 서로 공격하게 하기도 하고, 민간의 소와 양을 훔쳐서 요리해 먹기도 했다. 그는 황실의 음식보다 그렇게 먹는 것이 훨씬 맛있다고 느낀 것같다. 그의 각질(脚疾)은 말을 타고 소를 훔치다가 삐끗하며 말에서 떨어져서 생긴 병이라고 한다.


이승건은 극단적 자유주의자였다. 유목민족들이 자기 마음대로 말을 타고 뛰어다니며 공로를 세우는 구속없는 생활을 즐기는 것을 부러워했다. 원래 뜻이 있는 젊은이인 것이다. 아쉽게도 궁중투쟁때문에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결국은 반란을 일으켰다가 죽임을 당하는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역사기록에 따르면, 이승건은 칭심(稱心)이라는 사내아이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용모도 뛰어나고 재주도 있었다. 그리고 노래도 잘하고 눈웃음도 잘 지었다. 아마도 태국의 트랜스젠더와 비슷할 것같다. 그들은 하루 세끼를 같이 먹고 같이 잤다. 이세민이 그 사실을 알고는 분노를 참지 못하여, "칭심을 데려다가 죽여버리고, 거기에 연루되어 같이 몇명을 죽여버린다. 이승건은 이태가 고자질한 것으로 생각하여 이태에 대한 원한이 더욱 깊어진다. 칭심이 죽은 것을 슬퍼하며 궁안에 방을 만들어, 칭심의 형상을 만들어 세우고, 사람과 마차를 앞에 만들어 세웠다. 그리고는 궁인들로 하여금 아침저녁으로 제사지내게 한다. 이승건은 여러번 이 곳으로 와서 배회하며 눈물을 흘린다. 궁중에 무덤을 만들어 제사지내고, 관직을 내리고 비석을 세워서 애도한다. 이승건은 이때부터 각질을 핑계로 조회에 여러달동안 나오지 않는다." 이때부터 이태와는 불공대천의 원수가 된다.


어떤 사람이 말한다. 황실의 첫번째 문제소년인 이승건의 본질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고. 기껏해야 제마음대로 이고 고집이 셀 뿐이라고. '반역기질'이 있는 그 나이 정도의 창문을 부수는 수준의 장난으로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끌려고 하는 것을 가지고 무슨 십악불사의 죄행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가 장소를 잘못 골라서 태어난 것이다. 그는 황궁에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 그리고 역사상 가장 성공한 황제의 후계자가 되지 말았어야 한다. 그래서 그의 장난은 그저 유치하고 선을 넘은 것으로 두드러졌고, 직업정치가에게는 용납될 수 없는 저급한 실수가 되고, 심지어 그의 존귀한 신분을 더럽히는 것으로 취급되었던 것이다.


그는 원래 아주 완벽한 모범이었다. 그래서 아들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이세민은 간관의 힘을 빌어 아주 완벽한 태자를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간관들의 이승건의 행동에 대한 지적은 더욱 심했던 것이다. 마치 화장실까지 따라들어가서 화장실의 예법을 가르쳐주고자하는 것처럼. 그래서 원래 약간 반역기질이 있던 귀족자제들이 가장 싫어하는 고자질로 풍성한 상을 바는 특수한 족속들을 미워했다.


매번 그의 잘못을 고자질하는 늙은 간관들이 황제 앞에서 그의 나쁜 점을 얘기하려고 할 때면, 총명하고 기민한 이승건은 먼저 달려나가서 고개를 숙이고 죄를 인정한다. 그리고 경전과 고사를 인용하며 줄줄이 말을 잇는다. 누구도 끼어들 수 없을 정도로 마치 그가 훈계를 받는게 아니라 훈계를 하고, 그들 늙은 간관들이 훈계를 받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역할이 완전히 뒤집혀진 것이다. 나중에 이들 고자질로 공로를 세우려는 자들을 미워한 이승건은 사람을 시켜 복면을 하고 그들중 누군가를 패서 반쯤 죽여놓거나, 그들 집으로 들어가서 암살하게까지 한다.


관건은 그는 자신의 총명함을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싸우는데만 썼다. 이런 재능을 수신제가치국평천하에 썼다면 아마도 마지막에 웃는 자는 그였을 것이다. 기실 그는 그와 마찬가지로 재능이 뛰어난 동생 이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재능을 감출 줄 몰랐다. 그저 넘치는 기세로 남들을 압도하려 했다. 그래서 그들은 둘 다 실패한 것이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는 법이다.


이승건이 당태종의 총애를 잃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다. 그가 총애를 잃은 도화선은 바로 소를 훔치다가 떨어져서 족질이 걸린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거의 절름발이가 된다.


이세민은 유미주의자이다. 심지어 그의 부인과 여자친구도 모두 용모와 재주를 겸비해야 했고 하나라도 부족하면 안되었다. 그는 절대로 장애가 있는 자가 그의 강산을 물려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하물며 그는 아들이 많았고, 이승건처럼 뛰어난 아들도 찾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이승건이 아주 질투했던 이태와 풍류황자 이각(李恪)이 있다. 그래서 이승건에게 결말이 좋기는 힘들었다.


개가 급해지면 담장도 뛰어넘는다. 하물며 총명절정의 이승건임에야. 그리하여 부친에게 반란을 일으키는 것은 이미 당겨진 시위에서 화살이 나가는 것처럼 쏘지 않을 수 없었다. 죽기살기로 싸워보는 것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보다는 나은 것이다.


당연히 이승건도 이것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해보지도 않고 어찌 반드시 실패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그는 해본다.


정관17년(643년), 이승건은 황급히 한왕(漢王)_이원창(李元昌), 후군집(侯君集, 과연 이정의 예언이 맞아떨어진다), 이안엄(李安儼), 두하(杜荷, 두여회의 아들), 조절(趙節, 장광공주의 아들)등과 함께 모반을 꾀한다. 그러나 기밀유지에 실패하여 자객 흘간승기(紇干承基)가 배신하여 반란계획은 실패로 돌아간다. 그는 감옥에 갇혀서 태자에서 폐위되고 서인(庶人)으로 강등된다. 그리고 검주로 귀양가서 2년후 거기서 죽는다.


생각해보라. 이세민의 시국을 통제하는 능력은 얼마나 뛰어난가. 이승건은 절대로 막다른 골목에 몰리지 않았더라면 이런 하책을 썼을 리가 없다. 최종적으로 결국 장렬하게 '죽는다'. 이태와 마찬가지로 울분 속에서 죽어간다. 이세민은 그의 죽음에 겨우 몇 방울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 며칠간 조회를 파했을 뿐이다.


마침내 황실의 대환혈(大換血)이 이루어지게 된다.


단지 이런 '승리'는 실제로 댓가가 너무 크다. 이세민은 자신의 형제, 아들, 사위 및 대신까지 모조리 연루된다. 그러다보니 처리해야할 대상이 너무 많았다. 혁명의 결과가 이렇게 자식의 죽음으로 끝나는가.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치는 너무 잔혹하다. 원래 의지가 굳건한 지도자인 당태종이었지만, 이때는 모든 것을 포기했는지 자살극을 벌인다. 칼을 뽑아서 스스로 자결하려 한다. 마침 저수량등 노대신들이 죽어라 말리는 바람에 자살미수로 그치긴 했지만.


아 황제에게도 고민은 있다. 역시 고처불승한(高處不勝寒), 높은 곳은 추위를 견디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