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자쟁위술] 애옥급조술(愛屋及鳥術) - 교타황손패(巧打皇孫牌)

 

"적자사(嫡子死), 입적손(立嫡孫)". 적장자승계원칙이 유지되던 중국고대에 적자가 죽으면 적손을 세우는 것이 봉건예제의 원칙중 하나였다. 상(商)왕조때 태갑(太甲)이 태정(太丁)의 아들이며 탕왕(湯王)의 적손으로 왕위를 승계한 것이 그 효시이다. 다만, 중국 고대역사상 황태손(皇太孫)이 직접 황위를 물려받은 경우는 명태조 주원장(朱元璋)의 장손인 주윤문(朱允炆, 건문제)밖에 없다. 그러나, 그도 삼촌인 연왕 주체(朱棣, 나중의 영락제)에게 황위를 빼앗긴다.

 

황자(皇子)들 간에 황위다툼이 벌어졌을 때, 황손(皇孫)때문에 즉 황자는 자신의 아들 때문에 황위를 물려받은 경우도 발생한다. 할아버지가 어느 특정 손자를 예뻐하는 경우에 그 손자를 황위에 앉게 하려면 그의 부친인 황자에게 황위를 물려줄 수 밖에 없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청나라의 옹정제(雍正帝)이다. 옹정제의 부친은 강희제(康熙帝)이고, 아들은 건륭제(乾隆帝)로 삼대에 걸쳐 강건성세(康乾盛世)를 이룬다. 강희제의 황자들 중에는 뛰어난 재주를 지닌 인물들이 많았다. 황장자인 황태자 윤잉은 수십년간 태자로 있다가 두번이나 폐위당한다. 그외에 대표적인 인재로는 황팔자 윤사, 황십사자 윤제가 있었다. 그들에 비하면 황사자 윤진은 여러가지 면에서 손색이 있었다. 그러나, 윤진에게는 남들이 갖지 못한 하나의 무기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의 넷째아들 홍력(弘歷, 나중의 건륭제)이었다. 윤진은 강희61년 홍력을 데리고 강희제를 만나러 가는데, 강희제는 홍력의 용모와 행동거지가 비범한 것을 보고 바로 홍력을 황궁안에 남게 하여 자신이 직접 고른 스승들에게 문무를 가르치게 한다. 홍력은 문(한문과 만주어)과 무(기마, 궁술등)에서 모두 뛰어난 재능을 보여 강희제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홍력은 강희제의 손자중 유일하게 황궁내에서 거주한다. 건륭제가 옹정제에게 황위를 물려주게 된 원인중 하나는 아마도 아끼는 손자인 홍력이 황위를 이어받게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영락제 주체(朱棣)에게는 세자 주고치(朱高熾 나중의 홍희제)와 황이자 주고후(朱高煦)가 있었는데, 주고후는 자신과 성격도 비슷했고 정난지역때 큰 공도 세운다. 그리하여, 영락제는 세자인 주고치가 아닌 주고후에게 황위를 물려줄 생각도 잠깐 하게 된다. 그러나, 주고치에게는 두 가지 무기가 있었다. 하나는 그의 세자 지위는 할아버지인 주원장이 직접 봉한 것이라는 것이다: "손자(주고치)에게는 군주의 식견이 있다" 또한 주고치의 아들 주첨기(朱瞻基, 나중의 선덕제)는 주체가 아끼는 손자였다. 주첨기가 태어날 때 주체는 아직 연왕이었는데, 꿈속에 주원장이 나타나서 대규(大圭)를 내리며, "자손에게 물려주면 영원히 창성할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나중에 주첨기를 보니 과연 뛰어난 인재였다: "이 아이는 영기가 넘치니 내가 꿈에서 본 것과 들어맞는다." 이렇게 하여 주고치는 자신의 아들 주첨기 덕분에 황위를 물려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바보황제로 유명한 진혜제(晋惠帝) 사마충(司馬衷)도 있다. 그의 부친 진무제(晋武帝) 사마염(司馬炎)은 여러번 태자를 다른 아들로 바꾸고자 생각했다. 그러나, 사마염이 결국 그렇게 하지 않은 원인중 가장 큰 것은 사마충에게 똑똑한 아들 사마휼(司馬遹)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마휼이 5살때 궁중에 불이 붙었는데, 사마염이 조급한 마음에 누각에 올라가서 불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때 어린 사마휼은 사마염의 옷자락을 잡아 안으로 끌면서 말했다: "한밤중에 불이 났으니 비상시국이다. 이런 때 함부로 사람들에게 군주의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그후, 사마염은 사마충, 사마휼 부자가 순조롭게 황위를 이어받을 수 있게 조치를 취해 놓는다. 그러나, 사마염이 죽은 후 사마충의 황후인 가남풍으로 인하여 팔왕지란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 사마휼이 사망한다. 사마휼의 두 아들도 마찬가지로 죽고 만다. 그리하여, 사마염의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황자로서 황위를 물려받으려면, 자신의 자식 즉 황손이 똑똑하다는 것을 황제에게 어필해야 한다. 황제는 자신의 기업이 천대만대 이어지기를 바라므로, 똑똑한 손자가 기업을 잘 이끌어 갈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황위를 넘겨받는데 좋은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