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말리(茉莉)
제1차아편전쟁 이전에 "만한전석"은 이미 광주(廣州)에 출현한다. 정부관리를 접대하기 위해서뿐만이 아니라, 외교 연회석에도 나타났다. <번옹현지(番禺縣誌)>의 기록에 따르면, 1841년 1월 25일, 기선(琦善)이 배를 타고 사자양(獅子洋)에 도착하고, 연화성(蓮花城)에서 영국전권대사 찰스 엘리어트를 만난다. 엘리어트는 <천비조약(穿鼻條約)>의 초안을 내놓고, 기선은 모두 받아준다. 다음 날, 기선은 영국인을 위하여 "만한전석" 사연(四筵)을 베풀고, 풍악을 울려서 분위기를 돋군다. 엘리어트, 모리슨등 두목 18명을 제외하고 영국병사 56명, 악사 16명이 있었다. 기선은 당시 사람들에게 '밥통(飯桶)"이라고 불리었다. 이런 '만한전석'이라는 '국연'으로 외국침략자들을 접대하다니, 존엄으로 말하자면, 대청국의 체면이 바닥에 떨어진 셈이다. 이 조약에 관하여, 기선의 책임에 대하여 역사학자들은 여러가지 견해가 있고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쨌든 멍청한 행동이었다.
광주에서 만한전석은 순수한 관청의 연회, 즉 이 연회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자는 상응한 관직등급을 가져야 하는 것에서, 청말에는 상인들이 자신의 신분을 자랑하는 매개로 발전한다. 여전히 전능의 도구였다. 권세로 재물을 긁어모아서 공명을 이룬 자들, 신분을 자랑하고 싶은 자들이 이런 호화사치스러운 연회로 사람들을 모은 것이다. 백여년전, 광주에서 만한전석을 내놓을 수 있는 음식점은 7,8개정도였다. 음식점명칭은 각각 귀련승(貴聯昇), 남욱당(南旭堂), 복래거(福來居), 일품승(一品昇), 취풍원(聚豊園), 옥료춘(玉醪春), 영영재(英英齋)등이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귀련승"이다. 동시에 양석(兩席)을 열 수 있었다. 전설에 따르면 연석때 활후뇌(活猴腦, 살아있는 원숭이골), 화권밀즉(花捲蜜喞, 밀즉은 금방 태어나 아직 눈을 뜨지 않은 쥐새끼를 가리킨다), 생박백족(生剝百足)등을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이름만 들어도 모골이 송연하지만 호기심을 만족시켜주는 요리는 전설에만 존재할 뿐이다. 정식 메뉴판에는 들어 있지 않다.
만한전석은 민국시기에 쇠락한다. 1984년 광주주가에서 '소만한전석'을 연구하여 내놓은 바 있고 한때 명성을 떨친다. 이는 당시 개혁개방의 분위기에 아주 가까웠다. 막 돈을 번 부자들이 먹기 귀한 음식을 찾아서 물밀듯이 몰려들었다. 당연히 많은 해외의 식객들도 찾아왔다.
지금 남아있는 광동식 '만한전석'의 메뉴는 2부가 있다. 그중 '귀련승'의 요리사들이 만든 것이 있는데, 이 메뉴는 이미 광동요리를 가르치는 청사진이 되고 있다고 한다. 비교적 널리 알려진 만한전석의 메뉴에 따르면 기록된 요리는 모두 108가지이다. 원료로 보면, 고급스럽고 귀한 것 뿐아니라, 희한하고 신기한 것도 많이 따졌다. 예를 들어,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항목이 있는데, "사수과(四水果): 마제(馬蹄, 물밤), 연우(蓮藕, 연근), 능각(菱角, 마름), 낭강첨(塱蔃尖)". 여기에서 남다른 우의를 읽어낼 수 있다.
영남지역은 사계절 과일이 풍부하다. 그래서 광동의 사람들은 과실을 견과(堅果), 생과(生果)와 수과(水果)로 구분한다. 생과는 토지에서 자라는 과일이고, 일반적인 의미에서 물에서 자라는 것을 '수실'라고 부른다. 이전 사람들은 식물학지식이 그다지 과학적이고 엄격하지 않아서, 마제, 연우 같은 뿌리류도 과일로 취급했다. 진정한 '수중과일'은 능각, 연자(蓮子), 자실(茨實, 가시연)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 메뉴를 보고 의혹을 느낄 것이다. 이 '낭강첨'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이는 연이 뿌리를 생성하는 그순간의 과도적 형태이다. 새끼손가락 정도의 크기이고, 그때가 신선하고 달고 맛있다. 일단 연뿌리로 되면 입으로 느끼는 맛이 거칠고 담백해진다." 그러나 이는 계절성이 너무 강하다. 광주지구에서는 단지 청명,곡우를 전후하여 나올 뿐이다. 일년동안 계속 하는 요리메뉴로 올릴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융중한 요리메뉴에 중복하여 같은 식재료가 나타날 확률도 높지 않다. 그래서, "낭강첨'을 연뿌리가 처음 날 때의 단계라고 보는 것은 약간은 억지스럽다. 이 의문에 가지고 또 다른 견해를 살펴보기로 하자.
한번은 요리계의 노선배들과 차를 마시면서 이 고민을 얘기했다. 십여분간의 열열한 토론을 거쳐, 그들이 내놓은 통일적인 답안은 이러했다: 중약(中藥)인 수랑강(水蓈蔃), 즉 갈대의 뿌리(蘆葦根)이다. 이들 선배중 한 사람은 일찌기 직접 만한전석을 만든 바 있는 요리업계의 노선배와 교분이 있어서, 이런 견해에 더욱 유력한 근거를 제공했다. 이는 의외의 일이다. 이렇게 호사스러운 연석에, 이렇게 보통의 풀뿌리가 나오다니. 갈대는 호수나 강가에서 자란다. 무릇 수원이 충분한 곳이면 모두 갈대를 볼 수 있다. 갈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좋은 약이기도 하다. 뿌리와 줄기는 모두 식용으로 쓸 수 있고, 신선한 갈대의 약효는 말린 것보다 낫다. 민간에서는 갈대를 차로 끓이기도 하고, 즙을 내어 마시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열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폐의 열을 다스리는데도 일정한 작용을 한다. 노소가 다 먹을 수 있다. 약용외에, 탕을 끓이거나 죽을 끓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지방에서는 복어를 먹기 전에 먼저 노근탕을 끓여서 만의 하나 중독되었을 경우에 먹기 위해 준비한다.
연석 메뉴의 설계도 학문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에게 어떤 것을 먹이느냐는 것은 경제적 효익에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의미와 바램을 부여해야 한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은 선인의 지혜이다. 이 '낭강첨'을 직접 식용으로 하려면, 맛이 맑고 달아야 한다. 채집하는데도 확실히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것이다. 요리는 창의 외에 마음씀씀이도 하나의 기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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