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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선진)

2천년간 억울하게 오명을 뒤집어쓴 등도자(登徒子)

by 중은우시 2014. 10. 24.

글: 기련해(紀連海)

 

 

 

 

등도자를 얘기하면 사람들은 바로 말한다: 호색(好色)의 비조(鼻祖). 누가 모르겠는가. 그러나, 이 말은 정말 등도자에게 억울하다.

등도자는 송옥(宋玉)과 같은 시대인 전국시대말기에 초항양왕(楚項襄王) 수하의 대신이다. 여러번 항양왕의 앞에서 송옥과 총애를 다투다가 실패하자, 등도자는 송옥을 모해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비로소 송옥을 불의하다고 몰아부칠 수 있을 것인가. 등도자는 송옥의 아름다운 용모를 가지고 방법을 생각해낸댜. 송옥이 '호색'한다고 모함하는 것이다. 그는 이 방법을 쓰면 백전백승일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고금이래로 이 방법은 항상 효과가 좋았고, 아무리 사용해도 효과는 만점이었기 때문이다.

 

하루는 등도자가 초왕을 모시다가 이렇게 말한다: "대왕, 송옥의 사람됨은 동작이 우아하고, 용모가 아름다우며, 말을 잘합니다. 천성은 여색을 좋아합니다. 대왕께서는 절대로 그를 후궁에 들어가게 하지 마시옵소서."

초왕이 묻는다: "너는 무슨 근거라도 있느냐?"

등도자가 말한다: "있습니다. 지난번에 그가 시골에 가서 주인이 딸을 희롱했습니다. 이것은 당륵(唐勒)이 가장 잘 압니다."

초왕이 말한다: "그럼 당륵을 불러와서 물어보자." 

시간이 약간 흐른 후 당륵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왔다.

초왕이 묻는다: "송옥이 시골주인의 달을 희롱했다는데 그런 일이 있었느냐?"

당륵이 말한다: "확실히 있었습니다." 

초왕이 말한다: "너희가 나가서 송옥을 들어로라 하라. 그리고 너희는 나가보거라."

송옥이 입궁하니 초왕이 묻는다: "송옥. 당륵이 말하기를 너는 용모가 아름답고 말을 잘하며, 집을 나서면 주인의 딸을 희롱하고, 입궁하면 과인을 모신다는데, 그건 너무 경박한 짓이 아닌가."

송옥이 대답한다: "제가 용모가 잘생긴 것은 부모가 그렇게 낳아준 것입니다. 말을 잘하는 것은 선성(先聖)에게 배운 것입니다. 제가 일찌기 외출한 적이 있는데, 말도 지치고 배도 고파서, 집을 찾아갔습니다. 주인은 외출했고, 부인은 시장에 갔습니다. 집안에는 주인의 딸만 있었습니다. 그녀가 나를 머물도록 어레인지해주었습니다. 정당(正堂)은 너무 높아 불편했고, 편옥(偏屋)은 너무 낮아 체면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난초와 지초의 향기가 나는 방으로 안내해서 나를 머물게 했습니다. 방안에는 위에 향금(響琴)이 걸려 있어 나는 금을 내려서 <유란>, <백설>같은 곡을 연주했습니다. 주인의 딸은 아름답기 그지없고, 해를 가릴 정도로 빛났으며 취우대의(翠羽大衣)를 입고 있었으며, 바깥에 백사단삼(白紗單衫)을 걸치고 있었으며, 구슬을 받은 보요(步搖)를 걸고 있었는데, 나를 방의 문으로 밀면서 말했습니다: "손님, 태양이 이미 높에 솟았는데, 설마 배가 고프지 않으신지요." 그래서, 나에게 쌀밥을 해주고, 노규(露葵)갱탕을 해주면서 나에게 먹기를 권했습니다. 그녀는 고의로 머리의 비녀를 내의 모자에 걸게 하여, 내가 고개를 들어 볼 수밖에 없게 했습니다. 그녀는 내가 마음이 동하지 않은 것을 보고는 나에게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심중번란상옥상(心中煩亂上玉床), 자헌신체자군방(自獻身體在君旁), 이불향용아원한(你不享用我怨恨), 연화이서사장림(年華易逝死將臨)' 나는 말했습니다: '나는 차라리 남이 부모를 죽여 그 딸을 고아로 만들지언정, 실로 남의 딸을 희롱하지는 차마 못하겠다.'"

초왕이 말한다: "됐다. 만일 내가 그런 지경에 처한다면, 어찌 참을 수 있겠느냐. 송옥, 당륵이 말하기를 네가 교활하게 변명한다고 하고, 등도자는 네가 동작이 우아하고 용모는 아릅다우며 말을 잘한다고 하며 천성이 여색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송옥이 답하여 말했다: "동작이 우아하고 용모가 아름다운 것은 천성적인 것이며, 말을 잘하는 것은 스승에게 배운 것입니다. 나에게 호색하다고 하는데 확실히 그런 일은 없습니다."

초왕은 약간 화가 났다: "너는 그 말만 계속 하지 말라. 나도 네가 말을 잘하는 것은 안다. 너는 네가 여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 말할 수 있겠는가? 이치에 맞으면 그만이고, 이치에 맞지 않으면 너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송옥은 진정하고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천하의 미인은 초나라만 못합니다. 초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은 나의 고향여자만 같지 못합니다. 나의 고향의 미인은 또한 나의 동쪽이웃의 여동생만 같지 못합니다. 나의 동쪽이웃여자는 1푼만 더하면 너무 높고, 1푼을 빼면 너무 작습니다. 분을 바르면 너무 하얐고, 연지를 바르면 너무 붉습니다. 그녀의 양쪽으로 굽은 눈썹은 푸른 새의 날개와 같고, 신체의 피부는 하얗기가 눈과 같습니다. 허리의 살은 부드러워 마치 하얀 실이 가볍게 흔들리는 것같고, 이빨은 하얗고 고릅니다. 마치 소라껍질이 정렬되어 있는 것처럼. 한번 웃으면 양성,하채의 모든 귀족공자들이 쓰러질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 여자가 담장을 기어올라 나를 3년간 몰래 훔쳐봤지만 지금까지 나는 마음이 동하지 않았습니다. 대왕. 이 등도자는 다릅니다. 그의 처는 봉두난발에 두 귀가 굽어 있고, 입술은 이빨을 가리지 못하며, 이빨도 듬성등성하며, 길을 걷는데도 비뚤비뚤하고, 다리를 꼬고 앉으면 낙타등같습니다. 온 몸에 부스러기가 있고, 치질도 있습니다. 그러나, 등도자는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와 살면서 아들 다섯을 낳았습니다. 대왕께서 자세히 생각해 보십시오, 도대체 누가 호색한 것입니까"

 

이것이 바로 <등도자호색부>의 유래이다.

청나라때 사람 왕문유(王文濡)는 <등도자호색부>를 가리켜, 송옥이 스스로 부를 지어 변명하였으나, 실은 항양왕의 음심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송옥이 이렇게 말을 조스럽게 한 것은 실로 용심양고(用心良苦)이다.

그러나, 송옥의 이 <등도자호색부>는 등도자를 해친다. 왜냐하면 등도자는 비록 소인이기는 하고, 송옥과 사이가 나쁘기는 하였을 뿐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그는 단지 송옥과 황제의 총애를 다투는데서 소인이었을 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등도자가 '호색'하였다는 다른 증거를 찾을 수 없다.

 

한번 생각해보자. 등도자가 부인을 어떻게 대했는지, 송옥조차도. "그의 처는 봉두난발에 두 귀가 굽어 있고, 입술은 이빨을 가리지 못하며, 이빨도 듬성등성하며, 길을 걷는데도 비뚤비뚤하고, 다리를 꼬고 앉으면 낙타등같습니다. 온 몸에 부스러기가 있고, 치질도 있습니다. 그러나, 등도자는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와 살면서 아들 다섯을 낳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본다면 우수한 남자가 아닌가. 

그러므로, 필자는 역사는 등도자에게 "호색"이라는 문제에서 '정인군자'라는 것을 증명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우리들 후인에게 경고해준다. 단순히 송옥의 글 <등도자호색부>의 명칭에 근거하여 그리고 문장의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도 못하고, 심지어 문장의 내용을 전혀 본 적도 없으면서 그저 등도자가 '호색'하다고 해버린 것은 자신이 그냥 그러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한 착오를 저질렀을 뿐아니라, 억울하게 등도자라는 좋은 사람을 억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