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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오대십국)

후당명종(後唐明宗)과 가짜 고승들

by 중은우시 2013. 12. 24.

글: 단전룡(段錢龍)

 

오대(五代) 시기에 전란이 빈번했고, 백성들의 생활은 도탄에 빠진다. 난세일수록, 불교를 숭상하는 사람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후당명종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인물이다. 형제들의 시신을 밟고 황좌에 올랐다. 그러나 이 냉혈한도 극도로 불교에 빠진 독실한 신도였다. 백성들은 불법으로 위안을 삼으려 하지만, 조정도 불법으로 통치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조야에서 일치된 수요로, 후당명종시기에 각지에서는 무수한 법사, 고승이 나타난다. 다만 이들 법사, 고승들 중에서 정말 불법이 높은 사람도 있었지만, 더 많은 사람은 불교의 겉옷만 입은 사기꾼들이었다. 이들은 불법을 선양한다는 명목으로 재물을 대거 긁어모았고, 권력자의 집을 드나들거나 심지어 직접 관직과 작위를 수여받았다. 절에는 재물이 무수했고, 출입시에 앞뒤로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마치 왕공귀족과도 같았다. 이러한 고관인 화상에 대하여, 어떤 사람은 멸시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선망했다. 그래서 한무리 또 한무리의 고승들이 후당의 정계에 계속 나타나게 되었다.

 

하루는, 한 화상이 황궁으로 와서 문을 두드린다. 책임관리가 물어본다. 당신은 출가인인데 무슨 할 말이 있어서 왔는가? 화상은 말하기를 무슨 할 말이 있어어 온 것이 아니라 보물을 헌납하려고 왔다. 관리가 다시 묻는다. 무슨 보물인가? 화상이 답한다. 나는 서천으로 진경을 구하러 갔다가 돌아왔는데, 여래불조사의 불아사리(佛牙舍利) 10여개를 가지고 왔다. 무가지보여서 개인적으로 보관하기 부적절하여, 특별히 대당황제폐하에게 바치려는 것이다. 관리는 그 말을 듣고 불교와 관련이 있다고 하자, 급히 당명종에게 보고한다. 당명종은 그의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정무를 놔두고, 급히 화상에게 입궁하라고 하여 만나본다. 화상은 그 자리에서 십여개의 불아사리(부처 이빨사리)를 내놓는다. 하나하나가 모두 주먹만큼 컸고, 부처이빨은 흑황색을 나타냈다. 어떤 곳에는 갈라진 흔적도 있었다. 일부 대신이 의문을 제기하였다.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화상은 이렇게 해명한다. 부처이빨사리는 시간이 오래되어서, 천백년동안 불과 먼지에 거슬려서 색이 변하고 갈라지게 된 것이라고, 당명종은 아주 기뻐하며 화상에게 보물을 바쳤는데 무슨 바라는게 있는지 물어본다. 관직을 원하는지, 금은보화를 원하는지. 화상은 일부러 긍지를 보이며 말한다. 관직은 원치 않습니다. 보물을 바친 것도 이익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자신은 불상을 장식하고, 절을 짓는데 약간의 보시를 원할 뿐입니다라고. 당명종은 그 자리에서 만민(萬緡)을 내린다. 불아의 일부분은 중서성에 남겨서 백관들이 볼 수 있게 해둔다. 일부분은 후궁으로 가지고 가서, 비빈들이 감상하게 한다. 후궁비빈들은 당명종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는 속속 개인돈을 내놓아서 보시를 했다. 화상은 다시 수천민의 수익을 얻는다. 대신중에 조봉(趙鳳)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조정에서 불교를 숭상하는 부정한 기풍이 유행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래서 재상에게 보고한다. 듣기로 진짜 불아사리라면 도끼나 철추로 내려찍어도 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한번 시험해 보고싶다. 재상은 그를 말린다. 불아는 귀중한 것인데 잘못하면 절망 문제될 수 있다고. 그러나 조봉은 미리 작은 도끼를 준비해놓고 있었다. 도끼로 소위 불아사리를 두드려 산산조각을 내버린다. 재상은 화가 나면서도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고 조봉을 엄벌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조봉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재상에게 불아사리의 내부를 자세히 살펴보라고 말한다. 언래, 이 불아사리는 화상이 도자기흙으로 구워서 만든 것이었다. 불아사리가 가짜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명종은 대모한다. 그러나 그 화상을 다시 찾으려 했을 때는 이미 화상은 사람들 무리 속으로 숨어들어가 행방이 묘연해서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

 

불아사건후, 당명종은 체면이 상했다고 여겨서 숭불에 대한 흥미가 약간 약해진다. 1년후, 당명종은 택주(澤州)에서 홍밀대사(洪密大師)라는 고승이 왔다는 말을 듣는다. 그는 전체 중원지구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데, 최근 들어 경성으로 왔다. 경성의 권력귀족들은 많은 돈을 보시했다. 당명종은 몇몇 심복대신을 찾아서 그들로 하여금 먼저 이 홍밀대사를 찾아가게 한다. 짝퉁인지 아닌지를 먼저 살펴보게 한 것이다. 다시 옛날처럼 난감한 사태를 초래하지 않기 이하여. 몇몇 대신들이 홍밀대사를 만나서 얘기를 나누어보고는 홍밀대사가 선종의 불리에 정통하여 확실히 고승이라고 판단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소개한 바를 들으면, 홍밀대사에게는 또 하나의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한다. 몸에서 많은 사리자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대신들은 아주 흥분한다. 홍밀대사에게 그 자리에서 시범을 보여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홍밀대사는 신비막측하게 말한다. 이것은 법력을 많이 소모하게 되므로 가볍게 보여줄 수는 없다고. 대신들은 상황을 당명종에게 보고한다. 대신들은 모두 생각했다. 홍밀대사는 사기꾼이 아니라고. 일반 고승은 모두 사망한 후 화장하고나서 비로소 사리를 얻을 수 있는데, 홍밀대사는 살아있는 사람의 몸으로 사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것은 천고에 들어본 적이 없는 얘기였다. 당명종은 바로 조서를 내려 홍밀대사를 접견한다. 그 자리에서 몸에서 사리가 나오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한다. 홍밀대사는 얼굴에 난색을 드러냈고, 당명종은 얼굴색을 가라앉히며 말한다. "설마 소문이 가짜란 말인가?"  홍밀대사는 당명종이 화를 내는 것을 보자 잘못하면 자신이 기군지죄(欺君之罪)로 처벌당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여 어쩔 수 없이 응락한다. 홍밀대사는 말했다. 몸에서 사리가 나오는 것은 중대한 일이다. 목욕재계하고 성심을 다해서 기도를 한 후에야 가능하다. 반달후에 자신이 거주하는 절에서 신출사리(身出舍利, 몸에서 사리가 나오다)의식을 거행하도록 요청한다. 당명종은 그렇게 하라고 한다. 시간이 되어, 당명종은 군대를 이끌고 절로 간다. 군대에 절을 포위하도록 명령하여, 일단 거짓이 나타나면, 바로 홍밀대사의 목을 벨 준비를 한다. 사람들이 대전에 몰려 들었다. 홍밀대사는 법대 위에 높이 앉아서 염불을 하며 기도하고 있었다. 수백명의 화상들이 같이 염불을 했다. 얼마후 홍밀대사의 몸아래에서 붉은 빛이 나타난다. 은은히 여러개의 빛을 발하는 물건이 보였다. 분명 사리자(舍利子)일 것이다. 몇 시진후, 홍밀대사는 법대를 걸어내려와서 당명종에게 보고한다. 의식은 이미 끝났다고. 자신은 정력을 다 소모하여 며칠간 정양해야하겠다고. 당명종은 홍밀대사에게 먼저 가서 쉬라고 한 다음, 당명종은 사람을 시켜 법대에서 사리자를 조심스럽게 옮겨와서 시종에게 하나하나 거두게 했다. 모두 100여개의 사리자가 나왔다. 당명종은 사리자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감상하며 찬탄을 금치 못한다. 그후에 백관들에게 보여주라고 명령한다. 백관들은 모두 목을 빼고 기다렸다. 일부 관리들은 당명종에 부화하여 사리자가 얼마나 진귀한지를 찬찬했다. 그러나 일부 관리는 중얼중얼했다. 사리자가 너무 가볍고, 보기에 색깔이 약간 물고기눈깔을 갈아서 만든 것같다는 것이다. 당명종은 믿지 않아서, 패도를 꺼내어 사리자를 갈라본다. 과연 물고기눈깔이었다. 당명종은 대노하여 사람을 보내어 홍밀화상을 붙잡아오게 한다. 그러나 선방(禪房)에는 밀도(密道)가 있어서 바로 산아래로 통하게 되어 있었다. 원래, 홍밀화상은 불법에 정통했지만 유명하지 않아서 신출사리라는 방식을 생각해내어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천하에 이름을 날리는 고승이 된다. 그러나 무지한 시골사람들을 속이는 정도야 가능하지만, 조정의 상하에는 총명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들까지 속아넘기기는 정말 쉽지가 않다. 홍밀화상은 핑계를 대어 재계해야한다고 하면서 반달동안 새로 밀도를 팠던 것이다. 사람들이 사리자를 감상할 때, 홍밀화상은 재물을 모조리 가지고 멀리 도망쳐 버렸다.

 

당명종은 멍청한 군왕이 아니었다. 그는 진왕(晋王) 이극용(李克用)의 수하였고, 지용쌍전(智勇雙全)의 일대명장이라 불리웠다. 황제에 오른 후, 당명종은 개혁을 추진하고, 이치(吏治)를 정돈하며, 대거 농잠업을 일으켜 조야의 상하에 중흥의 기상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정명한 당명종도 여러해동안 빠져있던 불법에 관련해서는 불리를 얘기하는 화상들 앞에서 지력이 하락하고, 백치처럼 되어 버렸던 것이다. 구양수(歐陽修)는 당장종이 총닉영인(寵溺伶人)했다고 비판했는데, "지용다곤어소닉(智勇多困於所溺)"이라고 하였다. 당명종의 숭불도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