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개주(李開周)
예를 들어 여러분이 북송때 식사를 한다면, 절대로 정오에 가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북송때 많은 식당들은 점심을 팔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경몽화록> 제8권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오미간(午未間)에 집집마다 술이 없고, 망자(望子)를 내린다." '오미'는 오시에서 미시까지를 말한다. 오늘날로 보면 오전11시에서 오후3시까지이다. '망자'는 식당의 앞에 걸어놓는 깃발을 말한다. 깃발을 내린다는 것은 식당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늘날이라면 오전11시에서 오후3시까지의 시간은 바로 점심식사시간이다. 크고 작은 식당들에서 장사를 한창 하고 있을 때로 돈을 버는 시간대이다. 왜 북송의 식당에서는 점심을 팔지 않았을가? 장사가 가장 잘될 시간대에 이렇게 영업을 중단했을까?
원인은 아주 간단하다. 북송때 대다수의 백성들은 점심을 먹는 습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실 북송뿐아니라, 민국시기까지도, 가난한 백성들은 1일 2끼를 먹는 전통을 유지했다. 풍옥상이 하남에서 집정할 때, 현지 농민들이 하루에 몇 끼를 먹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들이 말하기를 두끼를 먹는다고 한다. 1끼는 건반(乾飯), 한끼는 희반(稀飯)."(<풍옥상일기>). 이할인(李劼人) 선생이 쓴 장편소설 <천마무>에서는 해방전에, "성도(成都)의 일반 사람은 두 끼만을 먹었다. 오전 8시를 전후하여 1끼를 먹고,오후 3시를 전후하여 1끼를 먹었다. 날이 밝으면 일어나고 2경이면 잠이 들었다. 점심을 먹지 않았고, 야식도 먹지 않았다."
일반백성들은 하루에 두끼를 먹었는데, 그럼 황제는? 기이하게 황제도 하루에 두 끼를 먹었다. <송회요집고.방역지>에는 양송황제의 음식습관을 기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오전 8,9시경에 주방장이 1끼의 밥을 올린다. 오후 5,6시경에 다시 주방장은 1끼의 밥을 한다. 매일 이 2끼가 정찬이다. 청나라황제의 법도는 약간 바뀐다. 아침 6시반에 1끼를 먹고, 정오 12시반에 1끼를 먹으며, 저녁이 되면 주방장은 원칙적으로 황제에게 식사를 드리지 않는다('원칙적으로' 그렇다는 것에 주의할 것).
가장 기이한 사람은 강희제이다. 그 자신에 따르면, "짐은 하루에 두 끼를 먹는다. 옛날에 새외로 출정을 나갈 때 매일 1끼를 먹었다. 이제 십사아거가 병력을 이끌고 나갔는데 역시 똑같다." 평상시에는 하루에 두 끼를 먹지만, 출병전투를 할 때는 하루에 한 끼만을 먹는다. 그의 아들인 십사아거도 부친의 습관을 그대로 본받았다. 그후에 그는 몇몇 한족신하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희 한인들이 만일 이렇게 하면, 하루 먹을 것으로 이틀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렇게 하지 않는가?"
강희제의 말을 우리는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그 자신도 1일 두끼 식사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진정한 음식습관은 이렇다. 아침조회(早朝) 전에 점심(點心, 간단한 음식)을 먹는다. 아침조회후에 아침식사를 한다. 정오에 다시 점심을 먹는다. 저녁이 되면, 주방장은 확실히 다시 요리를 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는 비빈의 패자(牌子)를 뒤적인 후, 그 비빈이 그에게 간단한 식사를 준비한다. 손가락을 꼽아보자. 하루에 4끼를 먹는 셈이다.
다시 송나라의 황제를 보자. 그들은 매일 두 끼의 정찬(正餐)을 먹는다. 맞다. 그러나, 정찬 이외에 수시로 가찬(加餐)할 수 있다. 이것을 '범색(泛索)"이라고 한다. 그 뜻은 언제든지 먹고 싶으면 그때그때 먹는다는 것이다.
황제들은 실제로 하루에 여러 끼니를 먹었지만, 왜 매일 그저 한 두끼만을 먹는다고 하였을까? 다른 게 아니다. 천하의 백성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근검절약하는지 보여주려는 것이다. 간고박소(艱苦朴素)의 우량전통을 이은 좋은 황제라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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