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역사사건/역사사건 (공통)

중화문명의 근기(根基)

중은우시 2014. 4. 29. 22:28

글: 이중천(易中天), 2014년 4월 15일 서안교통대학 강연내용

 

1. 중화문명의 특색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섬서까지 와서 <이중천중화사> 제7권 <진병천하>의 발행의식을 거행하게 되고, 동시에 저의 "심근지려(尋根之旅, 뿌리를 찾아가는 여행)"을 실현하게 되어 아주 기쁩니다. 섬서는 중국역사에 아주 중요합니다. 그것은 주,진문명의 발상지이고, 한,당문명의 정정지(定鼎地)입니다. 중화문명은 이 곳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중화문명은 여기에서 세계로 향했습니다.섬서는 중화문명의 뿌리가 있는 곳입니다. 저는 섬서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의 강연 제목이 "중화문명의 근기"로 잡았습니다.

 

먼저 중화문명의 특징을 살펴봅시다.

중화문명의 특징은 "3가지 유일한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1대문명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지금까지 연속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연속되는 문명중에서, 유일하게 신앙이 없으며,

신앙이 없는 문명중에서, 유일하게 세계적인 것입니다.

 

여기에는 해석이 필요할 것같습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인류는 7천년의 문명사를 지니고 있고, 3대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제1대는 직접 원시사회에서 탄생한 것으로 서방학술계에서는 "고대문명"이라고 칭하는 것입니다.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은 이집트와 서아시아입니다. 서아시아는 수메르, 아카드, 바빌론, 앗시리아를 포함하며, 통칭 "메소포타미아"라고도 하고, "티그리스 유크라테스문명"이라고도 합니다. 그후에 하라파(harappa), 크레테(Crete), 하(夏), 올메크(Olmec)까지 합쳐서 6대고대문명이라고 부릅니다.

 

제2대는 제1대문명의 기초 위에서 탄생한 것으로 '고전문명'으로 불립니다. 인도, 마야, 그리스, 페르시아, 로마, 비잔틴, 일본, 아랍, 러시아가 있습니다.

 

제3대는 '현대문명'으로 주로 서방을 가리킵니다.

 

대다수의 문명은 모두 지역적이거나 민족적입니다. 인도문명은 지역적이고, 종족를 따지지 않고 지역만 따집니다. 슬라브문명은 민족적입니다. 국가를 따지지 않고 민족을 따집니다. 일본문명은 지역적이며, 민족적입니다. 1국1족1문명입니다. 그러므로, 가른 국가나 지역이 일본화, 인도화, 슬라브화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과거에도 없었고, 장래에도 어려울 것입니다.

 

세계적인 문명의 출현은 기원전200여년에 시작됩니다. 그것은 바로 로마문명과 한,당문명입니다. 그 후에 이슬람문명과 서방현대문명이 있다. 다만, 로마문명은 쇠망했다. 지금까지 연속되면서 세계적인 것은 중화문명, 이슬람문명, 서방현대문명이다.

 

이슬람문명과 서방현대문명은 모두 신앙이 있다. 신앙이 없는 것은 우리들이다.

 

그런가? 그렇다. 그럼 무엇이 신앙인가? 바로 "초자연, 초세속의 존재를 굳게 믿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나님 혹은 알라이다. 이런 존재는 자연계에 속하지 않고, 과학실험으로 증명할 수 없다; 인류사회에 속하지도 않고, 일상경험으로 증명할 수도 없다. 방법이 없다. 그저 믿는 것이다.

 

이런 존재와 명제는 중국에서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창조신이나 창세신화가 없다. 우리가 나중에 불교를 도입하여, 도교를 발명한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전민신앙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중국인도 불교를 믿고, 귀신을 믿고, 풍수를 믿는다. 그러나 기실 "신이불앙(信而不仰)"이다; 신에게 절하고, 신선에 절하고, 보살에 절하는 것은 기실 "앙이불신(仰而不信)"이다. 소위 "신즉령(信則靈)"(믿으면 영험하다)는 말은 실은 "영험하지 않으면 안믿는다(不靈就不信)"이다.

 

믿고 안믿고는 영험한지 아닌지를 보는 것이다.

 

그래서 한민족의 "신(信)"은 지금까지 고정된 대상이 없다. 조상, 보살, 호선, 관제, 태상노군, 심지어 원로 무산계급혁명가까지 모두 하나같이 신감에 넣어 예를 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자 자신이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대학입시를 볼 때는 문창에 절을 한다; 아이를 낳을 대는 관음에 절을 한다; 집을 살 때는 풍수를 본다. 그저 자신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준다면 우리는 이곳저곳을 바꾸어 절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것도 '신앙'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그저 '숭배'라고 부를 수 있을 뿐일 것이다. 귀신은 있어도 종교는 없고, 숭배는 있어도 신앙은 없다. 이것이 바로 중화문명의 특징이다.

 

문제는 왜 그런가인데, 그것은 바로 섬서와 관련이 있다.

 

2. 중화문명의 비밀

 

섬서에는 강이 2개 있다. 하나는 경하(涇河)이고 하나는 위하(渭河)이다. 이것은 중화민족의 유프라트스강과 티그리스강이다. 경위 두 강의 사이에 주원(周原)이 있다. 바로 중화민족의 메소포타미아이다. 주원에서 굴기한 주인(周人) 혹은 주족(周族)은 중화문명의 터를 닦은 사람들이다.

 

주인은 어떤 기초를 닦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인본정신(人本精神)이다.

 

인본정신의 탄생은 무왕벌주(武王伐紂)이후에 나타난다. 이번 전쟁의 승리는 아주 빨리 왔다. 승리한 주인은 반드시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혁명의 합리성, 정권의 합법성.

 

이 두 가지 문제에 대답을 내놓은 사람은 주공(周公)이다. 혹은 주공을 대표로 하는 주인들이다. 그들은 일련의 개념과 관념을 제시한다.

 

첫번째 관념은 천하(天下)이고, 두번째 관념은 중국(中國)이며, 세번째 관념은 천명(天命)이고 네번째 관념은 혁명(革命)이다.

 

천하는 바로 하늘의 아래이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天圓地方). 그래서 천하는 바로 보천지하(普天之下)인데, 줄여서 '천하'라고 한다; 역시 사해의 안이므로 해내(海內)라고도 부른다.

 

천하의 가운데를 중국이라고 불렀다. 중(中)은 당중(當中)이고, 국(國)은 도시이다.

 

그래서, 중국은 천하의 가운데 있는 도시이다. 혹은 도시국가이다.

 

중국의 의미는 무엇인가? 선진적인 생산력을 대표하고, 선전적인 문화를 대표하며,문명의 발전추세와 성격을 대표한다. 맞다. '삼개대표'이다.

 

마찬가지로 중국에도 3개대표가 있다.

 

하: 수리기술, 존명문화(尊命文化), 초급단계의 농경문명;

상: 청동기술, 존신문화(尊神文化), 초급단계의 공상문명;

주: 농업기술, 존례문화(尊禮文化), 날로 성숙하는 농경문명.

 

왜 이 '삼개대표'인가?

 

왜냐하면 천하와 해내는 모두 하늘의 것이다. 다만, 하늘은 천하를 다스릴 수없다. 반드시 대리인에게 위탁해야 한다. 대리권을 위탁하는 것을 '천명'이라고 부른다. 대리권을 취소하는 것을 '혁명'이라고 부른다. 전후로 대리권을 취득한 것은 바로 하, 상, 주이다.

 

이것이 바로 군권천수(君權天授)로 주나라사람들의 첫번째 정치관념이다.

 

그렇다면 하늘이 수권할 때 무엇을 보는가?

 

민의(民意)를 본다. 천시자아민시(天視自我民視), 천청자아민청(天聽自我民聽)

 

하늘은 왜 사람의 말을 듣는가?

 

그것은 바로 하늘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은상의 실패는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은데 기인한다. 그래서 주인은 반드시 그것을 거꾸로 행햐여야 했다.

 

두번째 정치관념이 탄생한다: 이인위본(以人爲本)

 

이인위본은 이신위본(以神爲本)이 아니라는 것이다. 종교의 탄생의 가능성이 없어졌다. 귀신숭배사상을 대체한 것은 성인숭배이다. 종교신앙을 대체한 것은 윤리도덕이다. 중화민족은 종교신앙을 탄생시킬 수가 없었다. 신의 위치를 인간이 차지해버린 것이다.

 

성인은 바로 도덕적 모범이다.

 

도덕과 성인의 기치를 높이 받드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승리한 주나라사람들은 반드시 대답해주어야 했다: 하늘은 왜 은상의 명을 혁(革)했는기? 주는 왜 혁명자가 될 수 있었는가?

 

답은 바로; 은상은 실덕(失德)했고, 주인은 유덕(有德)했기 때문이다.

 

덕으로 천하를 얻었으니, 덕으로 천하를 다스러야 한다.

 

세번째 정치관념이 탄생한다: 이덕치국(以德治國)

 

그렇다면, 덕치는 주나라사람들이 창조한 것인가?

 

그렇다. 갑골문과 청동기가 증명한다. 갑골문의 덕은 심(心)이 없다 그 뜻은 얻는다는 것이다. 금문의 덕은 어떤 경우는 심(心)이 있고, 어떤 경우는 심이 없다. 심이 없는 것은 사람의 이름이다. 심이 있는 것은 도덕을 가리킨다.

 

최초의 '유심지덕(有心之德)"은 하존(何尊)에 나타난다. 이것은 주성왕(周成王) 시기의 청동기이다.최초의 '중국(中國)' 두 글자가 나타난 곳도 이것이다. 주인의 공훈은 그 증거가 확실하다.

 

이덕치국은 당연히 신앙에 의지하지 않는다. 의지하는 것은 예악(禮樂)이다. 예는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고, 예는 조화를 보증하는 것이다. 예로서 질서를 지키고 악으로 조화를 이룬다(以禮維序, 以樂致和). 주나라사람들의 네번째 정치관념이다. 예도 좋고, 악도 좋다. 모두 종교는 아니다; 윤리이건 예술이건 혹은 예술화된 윤리 혹은 윤리화된 예술이건 간에.

 

윤리도덕과 예술심미의 결합은 중화민족의 독특한 예악문명을 탄생시킨다.이런 문명의 특색은 천하와 종족, 방국과 가정, 사회와 개인간에 평형점을 찾았다. 여러가지 서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점을 찾았다. 그러므로 문명의 초기에 아주 아름다웠다.

 

이인위본, 이덕치국, 이예유서, 이악치화, 이것은 바로 인본정신의 주요내용이다. 즉 주인들이 중화문명을 위하여 닦은 기초이다. 이런 문명에 신앙은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문명에 신앙이 있는가?

 

3. 중화문명의 부흥

 

신앙이 있다면 그것은 일신교문명이다.

 

이치는 아주 간단하다; 다중심은 무중심이다. 다신앙은 무신앙이다. 중국 한민족처럼 뭐든지 다 믿는다면, 기실 그것은 뭐든지 안믿는다는 말이다.

 

세계에 일신교는 3개가 있다: 유태교, 기독교, 이슬람교. 3가지 일신교는 모두 상업민족에게서 탄생한다. 상업민족의 특징은 바로 계약으로 사회를 관리하는 것이다. 사람과 물건의 관계를 통하여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실현하는 것이다. 물건은 사람이 아니다. 그러므로 소유자에 대하여 오히려 마찬가지로 구속력을 가진다. 그래서 공정하고 공평하다.

 

첫번째 평등이 탄생한다  - 계약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계약은 여러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논리이다. 바로 사람과 자연의 약속이다. 역시 사람과 사람의 약속이다. 그중 증명이 필요없는 공리(公理)도 있고, 추정해서 찾아낸 정리(定理)도 있으며, 마지막 결론은 진리(眞理)라고 부른다. 어떤 결론이 진리인지 아닌지는 장삼이사가 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합리적이냐 아니냐를 보아야 한다.

 

과학이 탄생한다. 진리의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

 

계약은 자연에 사용될 수 있고, 사회에 사용될 수 있다. 사회의 계약은 바로 법률이다. 단지 전체공민이 함께 체결한 것이다. 그래서 "사회계약"이라 부르고, "전민공약"이라 부른다.

 

법치가 탄생한다. 법률의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다.

 

다만, 법률이 관장하는 것은 최저선이 있다. 더욱 높은 요구는 도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반드시 하나님과 체결해야 한다. 계약의 내용은 하나님의 약속이다: 좋은 사람은 천당에 가고, 나쁜 사람은 지옥에 보낸다. 이런 계약은 두번 체결한다. 한번은 구약이고, 두번째는 신약이다.

 

종교가 탄생한다. 하나님의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다.

 

이를 보면, 신앙의 탄생은 하나의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사람과 사람간의 계약관계이다.

 

주나라는 농업민족이고, 농업민족는 남경여직(男耕女織), 사세동당(四世同堂)한다. 사람과 사람간은 친척관계이고, 친척간에는 무슨 계약, 법률, 진리가 필요없다. 그저 친정(親情), 도덕, 윤리만 따지면 된다. 친척간에는 하나님도 필요없다. 그저 가장과 조상만 필요하다.

 

그외에 체면도 필요하다.

 

체면에 친정을 더하면 바로 정면(情面)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에서 잘 쓰이는 것이다.

 

천하국가의 가장과 조상은 바로 황제와 하늘이다. 하늘은 일신교의 하나님 혹은 알라가 아니다. 하늘은 자연이면서 세속적이다. 이것은 신앙이 아니다.

 

그러나, 중화민족은 비록 신앙이 없지만, 핵심가치관은 있다. 그것은 바로 삼강오륜과 계급투쟁이다. 다만, 전자는 소농경제에 적합하고, 후자는 계획경제에 적합하다. 시장경제시대에는 쓸모가 없다. 이렇게 되여 도덕황사가 나타나고, 멜라민 수단홍이 나타나는 이유이다.

 

확실히 우리의 임무는 시장경제에 부합하는 중화문명의 핵심가치관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히 임중도원(任重道遠)한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36권의 <이중천중화사>를 쓰는 것이다. 3700년동안 우리의 운명과 선택을 밝히는 것이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여러분들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