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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사건/역사사건 (공통)

역사상의 '술주정'

by 중은우시 2014. 5. 30.

글: 독서삼매(讀書三昧)

 

술주정은 말 그대로 술을 마시고 하는 말이다. 평상시에 말하기 곤란하거나 말하기 어렵거나 심지어 말할 수 없는 말을 왕왕 술기운을 빌어서 얘기하게 된다. 그러나, 술주정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마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어떤 경우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생각했던 작용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상반된 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술자리에서의 말이 어떤 때 긍정적인 작용을 했는가?

 

북제 무성황제 고담(高湛)에게 화사개(和士開)라는 총신이 있었다. 고담은 잠시도 그를 떠나지 않았다. 사료의 기록에 따르면, 화사개는 독서를 좋아하지 않았으나, 모함하는데 재주가 있었다. 매번 고담과 함께 술을 마실 때, 그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 술주정은 모두 고담의 마음에 딱 들어맞았고, 고담은 그의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졌다. 한번은 고담이 화사개와 술을 마시는데, 두 사람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지금부터 옛날까지 그리고 해활천공의 온갖 일들을 얘기했다. 마시면 마실수록 기분이 좋아졌고, 얘기하면 할수록 두 사람은 가까워졌다. 얘기를 하다가 화사개가 이런 말까지 한다: "자고이래로 제왕은 모조리 흙속에 묻혔다. 요순과 걸주가 뭐가 다르냐? 폐하께서는 젊었을 때 마음껏 즐기고 놀아야 한다. 이렇게 즐거운 생활은 하루가 천년보다 낫다. 국가의 대사는 대신들에게 넘겨라. 그들이 일을 안할까봐 걱정되는가? 너무 열심히 일하고 스스로를 얽매지 말라" 고담은 그 말을 들은 후 아주 기뻐한다. 화사개가 자신을 위하여 생각해준다고 여긴 것이고, 아주 충성심이 강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국사를 모조리 관련대신에게 넘겨서 처리하게 하고, 그이후부터 군왕은 조회에 참석하지 않는다.

 

송태조 조광윤이 한번은 석수신등 원로대신을 불러와서 연회를 베푼다. 술자리에서, 군신은 연신 술잔을 들고 아주 즐겁게 마신다. 술이 거나하게 되었을 때, 조광윤은 돌연 이들에게 이렇게 맣한다: "너희가 없었더라면 오늘의 나는 없었다. 그러나 내가 황제가 되고 나니 절도사로 있을 때보다 즐겁지가 않다. 나는 매일 밤에 아무런 걱정없이 잠들지 못한다" 석수신등은 급히 왜 그런지 묻는다. 조광윤이 말한다: "사람이라면 누가 부귀를 원치 않겠는가? 일단 누군가 황포를 너희의 몸에 입혀주면, 설사 네가 황제에 오르고 싶지 않더라도, 가능하겠는가?" 석수신등은 황급히 말한다. 자신들이 어떻게 하면 되겠는지. 조광윤은 말투를 바꾸어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짧고 빨리 흘러간다. 돈을 좀 더 많이 모으고, 전답을 사서 자손에게 물려주고, 가동무녀들을 감상하며 만년을 즐기는게 낫다. 군신간에 서로 의심하지 않으면 아주 좋은 일이 아니냐?" 석수신등은 연신 은혜에 감사한다는 말을 하며, 다음날 모두 병을 핑계로 병권을 해제해줄 것을 청한다. 이것이 바로 중국역사상 저명한 '배주석병권'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 속에서 조광윤이 한 말은 술자리에서 한 말이었는데, 더욱 쉽게 말할 수 있고, 정감있게 말하게 되어 엄숙한 성지보다 훨씬 역량을 발휘했다.

 

술자리에서의 말이 어떤 때 원치 않는 작용을 했는가?

 

동한 기주자사 소장(蘇章)은 순제에 의해 순찰사가 되어 지방을 순찰한다. 소장에게는 친구중에 청하태수가 있다. 소장이 순찰할 때, 그가 부정부패의 범죄를 저지른 것을 발견한다. 그리하여, 소장은 풍성한 주연을 준비하여 그를 부른다. 술자리에서, 두 사람은 이전의 우의와 즐거웠던 일을 마음껏 얘기하며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아마도 이런 환대에 너무 기뻐서인지, 이 청하태수는 술을 너무 먹어 흥분해서, 술기운을 빌어 소장에게 이런 말을 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일중천(一重天)만 있지만, 나에게는 양중천(兩重天)이 있다." 그 말에 숨은 뜻은, 소장이 그의 뒷배경이라는 말이다. 이 배경만 있으면, 자신은 마음대로 해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장은 이렇게 답한다: "오늘 밤에 나 소장이 옛친구와 술을 마시는 것은 사적인 우의이다; 내일 내가 기주자사로서 법에 따라 일처리를 하는 것은 법률을 집행하는 것이다." 그리고서 이 청하태수의 좌상을 열거하고 그를 법에 따라 처리한다. 소장이 순찰하는 곳에서 그가 사적인 정을 봐주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는 모두 겁을 먹고 조심하게 된다.

 

북위의 원회(源懷)는 관료로서 청렴한 정파인물이다. 선무제는 원회를 지절사(持節使)로 임명하여 북부의 변경6군을 순시하게 한다. 원회는 젊었을 때의 친구인 원니수(元尼須)가 있었다. 그는 회삭(懷朔)에서 진장(鎭將)으로 있었다. 그는 부정부패로 악명을 널리 떠치고 있었다. 원회가 회삭에 도착한 후, 원니수는 자신의 사정이 이미 '종이로 불을 가릴 수 없는' 상황인 것을 안다. 그래서 원회를 연회에 초청하여 사적인 감정으로 한번 봐줄 것을 부탁한다. 술자리에서, 원니수는 계속 술잔을 들었고, 술이 몇잔 뱃속에 들어가자, 원회에게 말한다: "생명의 장단은 너의 한 마디에 달렸다. 설마 나를 용서해주지 않지는 않겠지." 원회가 말한다: "오늘은 나 원회가 옛친구와 술을 마시는 것이고, 이곳은 사건을 심리하는 장소가 아니다; 내일의 공당이 비로소 지절사로서 진장의 죄과를 심리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원니수는 더 할 말이 없었고,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그후, 원회는 법에 따라 원니수를 탄핵하는 글을 올리고, 이후 관료사회의 기풍은 좋아진다. 중국역사를 살펴보면, 어느 관리도 술을 마시지 않는 경우는 없고, 술주정을 하거나, 술주정을 듣지 않은 경우는 없다. 그러나 탁한 자는 탁하고 청한 자는 청하다. 청관과 탐관이 같이 술을 마시면, 술은 같은 술이지만, 어떻게 마시느냐가 다르고, 말도 같은 말이지만, 어떻게 듣느냐가 다르다.

 

술자리에서의 말이 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일까?

 

수나라의 원주(元胄)는 수왕조의 개국공신이다. 수문제의 중용을 받았다. 조정에서도 명망이 높았다. 양광이 황제에 오른 후, 아마도 원주가 너무 원로이고, 공로가 너무 많아서인지, 원주를 제대로 기용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원주는 마음 속에 불쾌감이 있었다. 당시 자주자사 상관정이 죄를 범하여 영남에 유배되었다. 장군 구화(丘和)도 죄를 지어 쫓겨난다. 원주는 구화와 교분이 있었다. 그래서 자주 같이 술을 마셨다. 한번은 두 사람이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원주가 구화에게 말한다: 상관정은 장사이다. 현재 영남에 유배되었는데, 무슨 큰 일이 나지는 않겠지?" 그 속에 숨은 뜻은 상관정은 분명히 착실하게 있지 않고 분명 반란을 일으켜 수양제 양광에 맞설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배를 치면서 말한다: '만일 이 몸이라면 뭐든지 못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 뜻은 만일 나라면 일찌감치 반란을 일으켰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것은 원래 두 친구사이에 같이 술을 마시면서 했던 말에 불과하다. 그저 마음을 푸는 정도였다. 그러나 어찌 생각했으랴. 다음 날 구화는 원주의 말을 양광에게 고한다. 그리하여 원주는 사형에 처해진다. 모든 화는 입에서 나온다. 그러나 술자리에서의 말 한마디로 사형에 처해지다니 원주는 억울하게 죽었다.

 

금나라 해릉왕의 집권시기에, 그는 잔혹하고 전횡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자신의 통치를 공고히 하기 위하여, 그는 자신에 반대하는 자들을 제거하고, 무수히 죽인다. 당시 조정에 원로대신으로 병덕(秉德)이 있었다. 그의 직위는 일찌기 해릉왕보다 높았다. 해릉왕의 즉위문제에서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입장을 확실히 하지 않아, 해릉왕이 권력을 잡은 후 그를 죽여버리고자 한다. 한번은, 병덕이 자신과 가까운 대신과 함께 술을 마셨는데, 모두 같은 편이므로, 말에 거침이 없었다. 술을 많이 마시다보니 말이 많아진다. 해주자사 자충(子忠)도 그 자리에 있었다. 지방관리로서 병덕에게 잘 보일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술까지 마셨으므로 그는 술기운에 병덕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용모는 송태조와 아주 비슷하다. 복상(福相)이다." 그 말에 숨은 뜻은 병덕이 황제에 오를만하다는 것이다. 자충의 말을 듣고, 병덕은 이것을 그저 술자리에서의 말로 여기고 웃어넘긴다. 누가 생각했으랴. 자충의 미 말은 해릉왕의 귀에 까지 들어가게 된다. 그리하여 해릉왕은 사자를 병덕이 주둔하던 곳으로 보내어 모역의 죄명으로 병덕을 그 자리에서 처형한다. 원주와 마찬가지로, 병덕도 술자리에서의 한 마디 말때문에 죽임을 당했다. 그러나 병덕의 죽음은 원주보다도 더 억울한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