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재봉(文裁縫)
옥루편봉연야우(屋漏偏逢連夜雨)
선지우우타두풍(船遲又遇打頭風)
지붕이 샐 때 하필이면 장마가 내리고
배가 늦을 때 하필이면 역풍이 분다.
매번 이 두 마디 말을 생각할 때마다, 머리가 빠개질 것같고,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당시의 국면을 생각해보자. 자신은 십여만의 태평군에게 기문(祁門)에 붙잡혀 있었다. 만일 소량의 부대를 북상시켜 근왕한다면, 그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방어역량만 약화시켰을 것이다. 만일 전부 북상하여 근왕한다면, 이미 점령한 토지를 잃을 뿐아니라, 자신의 목표를 드러내어, 생사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 빠질 것이다.
가는 것도 이렇게 골치아픈 일인데, 가지 않으면, 또한 어떤 결과가 맞이할 것인가?
안간다면? 함풍제의 성지가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다. 만일 북상근왕하지 않으면, 그것은 바로 공공연히 성지에 항거하는 것이고, 황제를 무시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대역무도이다. 난신적자이다. 이후 죽어도 어떻게 죽을 지 모르고, 악명이 후세에 남을 것이다.
이런 난제를 두고 증국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해결방법을 찾아내기 위하여 증국번은 좌불안석 전전반측했다.그는 '먹어도 맛을 모르고, 잠을 자도 편하지 않고, 곡을 하고 눈물을 흘리며 방황하고,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는" 지경에 처한다.
마지막에 이르러, 아무런 방법이 없는 증국번은 그저 진인사, 대천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상군의 상하에 널리 의견을 구한다. 사람들이 함께 의견을 내도록 한 것이다. 만일 나온 것이 좋은 아이디어이면 그것을 같이 쓰고, 만일 나쁜 아이디어이면 같이 죄를 뒤집어 쓰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난제에 대하여 평상시라면 말이 많던 막료들도 모조리 벙어리가 되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결국 증국번은 자신의 비법을 내놓는다. 쪽지를 나눠준다.
쪽지를 나눠주는 방법은 가장 공평하고 민주적인 방법이었다. 어쨌든 자신의 이름을 쓰지 않아도 되고 무슨 일을 얘기해도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이 쪽지가 모조리 거두어진 후에 증국번은 기대는 다시 물거품이 되고 만다. 실망을 넘어 절망하게 된다. 쪽지에 적은 방법은 각양지각색이지만 엉터리없는 것들이었다.
쪽지에서 어떤 사람은 아픈 척하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미친 척하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성지를 받지 않은 것처럼 하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아예 반란을 일으키자고 하고, 어쨌든 엉터리 아이디어만 가득했고, 제대로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런 국면에 직면하여 증국번은 죽을 생각까지 한다. 그가 어쩔 수 없이 전군에 북상근왕을 명령하고자 할 때, 돌연 한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크게 소리친다. "북상근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말이 나오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란다. 모두 그쪽으로 눈을 돌린다.원래 이 말을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이홍장이었다.
자신의 득의문생이 돌아온 것을 보자 증국번은 놀라면서도 기뻤다. 기쁜 것은 이홍장이 새로 돌아왔다는 것이고 그에게 마침내 제대로된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온 것이기 때문이다. 놀란 것은 전군장병들 앞에서 이홍장은 이처럼 대역무도한 말을 내뱉었다는데 있었다. 온몸에 화살을 맞아 죽고 싶은게냐.
놀란 나머지 증국번은 놀란 가슴을 추스리며 묻는다: "너의 그 말은 무슨 뜻인가?"
이홍장은 얼굴색을 바꾸지 않고 대답한다: "우리 대청은 지대물박하며 인구가 많습니다. 겨우 몇몇 서양인들이 우리 대청을 멸하려 한다면 그섯은 미친 놈의 잠꼬대일 것입니다. 이런 서양인들이 불원만리하고 우리 중화대지로 왔는데, 이것은 기껏해야 이익을 더 챙길 생각일 것입니다. 지금 그들이 우리의 경사를 공격했는데, 그것은 이번 전쟁을 빌어 황제에게 압력을 가하자는 것이고 이익을 더 챙기면 그만둘 것입니다. 만일 그들이 진짜 우리 대청을 망하게 하려 했다면, 경성에서 승덕까지 미칠이면 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천리바깥의 안휘에서 거기로 가서 근왕한다고 하더라도 대청은 일찌감치 망했을 것입니다."
이홍장의 이 분석은 독특했고, 정리에 부합했다. 그래서 증국번은 마음을 절반은 내려놓는다. 다만 두번째 난제가 이어서 나왔다. 증국번은 계속 묻는다: "지금 황제의 성지가 이미 내려왔는데, 그는 명확히 우리 상군에게 북상근왕을 명했다. 우리가 그것을 모른체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 문제에 대하여 이홍장은 대답한다. "지금 경성은 공친왕이 주재하고 있습니다. 그는 분명히 서양인들과 강화할 것입니다.그래서 대청에 큰 난리가 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한 가지 일만 하면 됩니다. 미루는 것."
"어떻게 미룰지는 이렇게 저렇게....."
이홍장의 견해를 다 들은 후, 증국번은 크게 기뻐한다. 그는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어서 기뻤고, 더더구나 자신의 이 학생을 위하여 기뻤다.
증국번의 눈에, 이홍장은 요사여신(料事如神)하고 사람의 마음을 잘 읽었다. 더더구나 귀한 점이라면 이홍장은 시국에 대한 파악능력이 있었고, 가히 출신입화(出神入化)의 경지였다. 이런 인재는 나중에 반드시 대기(大器)로 성장할 것이다.
당연히 증국번이 생각지도 못했던 것은 이홍장의 '대기'가 자신의 어깨를 밟고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를 발로 밟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뒷이야기이다.
함풍10년(1860년) 구월 오일, 이홍장이 낸 아이디어에 따라, 증국번은 함풍제에게 주장을 올린다. 그의 뜻은 나는 이미 상군의 북상을 명령했다. 다만 근왕의 일은 중대하지 부하들이 제대로 일처리를 하지 못할까봐 나는 당금성상에게 한 가지 지시를 받고 싶다. 나와 호림익(胡林翼) 중에서 누가 병력을 이끌고 북경으로 가면 되겠는가?
안휘 기현에서 하북 승덕까지 전령이 말을 타고 달려가도 반달은 걸린다. 증국번의 주절을 받은 후 함풍제는 "누구든 좋다. 속히 와라"라고 명을 내리려고 했다. 그러나 바로 이 때, 북경의 공친왕이 올린 절자(折子)가 도착한다. "이미 서양인과 화의를 달성했습니다. 곧 적은 자금성에서 물러날 것입니다."
이 주절을 본 후, 함풍제는 마음을 확실히 놓는다. 그는 즉시 증국번에게 다시 성지를 써서 내린다. "이미 양인과 화의했으니 상군은 근왕할 필요가 없다." 돌아가는데도 반달이 걸리므로, 증국번이 이 주절을 받았을 때는 이미 함풍10년(1860년) 십월이었다.이제 증국번의 놀란 가슴은 진정된 셈이다.
다만, 아직 증국번이 마음 쓸 일이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원래 함풍10년)1860년 십월부터 이수성이 맹렬히 공격을 가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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