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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정치/중국의 대외관계

호춘향(胡春香): 월남의 재녀

by 중은우시 2014. 4. 4.

 

글: 결진(潔塵)

 

 

 

'독수시재수각(讀首詩再睡覺)'이라는 위챗의 공중사이트를 구독하여 수시로 골라보고, 듣고 있다. 이 공중사이트의 성우중 두 명은 나의 친구이다. 닝위안(寧遠)과 쉬리루(徐哩嚕). 이곳의 소위 성우는 낭독자이다. 전에 청두에서 시가에 관한 공익강좌활동인 "시가지미(詩歌之美)"를 했고, 닝위안과 쉬리루는 여러 성우를 데리고 같이 참가했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독수'에 실리거나 낭송하는 시는 서정성이 비교적 강하다. 그래서 음송과 경청하기 좋다. 어제는 자기 전에 '독수'를 열었는데, 바로 기분이 좋아졌다. 아주 재미있었다.

 

두 수의 월남 고대의 여시인 호춘향의 시작이 있었다. 한 수는 <탕원(湯圓)>인데 다음과 같다:

 

매신우백우균칭(妹身又白又勻稱)

애여산하공부침(哀與山河共浮沉)

차원날쇄수인의(搓圓捏碎隨人意)

유수단홍일편심(留守丹紅一片心)

 

(개략 변역하면 다음과 같은 뜻이 될 것임.

제 몸은 피부는 하얗고 몸매도 예뻐요. 슬프게도 산이나 강과 같이 지내죠. 둥글게 주무르건 조각으로 뜯어내건 그대 마음대로 하세요. 오로지 일편단심은 지키겠어요)

 

또 하나의 시는 완전히 음시(淫詩)이다. 제목은 <파라밀(菠蘿蜜, 열대과일중 하나)>

 

매신호비파라밀(妹身好比菠蘿蜜)

판비육후피대자(瓣肥肉厚皮帶刺)

군자약애취타장(君子若愛就打樁)

막용수모출장지(莫用手摸出漿漬)

 

(개략 번역하면 다음과 같은 뜻이 될 것임:

제 몸은 파라밀과 같아요. 꽃씨는 크고 살은 두터우며, 겉에는 가시가 있답니다. 그대가 좋아한다면 바로 말뚝을 박아주세요. 물이 나오니 손으로 만지지는 아세요)

 

호춘향의 이 두 수의 시는 '독수'에서 4명의 성우가 낭송했다. 그중 광동화버전과 닝위안의 사천화버전이 아주 재미있다.

 

후춘향은 월남의 고전문학중 두드러진 인물이다. 월남고전문학과 관련있는 자료에서 그녀는 바지지 않는 이름이고, 이전에 책을 읽을 때, 그녀의 이름을 본 적이 있지만, 제대로 연구하지는 않았었다. 이번에는 이 두 개의 시때문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다시 한번 그녀에 대하여 뒤져보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고증을 통하여 그녀가 1772년에 태어나서 1822년에 사망했다고 한다. 그 때는 월남역사상 전란이 끊이지 않던 후여조(後黎朝) 시기이다. 어떤 사람은 그녀의 작품품격 및 작품에서 집중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여러 남성문인들과 같이 시를 짓고 화답했다는 점에서, 그녀가 관료집안에서 태어나서, 양호한 집안배경을 지니고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다만 어려서 부친을 잃고 집안이 기울어졌으며, 어른이 된 후에는 어쩔 수 없이 교적(敎籍)에 들어간 풍진여자라고 한다. 중국으로 따지면 당나라의 설도(薛濤)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고증에 따르면, 호춘향은 나중에 두번이나 첩으로 들어갔고, 두번 과부로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50세가 되던 해에 사망했으니, 인생은 처량했다고 볼 수 있다.

 

만일 이렇게 <탕원>과 <파라밀>을 읽으면, 각도와 비유가 비교적 재미있는 것을 제외하면, 시로서의 품격은 떨어진다. 그저 항간의 타유시(打油詩)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고민에 빠졌다. 추가로 공부를 한 후에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호춘향이 시를 쓸 때는 한자를 쓰기는 했지만, 기실 그것은 중국어가 아니었고, "남자(喃字)"였다. 즉 한자를 빌어 만든 월남문자이다(지금은 이미 폐기되었음). 호춘향의 이들 시는 "남자율시(喃字律詩)"라는 것이다. 성취도가 아주 높다고 하며, 월남문학의 정화(精華)인 작품이다. 단지 한어로 번역한 후에 이상해 보일 뿐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호춘향의 시는 현재 50수가량 남아 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가징 깊은 인상을 준 것은 일종의 강렬한 육욕의 색채이다. 감각화의 경향이 아주 두드러진다. 그래서 나중에 월남의 많은 음시들은 모두 호춘향이 썼다고 하게 되는 것이다. 모두 그녀의 이름을 빌리게 되었는데, 그게 이상한 일도 아니다.

 

호춘향의 시를 모은 책으로는 <유향기(琉香記)>라는 시집이 있다. 이 책에는 동시대의 여사인(女詞人) 반미영(潘美英)의 서문이 있다. 반미영의 서문은 먼저 자기자랑부터 시작한다: "우리 월남에도 문장이 있지만, 여자들은 대부분 배우지 못했다. 여조(黎朝)에 홍하여자가 쓴 전기가 있는데 그의 사(詞)는 조학(嘲謔)한 것이다. 오로지 나 반미영만이 사로서 명성을 홀로 떨치고 있다. 이것은 선배들이 한 말이다." 그 후에 호춘향과의 교분과 인연에 대하여 말한다. "듣기로 고월당 춘향씨라는 사람이 있는데, 학부이순(學富而純), 문빈이려(文貧而麗), 사기이염(思奇而艶), 시법이파(詩法而葩)하다" 그래서 찾아가서 만난다. "한번 만나고서는 막역지우가 되었다" 그녀는 호춘향의 시작을 칭찬한다. "낙이불음(樂而不淫), 애이불상(哀而不傷), 곤이불우(困而不憂), 궁이불박(窮而不迫)하며 정성지정(情性之正)을 얻었다."

 

이 반미영은 재미있는 여자이다. 다른 사람의 책에 서문을 써주면서, 먼저 자기 자랑부터 하고, 그 다음에 자신이 사람보는 눈이 있다고 또 한번 자랑하고, 다른 사람도 아주 우수하다고 하면서, 마지막에는 다시 자신과 다른 사람을 같이 치켜세운다. "여자중에 뛰어난 자는 반미영, 호춘향이다."

 

반미영과 호춘향을 함께 보면, 순, 려, 염, 파. 이 몇 개의 글자는 정말 아주 적합하다. 이것은 욕망이 풍부하고, 말을 직접적으로 내뱉으며, 자신감이 넘치고, 기세가 대단하다. 아마도, 열대의 재녀들은 원래 그러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