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호각조(胡覺照)
전제사회에서 황권이 지고무상인 이유는 군권(軍權)이 지탱해주기 때문이다. 수중에 군대가 있으므로 황제라는 조폭두목의 자리는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군권이 지탱해주지 않는다면 황권의 가치는 마이너스이다. 보통백성이 되고 싶어도 되지를 못한다. 이것은 중국역사상 많이 나타났다. 그 사례를 들려면 수도 없이 많다. 한평제, 한헌제, 조위삼소제, 주세종, 부의등이 모두 그러하다. 원인은 모두 하나이다. 군권이 이미 군사과두의 손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평제는 왕망으로 인하여 끝장났고, 한헌제는 조조로 인하여 끝장났으며, 조위삼소제는 사마의 부자로 인하여 끝장났다. 주세종은 조광윤으로 인하여 끝장났고, 부의는 신해혁명으로 끝장났다고 말하기보다는 원세개에게 당했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것은 군사과두의 인품이 나빠서가 아니다. 전제사회에서 군권을 장악한 대신을 권신(權臣)이라고 불렀다. 권신과 황제간에는 시종 조화되기 어려운 이익충돌이 있다. 권신의 지위는 아주 위험하다. 그와 황제의 권력은 백중지간이다. 사람은 모두 최대한도로 인생가치를 실현하려는 욕망이 있다. 권신은 풍부한 통치경험이 있어, 어리고 철이없는 황제에게 제압당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더더구나 토사구팽을 겁낸다. 황제가 가장 겁내는 것은 권신에게 허수아비로 전락하는 것이다. 비록 황제의 조상도 사회공권력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아서 차지했지만, 어린 황제는 사회공권력을 다른 사람이 건드리지 못하는 금역으로 취급한다. 이것은 물과 기름과 같이 서로 용납될 수 없는 것이고, 빙탄불상용이다. 조화될 가능성이 없다. 상대방을 처리할 때, 수단은 다른 여하한 적을 처리할 때보다 견결하고 잔혹해진다. 조폭들간에는 먼저 손을 쓰는 자가 이기고 나중에 손을 쓰는 자가 진다. 조금만 우유부단하거나 우물주물하면 그것은 부인지인(婦人之仁)이다. 죽어도 묻힐 곳이 없어지고, 구족이 멸하게 된다.
북한은 수십년을 하루같이 선군통치를 해왔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파시스트군사독재이다. 민심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총부리에 기대어 김씨왕조의 독재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이 죽기 전에 친척의 보정(輔政)을 구상하여, 장군권한분산을 꾀하지 않고, 매부이 장성택(張成澤)에게 어린 김정은을 부탁한다. 황제인 김정은은 권신 장성택과 조화할 수 없는 각축을 벌이게 되고, 마침내 장성택이 피살되면서 막을 내린다. 정성택이 죽으면, 김정은은 아무 걱정없이 살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은 김정은이 등장한 2년이래 세번째 숙청이다. 제1차는 군대의 1인자 이영호를 죽였다. 제2차는 장성택의 심복 이용하와 장수길을 죽였다. 죽이면 죽일수록 겁이 나고, 겁이나면 날수록 죽인다. 이것이 도살자의 심리상태이다. 일단 부하를 죽이기 시작하면 손을 거두기가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그의 눈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반대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부하들이 보기에 토사호비(兎死狐悲)의 공포가 나타난다. 이전에는 당금 황상을 잘 보좌하여 부귀영화를 누리자는 환상이 있었다면, 숙청이 진행될 때마다 담전심경(膽戰心驚)하는 와중에 또 다른 출로를 찾기 마련이다 - 당금황제를 죽여야만 평안해진다.
김정은은 스스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었는데, 이는 멍청한 짓이다. 국내에서는 계속 배반자가 나오고 있다. 이것은 김씨왕조가 인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수심화열(水深火熱) 속에서 생활하는 민중은 독부민적(獨夫民賊)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 외부에서 지원도 없고, 내부적으로 믿을 곳이 없으며, 통치집단 내부는 다시 분리되고 서로 물어뜯고 있다. 이런 통치가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 것인가?
눈이 밝은 사람들은 분명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북한은 군권이 최용해 1인의 손에 장악되었다. 그는 사실상 유일무이한 인물이다. 명목상 유일무이한 김정은은 사실 그저 과인(寡人)에 불과하다. 최용해와 수화불용(水火不容)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장성택을 죽이는데 성공했고, 최용해는 진지하게 경험을 개달아야 한다. 더 이상 김정은이 손을 쓰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조조가 한헌제를 허창으로 모셔오고,자신은 본부를 업성으로 옮겼다. 이렇게 하여 한헌제가 손을 쓸 기회를 주지 않았다.
북한이 사회주의간판을 내걸고 군주독재의 실상을 감추고 있는 한, 북한에는 재미있는 일이 계속 벌어질 거시다. 김정은이 수종정침(壽終正寢)하기는 극히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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