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진사황(秦四晃)
혼외정사는 지금 다반사가 되어 버렸고, 남녀들은 순간접착제를 몸에 바른 것처럼 만나면 바로 합쳐져서 달라붙어 침대로 간다. 짧은 경우에는 이름을 '일야정(一夜情, one night stand)'라고 부른다. 하룻밤의 정인가 하룻밤의 섹스인가. 길면 수개월 수년감 몰래 만난다. 즐거우면 즐거운 것이다. 골치아픈 점이라면, 마른장작에 불이 붙은 것같은 남녀는 자주 흥이 지나친 나머지 규정대로 하지 않고, 씨를 아무데나 뿌린다. 여자는 예상외로 회임한다. 하나의 새 생명이 이런 와중에 싹을 틔운다. 순간 맑다가 구름이 많아지고, 한 쌍의 사랑에 빠져 스스로를 잊은 남녀는 마음에 하나의 골치거리를 더하게 된다. 남자측은 만일 애교를 펼치고 명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여자를 만났을 때, 일시간에 정말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모른다.
후량태조 주황(일명 주온, 朱溫)이 바로 이런 일을 겪었다.
그때 주황은 아직 주황이라고 불리지 않았고, 대당황실에서 하사받은 이름은 주전충(朱全忠)이었다. 주전충은 무장이었고, 이런 골치아픈 일도 쉽게 처리했다. 그다지 골치를 썩이지 않고 바로 해결해버린다.
당희종 광계연간, 개략 886년을 전후하여, 주전충은 대군을 이끌고 박주(亳州)를 점령한다. 이때의 주전충은 사업이 곧 커질 때였다. 황하 회하지구는 기본적으로 그에게 귀속된다. 남자는 사업이 커지면, 두 가지가 부족하지 않게 된다. 하나는 명성이고 다른 하나는 꽃같은 여인이다. 주전충도 이 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박주에서 주전총은 젊고 예쁜 여자를 좋아하게 된다. 이 여자는 같이 먹고 같이 마시고 같이 잤다. 주황 장군을 일개월여동안 모신다. <구오대사>의 견해에 따르면, 이 자색이 뛰어난 여자는 원래 "영기(營妓)"이다. 군영안의 기녀이다. 즉 위안부이다. <신오대사>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주전충이 "역려부인(逆旅婦人, 역려는 여관이다)'과 야합했다"고 했다. "역려부인"이라는 것은 여관내에서 손님들이 부르면 가서 봉사하는 여인을 가리킨다. 어떤 신분이건 간에 주전충은 그녀를 마음에 들어 했다. 낮에는 싸우고, 밤에는 이 여자를 안았다.
순식간에 1개월이 자나가고, 주전충은 승리를 거둔다. 그러자 남자의 근성이 나타났다. 어쨌든 한 가지 요리를 너무 오래 먹으면 질리는 법이다. 주전충은 이 여인에게 점차 싫증을 느낀다. 그리고 그녀를 떠나보내기로 한다. 여자는 주전충이 그녀를 쫓아내려한다는 말을 듣자, 마음 속으로 실망을 하였지만 한참을 움직이지 못한다. 한참이 지난 후,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가벼운 목소리로 주전충에게 말한다: "내 뱃속에는 당신의 아이가 있다." 주전충은 그 말을 듣고 머리카락이 곤두선다. 이걸 어떡하면 좋단 말인가?
주전충이 전쟁터에서 천군만마를 호령하고, 위풍넘치지만, 집에서는 '원정장후(元貞張后)가 현숙하고 총애를 받아서 황제는 평소에 그녀를 겁냈다." 그의 본부인 장씨, 즉 나중의 대량 장황후는 대갓집 규수로, 예쁘게 생겼을 뿐아니라, 견식이 있었고, 일을 잘 처리했다. 그리하여 주전충은 그녀를 총애하고 그녀의 말이라면 다 들었다. 그녀의 앞에서는 '안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장씨는 이 때 개봉의 집안에 있었다. 집으로 데려갈 수는 없는 여인이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 장씨가 만일 안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주전충은 이리저리 생각해보다가 그녀를 우선 돌려보낸다. 너는 먼저 돌아가서 쉬어라. 내가 생각을 좀 해보겠다. 여자가 이화대우(梨花帶雨)처럼 몸을 돌려 물러날 때, 주전충은 사나이의 기개가 돌연 폭발한다. 그녀의 손을 끌며 말한다: "누이는 마음을 놓아라. 오빠가 너를 서운하게 대하지 않겠다. 오빠는 네 뱃속의 그 아리를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보증한다."
다음 날, 주전충은 부하에게 부탁하여 박주에 집을 하나 구한다. 그리고 임신한 여자를 거기에 살게 해준다. 돈과 양식을 충분히 보내준다. 동시에 할머니 한 사람을 구해서 돌봐주도록 한다. 그후에 부대를 따라 개봉으로 돌아간다.
집을 지키고 있던 장씨는 자연히 부군이 바깥에서 전투를 하면서 쉬는 시간에 '씨를 뿌린 것'은 몰랐다. 박주에서 출산을 기다리는 여자는 주전충이 인정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지 걱정했다. 중간중간에 사람을 개봉으로 보내어 주전충에게 태아의 상황을 보고했다. 실은 이 남자의 진실한 태도를 알아본 것이다.
십월동안 임신하고 분만한다. "기한이 되어, 기녀는 남자아이를 낳고 알린다." 오이는 익으면 떨어진다. 박주의 영기는 서신에서 그녀가 장군을 위하여 통통한 사내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주전충은 서신을 받고, 속으로 기뻐해 마지 않는다. 계속 사람을 보내어 박주의 모자에게 돈과 선물을 보낸다. 그리고 영기에게 이런 말도 전하게 한다: 너는 오빠에게 멀리서 큰 기쁜 소식을 전했다. 오빠는 이 아이의 이름을 "요희(遙喜)"라고 지었다. 영기는 그제서야 정심환을 먹은 것같이 이때부터 안심하고 박주에 거주한다. 요희라는 주전충의 혼외사행아를 성의를 다해서 키운다.
금방 20년이 흐른다. 요희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원부인 장씨는 강세였지만, 복은 타고나지 못했고 명도 박했다. 주전충이 황제가 되기도 전에 병으로 죽는다. 907년, 주전충은 이름을 주온으로 고친다. 당애종을 폐위시키고 스스로 대량을 건국하고 천자의 자리에 오른다.
하루아침에 천하를 가진 주전충은 약속을 잘 지켰다. 금방 요희와 그의 모친을 경사 개봉으로 데려온다. 요희도 자신의 이름을 갖게 된다. 주우규(朱友珪). 어린아들은 우연히 태어났지만, 복이 있었다. 얼마후 부황은 영왕(郢王)에 봉한다. 가난한 아이가 졸지에 왕야로 변신한 것이다.
주전충은 이 혼인외의 사상아에게 확실히 잘 대해주었다. 황제의 친병을 모조리 주우규에게 주어 지휘하게 했다. 아마도 어릴때부터 부친의 사랑을 받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부자간에 진정한 골육의 정분이 없어서인지, 주우규는 부황에게 효도를 다하거나 말을 잘 듣지 않았다. 황제를 몇 년도 하지 못하고 병으로 쓰러진다. 황위를 장남 주우문(朱友文)에게 넘겨주려고 하자, 야성이 충만하고, 기민하고 교활한 주우규는 처에게서 이 소식을 듣고, 살심을 일으킨다. 그는 밤을 세워 자신의 심복장수를 조직하여, 칠흙같은 밤을 틈타 병력을 이끌고 황실로 침입한다. 그리고 검으로 부황을 찌른다. 주전충은 이 망나니같은 아들이 검을 들어 벨 때, 낭패하여 대전의 이곳저곳으로 피해다녔지만 결국 이 피의 재난을 피하지 못하고 친아들의 검에 죽는다. 이어서 주우규는 조서를 고쳐서 큰형 주우문을 모해한다. 그후 당당하게 스스로 대량의 용상에 앉는다.
주전충의 탈명역자(奪命逆子)를 낳은 여인은 대량개국후의 사적에서 더 이상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어쨌든 신분이 너무나 부끄럽고, 위존자휘(爲尊者諱)하여, 더 이상 그녀를 언급하기 곤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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