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인물-개인별/역사인물 (유방)

유방(劉邦) vs 전횡(田橫): 대결의 추이

중은우시 2013. 11. 13. 16:12

글: 하당월색(荷塘月色)

 

전횡(田橫)이 제나라를 평정한지 3년후, 아직 황제지위를 확립하지 못한 한왕 유방은 역이기(酈食其)를 제나라에 유세객으로 파견한다. 목적은 제왕 전광(田廣)과 상국 전횡으로 하여금 한왕에 귀순하라고 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황은 한왕의 실력이 강하다고 보았고, 조만간 천하는 그의 것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만일 귀순할 수 있다면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고려하에서 변방의 경계를 느슨하게 한다.

 

어찌 알았으랴, 한나라장수 한신은 돌연 그가 대비하고 있지 않은 틈을 타서 그의 뒷발을 걷어차셔 돌연 제나라의 변방부대를 기습한다. 그리고 승기를 틈타 임치를 점령한다. 전황은 자신이 역이기에게 놀아났다고 생각하고, 화가난 나머지 역이기를 팽살해버린다. 한신이 공세를 늦추지 않자, 제나라의 전씨형제 몇몇은 뿔뿔히 흩어지고, 돌아갈 곳이 없어지낟. 당시, 전횡은 오백여명을 데리고 양지(梁地)에 있었다. 양지는 대장 팽월의 지배범위내였다(그래서 그는 양왕에 봉해졌다). 생명의 위험을 느껴, 전횡은 오백명을 데리고 동해의 섬으로 도망친다. 유방은 당연히 그냥 놔두지 않았다.

 

그리하여, 유방은 말을 잘하는 사람을 섬으로 보낸다. 전횡에게 이전에 범한 죄에 대하여는 책임을 묻지 않겠으니, 현명하게 행동하여 나의 편으로 오라고. 그러나 전횡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승자는 왕이고, 패자는 도적이다. 하물며 그는 그가 보낸 유세객 역이기를 팽살한 바 있다. 설사 유방이 그를 죽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역이기의 동생인 역상(酈商)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다른 사람들에게 골치거리를 남기지 않기 위하여, 거짓으로 응락하고 두 명의 수행원을 데리고 그 유세객을 따라나선다. 기실, 전횡이 걱정하는 바를 유방은 다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명을 내려, 만일 전횡이 오면 누구든 그의 손가락 하나라고 건드리는 조상삼대를 죽여버리겠다고 명한다. 다만 전횡은 재삼 고려한 후에 역시 유방이 원하는대로 하지 않았다. 도중에 그는 목을 긋는다. 그를 따르던 두 사람도 자결한다. 섬에 남아있던 오백명도 주공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모두 전횡을 위하여 순장한다. 비장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유방은 정말 전횡을 한나라에 귀순하게 만들 생각이었을까? 전횡은 원래 한나라에 귀순할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왜 생각을 바꾸어 차라리 목을 벨지언정 유방을 따르지는 않은 것일까? 유방과 전횡의 대결에서 두 사람은 어떻게 심리전술을 구사하여 공격을 주고 받았을까?

 

유방:호랑이를 산으로 돌아가게 놔두면 반드시 후환이 있을 것이다(放虎歸山必有後患)

전횡: 차라리 옥쇄를 할 지언정 와전(瓦全)하지는 않겠다(寧可玉碎不可瓦全)

 

필자의 생각에, 유방이 전횡을 귀순시키게 한 것은 일종의 완병지계(緩兵之計)이다.

 

첫째, 전횡은 강토를 평정하고 확장하는데 더없이 필요한 인재이다. 당초 그가 한신이 필요했던 것처럼.

 

둘째, 유방이 여러번 사람을 보내어 전횡을 청한 것은 그 나름의 생각이 있었다. 천하를 겨우 안정시켰고, 시국이 아직 안정되지 않았으므로 유방이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졌더라도 아직 단단히 자리잡지 못하였던 것이다. 현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인심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안정유지가 가장 중요한 업무이다. 전횡이 누구인가? 일찌기 군대를 이끌고 제나라를 평정하고 나중에 상경(上卿)이 되어, 일인지하 만인지상에 오른 인물이다. 그가 움직이면 제나라가 흔들릴 수 있는 중량급의 인물이다. 유방이 그 리스크를 보지 못하였겠는가?

 

셋째, 전황이 말은 이렇게 했다. 나는 다른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저 평안하게 일반백성의 삶을 살 수 있다면 만족한다. 유방이 얼마나 총명한 인물인가. 전씨일족이 어떻게 밑바닥에서 일국의 왕에까지 올랐던가. 이런 사람이 그냥 놀고 있을 것같은가. 만일 어느 날인가 전횡이 힘을 차리고 손이 근질근질하면, 남은 오백여명을 이끌고 깃발을 들고 돌연 습격할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손해보는 것은 유방쪽이다.

 

넷째, 마지막으로 전횡을 회유할 때, 유방은 자신의 태도를 분명히 나타낸다. 만일 귀순한다면 크면 왕에 봉하고, 적어도 후에 봉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례를 범할 수밖에 없다. 그 말 속에 숨은 뜻은 당신은 오고싶어도 와야 하고, 오기 싫어도 와야 한다. 지금은 당신이 결정할 수 있는 때가 아니다. 권주를 들지 않고 벌주를 들 생각인가. 더욱 장기적으로 얘기하자면, 나중에 나는 너를 다시 수습하겠다. 호랑이를 산에 돌려보내면 분명히 후환이 있다. 처음에 내가 홍문연에서 도망치지 않았더라면, 항우의 오늘이 있었을 것인가?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전횡은 오랫동안 전쟁터를 누빈 인물이다. 그는 서로 싸울 때의 게임규칙을 잘 알았다. 몇년 전, 만일 그가 제나라를 평정하지 않았더라면, 순조롭게 상국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한신이 다시 제나라를 평정했는데, 보기에 그 전횡의 것이었던 국가는 돌고도는 물레방아처럼 주인이 바뀌는 것이다. 그러나 그 본인에 있어서 이것은 크나큰 치욕이다.

 

전횡은 또한 이렇게 생각한다. 표면적으로 보기에, 한신이 기습을 한 것같지만, 그것을 누가 믿겠는가? 만일 유방이 지시하지 않았다면, 한신이 감히 군령을 어기고 함부로 행동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 주군과 신하가 어떤 연극을 하는지 모를 리가 있겠는가. 아마도 그들은 이인극을 하는 것일 것이다.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한 명은 good guy역할을 한 명은 bad guy역할을 하는 것이다. bad guy역할은 한신에게 맡기고, 그 후에 소졸 역이기를 희생시켰다. 유방은 정말 무서운 인물이다.

 

다섯째, 만일, 전횡이 이렇게 유방에 귀순한다면 마음 속에 전혀 자신이 없다. 왜냐하면 이전에 유방은 신뢰를 잃은 바 있기 때문이다. 배후에서 칼을 찌를 수 있다. 그와 함께 있으면 안전감을 느낄 수 없다. 다시 자세히 생가해보니 이후 역이기의 동생과 같이 동료가 되면, 이것도 차마 하지 못할 짓이다. 황제가 그를 죽이지 못하게 하더라도, 언젠가 배후에서 칼을 맞게 될 것이다.

 

이전에, 전황은 한고조 유방과 같이 모두 왕을 칭한 사람이다. 지금 한 명은 망국노의 신분으로 그에게 무릎을 꿇고 신하가 되어야 한다. 이건 체면이 도저히 서지 않는 일이다. 이것은 죽기보다 못한 굴욕이다. 실제로 유방이 나를 보고자 하는 것은 나의 명호를 원하는 것이다. 그는 맨손으로 성공을 거둔 가난한 자가 도대체 얼마나 능력있고,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은 것이다. 하물며 유방은 나의 집을 무너뜨렸다. 내가 편안한 마음으로 원수를 위해서 일할 수 있겠는가? 차라리 옥쇄할지언정 와전을 하지는 않겠다. 현재 내가 왔다. 그리고 한왕이 거주하는 곳과는 겨우 30여리 남았다. 나의 머리를 잘라서, 한왕의 앞에 가져갈 것이다. 용모는 그대로일 것이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 차라리 스스로에게 자존감을 남기고 기개를 유지하는 자결이 낫다.

 

한나라에 귀순하는 문제에서, 유방, 전횡 두 사람의 대결은 표면적으로 봤을 때, 유방이 야간 이긴 듯하다. 다만 실제상, 전횡이 더욱 뒤어났다. 왜냐하면 전횡은 한신의 전철을 밟지 않았다. 피살되는 지경에 처하지 않은 것이다. 피동적인 국면을 주동적으로 바꾸고, 자신의 기개를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