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송)

이봉낭(李鳳娘): 조손3대황제들도 어쩔 수 없었던 여인

by 중은우시 2013. 5. 18.

글: 수중한분비(水中寒紛飛) 

 

송왕조의 문약함은 역사상 유명하다. 특히 남송은.

기실, 문약하냐 아니냐는 황제를 보면 된다. 군국대사는 제쳐놓고 후궁만 보더라도, 3대황제가 여인 하나를 어찌하지 못하고 오히려 황제 자신이 정신병에 걸릴 정도니, 이런 황제가 중원을 회복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가 아니겠는가?

 

송광종(宋光宗)의 처는 이봉낭이라고 한다. 원래 장수집안의 딸로, 성격이 불같았다.

이런 여인이 어찌 황궁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까? 원래 이는 도사 황보탄(皇甫坦)이 중간에서 연결시켜 준 것이다. 그는 이봉낭을 보자마자 놀라서 소리친다: "이 여인은 대귀지상(大貴之相)이다. 나중에 분명 모의천하(母儀天下, 황후가 된다는 의미임)한 것이다." 이봉낭의 부친은 그 말을 듣고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녀가 출생할 때 흑색의 봉황이 날아왔던 것이다. 아마도 검은 구름일 것이다. 그러나, 노인은 그것을 진짜로 여긴 것이고.

 

생각지도 못하게 이 일은 정말 성사되었다. 송고종 말년, 황보탄은 궁으로 들어가 태후의 병을 치료해준다. 그의 묘수회춘으로 송고종을 신임을 얻는다. 송고종은 양손자의 혼처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아들 송효종이 양자이므로 송고종도 양손자이다. 황보탄은 이 기회에 이봉낭을 추천한다. 송고종은 그의 말을 진실로 생각하고, 조씨집안에서 정말로 봉황을 맞아들인다고 여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봉황은 "흑"봉황이었다.

 

원래, 신데렐라가 되어 귀한 집에 시집가면 말도 적게 하고 걸음도 조심해야 한다. 하물며 황실임에야. 그러나, 이봉낭은 무서워하는 것이 없었다. 게다가 아들도 낳았다. 모이자귀(母以子貴). 남편이 태자가 되자, 더더욱 득의양양했다. 나는 미래의 황후이다. 그래서 그녀는 송고종의 앞에서는 송효종의 나쁜 점을 얘기하고, 송효종의 앞에서는 태자의 잘못을 일러바친다. 남편의 앞에서는 더더욱 악처였다. 이렇게 하여 조씨집안의 세 남자. 한명은 은퇴한 황제이고, 한 명은 현임 황제이며, 한 명은 미래황제인데, 모두 이 무장의 딸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이때서야 송고종을 깨달았다. 이봉낭은 어찌되었건 무장의 딸이고, 집안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황보탄이 나를 망쳤구나. 그러나, 조부로서 친조부도 아닌데, 손자며느리의 일에 대하여 뭐라고 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시아버지인 송효종은 참기 힘들었다. 며느리가 궁중에서 전횡패도하고 3대황제를 눈에 두지 않고 있으니, 이를 참으면 뭐를 더 참아야 한단 말인가. 그래서 그는 훈계한다. 너는 태후의 현덕을 잘 배워라. 만일 계속 거리낌없이 굴고, 궁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다면, 너를 폐할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녀는 아직은 한도를 넘은 정도는 아니어서 겁만 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송효종은 이봉남을 겁주지 못했다. 송효종이 퇴위한 후, 이봉낭은 더욱 날뛴다. 네가 황위에 있을 때도 너를 겁내지 않았는데, 너는 퇴위했는데 내가 무서워할 게 뭐 있느냐. 한번은 이봉낭이 궁녀를 때리고 욕했다. 태후는 더 참지 못하고 그녀를 제지하고자 한다. 이봉낭은 오히려 말을 되받아 친다: 나는 황상과 결발(結髮)부부이다. 당당한 황후이다. 황상을 대신하여 노비를 혼내는데 안될 것이 뭐 있느냐. 그 말에 숨은 뜻은 태후는 송효종의 원부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계모 주제에 며느리 집안의 일에 참견할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곁에 있던 송효종이 대노하여 이봉낭을 엄하게 혼낸다: 더 까불면 쫓아내 버리겠다. 이번에 송효종은 진심이었다. 그는 태사를 불러서, 이 일을 상의한다. 그러나, 외인으로서야 집안일에 대하여 권화불권산(勸和不勸散)할 수밖에 없다. 하물며 송광종이 막 즉위하였는데, 이 때 황후를 폐위하는 일을 꺼내는 것은 정국안정에 불리했다.

 

그래서 이 일은 흐지부지된다.

 

남편이 황제가 되자, 이어서 아들이 태자가 된다. 이렇게 하여 이봉낭의 지위는 더욱 굳건해진다. 그녀는 남편을 종용하여 이 일을 확정짓는다. 송광종은 부친과 상의하였는데, 부친이 응락하지 않는다. 이봉낭은 기세등등하게 나서서 따진다: "나는 너희 조씨집안에 정정당당하게 정실로 시집왔고, 아들은 내가 황제와의 사이에 낳았으며, 장남인데, 왜 태자로 못 올리느냐." 이유는 충분했다. 거의 송효종에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따질 지경이었다.

 

송효종이 화를 내는 외에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는가. 우울함이 겹쳐서 정신병이 된다. 며느리가 이렇게 설치는데는 문제가 아들에 있다.

 

원래, 황제가 마누라를 무서워할 이유가 뭐 있겠는가. 그러나, 송광종은 이봉낭의 여러 해에 걸친 세뇌로 이미 '공처가'의 미덕을 수련했고, 절대로 반항하지 못했다.

 

한번은 송광종이 손을 씻으면서 곁에 있던 시녀의 두 손이 희고 부드럽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래서 여러번 쳐다보고 몇마디 칭찬도 한다. 생각지도 못하게, 며칠이 지난 후, 이봉낭은 사람을 시켜 송광종에게 작은 상자를 보낸다. 송광종이 열어보니, 피가 떨어지는 두 손이 들어 있었다. 송광종은 어려서부터 금의옥식한 인물이다. 아마도 닭조차도 죽여본 적이 없을 것이다. 졸지에 놀라서, 정신이 아득해지고, 결국은 병석에 눕게 된다.

 

황제가 이 정도로 마누라를 무서워하다니,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송광종은 자신이 총애하는 비빈조차 보호해주지 못했다. 어느 날 송광종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느라 후궁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이봉낭은 핑계를 잡아, 그녀와 총애를 다투던 황귀비(黃貴妃)를 죽여버린다. 그리고 '적시'에 송광종에게 보고한다: 황귀비가 급사했다. 송광종은 내막을 알았지만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저 혼자 몰래 울음을 삼키는 수밖에. 아마도, 그들 조씨집안의 조상들이 이를 참아넘기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송광종이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했는지, 새벽에 하늘에 제사지낼 때, 생각지도 못했던 사고가 일어난다; 먼저 제대(祭臺)에 불이 붙는다. 하마터면 송광종이 타죽을 뻔했다. 이어서 비바람이 분다. 그리고 우박이 내린다. 그래서 제천의식은 엉망이 되어 버린다. 송광종이 어찌 이런 험악한 장면을 보았겠는가. 원래 상심이 큰데, 하늘까지도 그를 이렇게 대하니 생각하면 할수록 두려웠다. 그래서 정신이 붕괴된다. 이때부터 정신병을 얻는다.

 

남편이 정신병을 얻었는데, 이봉낭을 갈수록 기운이 났다. 그녀는 이 기회에 아들로 하여금 정무를 처리하게 한다. 부친이 병들면 아들이 돕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자신의 아들을 태자로 올리는 데서 송효종의 반대에 부닥쳤던 그녀는 사사건건 송효종에 대하여 나쁜 말을 송광종에게 한다. 송광종도 부친에 대하여 화를 냈다. 형이 죽은 후 셋째였던 그를 태자로 삼았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말한다: 당초에 법도대로라면 둘째인 형을 태자로 삼아야 하지만, 네가 나를 닮아서 영무(英武)하여 너를 세웠다. 그런데 지금 네 둘째형은 없지만, 둘째형의 아들은 있다. 그 뜻은 분명하다. 부친은 자신의 아들을 태자로 삼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광종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 이 점에서 송광종과 이봉낭 부부는 의견이 일치했다. 아들은 내 아들이 좋다. 황위를 어찌 다른 사람에게 전한단 말인가. 그리하여 부부는 통일전선을 형성한다. 갈수록 한 마음이 된다. 확실히 송광종의 아들인 가왕 조확은 아주 멍청했다. 할아버지로서는 강산사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송효종은 '멍청한' 아들인 송광종을 '영무'하다고 보았다. 그런데 왜 내 아들은 멍청하다고 한단 말인가.

 

송효종은 아들의 병이 오래가자 걱정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도처에 민간요법을 구한다. 그러나, 이봉낭은 남편에게 이렇게 말한다. 네 부친은 너를 독살시키려 한다. 그리하여 둘째형의 아들을 황제로 세우려 한다. 너를 독살시키지 않더라도, 조만간 너를 폐위시킬 것이다. 송광종은 원래 정신이 비정상이었다. 이봉낭이 옆에서 부추기자, 부친이 너무 독랄하다고 여기고 그 이후로는 부친을 만나지 않는다.

 

송광종의 뜻은 아주 분명했다: 네가 내 아들을 태자로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 부자간의 은의는 단절된다.

부친으로서 이것은 비애이다.

 

송광종이 정신병을 얻고나서 좋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걱정을 한다. 대신들은 어떻게 황상을 대했을까? 직접적으로 '황상. 머리에 문제가 있습니까'라고 묻지는 못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말한다는 것은 살고싶지 않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황제에게 부황을 만나러 가라고 권하는 것은 괜찮지 않겠는가. 그것은 인륜대의니까. 황제가 어찌 체통을 잃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송광종은 어떤 때는 멍하여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어떤 때는 정신이 맑아서인지 대신들이 강권하면 가겠다고 응락하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봉낭은 황제를 납치해 데려간다.

 

가장 상심한 사람은 송효종이다. 그가 건 기대는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아들이 보러 와주지도 않고, 며느리가 이렇게 하다니. 얼마후 그는 쓸쓸하게 죽는다.

 

부친이 죽으면, 아들이 나서서 장례를 치러야 한다. 이건 황실이 아니라 누구든지 아는 것이다. 그러나, 송광종은 그렇지 않았다. 대신들이 어떻게 권하든 그는 못들은 척한다. 이봉낭은 원래 자신의 시아버지를 미워했다. 그녀는 전황제의 '애영(哀榮)'을 원치 않았다. 자연히 송광종이 못가도록 막았다. 재상 유정(留正)과 지추밀원사 조여우(趙汝愚)는 잘못되었다고 여기고 송광종을 붙잡고 곡을 하며 권한다. 송광종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의복이 찢어질 정도가 되는데도 가려하지 않았다. 조정은 난리가 난다. 이렇게 하면 황실의 체면이 어떻게 되는가. 천하인들이 어떻게 볼 것인가.

 

효도는 제국의 근본이다. 이것은 조씨정권의 합법성에 문제되는 일이다. 이를 보면, 이봉낭은 견식이 없는 여인이다. 죽은 사람하고 싸워서 뭘하겠다는 것인가. 하기 싫더라도 겉으로는 그런 척해야 하는 것이다.

 

이때, 80세인 송고종의 황후 오씨가 주견이 있었다. 그녀는 이런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대신 장례를 주재한다. 황제가 병이 들어 집안에서 제사를 지낸다고 말했다. 비록 그렇게 지나가기는 했지만, 어쨌든 체면은 엉망이 되고 만다. 천하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아들은 한켠에 숨어있고, 할머니가 나서서 부친의 장례를 주재하다니.

 

대송왕조는 너무 낭패였다. 더욱 낭패한 일은 정신병을 지닌 황제가 제국을 다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봉사에게 조타수를 맡긴 것처럼 위험하다. 재상 유정은 이 제국의 배 위에서 갈수록 놀라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래서 태자를 세울 것을 간청한다. 만일 선장에게 문제가 생기면 누군가는 대신해야 하니까.

 

당초, 송광종은 이봉낭이 부추겨서 태자를 올리는데 송효종의 승락을 받아내려 했다. 지금 송효종이 죽었는데도 그는 태자를 세우지 않았다. 왜 그런가? 그의 생각에 태자를 세우면 아들이 바로 자신을 대체할 것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신들이 계속 요구하자, 송광종은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몇 글자의 비(批)를 내린다: "역사세구(歷事歲久), 염욕퇴한(念欲退閑)" 다시 그에게 무슨 뜻인지 물었지만,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재상 유정은 황상의 불명확한 지시를 받은 것이다. 유정은 간이 작은 사람이다. 그리고 미신을 믿었다. 한번은 조정에서 발목을 삔다. 그러자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친 황제의 곁을 지키는 것은 위험하다고 여겨 작은 가마를 타고 성을 빠져나가 도망친다.

 

한 나라에 황제가 정신병이 걸리고, 재상이 도망치니, 할 수 없이 국방부장관격인 조여우가 나선다. 조여우는 황제를 바꾸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여긴다. 그래서 어비(御批)의 '퇴(退)'자를 가지고 한편으로 금군에 연락하여 그들의 지지를 받아내고, 다른 한편으로 한택주로 하여금 송고종의 황후인 오태후가 나서서 대사를 주재하도록 부탁한다. 한택주의 모친은 오태후와 친자매간이다. 오태후의 지지를 받으면, 정정당당하게 처리할 수 있다. 오태후는 반드시 처리해야할 일이라고 여기고, 밤이 길면 꿈도 많은 법이다. 그렇게 되면 사직이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송효종의 애도기가 끝날 때, 나서서 수렴청정한다. 금군의 호위하에 가왕 조확은 할아버지의 영구앞으로 나온다. 조여우는 내선(內禪)을 선포하고, 가왕은 놀라서 기둥을 돌아 도망친다. 오태후가 소리쳐서 막는다. 오태후는 친히 현손에게 황포를 입힌다. 가왕은 한택주등의 부축하에 용상에 오른다. 그리고 혼잣말을 한다: 저는 죄가 없습니다. 나는 아마도 불효자라는 말을 들을 것같습니다.

 

이렇게 하여, 마침내 신황제가 오른다. 오태후가 수렴청정한다. 생각지도 못하게 태조모가 이 중요한 순간에 중류지주(中流砥柱)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는 조씨집안 남자들의 비애이다.

 

송광종은 생각지 못했다. 소리소문없이 자신은 태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누가 너에게 부친의 장례도 주재하지 말라고 했던가. 이것은 아마도 천하의 현자효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깨어있을 때 자신의 아들으 ㄹ용서할 수 없었다. 멍청할 때는 그냥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더욱 미치광이의 삶을 보냈다.

가죽이 없어지면 털이 어디에 붙을 것인가.이봉낭은 황제라는 배경을 잃었다. 자연히 버려질 수밖에 없었다.

 

이 집안을 보라. 말이 되는가? 집안마다 말못할 사정이 있기는 하다. 기실 황실도 마찬가지이다. 황실의 일이라고 하여 신비할 것이라고 생각지는 말라. 송광종 일가의 일은 이웃의 장씨,이씨집의 것보다도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