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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선진)

한위조(韓魏趙)에 멸망한 지백(智伯)은 소인인가 군자인가?

by 중은우시 2013. 4. 13.

글: 완여청양(婉如淸揚) 

 

<자치통감>을 보면 삼가분진(三家分晋)때, 약소한 한,위,조가 오히려 강대한 지백을 멸망시킨 후,  사마광의 말은 아주 재미있다.

 

사마광은 말했다: "지백이 망한 것은 재승덕(才勝德, 재주가 덕보다 뛰어났다)이다.". 그후 사마광은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 내용은 지백이 아주 총명하고 일처리도 아주 정명했지만, 사람됨은 정직하지 못했고, 공평하지 못하며, 다른 사람을 용납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후에 사마광은 말한다. 덕과 재주를 겸비한 사람을 우리는 '성인'이라고 부른다; 덕도 없고 재주도 없는 사람을 우리는 '우인(愚人)'이라고 부른다; 덕이 재주보다 뛰어난 사람을 우리는 '군자'라고 부른다; 재주가 덕보다 뒤어난 사람을 우리는 '소인'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집정자로서, 관리를 선발할 때, 소인을 얻는 것보다는 차라리 우인을 얻는 것이 낫다고 하였다. 왜 그런가? 군자는 재주가 있으면 이를 좋은 일에 쓰지만, 소인은 재주가 있으면 이를 나쁜 일에 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군자는 재주가 있으면 좋은 일을 행하지만, 소인은 재주가 있으면 악한 일을 행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우인이 더 안전하다는 것이다.

 

사마광의 이 견해는 듣기로 항간에 떠도는 말과 비슷하다.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유덕유재(有德有才)'는 우량품이고, 유덕무재(有德無才)는 불량품이며, 무덕유재(無德有才)는 위험품이고, 무덕무재(無德無才)는 폐품이다. 중국의 도덕관으로 위험품의 가치는 폐품의 가치보다 낮다.

 

그러나 이런 견해가 정말 정확한가?

 

평상생활에서는 기본적으로 정확하다. 역사인물을 평가할 때는 그렇게 결론내리기 어렵다. 왜 그런가? 역사인물의 선악표준은 원래 각자의 이익과 각자의 각도에 따르므로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마광이 보기에, 지백은 당연히 소인이다. 확실히 지백의 '덕행'은 별로이다. 사가(四家)는 원래 진나라의 대부이다. 그러나 지백은 세력이 있다고, 맹주를 자칭하고, 도처에서 한, 조, 위의 삼가를 압박했다. 심지어 삼가에 토지를 내놓으라고까지 하였다. 그들이 내놓지 않으면, 병력을 동원하여 그들을 쳤다. 지백은 실로 너무 패도적이었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각도를 바꾸어, 만일 지백이 최후에 성공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면 지백은 바로 유용유모(有勇有謀)의 한걸음 한걸음 한, 위, 조의 영토를 잠식하여 최종적으로 중원을 통일하고 강대한 국가를 건립하지 않았을까? 역사상 지백과 같이 토지를 강제로 내놓으라고 한 사람들은 많다. 예를 들어 전국말기의 진(秦)나라가 그랬다. 진나라의 역대군주는 국력이 강성한 것에 의지하여, 계속하여 주변의 한,위,조 및 초나라의 땅을 잠식했다. 그러나 역사상 진나라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그것은 역사의 필연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우리는 지백의 반대편인 한강자, 위환자, 조양자가 어떤 인물인지 보자. 지백이 토지를 내놓으라고 했을 때, 한강자와 위환자는 감히 대항할 담량도 없었다. 지모가 충분하여 삼가가 공동으로 지백에 항거할 생각도 못했다. 그냥 구차하게 연명했다. 그리고 명목을 멋있게 하여 '시기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지백과 다른 사람이 서로 물고 뜻을 때, 다시 가서 주워먹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만일 조양자도 한강자, 위환자와 같이 그랬다면 아마도 3가의 땅은 하나하나 뜯어먹혔을 것이다.

 

들고 일어나 반항했던 조양자도 무슨 인의지군은 아니다. 왜 조나라의 각지가 연이어 함락되었던가, 그리고 진양성은 오랫동안 지킬 수 있었던가? 그것은 단지 조양자가 계속하여 백성을 착취하였는데, 오로지 진양의 백성들에게는 관용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관용의 목적은 더 많이 뜯어내기 위함이었다. 기타지방에서 백성이 빼앗긴 것은 양식이고, 진양은 확실히 백성이 생명을 내놓았다. 조양자는 무슨 군자가 아니다. 더더구나 성인은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사마광이라는 사람은 성패로 영웅을 논하는 사람이다. 기실, 생각해보면 그것이 정상이다. 역사는 영원히 승리자가 쓰는 것이다. 그리고 진상은 영원히 반쯤 가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