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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학/홍루몽

홍루몽: 가사(賈赦)의 우스개에 숨은 배경은?

by 중은우시 2013. 3. 14.

글: 풍지자(風之子) 

 

 

 

홍루몽 제75회를 보면, 가부(賈府)의 중추절날 밤에 온 집안이 한 자리에 모여있었고, 그 때 가사는 우스개소리를 하나 한다: 가사는 그저 술을 마시고 우스개소리를 했다: "한 집안에 아들 하나가 아주 효성스러웠다. 그런데 모친이 병이 났다. 여러 곳에 의사를 찾아다녔으나 찾지를 못했다. 그래서 침과 뜸을 놓는 할머니를 부른다. 할머니는 원래 맥의 이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어서, 그저 심화(心火)라고 얘기하면서, 지금 침구(침과 뜸)로 치료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러자 아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물었다: '심장에 쇠가 닿으면 죽지 않느냐. 침을 어떻게 놓는단 말이냐?' 그러자 할머니는 말했다: '침을 심장에 놓을 필요는 없다. 그저 늑조(肋條)에 놓으면 된다.' 그러자 아들이 말했다. '늑조는 심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 그렇게 해서 어떻게 치료하느냐?' 그러자 할머니가 말한다: '걱정할 것없다. 넌 모르느냐 천하의 부모마음은 치우쳐(偏)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웃기 시작했다. 가사,가정의 모친도 그저 반잔 술만 마시고 한참을 웃으며 말했다: "나도 그 할머니 침을 하나 맞으면 좋겠다." 가사는 그 말을 듣고 자신이 말을 실수해서 모친이 의심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급히 몸을 일으켜 웃으며 모친에게 잔을 올렸다. 그리고 다르게 생각하시지 말라고 한다. 가사의 모친도 그 얘기를 더 언급하기 뭣해서 행령을 시작했다.

 

가사의 이 우스개는 아주 재미있다. 우리가 당연히 생각하는 것처럼 가사의 모친이 편애한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라는 정도로 간단하지만은 않다. 기실 거기에는 자신의 상황을 빗댄 측면이 있다.

 

첫째, 천하의 부모들이 '편애'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조롱했다.

둘째, 부모가 편애한다고 직언을 해도 안되면 심하게 찔러주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침구(침과 뜸)'이다.

셋째, 부모가 편애한다고 한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 것이다.

 

여기서 주의하여야 할 것은 "늑조"이다. 기실 이것은 늑골을 얘기한다. 이 단어를 쓴데는 속뜻이 있다. 우리는 <삼국연의>의 양수(楊修)와 조조의 "계륵(鷄肋)"사건을 기억한다. 소위 '계륵'은 닭의 늑돌이다. 역시 '늑조'에 속한다. 계륵이라는 것은 양수의 말에 따르면 먹기는 맛이 없고, 버리기는 아까운 것이다. 이것은 바로 가사가 자신을 늑조에 비유한 속뜻이다.

 

가사의 지위는 확실히 난감하다.장유로 보면 그는 장남으로 큰집이다. 지위로 보면 그는 영국공의 작위를 승계하였다. 그러나 실제상황을 보면 확실히 동생 즉 둘째인 가정보다 못하다.

 

1. 가정은 비록 세습작위는 없지만 실직을 가진 관리이다.

2. 가정은 형인 가사보다 부모의 사랑을 더 많이 받았다.

3. 가정은 부인이건 자녀이건 모두 가사보다 낫다. 가정의 장녀 가원춘은 황귀비이다. 가정의 아들 가보옥은 가모가 가장 아끼는 손자이다. 가정의 부인은 4대가족중 왕씨집안의 딸이고, 그녀의 오빠인 왕자등은 구성도통제이다. 가사의 그럭저럭 괜찮은 아들인 가련은 또한 가정을 따라다닌다. 가사의 며느리조차 가정집안의 사람이다. 즉 왕부인의 조카딸이다. 그 차이는 너무나 크다

 

그래서 가사의 이 우스개는 모친의 편애하는 마음을 암시하는 외에 자신의 신세가 계륵이라는 것도 말해준다. 가사의 영국부에서의 지위가 여러 사람들이 보기에 먹기는 맛이 없고 버리기는 아까운 계륵 수준인 것이다.

 

그래서, 가사는 나중에 가보옥, 가환, 가란의 시가대회때 유독 가환을 칭찬하면서, "장래 세습은 네가 할 것같구나"라고 말한다.

 

가사가 작위를 가환에게 넘겨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1. 장유적서의 순서로 보자면 가련도 있고, 가보옥도 있고, 가란도 있다. 가환에게까지 순서가 돌아갈 리가 없다.

2. 총애하는 정도를 보더라도 가환은 어림이 없다.

 

그래서, 가사의 이 말을 헛소리이다. 이것은 그가 이전에 한 우스개와 연결해서 볼 수 있다.

가사가 왜 가환을 유독 칭찬했을까. 아주 간단하다 가환의 처지가 다음 대에서는 가사와 가장 비슷하기 때문이다. 즉 먹기는 맛이 없고 버리기는 아까주며,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한 것이다. 네 처지가 나와 같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자신의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그러나 가사를 우습게 보면 안된다. 이 우스개만 보더라도 그는 비유는 생생하게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