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옥(林黛玉)의 유언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글: 홍촉(洪燭)

 

임대옥이 가부(賈府)에 들어온 날에서 바로 훌쩍 뛰어 마지막 날로 가보자. '바로가기' 버튼을 눌러서 제97회를 보자. 제목은 <임대옥분고단치정, 설보채출규성대례>이다. 보라. 남의 기쁜 날은 나의 슬픈 날이다. 제98회 <고강주혼귀이한천, 병신영루쇄상사지>에서 임대옥은 임종유언으로 두 마디를 남긴다. 앞뒤를 나눠서 살펴보자.

 

앞부분은 시녀인 자견(紫鵑)에게 말한 것이다: "동생! 나는 여기에 친인(親人)이 없다. 내 몸은 깨끗하다. 너는 어쨌든 그들에게 나를 돌려보내달라고 해달라!" 병으로 소상관에 누워 있던 임대옥은 고향을 그리워한 것이다. 고향인 양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힘이 없어서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그저 자신의 시신과 향혼(香魂) 만이라도 자신이 출생한 곳으로 돌아가기를 바랐던 것이다. 낙엽귀근(落葉歸根)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대관원을 진정한 자신의 집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녀는 정신적으로 죽을 때까지 고아이며 유랑아였다. 짧은 일생은 두려움과 불안감 속에서 지냈다.

 

임대옥의 뒷말은 불완전하다. 곁에 없는 가보옥에게 말한 것이다. 직접 부르며 말했다: "보옥, 보옥, 너는 정말....(寶玉, 寶玉, 你好...)". 여기까지만 말하고는 온 몸에 차가운 땀이 나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자견등이 급히 그녀를 부축했지만, 땀은 계속 나고 몸은 점점 차가워졌다. "임대옥의 두 눈이 한번 뒤집어지더니, 오호라, 향혼일루수풍산(香魂一縷隨風散). 수서삼경입몽요(愁緖三更入夢遙). 그녀가 목숨을 거둔 순간은 바로 가보옥이 설보채와 결혼하는 순간이었다." 필자는 어렸을 때, 이 대목을 읽으며 대성통곡을 한 바 있다.

 

임대옥은 상심(傷心)으로 죽었다. 상정(傷情)으로 죽었다. 꿈이 깨져서(夢碎) 죽은 것이다. 마음이 부서져서(心碎) 죽은 것이다.모두 그녀가 끝내지 못한 마지막 말을 "한(狠, 모질다, 잔인하다, 악독하다는 뜻임)"일 것으로 본다. 그녀는 가보옥이 그녀에게 "너무 모질었다"고 질책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가 죽기 전에 가보옥을 오해하여 원망의 말을 하였을 것이라고는 차마 믿고 싶지 않다. 나는 차마 운명의 엇갈림으로 만들어진 잔혹함을 보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이 "사(傻, 멍청하다. 바보같다)"자였기를 바란다. "보옥, 보옥, 너는 정말 바보같구나" 그녀는 가보옥을 오해하지 않았다. 더더구나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동병상련의 탄식을 가볍게 내뱉었을 뿐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녀가 가보옥의 이름을 두 번씩이나 부를 리가 없다. 그녀는 탄식으로 상상중의 가보옥에게 작별한 것이다.

 

임대옥에 대하여 가보옥은 그렇게 모질지 않았다. 가보옥이 그렇게 모질 수가 없다. 모진 것은 운명이다. 운명이 모질어서, 임대옥은 죽기 전에 가보옥을 한번 만날 수도 없었다. 가보옥도 위중한 임대옥을 마지막으로 만날 수가 없었다.

 

임대옥이 죽을 때 병을 가지고 있었고, 원망을 가지고 있었고, 한을 가지고 있었으며, 다할 수 없은 슬픔을 안고 있었다. 그녀는 보옥을 오해했고,그녀는 보옥을 잘못 질책했다.

 

그녀가 발병했을 때, 가보옥도 병이 났다. 가보옥과 임대옥에게 든 것으 같은 병인가? 확실한 것은 가보옥이 앓은 것은 마음의 병이라는 것이다. 그는 멍청해졌고, 바보스러워졌으며, 멍청한 짓을 한다. 치료를 받지 않고, 약을 먹으도 효과가 없었다. 사람마저도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대관원의 사람들은 멍청해진 가보옥에게 거짓말을 한다. 그녀와 설보채의 결혼을 마치기 위하여, 그에게 결혼하는 상대방이 임대옥이라고 말한다. 그도 믿는다. 머리덮개를 벗기기 전에도 이렇게 생각한다: "임대옥은 화를 잘 내니, 쓸데없는 일을 해서는 안되겠다."

 

그가 임대옥과 설보채를 바꿔치기한 사실을 알고 나자 병이 더욱 깊어졌다. 그는 병중에도 병이 든 임대옥을 가서 만나겠다고 곡을 하고 소리를 친다. "나는 죽을 것이다. 나는 마음 속에 든 말을 한 마디만 하겠다. 네가 할머니에게 가서 말씀드려달라. 임매매가 어쨌든 죽어버린다면, 나도 지금 버티지 못한다. 두 곳에 두 환자들이 모두 죽게 생겼고 죽으면 처리가 곤란할테니, 빈 방을 하나 내서 발리 나와 임매매를 그 곳에 같이 있게 해달라. 살아서도 한 곳에서 치료받고 서로 의지하고, 죽어서도 한 곳에 묻히겠다..."

 

가보옥의 모친도 분명히 알았다. 가보옥의 병은 임대옥때문에 생긴 것이다. "각지에서 명의를 구했지만, 병의 근원을 알지 못했다. 그저 성밖의 낡은 절에 살고 있는 가난한 의사가 있는데 성이 필(畢)이고 별호가 지암(知庵)인데, 진단을 한 후에 이 병은 희비가 급격하게 나타나고, 차갑고 더운 것이 균형을 잃었으며, 먹고 마시는 것이 때를 잃고, 우울함과 화가 몸 속에 남아서, 올바른 기운이 막혀서 그런 것이다. 이것은 내상외감(內傷外感)의 증세이다."

 

가보옥과 임대옥은 모두 병자이다. 모두 마음에 병을 가진 사람이다. 모두 심병이 있는 사람이다. 동병상련이고 동기상구(同氣相求)이다. 그래서 그들은 같이 있을 수 있었고, 같이 있고 싶어했다. 이것은 가보옥이 임대옥에 대하여 사랑이 깊었고, 설보채를 사랑할 수 없었던 이유이다. 설보채는 너무 건강했고, 너무 튼튼하며. 너무 이성적이고, 너무 분명히 알았다. 감정적인 가보옥과는 서로 만나서 불꽃이 튈 여지가 없었다. 나는 설보채에게는 상사병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녀는 병들지 않는 여신과 같고, 영원히 빛을 사방에 비추는 사람이다.

 

그러나, 임대옥은 자주 그림자 속에서 생활한다. 그녀는 마음 속에 그림자가 있다. 그것은 돌연 밝아졌다 돌연 어두워지고, 돌연 나타났다가 돌연 사라지는 우울함이다. 그림자는 그녀의 마음 속의 병의 근원이다. 그녀는 항상 마음 속에 고민거리가 있다. 그녀는 자주 불확정적인 요소, 불안전한 감각에 휩싸여서 고민한다. 마치 모래가 조개껍질 속에 침입한 것처럼 항상 고통을 참고, 항상 두려움을 견뎌야 한다. 계속하여 눈물을 분비하고 피와 살로써 상처를 감싸야 한다.

 

방병성주(蚌病成珠). 조개가 병이 들면 진주를 만든다. 임대옥은 상처를 감싸서 야명주를 만들었는가? <홍루몽>에서 임대옥은 강주초(絳珠草)의 화신이라고 한 것이 이해가 된다. "하늘과 땅의 정화를 받고, 다시 비와 이슬의 양분을 얻어서, 풀과 나무의 껍질을 벗고,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여자의 몸을 이루었으니, 하루종일 이한천의 바깥을 돌아다니고, 배고프면 밀청과를 먹고, 목마르면 관수해수를 탕으로 마신다. 아직도 관개의 덕을 다 갚지 못하여, 그의 오장안에는 아직도 다 끝나지 않은 마음이 매어져 있다."

 

그녀의 심결(心結)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신 복잡했다. 훨씬 풀기가 어려웠다. 그녀 자신조차도 풀 수가 업었다. 이것은 사결(死結)이다. 임대옥은 우울함이 쌓여서 더 이상 풀리지 않는 우울함 속에서 죽어갔다.

 

사실 가보옥의 마음 속에도 이런 결(結, 매듭)이 있다. 임대옥과 가보옥, 원래 상대방의 마음의 매듭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고, 서로 사결이 되지않을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 서로 사랑하고, 같이 살고, 같이 울 수 있는 기연을 놓쳤다.

 

그래서 임대옥은 죽었다. 가보옥은 비록 살아남았지만, 마음은 죽었다. 그는 출가를 선택한다. 새로운 삶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