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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문학/홍루몽

홍루몽은 TV드라마에 적합하지 않다

by 중은우시 2010. 9. 24.

: 정계진(丁啓陣)

 

이소홍(李小紅) 버전의 TV드라마 <<홍루몽(紅樓夢)>> 시작된 지금까지 나는 개략 2분정도 보았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도저히 수가 없었다. 내가 수가 없었던 것은 연기자들의 용모, 인물화장(특히 동전화장), 어두운 조명등과도 일정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원인 전부는 아니다. 심지어 주요한 원인도 아니다. 평가가 괜찮았던 87년판 <<홍루몽>> 인기리에 방영될 , 나는 몇번 보지 않았다. 내가 보지 않은 것은, 내가 너무 바빴기 때문이라거나, 원래 TV드라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요즘 들어, 나는 기본적으로 ‘중은(中隱)’의 생활를 보내고 있다. 매주 십여개의 강의를 하는 외에, 책을 조금 읽고, 글을 조금 쓴다. 스스로 활용할 있는 시간이 적지 않다. 비록 본인은 EQ 낮은 편이지만, 영화 드라마를 때는 애정이야기를 가장 많이 본다. 자주 삼류사류의 영화드라마작품에도 감동하여 혼자 눈물짓는다. 일반인들이 참을성이 없는 드라마 같은 경우에도, 나는 재미있게 끝까지 보곤 한다. 나를 아는 친구들은 모두 내가 드라마가 적지 않다고 인정해준다.

 

스스로 피부로 느낀 바에 따르면, <<홍루몽>> 영화 드라마로 찍기에 적합하지 않다. 특히 TV연속극은 어울리지 않는다. 원인은 주로 아래의 4가지로 생각된다.

 

첫째, <<홍루몽>> 소설이지만, 이야기 전개가 기승전결이 있고, 인물갈등이 주인 희극적인 특색이 크지 않다. <<홍루몽>> 뛰어난 점은 주로 대관원이라는 유한한 공간내의 남녀일상행활광경을 세밀하게 그렸다는 것이며, 그들의 풍부하고 민감한 내심세계를 묘사함으로써 인간의 비환이합(悲歡離合) 그려냈다는 것이다. 작자가 추구한 것은 이야기의 전기적인 색채가 아니라, 생활의 시정화의(詩情畵意)이다. <<홍루몽>> 심리소설, 시적(詩的) 소설이라고 있다.

 

둘째, <<홍루몽>> 등장인물이 많고, 두서가 복잡하다. 문학사, 문학이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홍루몽>>이라는 책에서 개성을 지닌 여러 인물이미지를 찾아내고, 각계각층의 현실세계를 반영한다고 있겠으며, 이를 찬미하고 자랑으로 삼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TV시청자에 있어서, 극중인물을 구분하고, 이야기전개를 이해한다는 것이 실제로 그다지 용이한 일은 아니다. 만일 소프드라마를 보는 태도로 <<홍루몽>> 본다면, 금방 엉망이 되어버릴 것이다. 뒤를 보면 앞을 잊어버리는…

 

셋째, <<홍루몽>> 서사예술의 특징은 언어가 세심하고, 흐름이 완만하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독자는 잠시 멈추고 음미할 있고, 앞뒤를 생각해볼 있다. 당연히 한꺼번에 열줄씩 읽어갈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언어의 맛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세심한 언어와 완만한 흐름은 소설에 있어서는 약점이 아니라 장점이 된다. 다만, 이를 영화드라마작품으로 개편한다면, 극중인물의 말한마디, 행동하나에 심취하기 어려울 것이고, 느린 흐름을 참아주기 힘들 것이다. 세상에 어느 연기자가 한마디, 손짓 하나를 그렇게 함축적으로 하여 오랫동안 보고 듣게 있을 것인가?

 

넷째, 명저로서 <<홍루몽>>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사람들이 영화드라마를 , 정보나 지식을 증가시키는 목적도 있다. <<홍루몽>> 같은 작품은 소설을 전부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극중의 인물,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 점에 있어서, 원저에 충실한 영화드라마작품일수록, 사람들의 정보욕구를 만족시키기 힘들다. 당연히 원저를 벗어나서 마음대로 개편한다면, 대중의 인정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나는 소설명저 <<홍루몽>> 절대로 다른 문예양식으로 바꾸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월극(越劇) <<홍루몽>> 성공했다. 이는 모두 알고 있는 일이다. 월극의 성공은 주로 다음과 같은 가지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첫째 이야기중에서 가보옥 임대옥 사랑이야기만 취했다. 둘째 소설언어의 시적인 아름다움을 그대로 살렸다. 셋째, 여기에 음성의 아름다움(반주음악과 아름다운 창곡) 추가했다. 넷째, 허실간을 오가는 무대장식의 아름다움이다. 바꾸어 말하면, 월극 <<홍루몽>> 소설과 희극간에 합리적인 접점을 찾았다고 있다.

 

나는 <<홍루몽>> 절대로 영화드라마로 개편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드라마라면 현재처럼 ‘원저에 충실’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이런 개편은 발을 잘라서 신발에 맞추는 격이다. 영화드라마라는 발을 잘라서, 원저라는 신발에 맞추는 격이다. 이소홍 버전의 드라마 <<홍루몽>> 비난을 많이 받는 것은 주로 그녀가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으나 눈에 확띄는 의복화장등에 너무 신경을 쏟았다는데 있다. 감독으로서 이야기전개에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배경장식에 몰두한다면, 성공을 거두기는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