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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경제/중국의 해외투자

오왕(吳王) 부차(夫差)의 자백

by 중은우시 2012. 12. 22.

글: 이동군(李冬君) 

 

전국시대 초기, 오나라와 월나라가 패권을 다투었다. 오왕 부자는 청동기의 경용(勁勇)의 아름다움, 비단의 금수(錦繡)의 아름다움, 손무의 병법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천하를 종횡했다.

손자병법은 가장 아름다운 병법이다. 그것은 간약(簡約)의 아름다움으로 전쟁의 본질을 투명화하고, 비단을 짜는 것처럼 전쟁의 법칙을 한오라기 한오라기 병법속에 짜나갔다. 설사 병불염사(兵不厭詐, 병법은 속이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마저도 일종의 몽롱한 아름다움이 있다. 병법이라는 것은 물과 같다. 미의 이념은 손자병법에서 가장 높은 경지로 표현되었다.

무엇이 미의 이념인가? 선악과 시비를 초월하는 것이야말로 미의 이념이다.

오왕 합려(闔閭)는 일찌기 손자에게 물어본 바 있다: 병법을 미녀로 표현할 수 있느냐고. 그는 미를 너무나 사랑했다. 손자가 대답한다: 가능합니다. 다만, 모든 미녀는 반드시 병법의 절대미에 복종해야 한다고. 왕권을 포함해서.

미녀연병(美女演兵)에서 웃고 떠들고 교태를 부리는 것은 왕권에 의하여 잘못 물든 범람미이고, 병법의 아름다움을 조롱하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한자루 칼이 되기도 한다. 감히 죽이기도 해야 한다. 손자는 조소미의 미인을 참살하고, 미인의 수급으로 병법의 아름다움에 제사지낸다. 이것이 손자병법이다.

참살은 일종의 절제이다. 미에 대한 절제이다. 차라리 미를 형이상의 경지에서 우뚝서게 할지언정, 미가 하수도에서 범람하게 두어서는 안된다. 범람의 미는 화근이다. 왕이라는 것은 우뚝 서야 하고 마음대로 흔들려서는 안된다. 합려가 패권을 다툰 것은 그에 의지했기 때문이다. 부차는 그러나 이를 잊었다.

부차는 한번 죽임으로써 승화되는 것을 넘어서고자 했다. 그래서 망국의 구천을 풀어준다. 미녀 서시가 왔다. 그녀는 손자병법을 뒤집어 엎는다. 그냥 뒤집은 정도가 아니라 끝장을 냈다. 아름다움이 눈앞에 있다. 그 아름다움과 함께 낮을 보내고 함께 밤을 보낸다. 그것은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천지만물과 교감하고 침어낙안, 폐월수화이다. 미의 이념이 완전무결하게 나타난 것이다. 그것은 월나라에서 진공한 미녀였고, 제기의 땅에서 왔고, 저라산의 아래에서 왔으며, 약야계의 가에서 왔다. 마치 놀란 새와 같고, 아침에 빨래하는 여인과 같고, 계곡의 아침이슬같고, 산의 저녁노을같다.

서시는 "이광(夷光)"이라고도 부른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그녀의 모친은 "자주 계곡물에 비단을 씻는데, 밝은 구술이 몸에 비치더니 임신을 했다"고 한다. 일설에 따르면 그녀는 동이의 여인이다. 그래서 "이"라고 이름붙였다고 한다. 그리고 아마도 <시경.정풍>의 "풍우처처,계명해해,기견군자,운호불이(風雨萋萋,鷄鳴喈喈,旣見君子,云乎不夷)"에서 따왔을 수도 있다. 혹은 노자가 얘기한 것처럼 눈으로 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을 '이'라고 한다는 것에서 평지로 만들었다는 것을 은유할 수도 있다.

한자세계에서 생활하면 이런 식으로 변증하게 되면, 한 사람의 이름은 바로 그의 운명이다. 서시의 일생은 '이광'이라는 두 글자 속에서 생활했다. 그녀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운명은 이와 같다.

그녀를 오나라궁전으로 들여보낸 것은 범려이다. 부차는 범려를 존중했다. 그는 대변의 맛을 보는 그 자가 미인을 발굴하는 안력을 가졌는 줄은 몰랐다. 그는 월나라에서 오로지 범려만이 미의 이념을 이해했고, 그의 마음을 알았다고 생각한다.

그때 그는 범려에게 이렇게 권한다: 내가 듣기로 좋은 여인은 망할 집안에는 시집가지 않고, 총명한 사람은 망할 나라에서 관직을 맡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너의 죄를 사면하고 싶다. 너는 월나라를 버리고 오나라로 올 수 없겠느냐? 너는 왜 하필이면 천하인들에게 웃음거리가 된 자를 따라 오나라로 와서 노비가 되려 하는가?

범려는 이렇게 대답한다: 내가 듣기로 망국의 신하는 정치를 논하지 말아야 하고, 패전의 장수는 용맹을 말하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나는 월나라에서 불충불신하여 월왕과 함께 당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고, 군사력으로 당신과 대치하여 죄를 저질렀다. 지금 우리 군신은 모두 투항하였고, 당신의 은덕을 입었다. 우리 군신을 남겼으니 우리는 모두 당신을 모시고 싶다.

당시 구천은 땅바닥에 엎드려 눈물콧물을 다 흘린다. 범려가 부귀영화를 탐하여 그를 떠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범려는 돌아온다. 더럽고 냄새나는 돌집으로 돌아와서 그와 함께 부부처럼 말을 먹이고 말을 기르며 세월을 보낸다. 이렇게 하여 날이 가고 해가 가서 3년이 된다. 그들의 마음 속에는 화가 분노가 사라졌고, 얼굴에서도 원한의 기색이 사라졌다.

오왕은 높은 곳에 올라서 멀리 바라보니 그들이 말똥 옆에 편안히 앉아 있었는데, 여전히 군신의 예를 행하고 있었다. 이에 감탄하며 말한다. 그들 재수없는 인간들은 비록 횡액을 당했지만 여전히 즐겁게 지내고 있어 나조차 보기 미안할 정도구나. 마음이 약해진 그는 그들을 모두 풀어준다. 왜 그랬는가? 범려를 위하여 그렇게 한 것이다.

이번에 범려는 다시 왔다. 월왕의 명을 받들어 미인을 바치러 왔다. 오왕은 범려를 잘 알았다. 그 미인을 잘 알았다. 반드시 그가 사랑하는 여인일 것이다. 만일 그가 사랑하는 여인이 아니라면 뽑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뽑아왔다는 것은 반드시 그가 사랑하는 여인이라는 말이다. 사랑의 눈이 있어야 비로소 미의 이념을 발견할 수 있다. 미의 관념이 나타나려면 사랑이 있어야만 보인다.

오자서 그 자는 사랑이 없고 원한만 있다. 미의 이념이 없다. 그저 역사경험이 있을 뿐이다. 역사경험을 가지고 나를 가르치려 한다. 뭐라고? "왕께서 (미녀를) 받으시면 안됩니다. 신이 듣기로 오색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오음은 사람의 귀를 멀게 합니다."라니. 그게 사람이 할 말인가? 오색이 없으면 봉사이고, 오음이 없으면 귀머거리가 아닌가. 그리고 오색과 오음 속에 바로 미의 이념이 있다.

맞다 손자가 참한 것은 미의 범람을 제한한 것인데, 그것이 오히려 살인의 범람을 가져왔다. 손자가 초나를 공격하고, 오자서가 무덤을 파내서 시신을 채찍질한 것은 바로 살인의 범람이 아닌가? 살인의 범람이 없다면, 오군이 어찌 초나라에서 쫓겨났겠는가? 살인의 범람이 없으면, 나의 부왕 합려가 어찌 월나라와의 전쟁에서 죽음을 맞이하였겠는가?

그래서 살인의 절제는 용병의 극치이다. 손자병법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는 바로 "부전이굴인지병(不戰而屈人之兵), 선지선자야(善之善者也)"(싸우지 않고 남을 굴복시키는 것은 가장 좋은 방법이다). 최고의 경지는 죽이지 않는 것이다. 죽이지 않는 중에 병법과 미의 이념은 통일된다. 이렇게 고심막측한 사상을 오자서는 알겠는가? 그러나 범려는 알고 있다. 장래 나를 이길 사람은 오직 그 뿐이다.

오자서는 재미없는 사람이다. 걸핏하면 걸왕(桀王), 주왕(紂王)을 들어서 말한다. 내가 걸주란 말인가? 그는 뭐냐? 내가 보기에 그야말로 난신적자이다.

자신의 조국에서 함부로 살인하는 것은 자신의 조국을 하찮게 보는 것이다. 그가 어찌 사람이냐. 자신의 조국을 미워하는 사람이 어찌 우리 오나라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이 점에서 그는 범려와 비교할 수 없다. 나는 범려에게 물어본 바 있다. 너는 월나라에서 그저 지나가는 나그네인데, 왜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서 일하느냐고?

그는 말했다. 나의 조국은 초나라이다. 그러나 초나라의 인민은 나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나를 미친 놈으로 취급했다. 나는 월나라에서 원래는 지나가는 나그네인데, 월나라 인민들이 나를 인정해주고, 나를 성인으로 취급했다. 나를 인정해주는 곳이 나의 조국이다. 나는 초나라를 사랑하지만 초나라를 떠났다. 그러나 월나라는 떠날 수가 없다.

이렇게 위대한 생각을 지닌 사람이야말로 나의 적수가 될 만하다. 그는 자신의 사랑을 나에게 바쳤다. 그는 알고 있기때문이다. 당금세계에서 그와 사랑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라는 것을. 그 대변을 맛보는 녀석은 전혀 가치가 없다. 그가 그 자신의 사랑을 향유하려면 그는 반드시 불가일세의 나를 무너뜨려야 한다. 그래야 사랑할 자격이 있게 된다.

나는 그의 사랑을 차지했다. 왜냐하면 나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보다 사랑할 자격이 더 있다. 나는 그의 마음을 잘 안다. 그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그 대변은 맛보는 녀석의 곁에 두는 것보다는 나의 이곳에 보내는 것이 더욱 안전하다는 것을. 그의 사랑은 내가 있는 곳에서 지고무상의 대우를 받을 것이다.

나는 그가 오기를 기다린다. 그와 최후의 일전을 벌일 것이다. 이 전투를 나는 20년이나 기다렸다. 그가 오지 않더라도 나는 여전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다. 원래 그 대변을 맛보던 녀석은 몸이 근질근질했다. 나는 알고 있다. 그의 눈에는 오자서만이 들어있고, 오자서를 그의 적수라고 생각한다. 그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들이고, 반간계를 펼쳤던가?

나는 장계취계로 오자서를 죽였다. 그가 움직이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 대변을 맛보던 녀석은 바로 쳐들어오려고 했다. 그러나 범려가 말렸다. 그가 움직이기만 하면 나는 그를 철저하게 박살낼 것이다.

그가 대변을 맛보든, 쓸개를 맛보든 다 좋다. 나에게는 마찬가지이다. 그는 원래 쓰레기이다. 그의 일생은 나의 대변을 맛보고, 쓸개를 20년간 맛보았다. 그게 사람이 할 짓인가?

그가 마귀가 되더라도 나의 적수는 되지 못한다. 그가 다시 20년을 더 쓸개를 먹더라도, 그가 움직이기만 하면 나는 그에게 다시 대변맛을 보여주겠다. 그는 다시는 범려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범려는 그에게 기다리라고 하고, 그에게 몇년간 더 쓸개를 맛보라고 한다. 범려야. 우리 고수의 대결에 그 인간쓰레기는 곁에서 구경이나 하면서 괴로워하라고 해라.

나는 알고 있다. 너는 이 인간쓰레기를 위하여 싸우는 것이 아니라, 너를 사랑하는 인민들을 위하여 싸우는 것이라는 것을, 숭고하기 그지없는 미의 이념을 위하여 싸우기 위해 천년을 기다린다는 것을.

미를 위해 싸운다면 나는 20년을 더 기다려줄 수 있다. 이것은 춘추의 예이다. 다른 사람의 위기를 틈타서 공격하지 않는다. 이것은 성인의 미이다. 이러한 위대한 예의는 이후에 다시는 없을 것이다. 그저 춘추의 군자만이 아름다움을 위해서 싸웠다. 인간성의 아름다움과 인격의 존엄을 위해서 싸웠다. 나는 그 최고의 전투를 기대한다.

어떤 사람은 나에게 말한다. 왜 기다리느냐고. 왜 월나라로 공격해 들어가지 않느냐고. 진격해 들어가면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기다릴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두 가지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는 우의에 대한 약속이다. 나는 범려가 오기를 기다린다. 나를 따르거나 아니면 나를 무너뜨리거나; 하나는 사랑에 대한 약속이다. 나의 사랑은 나에게 말한다.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그리고 나의 조국도 사랑한다. 부탁컨대 나의 조국을 공격하지 말아달라. 나는 그녀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만일 너의 조국이 나를 공격해오면 나는 반격할 것이고, 그때 너는 반드시 중립의 입장에 서야 한다. 이것이 우리 둘의 약속이다.

어떤 사람은 나의 사랑이 미인계를 썼다고 말한다. 걸왕의 말희, 주왕의 달기처럼. 오자서 그 자는 사람만 만나면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들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진흙탕 속에 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진흙탕밖에 없다. 진흙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하늘에 아름다운 구름도 모두 때로 보인다. 가련한 일이다. 진흙탕에 깊이 빠져있으면서 힘들게 뜻을 세우면 할 수 없이 쓸개를 맛보고, 대변을 맛보아야 한다. 생각해보라. 만일 이런 자들이 손자병법을 장악하게 된다면 이 세계는 속임수로 충만할 것이다. 미의 이념과 군자의 풍모는 모두 병불염사 속에서 무너져 버릴 것이다.

시대의 기풍이 바뀌었다. 군자는 소인에게 부탁해야 한다. 공자와 자공은 노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나를 속였다. 월나라와 결탁하여, 내가 병력을 일으켜 노나라를 구하도록 하였다. 내가 제나라를 무너뜨리고 노나라를 구했지만, 월나라가 공격해 들어온다. 그들은 이렇게 나에게 보답했다. 범려는 20년을 기다렸다가 마침내 손을 썼다. 나는 패한다. 그러나 나는 멍청이가 아니다. 살아도 중천의 해처럼 빛을 발하고, 죽어도 석양에 지는 해처럼 강과 바다에 빛을 뿌린다. 이것이 나이다. 바로 이것이 나이다.

나의 사랑이여, 나의 수급을 너에게 줄테니, 호수속에 가라앉혀달라. 너는 나의 수급을 들고 범려를 찾아가라. 그는 모든 것을 알 것이다. 그가 너를 구해줄 것이다. 너는 미녀중의 미녀이고, 미녀중 가장 운이 좋은 미녀이다. 모든 미녀들 속에서 너만이 아름다운 이름을 백세에 남길 것이다.

이것은 역사의 이야기이고, 오왕의 자백을 빌려서 쓴 것이다. 역사적인 아름다움은 왕왕 비극이다. 소위 풍공위적(豊功偉績)은 어떤 때는 가치가 없다. 음모가와 같은 '영웅주의'를 찬양하느니, 미의 이념가운데 역사를 읽는 편이 낫다.

비극은 우리로 하여금 인간성의 바닥에서 역사의 열쇠를 줍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