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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경제/중국의 경제

중국경제의 유동성함정

by 중은우시 2012. 8. 15.

글: 도동(陶冬) 

 

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면 알 것이다. 차가 흙구덩이에 빠졌을 때, 액셀레이터를 힘껏 밟아봐야 차가 흙구덩이를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바퀴는 헛돌게 된다. 그 자동차는 중국경제이고, 그 운전석에서 액셀을 마구 밟고 있는 운전기사는 중국정부이다. 차바퀴와 지면의 사이에 마찰이 부족한데, 경제학에서는 유동성함정이다.

 

금년이래 중국경제는 속도를 잃었다. 민간에서는 투자흥미를 잃었다. 수출은 경쟁력을 상실했다. 생산캐파는 과잉이고, 수요는 부족하다. 기업경영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소비자의 정서도 영향을 받는다. 늘어나는 도전에 직면하여, 중국인민은행은 최근 들어 불문률로 지켜지던 이자율레버리지를 가볍게 쓰지 않는다는 규칙을 포기했다. 1달내에 두번이나 기준이자율을 하락시켰다. 준비금비율의 인하와 신용대출정책의 완화까지 중국의 화폐정책은 전면적인 완화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정책기조의 변경이 경제활동에서 예견한 효과를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민간투자활동이 정책의 변화에도 활발해지지 않고 있다. 전통적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말인 "일단 풀어주면 어지러워지고, 일단 조으면 죽는다." 이번에는 풀어주었지만 어지러워지지 않는다. 정부가 주도하는 인프라건설투자프로젝트이외에 투자분야는 여전히 만마제암(萬馬齊暗)이다.

 

필자는 중국경제가 유동성함정에 빠졌다고 본다. 화폐확장정책은 경제에 부양효과를 불러오지 못했다.

유동성함정은 케인즈가 먼저 제출하였다. 이율수준이 아주 낮을 때, 추가로 이율을 낮추는 정책은 시장이율을 변경시키지 못하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불러일으키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추가로 화폐정책을 완화하더라도, 경제활동을 자극하지 못한다. 현대사회에서, 이율정책만이 아니라 유동성정책은 모두 극단적인 화폐환경하에서 승수효과를 잃어버리고, 경제에 대한 레버리지작용을 잃어버리게 된다.

 

현재 중국경제의 핵심문제는 민간투자의욕이 저하되었다는 것이다. 그 배후에는 여러가지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 원가급등, 생산과잉등이다. 민간자본은 과거에 제조업에서 잘했다. 경영원가가 회복할 수 없게 인상되고 있고,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서비스업분야는 민간자본에 개방하지 않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중국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자금비용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 아니라, 투자공간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은행이 직면한 문제는 유동성부족이 아니라, 우수한 차입고객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조적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율만 건드리거나 지불준비금비율만 건드린다고 하여, 경제를 흙구덩이에서 빠져나오게 할 수 없다.

 

유동성함정에 빠진 것은 중국만이 아니다. 일본은 이미 20여년간 바둥거리고 있다. 미국, 유럽도 거기에 빠졌다. 그 근원을 따져보면, 정책대응에서의 실수이다. 일본, 미국, 유럽은 각각 구조적인 모순이 있다. 그러나 정책결정자들은 피중취경(避重取輕)으로 반주기적 화폐정책으로 경제의 구조적 약점을 해결하고자 시도했다. 대량의 화폐확장은 일시적으로 경제의 고통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구조적인 난제를 해결해주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화폐정책의 용량은 갈수록 많아지게 된다. 효과는 갈수록 약해진다. 여기에 숨은 금융리스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낟.

 

인민은행의 이자하락, 지불준비금비율하락으로 시장을 부양하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실망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화폐정책은 추가로 완화하여도 그들의 경제에 대한 자극작용, 기어의 영리에 대한 도움은 상당한 한계가 있을 것이다. 엑셀레이터를 밟아서 흙구덩이에서 빠져나오려는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는 위맹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절망적이다.

 

차를 모는 사람이면 알고 있을 것이다. 차가 흙구덩이, 눈속에 빠지게 되면, 액셀을 밟을 것이 아니라, 차에서 내린 다음에 바퀴의 앞에 나무판을 놓아서 약간의 마찰계수를 올려주면, 문제가 해결된다. 민간자본투자의욕이 저하되는 것을 해결하는 것은 나무판을 가져다 놓는 것보다는 난이도가 있다. 그러나 접근방법은 같다.

 

서비스업을 개방하고, 감세하고, 제도적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중국경제가 다시 정상궤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