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대사대미녀의 다른 버전

글: 막수녀(莫愁女)

 

중국고대 '사대미녀"는 일반적으로, 서시, 왕소군, 초선, 양옥환(양귀비)를 가리킨다. 기실, 침어(沈魚)의 원형은 서시가 아니었다. 서시와 동시대의 미녀인 모장(毛嫱)이 그녀보다 훨씬 완벽했다. 왕소군은 그저 한나라궁중의 일반적인 미녀에 불과했다. 궁중에서 군계일학인데도 황제가 못보고 넘겼을 리가 없다. 초선은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허구의 문학적 이미지일 뿐이다. 양옥환은 중국고대의 가무예술가이다. 그녀의 몸매와 용모는 아마도 북방오랑캐혈통을 지닌 당나라사람들의 심미관에나 맞았을 것이다. 중국고대의 진정한 "사대미녀"는 따로 있다.

 

도대체 누가 중국고대의 진정한 "사대미녀"일까? 필자는 모장, 하희(夏姬), 이조아(李祖娥), 장려화(張麗華)라고 생각한다.

 

춘추말기의 모장은 중국고대, 최소한 진나라이전시기의 제일미녀이다. 모장이라는 여인은 사서에 별도의 기록은 없다. 그저 그녀가 춘추시대말기 일대패주인 월왕 구천이 사랑한 여인이며, 개략 서시, 정단과 나이가 비슷하다는 것만 안다. 그러나, 우리는 후인들의 그녀에 대한 찬미에서 알 수 있다. 그녀야말로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미의 화신이며 상징이었다는 것을.

 

"침어낙안"은 <장자.제물론>에 나오는 "모장, 여희는 사람들 가운데 미인이다. 물고기가 그녀들을 보면 물 속으로 깊이 도망치고, 새가 그녀들을 보면 하늘높이 날아가 버린다. 사슴고라니가 보면 죽어라 뛰어간다." 장자의 원래 뜻은 모장, 여희와 같이 인간세상에서 공인된 절색미녀라 하더라도, 물고기나 새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이런 경성경국의 미녀를 만나더라도 그들은 다른 사람을 본 것과 마찬가지로 물 속으로 숨거나 하늘로 날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침어낙안"으로 미인을 형용했는데, 원래 "침어"는 모장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런데, 후세인들은 미녀를 칭송할 때, 모장, 서시를 함께 언급하게 된다. 이때도 모장을 앞에 언급하고 서시를 뒤에 언급했다. <관자.소칭>에서 "모장, 서시는 천하의 미녀이다." 그러나 처음에 말한 원인으로 모장은 점점 세상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서시는 미의 상징이 되어 고대 "사대미인"의 첫머리를 차지한다.

 

사대미녀중 두번째는 춘추시대의 제일염부(艶婦)이고 고대의 제일 '대중의 애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하희이다. 정목공(鄭穆公)의 딸인 하희는 어려서부터 살구같은 얼굴에 복숭아같은 뺨을 지녔으며, 누에같은 눈썹에 봉황의 눈을 지녔다. 자란 후에는 더더욱 봄에 하늘거리는 버드나무와 같았고, 걸음마다 연꽃이 생겼다. 여희, 식규의 미모를 겸비하고, 달기, 포사의 호미(狐媚)도 갖추었다. 얼마나 많은 고귀한 공자들을 홀린 인간우물인지 모른다. 후세는 그녀를 "일대요희(一代妖姬)"라고 부른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하희는 급계(及笄, 비녀를 꽃는 나이라는 뜻으로 15살)의 나이에 건장한 사내와 관계를 가지고, 반로환동(返老還童), 청춘영주(靑春永駐)의 채양보음지술을 얻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녀는 염명(艶名)을 사방에 떨쳤다. 명성이 좋지 않아서, 집안사람들은 할 수 없이 그녀를 멀리 떨어진 진(陳)나라의 하어숙(夏御叔)

에게 시집보낸다. 하희의 명칭은 여기에서 유래한다. 하어숙은 한창 젊은 나이에 죽는다. 누군가는 죽은 이유를 하희의 "채양보음지술"때문이라고 했다. 과부가 된 하희는 사십여세가 될 때까지 용모와 피부를 청춘소녀처럼 유지했다고 한다. 역사상 보기 드문 이 여인은 확실히 보기 드문 매력으로 여러 나라의 군주와 사대부들을 홀렸다. 사서에는 '공과 후가 서로 앞다투어 그녀를 쫓아다녔고, 그녀에게 미혹되지 않은 자가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세번이나 왕에게 시집가서 왕후가 되고  일곱번 부인이 된다. 이는 전무후무한 사례이다. 춘추시대의 여러 나라의 멸망이 모두 그녀와 관련있다.

 

사대미녀중 세번째는 이조아이다. 그녀는 북제 문선제 고양(高洋)의 황후이다. <북제서.문선이후전>에 따르면 이조아는 "용모와 덕이 아주 아름다웠다(容德甚美)"고 적고 있다. 문선제 고양은 유명한 성학대광이다. 채찍으로 비빈들을 때리기 좋아했다. 심지어 비빈을 죽이기도 했다. 단지 이조아만이 고양의 예우와 경중(敬重)을 받는다. 이를 보면 고양의 마음 속에 이 이조아는 다른 그 어느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절대가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양이 죽은 후, 아들 고은(高殷)이 즉위하는데, 이조아를 태후로 모신다. 얼마후 고은이 폐위되고, 고양의 동생인 고연(高演)이 황제에 오른다. 고연이 일찍 죽어버리자, 무성제 고담(高湛, 고양의 또 다른 동생)이 황위를 계승한다. 고담은 이 형수의 미모를 탐한지 오래 되었다. 즉위후 이조아를 강제로 범하고 이조아는 임신을 한다. 이조아가 딸을 낳자 기르지 않고 죽여버린다. 고담은 또한 이조아의 아들도 죽이고, 이조아의 의복을 벗기고 몽둥이로 마구 때리기도 한다. 마지막에는 묘승니사에 비구니로 보낸다. 북제가 멸망한 후, 그녀는 포로로 붙잡혀 장안으로 끌려온다. 아마도 이조아의 이런 불행한 처지때문이었는지, 그녀에게는 "횡절천고지려(橫絶千古之麗)"가 있다고들 말해졌다.

 

사대미녀의 네번째는 진후주 진숙보의 귀비인 장려화이다. 세상사람들은 그녀를 "인간항아(人間嫦娥)"라고 불렀다. 역사기록에 따르면, 장려화는 표일약선(飄逸若仙)하고, "머리카락이 칠척이나 되었으며, 머리결이 빛이 나서 비쳐볼 수 있을 정도였다. 성격이 재빠르고 총명하였으며 신채(神采)가 있었다." 매번 그녀가 응시할 때면 더더욱 빛이 나는 듯했고, 좌우로 움직이면 진후주는 정신을 완전히 빼앗길 정도였다. <연화기>의 기록에 따르면, 장려화가 거주한 결기각(結綺閣)은 "계궁(桂宮)"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진숙보는 매번 연회를 베풀 때마다 장려화를 "장항아"라고 부르곤 했다. 진숙보의 유명한 <옥수후정화>는 장려화를 찬미하는 것이다. 수나라군대가 진나라를 멸망시켰을 때, 장려화의 미모를 오랫동안 흠모해왔던 양광은 이 "인간항아"를 남겨두라고 명령한 바 있다. 그러나, 수나라군대의 원수장사로 있던 고각은 "예전에 태공이 얼굴을 가리고 달기를 참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어찌 (장)려화를 남겨둘 수 있겠습니까?" 그리하여 장려화는 청계에서 참해진다. 이 사건은 나중에 고각은 살신지화를 입는 원인중 하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