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유전(劉典)
중국의 근대이래로 '서학동점(西學東漸)'으로 서방의 서적들이 중국어로 번역되어 널리 전해지게 되었다. 중서방의 문화차이로 인하여, 번역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하게 변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중 일부는 번역에서 조심하지 못하여, '장관이대(張冠李戴)'의 번역이 이루어진 것도 있다. 그중 황당무계한 몇 가지 경우는 지금까지도 우스개로 전해지고 있다.
1998년, Anthony Giddens의 <민족 - 국가와 폭력>의 중국어판이 나왔다. 이 번역본은 북경대학 사회학학사 및 석사이자, 하버드대학 인류학 박사인 후종저(胡宗澤)와 자오리타오(趙立濤)가 번역하고, 북경대학 인류학 교수인 왕밍밍(王銘銘)이 교정을 봐주었다.
그런데, 이 번역본이 출판된 후, 독자들은 많은 중문번역이 규칙에 맞지 않는 것을 발견한다. 예를 들어, 저명한 고대희랍의 역사학자인 Herodotus는 "希羅多德"이라고 쓰는데, "黑羅多特思"로 쓴다든지, 인도 공작왕조의 Ashoka왕은 "阿育王"으로 쓰는데, "阿肖卡"고 쓴다든지, 프랑크국왕 샤를마뉴대제는 "査理曼大帝"라고 쓰는데, "夏勒馬涅"이라고 쓰는 등이 그것이다. 그중 가장 유명하게 웃음거리가 된 번역은 이 책에 나오는 다음의 문장이다.
"문수사(門修斯, Mencius)의 격언인 '하늘의 아래에는 단지 하나의 태양만이 있고, 민중의 위에 있는 것은 단지 하나의 제왕이다' 이것은 모든 대제국이 건립된 강역에 적용할 수 있다."
'문수사'라는 단어를 보고, 중국인에게는 낯선 이름이므로 무슨 외국의 대학자인 줄 알았다. 번역하고 교정하는 사람들은 Mencius가 중국의 사상가 "맹자(孟子)"라는 것을 몰랐던 것같다. 그리고 소위 격언은 원래 <맹자.만장장구상>에 기록된 "천무이일, 민무이왕(天無二日, 民無二王)"임이 분명하다. 이 말은 공자의 입에서 나온 것이지 맹자가 한 말도 아니다.
그래서, 유가의 아성(亞聖)은 졸지에 '문수사'가 되어 버렸다. 이것은 당시에 널리 유행한 웃음거리였다. '문수사'는 하나의 전고(典考)가 되어, 잘못된 번역명칭을 의미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2006년 3월, 프랑스 사상가 기 디보르(Guy Debord)의 명저 <매트릭스>의 중문판이 정식으로 출판되었다. 이 번역본은 왕샤오펑(王昭鳳)이 번역하였다. 대체로 기본적인 번역상 실수는 없었다. 그러나, 중국고대 벙법가인 손자를 번역한 곳에서는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엇다. '문수사'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이 번역본의 106페이지에는 "상졸(桑卒, SunTzu)의 <전쟁예술>"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그러나, 세계에 "상졸"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책에서 묘사한 내용을 보면 거기서 언급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손자(孫子)의 <손자병법>"이다. '손자'가 영어 SunTzu를 거쳐 다시 중문으로 "상졸'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현재 일부 인터넷역사가들은 장개석(蔣介石)을 가리켜 "상공(常公)"이라고 부르고 있다. 왜 그렇게 부르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기실 이 "상공"의 full name은 "상개신(常凱申)"이다. 장개석의 이 별호가 생긴 유래는 또 한번의 '문수사'사건이 있었다.
2008년 10월에 출판된 <중러동부국경학술사연구: 중국, 러시아, 서방학자의 시야에서 본 중러동부국경문제>라는 책에서 청화대학 역사학과 부주임 왕치(王奇)는 Chiang Kai-shek(창카이섹)을 '상개신(常凱申)'으로 번역했다. 이것은 중국명문대학에서 만들어낸 또 하나의 학술코미디였다.
원래 Chiang은 "장(蔣)"의 Wade식표기법이다. Kai-shek은 "개석(介石)"의 광동어 병음이다. Wade병음방식은 영국인 Thomas Fancis Wade가 19세기 후반에 제정한 것으로 중국의 인명, 지명을 영문으로 표기하는데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다. 신중국(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서면서 한어병음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보급하여 대륙에서는 더 이상 Wade 표기법을 쓰지 않고 있다. 그러나, Wade표기법은 지금도 서방학술계에서 널리 유행하고 있다.
Chiang Kai-shek은 기실 장개석의 '웨이드표기'였다. 그런데 왕치는 이를 그대로 음역하여 우스개가 된 것이다. 그래서 장개석은 이때부터 사람들에게 '상공'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동제대학(同濟大學) 부교수인 루싱화(陸興華)가 쓴 <슈미터로 사람을 더 놀라게 하지 말라. 알겠는가>라는 글에서, 독일정치철학가인 슈미트가 자신의 <정치의 개념>이라는 책에서 인용한 시사(詩詞)때문에, '곤륜(崑崙)'은 '상개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문수사' 사건이 된다. 이 문장의 관련 원문은 아래와 같다.
"슈미트는 중국시인 곤륜(崑崙)의 싯구를 인용하여 이런 세계혁명은 전투아래서 진정한 정치투쟁과 화평을 전망한다. 혁명과 전투의 불을 선물로 삼아, 하나는 구라파로 보내고, 하나는 아메리카로 보내며, 하나는 중국 자신에게 남긴다. 이러한 평화야말로 비로소 세계를 주재할 수 있다."
루싱화는 글에서 자신이 번역문을 번역했다고 밝히고, 시인 곤륜의 원시(原詩)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시인 "곤륜"은 누구인가? 모택동이 쓴 <염노교.곤륜(念奴嬌, 崑崙)>을 보면, 바로 깨달을 수 있다. 상응하는 원문은 다음과 같다.
"안득의천추보검(安得倚天抽寶劍), 파여재위삼절(把汝栽爲三截), 일절유구(一截遺歐), 일절증미(一截贈美), 일절환동국(一截還東國), 태평세계(太平世界), 환구동차양열(環球同此凉熱)"
그래서, 모택동과 장개석이라는 두 라이벌은 다시 "곤륜'과 '상개신'으로 다시 만나서 싸우고 있다.
중국시가를 직역함으로 인하여 우스개가 되는 일은 드물다. 중국근대애국시인 "장중선(庄重禪)"이라는 사람이 썼다는 중문시는 먼저 외국의 민간시가애호가에게 외국어로 번역되었다가, 다시 누군가에 의하여 중문으로 번역되었는데, 이런 모양이 되어버렸다:
遙遠的泰山 멀리있는 태산이
展現出陰暗的身影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내네
厚重的基礎 두텁고 무거운 기초는
支撑起淺薄的高層 얇은 높은 부분을 지탱하네
假如某一天 만일 어느 날
有人將那乾坤顚倒 누군가 하늘과 땅을 뒤집어놓으면
陳舊的傳統 오래된 전통은
必將遭逢地裂山崩 분명히 산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것처럼 사라질 것이다.
근대애국시인 '장중선'이 도대체 누구인가? 근대사를 아무리 뒤져 보아도 이런 시인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나, 나중에 누군가가 중화민국의 저명한 구육장군(개고기장군) 장종창(張宗昌)이 남긴 시를 하나 찾아냈다:
원간태산흑호호(遠看泰山黑糊糊)
상두세래하두조(上頭細來下頭粗)
여파태산도과래(如把泰山倒過來)
하두세래상두조(下頭細來上頭粗)
멀리서 태산을 보니 시커멓고
위는 가늘고 아래는 굵다
만일 태산을 뒤집어 놓으면
위는 굵고 아래는 가늘겠지.
이 시의 번역을 보면, 중국과 서양의 문화교류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이전의 일련의 '문수사'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고학력인사가 만들어낸 '문수사'사건으로, 학술계의 경박함과 조급함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정법대학의 교수 가오췐시(高全喜)는 이렇게 말한다: "현재 학술서적의 번역은 많은 경우 교수가 도급을 받은 후, 학생을 몇몇 찾아서 시키고, 자신은 한번 훑어본다." 그리고 '곤륜'식의 엉터리현상의 배후에는 갈수록 많은 번역 '기기'가 나타나고, 번역가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학자들의 저술은 갈수록 많아진다. '대가'들이 날로 상식적인 실수를 더 많이 저지르는데, 어찌 대학의 존엄을 얘기할 수 있겟는가? 학자에 있어서, 이것은 하나의 재난이 아닐 수 없다.
맹자가 '문수사'가 되고, 장개석이 '상개신'이 된다. 경박한 사회, 경박한 학술...문수사의 뒤에는 새로운 공수사(孔修斯)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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