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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사건/역사사건 (태평천국)

태평천국의 장수들: 강골에서 약골로...

by 중은우시 2012. 3. 22.

글: 정만군(程萬軍)

 

세상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태평천국의 기원은 "배상제회(拜上帝會)"로 태평군(太平軍)이 된다. 태평군의 전성기에는 '백만대군'이라 불리웠다. 비록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최소한 수십만은 되었을 것이다.

 

이 대군은 태평천국을 따라 1850년에 '건국'되고, 1864년에 '망국'한다. 그들은 중국역사상 짧지만 휘황한 시절을 남긴다. 그러나 그들의 휘황한 역사는 태평천국처럼 수명이 길지 못했다. 기껏해야 5년간 영광을 누렸을 뿐이다.

 

태평군은 초기에 전투력이 아주 강했다. 그래서 증국번은 '연전연패'한다. 나중에 '연전연패'하던 증국번이 태평군에 대하여 파죽지세로 공격한다. 이것은 증국번이 태평군을 이겼다기 보다도, 태평군 자신의 전투력이 심각하게 하락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간단히 전투력이 하락했다는 말로 그 심층적인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다. 태평군사를 읽어보면, 이런 기괴한 현상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군대의 초기 장수들은 아주 충성스럽고 용맹스러웠다. 그러나 후기의 장수들은 대부분 약골들이었다.

 

전기의 장수는 남왕 풍운산, 서왕 소조귀를 대표로 하는데, 그들은 하나하나 사병들보다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총사령관이었다. 전주전투에서 풍운산은 청나라군의 포에 맞아서, 사망한다. 장사전투는 태평천국의 첫번째 큰싸움이었는데, 앞장서서 싸웠던 소조귀는 공성때 전사한다.

 

그동안 태평군에는 북벌군도 있었다. 임봉상, 이개방, 길문원이 이끌었다. 2만의 무리를 이끌고 청나라의 직예까지 밀고 올라간다. 한때는 천진에까지 도달했다. 나중에 고군(孤軍)으로 적진에 너무 깊이 들어가, 뒤를 받쳐주는 부대가 없다보니 전멸하고 만다. 그러나, '직도황룡'의 기세는 청나라의 고관대작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장수들의 태도였다. 길문원은 전사하고, 임봉상, 이개방은 죽음앞에서도 두려움이 없이 기꺼이 목숨을 바친다. 그들의 강골은 상대방조차도 경탄할 정도였다. 승거린친(僧格林沁)은 이 북벌군이 "혹은 공격하고 혹은 방어하면서, 태연자약하며 전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후기의 태평군에 강골인 장수는 보기 힘들었다. 영왕 진옥성을 제외하고, 거의 모두가 약골이다. 가장 풍자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은 홍수전이 가장 믿었던 충왕 이수성이다. 후주 홍천부귀가 포로로 잡힌 후에도 삶을 구걸했다.

 

후인들은 태평군의 전투력이 하락한 원인을 분석할 때, 대부분은 '천경사변'때문이라고 본다. 태평군 내부에서 권력쟁탈전이 벌어지고, 심각한 부패현상이 나타난다. 이것이 물론 주요한 원인이다. 그러나, 그외에, 또 하나의 거대한 암류가 흘러 전군에 만연했다. 이것이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신앙의 파탄이다. 태평군은 종교로 일어났다. 당초 이 군대에 가입한 것은 개인적으로 권력을 추구하는 자도 있었지만, 역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배상제교를 신앙했기 때문이다. 즉, 태평군은 초기에 신앙집단이었다. 신양의 힘이 뒤를 받쳐주었다. 그러다보니, 구차하게 목숨을 연명하고 있던 청군이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후기에 그들은 이익집단으로 전락한다. 집단내부의 권력투쟁,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하나하나가 권력의 야수가 된다.

 

홍수전, 양수청의 이 '우두머리'들은 입으로는 형제들을 위하여 이상국가를 건설하겠다고 하면서, 실제행위는 자잘한 성공에 만족하고 놀고 즐기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스스로 '소천당'에서 놀았다. 홍수전은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시위도 모두 여자였다. 태평군의 보통병사들은 부부가 동거하는 것도 범죄였다.

 

동왕 양수청은 천부(天父)의 화신이다. 그런데, 천왕 홍수전은 양수청을 도륙한다. 천부도 그의 권력욕을 제한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직접적으로 전군이 신앙파탄을 불러온다.

 

형제들은 꿈에서 깨어났다. 천부같은 것은 없다. 모든 것은 거짓말이다. 천당은 그들의 것이다. 그들의 세계는 우리와 무관하다.

꿈에서 깨어난 태평군 장병들이 자신과 관계없는 이상국가를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서 희생하려 하겠는가?

 

그래서 군심이 흩어지고, 장병들이 각자 자신의 앞날을 생각하게 된 것이 당연하다. 나중에 이홍장에 의하여 북양수사제독에 임명된 정여창은 바로 이때 태평천국의 중간급 장수였다. 그는 태평군이 이미 옛날같지 않아서 큰 일을 이룰 수 없을 것이며, 자신이 태평군에 남아있어봐야 앞날이 암담하다고 생각하여, 상군에 투항한다. 그후 다시 회군으로 옮기고 이홍장의 인정을 받는다.

 

태평군은 상승의 군대, 정의의 군대에서 철저히 명실상부한 오합지졸로 바뀐다. 중간장수에서 하급병사까지 부닥치면 바로 무너져 버린다. 천경이 무너진 후, 모조리 절개를 버리고, 목숨을 구걸하며, 앞다투어 자백하고 꼬리를 흔드는 추태를 보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