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개석의 유언

글: 왕풍(王豊)

 

 

 

 

송나라때의 시인 황정견(黃庭堅)은 <청명>이라는 시를 지은 바 있다.

 

가절청명도리소(佳節淸明桃李笑)

야전황총지생수(野田荒塚只生愁)

뇌경천지용사칩(雷驚天地龍蛇蟄)

우족교원초목유(雨足郊原草木柔)

인걸제여교첩부(人乞祭餘驕妾婦)

사감분사불공후(士甘焚死不公侯)

현우천재지수시(賢愚千載知誰是)

만안봉호공일구(滿眼蓬蒿共一坵)

 

청명이라 좋은 명절에 온갖 봄꽃은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들판의 황량한 무덤은 쓸쓸함만 묻어나온다.

천둥번개에 놀란 뱀은 땅 속으로 숨어들고

봄비를 촉촉히 맞은 풀과 나무는 새싹을 틔운다

어떤 사람은 제사음식을 구걸해서 마누라에게 자랑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벼슬이 싫다고 불에 타 죽기도 했다.

누가 현명하고 누가 어리석은지 천년이 흘러도 누가 알겠는가

잡초 가득한 흙무더기에 같이 묻혀 있거늘.

 

1975년 4월 초의 어느 오후, 나이 89세된 장개석(蔣介石, 장제스, 창카이섹)은 사림관저(士林官邸)의 침실에 있는 전동조절병상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 장개석은 이날 정신이 맑았다. 그는 당직을 서고 있던 타이페이 롱민(榮民)의원의 간호사 나(羅)씨를 불렀다. 장개석은 말한다: 이삼일이면 청명인데, 청명절에 관한 옛날 시를 몇 수 읽어달라. 나씨 간호사는 장개석이 자주 보는 <당시삼백수>를 뒤적여 목록에서 청명과 관련된 싯구를 찾아낸다. 그녀가 먼저 읽은 것은 당나라때 시인 두목(杜牧)의 <청명>이었다:

 

청명시절우분분(淸明時節雨紛紛)

노상행인욕단혼(路上行人欲斷魂)

차문주가하처유(借問酒家何處有)

목동요지행화촌(牧童遙指杏花村)

 

장개석에게 이 시는 너무나 익숙했고, 특별한 느낌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나씨 간호사에게 한번만 읽게 하고는 다른 시를 읽어달라고 한다. 이어서 읽은 것이 위에서 언급한 황정견이 쓴 <청명>이다. 간호사가 마지막 구절인 "현우천재지수시, 만안봉호공일구"를 읽어주자, 장개석의 안면 근육이 돌연 두번이나 움찔한다. 그는 말했다: "이 시는 아주 잘 썼다. 몇 번 더 읽어달라." 나씨 간호사는 처음에 시의 의미를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한편으로 읽으면서, 한편으로 책에 쓰여진 해석을 읽으니 그녀도 알아차렸다. 이 "현우천재지수시, 만안봉호공일구'의 뜻은 바로 사람이 살아있을 때 성현이건 범인이건 목숨이 다하게 되면, 인간세상에 남기는 것이 겨우 잡초 무성한 작은 흙무더기뿐이라는 것을. 

 

장개석은 병으로 몸이 약해져 여러가지 병을 앓다가, 병상에서 혼미해지고, 다시 깨어나서도 계속 병상에 누워 있었다. 이런저런 곡절을 겪으면서 계속 병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미 최소한 5년반의 세월을 이렇게 보냈다. 그의 몸이 쓰러져서 다시 일어나지 못한 원인은 1969년 9월 16일 오후 5시에 발생한 자동차사고때문이다. 이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장개석의 차량행렬이 막 시내에서 바람을 쐬고 돌아오면서 막 양명산 관저로 올라가는 도중이었다. 우연하다면 우연하게도, 한 사단장인 소장이 군사회의를 마치고, 양명산에서 군용짚차를 몰고 산에서 시내로 내려가는 방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장개석의 차량행렬의 제일 앞쪽에는 선도차가 있었다. 이 짚차가 중앙선을 넘어서 달려오는 것을 보고는, 선도차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는다. 비록 짚차와의 충돌은 피했지만, 장개석의 전용차가 바로 뒤따라오고 있었는데, 그 운전기사는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반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액셀레이터를 밟았고, 맹렬하게 전방의 선도차와 충돌한 것이다. 이렇게 차량사고가 발생했다.

 

'총통'전용차는 원래 안전했다. 가는 길의 신호등은 모조리 파란색으로 된다. 그래서, 장개석, 송미령은 전용차를 탈 때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 누가 알았으랴, 이런 사고가 일어날 줄은. 충돌이 이렇게 심할 줄은. 전용차의 시위가 나중에 진술한 바에 따르면, 차량충돌순간, 돌연한데다가 그 힘이 세서 뒷자리에 앉아있던 장개석, 송미령은 미처 손쓸 틈도없이 의자에서 튕겨올라갔고, 두 사람의 몸은 먼저 위를 받고 다시 앞으로 부닥쳤다. 송미령은 아파서 찻 속에서 소리를 질렀고, 그녀의 목과 두 다리에 모두 상처를 입었다. 다행히 골절은 없었다. 장개석은 비록 진정하려고 애를 썼지만, 역시 부딪친 것이 가볍지는 않았다. 초보적인 검사에서는 하체에 붉게 부운 현상밖에 나타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별 일이 아닌 것으로 생각했다. 2,3개월후, 롱민의원의 심장과 의사는 장개석의 건강검진을 했는데, 차량후유증의 징조를 발견한다. 의사는 장개석의 심장 대동맥에서 이상한 잡음이 나는 것을 발견한다. 심장주동맥판막이 자동차사고로 상처를 입었는데, 적시에 발견하지 못한 것임이 확인되었다.

 

1969년 연말에서 1970년 연초까지,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1970년 5월 29일 오전 장개석의 건강에 빨간 불이 켜진다. '총통부'는 이날 월례회의를 개최했다. 체력이 버티지 못하여, 장개석은 억지로 버티며 참석하고자 했으나, 비서장 장군(張群)이 재삼 말렸다. 그리하여 억지로 휴가를 결정한다. 회의는 이 때문에 한번 중단된다. 5월 30일, 장개석은 심지어 경미한 혼미상태에 빠져, 긴급히 롱민의원의 전용병실인 '제6병실'에 입원하기도 했다. 이번 병세는 경미하다고 얘기하긴 했지만, 2주일가량이 지나서야 점차 안정된다.

 

옛날의 중국문인들은 모두 붓으로 글씨를 썼다. 장개석은 평생 두 가지 붓만을 썼다. 하나는 중요한 공문에 지시하거나, 명령을 반포하거나, 정식 서신을 쓰거나 일기를 쓸 때는 봇을 썼다. 다른 하나는 일반적인 공문을 쓰거나, 쪽지를 쓸 때는 가끔 연필로 글자를 쓰기도 했다. 한 사람의 건강상태는 글씨의 모양을 보고도 알 수 있다.

 

1970년 6월 15일, 병세가 호전된 장개석은 붓으로 장경국에게 보내는 서신을 쓴다. 글자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붓을 쥔 손목이 심하게 떨렸다는 것을, 이전의 필력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장개석은 서신에서 장경국에게 말한다:

 

"경아(經兒). 나의 체력은 이미 점점 회복되고 있다. 붓을 드는 것만은 옛날만 못하다. 나머지 모든 체조, 행동은 평소와 같다. 탕태부인은 내가 마땅히 조문을 가야 한다. 그러니, 네가 금문에서 며칠 더 휴양하고 이십일일에 타이페이로 돌아오는 게 좋겠다. 절대로 말을 듣고 어기지 말아라. 부친이 씀. 민국59년6월15일."

 

이 서신의 글자수는 80여자도 되지 않는 가족간의 서신이다. 전해지는 바로는 장개석이 근 반시간을 들여서 썼다고 한다. 그러나 4개월전인 1970년 음력 설날(양력 2월 6일)에 장개석은 설날을 맞이한 감상을 적었다: "금년에 세계국면이 중대하게 변화하고 혼란이 와서 우리나라가 가장 위험하고 힘든 때인데, 적극적으로 분투하고, 이 난관을 타파하며, 대륙을 광복하고, 동포를 구하고, 치욕을 설욕하고, 삼민주의 신중국을 다시 건립하자." 장개석은 이 글을 쓸 때 필력이 아직 힘이 있었다. 이를 보면, 당시 장개석의 정기신(精氣神)은 아직 충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두 달전(즉 1969년 12월 9일)에 결혼하는 손자 장효무(蔣孝武)에게 축하서신을 보냈을 때뫄 비교하면 힘이나 정신에서 또 차이가 난다. 이것이 아마도 장개석이 손자뻘에게 써준 마지막 붓글씨서신일 것이다:

 

"무손(武孫): 너의 서신과 장시 영문서신은 모두 이미 받았다. 아주 기쁘구나. 조모의 병후 오른 손은 아직 붓을 들어 서신을 쓸 수가 없다. 그래서 아직 회신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날로 나아지고 있다. 걱정하지 말라. 너희는 외국에서 결혼하니, 친히 참석해서 주재할 생각은 못하겠다. 너희가 하루빨리 성혼하여, 귀국하여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네 모친이 미국으로 가서 혼례를 주재하는 기회를 보아 이 서신을 보내어 축하하도록 부탁했다. 모두 즐겁기를 빈다. 축하하기 위하여 조부모가 씀. 민국58면 12월 9일."

 

장개석의 몸이 진정 심각하게 악화된 것은 1972년 여름이다. 그는 새로 만든 양명산 "중흥빈관"에 들어가서 살기 시작한다. 많은 시종인원들은 이곳의 풍수가 좋지 않다고 들었다. 한번은 장개석이 호텔 복도를 산책하는데, 기침을 했고, 짧은 거리를 걷고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당시에는 아직 휠체어를 준비하지 않았다. 의사는 할 수 없이 의자를 하나 가져와서 장개석이 의자를 붙들고 침실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했다. 장개석의 심장질환이 갈수록 악화되자, 장경국과 송미령이 수권을 받아, 롱민의원의 의사 노광순(盧光舜)을 미국으로 보내어 중국계 심장분야 권위자인 여남경(余南慶)을 모셔온다. 그는 타이페이로 와서 장개석 의료팀을 책임진다. 여남경은 강서 사람이다. 해방전에 상해의학원을 졸업하고, 경자배상금 장학금의 도움을 받아, 영국 열대병학원에서 공부하고, 전염병학을 공부한다. 나중에 캠브리지대학에서 심장학을 전공한다. 나중에는 미국 로체스터대학 의학센터에서 공부한다. 여남경이 기꺼이 타이완으로 가서 위급한 장개석의 치료를 맡게 된 이유는 그가 일찌기 '중앙훈련단'에서 훈련을 받아서 장개석에게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것과 관련된다고 한다.

 

7월 22일, 즉 그가 제5대 '총통'에 취임한 후 2개월이 지나서, 장개석은 중흥빈관에서 혼미상태를 보인다.

 

여기에는 중요한 에피소드가 있다. 일찌기 장개석이 혼미해지기 1개월전에, 롱민의원은 장개석을 위하여 전신신체검사를 했다. 진요한(陳耀翰) 의사는 기록데이타를 보고하면서 놀랍게도 장개석의 심장확대현상이 이전보다 훨씬 드러난다는 점을 발견한다. 만일 계속 놔둔다면 불측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강직한 진요한은 그 자리에서 장개석에게 병세를 알려주고, 그가 모든 활동을 즉시 중단하고 반년간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건의한다. 장개석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라고 당황한다. 관저로 돌아가서 송미령과 상의한다. 송미령은 장개석이 일단 휴가를 청하면, 대권을 놓치게 될까 우려했다. 즉시 진요한을 불러서, 장개석의 앞에서 함부로 말을 하지 말라고 엄히 질책한다. 송미령의 태도는 명확히 병이 있어도 회피하고 치료를 받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권위가 건강보다 중요하다는 착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때부터, 의사들은 더 이상 감히 장개석에게 쉬라고 권할 수가 없게 된다. 결국 1개월후 장개석은 혼미상태에 빠진다.

 

장개석의 이번 혼미상태는 위중했다. 의사는 쉽게 그를 이동시킬 수도 없었다. 그저 그를 중흥빈관에 남겨두고 거기서 치료할 수밖에 없었다. 12명의 롱민의원 총의원의 의사를 주력으로 하는 의료팀이 정식으로 성립된다. 그리고 여남경이 타이완으로 온 후에, 여남경이 의료팀을 지휘한다. 8월 6일, 밤 9시 40분, 장개석이 깊은 잠에 든 후, 장개석을 수입한 최신 구호차에 싣는다. 연도는 교통통제를 하여 사람과 차량의 통행을 막았다. 시속 20킬로미터의 느린 속도로 운전하여, 장개석을 롱민의원 "제6병실"로 옮긴다.

 

8월 11일 오전 8시, 여남경은 롱민의원에서 의료회의를 주재한다. 의장석에는 송미령이 앉고, 부의장석에는 장경국이 앉았다. 여남경이 보고한다. 장개석의 심장은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그러나, 폐에는 적수(積水) 현상이 있고, 체력이 쇠약해져 있다. 당시, 장개석은 비록 이미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회복되었지만, 체중은 46킬로그램에 불과했고, 이전보다 10킬로그램이나 빠졌다.

 

전력으로 장개석의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하여, 롱민의원 총의원은 장경국, 송미령의 명을 받들어, 대량으로 인력, 물력등 의료자원을 투입한다. 공,송씨가족이 초빙한 미국의 명의는 친히 타이페이 롱민총의원으 장개석이 사용하는 '제6병실"에서 보고, 타이완의 명의와 간호인원을 모아서 의료팀을 구성한다. 24시간 당번을 정해서 계속 돌본다. 당국은 더 많은 선진설비를 투입했고, 중흥빈관, 사림관저를 '소형병원'으로 개조한다. 이 미국의사는 감탄하며 말했다. 전세계에서 타이완만이 이런 의료자원을 한 노인에게 쏟아부을 수 있을 것이라고.

 

1973년 7월 23일, 장개석의 중병이 만 1년 되었을 때, 타이완의 항간에는 장개석이 위급하다거나 혹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소문이 돈다. 장경국은 외부의 유언비어를 막기 위하여, 장효용(蔣孝勇, 장개석의 막내손자)이 그날 사림관저의 개가당에서 혼례를 거행하는 때, 장효용, 방지이(方智怡) 신혼부부를 롱민의원 제6병실로 가게 하여, 장개석, 송미령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다. 촬영사인 호숭현(胡崇賢)은 사진을 인화한 후에, 송미령, 장경국은 장개석의 모습이 가장 보기좋은 것을 하나 고른다. 그리고, 국민당 '중앙통신사'에 보내어 전세계에 공개한다. 장개석이 아직 건강하게 세상에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사진을 찍기 전에, 수행인원은 발견한다. 장시 중병단계를 벗어난 장개석은 의자에 단정히 앉아 있고, 활동능력이 아직 괜찮았지만, 오른 손은 병상에 늘어뜨리고 있었는데, 장기간 주사를 맞고 링겔을 맞아서, 근육이 심각하게 위축되었다. 골동품인 홍목의자에 앉아서, 왼손은 억지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고 있지만, 오른 손은 심각하게 위축되어 있었다. 손잡이를 잡을 힘이 없을 뿐아니라, 잘 움직이지 않고, 그냥 늘어뜨렸다. 사람들에게 오른손이 정상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리지 않기 위하여, 송미령의 외조카인 공령위는 붕대로 장개석의 오른손을 의자의 손잡이에 고정시켰다. 사진을 찍을 때 오른손의 문제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장개석의 오른손을 얘기하자면, 그의 근육위축이 나타나기 전에, 그는 봇을 들어 글을 한 폭 쓰려고 했다. 글은 이러했다:

 

"이국가흥망위기임(以國家興亡爲己任)

치개인사생어도외(置個人死生於度外)"

 

국가의 흥망을 자신의 책임으로 여기고

개인의 생사는 도외시 한다.

 

이 글자는 장개석이 1972년 7월 중흥빈관에서 혼미상태에서 깨어난 후에 쓴 작품이다. 이 글자를 완성한 후, 장경국에게 건넨다. 장경국은 즉시 사람을 보내어 이 글자를 표구하고, 자신의 방안에 걸어놓고, 매일 쳐다보면서 밤낮으로 반성했다.

 

장경국은 부친이 사망한 후, 1975년 4월 14일, 이 글자의 깊은 뜻을 이렇게 해석했다:

 

선부는 병중에 '이국가흥망위기임, 치개인사생어도외'라는 16 글자를 써서 경국에게 주어서 보존하게 했다. 이것은 경국이 선군의 유묵중 마지막 하나로 삼가 공경하여 받들어 보존하는 것이다. 선군이 돌아가신 후, 온 세상이 함께 슬퍼했다. 경국은 애톻하고 견디기 힘들다. 선군이 돌아가신 후, 매일 손을 모아 읽으면서 선군의 혁명일생을 이해했다. 실로 이를 매일매일 초지일관하는 뜻으로 삼고자 한다. 감히 이 선군의 글 16자를 세상에 공개하니 실로 슬픈 눈물이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겠다.

 

장개석이 장경국에게 준 이 16글자의 잠언은 부친이 아들에게 주는 공적이고 사적인 의미가 모두 담긴 유언이다.

 

장개석은 중흥빈관에서 반혼미상태에 빠진 어느 날, 시종의사는 장개석이 입으로 무슨 말을 하는 것을 발견한다. 목소리는 아주 미약했다. 그리고 장개석의 영파사투리는 알아듣기 힘들었다. 시종의사는 당직을 서고 있던 부관 옹원(翁元)을 부른다. 귀를 장개석의 입가에 갖다대고, 자세히 그가 뭐라고 하는지 들었다. 옹원은 1,2분간 자세히 들은 후에 의사에게 말한다. '총통'이 말씀하시는 것은: "반공대륙(反攻大陸)....해구동포(解救同胞)...반공대륙....구중국(救中國)....반공대륙....구중국...."

 

장개석은 자신이 생사의 기로에 놓인줄 의식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그가 마지막으로 미약하게 중얼거린 것이 마지막 유언일가? 알 수 없는 일이다.

 

의료팀의 의료보고서에 따르면, 1975년 4월 5일 저녁 8시 15분, 장개석은 잠이 든다. 그가 깊이 잠든 후, 당직의사인 정불비(鄭不非)는 장개석의 맥박이 느려진 것을 발견한다. 그 자리에서 심장안마와 인공호흡을 시행한다. 그리고 약물을 주사하여 응급조치한다. 1,2분후, 심장박동과 호흡이 정상으로 회복된다. 4,5분후, 심장은 다시 박동을 멈춘다. 의사는 다시 심장안마, 인공호흡과 약물주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심장은 뛰었다가 멈추었다가를 반복한다. 호흡은 시종 회복되지 않았다. 세번이나 심실성 전동이 발생하여, 전기충격을 했지만, 장개석의 맥박, 혈압은 모두 측정할 수가 없었다. 3시간여의 응급조치를 하고, 4월 5일 저녁 11시 30분경, 장개석의 동공은 이미 확대되고, 심장은 미약하게 뛰었다. 의사는 최후로 전극을 심장근육에 직접 집어넣어 심장에 자극을 가했다. 그래도 여전히 효과가 없었다. 송미령은 결국 응급조치를 포기하라고 명령한다. 의사가 사망을 선포한 시간은 4월 5일 11시 50분이다. 장경국은 응급조치가 무효로 돌아간 것을 보고는 그 자리에서 통곡하고 실성한다. 송미령은 시종 힘껏 진정상태를 유지하고, 한쪽에 정좌하고는 눈물을 흘렸다.

 

장개석의 의료보고서를 보면, 1975년 4월 5일 저녁, 장개석은 꿈을 꾸면서 심장의 움직임이 정지된다. 마지막 임종때, 아무런 구두유언도 남기질 못했다. 서거전에 문서시종(예를 들어 진효의)에게 어떤 서면유언도 남기지 않았다.

 

진효의는 송미령의 명을 받들어 급히 사림관저로 간다. 4월 6일 새벽 2시경, 장개석이 서거한 후 세 시간만에, 진효의는 송미령의 명을 받들어, 밤을 새워 유언을 작성한다. 이것이 바로 공식적인 버전의 "정치유언"이다. 이것은 진정한 유언이 아니다. 더더구나 장개석이 가족에게 남긴 "가사유언"도 아니다.

 

진효의는 4월 6일 새벽부터 잠도 자지 못하고 쉬지도 못하며, 밤새도록 이 '정치유언'을 쓴다. 초고를 완성한 후, 송미령에게 보여준다. 송미령은 특별히 진효의에게 한 마디를 추가하라고 말한다. 선생은 기독교를 믿었다는 것을. 그래서 장개석의 정치유언의 첫부분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속발(束髮)한 이래로 총리를 따라 혁명을 했다. 언제든지 예수 그리스도와 총리의 신도로 자처했다...." 이 장개석의 사후에 보완된 '유언'은 당시 사람들에게도 논쟁거리였다.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유언은 분명히 4월 6일 새벽에 썼는데, 유서의 말미에는 "중화민국 64년 3월 29일 진효의가 명을 받들어 기록하다"라고 적혀 있다. 특히 마지막의 문구인 "진효의가 명을 받들어 기록하다"는 것은 화사첨족의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진효의가 사림관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장개석이 죽은 후 3시간이나 지난 후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명을 받들어 기록" 하겠는가? 송미령의 명을 받았다고 해도, 유언이 사망당사자의 유언을 기록해야한다는 것이 맞지 않는다.

 

시종인원들은 완곡하게 해명한다. 왕정위가 손중산 선생의 유언을 쓴 것과 같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 어쨌든 장개석, 손중산의 유언은 상황이 크게 다르다. 왕정위가 손중산을 위하여 유언을 쓴 것은 첫째, 유언내용이 완전히 손선생이 생전에 구술로 전달한 것이고; 둘째, 왕정위는 원래 손중산이 마음에 둔 핵심골간이다; 하물며 왕정위는 유언을 당정요인에게 주어서 서명하도록하는 구역내에 '필기자 왕정위'라는 여섯 글자를 덧붙였다. 이름을 유언의 본문 안에 적지 않았다.

 

1975년 10월 31일, 장경국은 명을 내려, <총통장공애사록>을 편찬하게 하는데 그 안에 장개석의 이 정치유언중에 "진효의가 명을 받들어 기록하다"는 내용과 서명이 모조리 보이지 않게 되었다. 다만, "예수 그리스도"라는 글자는 여전히 남아 있다. 유언일자는 여전히 "중화민국 64년 3월 29일"이다.

 

장개석의 "가사유언"에 관하여, 일찌기 만년을 맞이했을 때, 장씨부자와 장,송부부간에 일상생활의 과정에서, 이미 모두 얘기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진정 장개석이 친히 남긴 유언은 장개석의 병상에서 떨리는 오른 손으로 쓴 그 16글자이다: "이국가흥망위기임, 치개인사생어도외"

 

장개석의 마지막 나날에, 그는 청명절에 관한 감흥이 가장 컸던 것같다. 특히 그가 여러번 읽은 황정견의 그 <청명> 싯구이다: "현우천재지수시, 만안봉호공일구" 그는 일찌감치 깨달았을 것이다. 이승에서의 공명과 영욕, 득실은 지금 모두 지나간 일이다. 유언을 하든 말든 장개석에게 이미 중요한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