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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인물-시대별/역사인물 (당)

누사덕과 적인걸

by 중은우시 2011. 5. 25.

 

: 송지견(宋志堅)

 

타면자건의 이야기는 <신당서.누사덕전>에 전해진다: 그의 동생이 대주를 지키고 있는데 관직을 사직하였다. 그는 동생에게 참으면서 일하라고 가리켰다. 동생이 말하기를, “누군가가 내 얼굴에 침을 뱉으면, 그것을 닦아서 깨끗이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누사덕이 말했다. “그렇게 하면 안된다. 그렇게 하면 상대방의 분노가 달래어지지 않으니, 그냥 스스로 마르도록 두어야 한다.”

 

 타면자건(唾面自乾)”의 고사는 누사덕을 범이불교(犯而不校, 상대방이 예의나 범절을 어기더라도 이를 따지지 아니한다)”의 모범이 되게 하였다. 이에 대하여는 찬양하는 사람도 있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다. “타면자건도 좋고, “범이불교도 좋다. 필자는 모두 옳다고 생각지 않는다. 사람이라는 것은 스스로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있는데, 이렇게까지 할 정도라면 그건 너무 심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후흑학(厚黑學)”의 전문가인 이종오의 분석에 따르면, 이런 유형의 사람에 대하여는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타면자건의 이야기를 가지고 누사덕이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해버린다면, 그것은 이 고인에게 너무 억울한 일이 될 것같다.

 

누사덕과 동시대의 인물에 적인걸이 있다. 그는 누사덕이 무측천에게 추천하여 재상이 되도록 하였다. 적인걸은 일대명상으로 걸출한 인재이며 천리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누사덕도 춘분히 백락이 될 만하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백락이라고 자랑한 적이 없고, 누구에게도(적인걸을 포함하여) 그가 천리마적인걸을 추천한 사람이라고 토로한 바 없다. 재상이 된 적인걸이 그를 무시하고 경멸해도 그는 개의치 않았다. 하루는 무측천이 적인걸에게 묻는다. “누사덕이 사람을 알아볼 줄 아는가?” 적인걸은 눈도 깜박이지 않고 대답한다: “나는 그와 같은 조정에 관리로 있지만, 그에게 그런 장점이 있다는 말을 못들었습니다.” 무측천은 적인걸에게 말해준다. “내가 너 적인걸을 알게 된 것은 바로 누사덕이 추천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재를 알아보는 눈이 있다고 보아도 되지 않겠는가?” 적인걸은 그제서야 감격했다: “내가 누사덕공의 은덕을 입었군요. 저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었습니다.”

 

확실히, 당시의 적인걸도 그에 대하여 감격해 마지 않았지만, 오늘날의 사람들도 충심으로 누사덕의 관후(寬厚)와 대도(大度, 큰 도량)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고, 숙연해진다. 생각해보면 예로부터 지금까지, 적지 않은 진짜 및 짝퉁 백락이 있었지만, 이렇게 하지는 못했다. 다른 사람을 재상에 추천한 경우는 말할 것도 없지만, 과장, 처장에 추천만 하더라도 일이 아직 다 되기도 전에, 먼저 자랑부터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추천해서 된 것이다.” 심지어 전혀 추천조차 한 적이 없으면서, 얼굴 두껍게 당사자에게 이런 말을 할 수도 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상대방이 자신에게 감지덕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은혜를 입었으니 갚으라는 취지로. 상대방이 그렇게 하지 않거나, 아니면 적인걸처럼 오히려 경멸한다면 아마도 불평불만을 가득 품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사덕은 백락의 역할을 하였으면서 이렇게 하지 않았다. 그가 적인걸을 재상에 추천한 것은 그저 적인걸에게 재상의 재능이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어떤 개인적인 호오나 자신의 계산은 들어있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는 재상이 된 적인걸이 자신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보답해아한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다르게 봐주기를 기대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비교해보면 누사덕의 품격과 경지가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사덕이 백락의 역할을 한 이야기는 그의 타면자건간에 내재적인 연결이 있을까? 있다. 그가 재상으로 추천한 적인걸이 그를 경멸했고, 이는 상대방이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타면)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그는 태연하게 처리했고, 이것 때문에 적인걸에게 가서 투덜거리면서, “내가 너를 재상에 추천했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것은 바로 닦지 않고 스스로 마르게 두는 것(不拭自乾)”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생각해본다. “타면자건은 이중성이 있는 것같다. 자신이 관직을 올리고, 돈을 벌기 위하여 각종 모욕을 참는 것도 있고, 이런 자는 개돼지만도 못한 인간이다. 그러나, 대국을 고려하여 다른 사람과 사소한 일을 따지지 않는 것도 있다. 마음이 넓고 당당하므로 다른 사람이 얼굴에 뱉은 침이나, 자신의 몸에 뿌린 오물도 닦지 않고 마르게 두는 것이다. 이것은 보기 힘든 관후와 대도이다. 역사학자들의 평설에 따르면, ‘없는 죄도 엮어만들던무측천시대에 누사덕은 오랫동안 장수와 재상으로 있으면서, 마지막까지 공명을 유지했다이는 바로 사람들이 그의 이런 인품을 알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무측천도 적인걸이 자신의 믿을만한 신하이지만, 누사덕을 경멸하고 무시하는 것을 보고, 이로 인하여 적인걸을 혼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몇 마디 말을 던짐으로써, 누사덕을 칭찬하고, 함축적이고 완곡하게 적인걸을 비판했다. 이렇게 하여 적인걸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런 방식은 아주 적절하고 효과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