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역사사건/역사사건 (삼국)

화술(話術): 법가식과 유가식

중은우시 2011. 5. 5. 19:06

 

 

: 노위병(路衛兵)

 

대화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성은 단지 대화의 기교(技巧)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화의 기조(基調)에도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상사이고, 당신의 부하가 업무과정에서 잘못하거나 소홀한 점이 있었다고 치지 방법은 다양하다. 직접 주제로 들어가서, 첫째, 둘째, 셋째, 너는 어디가 잘못되었고, 어느 부분을 시정해야하고, 이후에 어떻게 해야한다고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것이다. 간결하고 시원스럽다. 이 방법은 제도를 전제로 하고, 규정을 근거로 하는 것이며 업무에 대하여만 얘기하지 사람에 대하여는 얘기하지 않는 것이다(議事不論人). 누구와도 이렇게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당신은 제도와 규정의 대변인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 방식은 법가사상과 유사하다. 법률의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다. 법률 이외에는 모두 헛소리이다. 그래서 잠시 이것을 법가식 대화라고 부르도록 하자.

 

또 다른 방식은 순서대로 차례차례 진행하는 것이다. 먼저 자리에 앉고, 차를 따르고, 날씨나 집안 일을 물어본 다음, 천천히 주제로 들어간다. 그 동안 기승전결, 고저기복이 있게 된다. 때때로 미소도 짓고, 때때로 엄하게도 말하고, 거시적인 지적과 미시적인 인도를 결합하면서, 마음 속에 있는 말을 하면서 한철부성강(恨鐵不成鋼)의 개탄도 한다. 말을 듣는 사람이 무슨 대극원에 들어온 것처럼 헐리우드 대작영화를 보는 착각을 들게 한다. 3분에 한번씩 클라이막스에 이르고, 인상을 깊게 남긴다. 이런 대화는 백성들의 말을 빌리면, 뺨을 한대 치고는 다시 사탕을 주어 얼르는 방식이다. 관료사회의 용어를 빌리자면, 반복하여 심도있게 들어가는 세심한 사상공작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 방법은 유가의 풍모이다. 그래서 잠시 이를 유가식 대화라고 부르도록 하자.

 

우리가 중점적으로 얘기할 것은 유가식 대화이다. 이것은 우리가 지금 극력 제창하는 것이기도 하다. 모든 지도자 간부들은 모두 대화방식을 장악해야 한다. 이런 대화기술은 비교적 힘이 드는 것이다. 당신은 훌륭한 연기자가 되어야 한다. 혼자서 여러 역할을 겸비해야 한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역할의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어떤 때는 거꾸로 돌아와야 하기도 한다). 희극, 비극, 희비극의 사이를 계속 오가야 한다. 마지막에는 진선미의 인간정극으로 끝나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춘풍화우(春風化雨)식의 무형, 심인심비(沁人心脾)식의 심화가 요구된다. 요구사항이 많다. 깊은 공력과 상당한 인내심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해낸다고 하더라도, 세 가지 서로 다른 결과가 초래된다. 하나는 효과가 현저한 경우이다. 부하가 이후 열심히 일을 하고, 또한 당신에게 감지덕지하는 경우이다. 사람을 만나면 엄지손가락을 내밀어 칭찬한다. 우리 상사는 말이 잘 통하고, 수준도 높다고 말하고 다니는 것이다. 둘은 효과가 미미한 경우이다. 이것도 괜찮은 편이다. 어쨌든 사상공작은 상당히 장기간의 체계적인 공정이 필요하니까. 우리의 생명선이 있는 곳이고, 약간의 난점이나 좌절이 있는 것도 정상적이다. 셋은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경우이다. 효과가 없을 뿐아니라, 역작용이 나오기도 한다. 부하는 이로 인하여 당신에게 편견을 가지고, 재선거시 몰래 당신에게 X표를 그릴 것이다. 이런 상황은 거여우(葛尤) <자탄>에서 한 마디로 정리했다: 망쳤다.

 

왜 망치는가? 사실 문제는 대화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다. 대화의 기조에 있다. 대화의 효과는 이 기조가 좌우한다. 그렇다면 기조라는 것은 또 무엇인가? 기조는 대화의 대상에 따라 확정하는 대화의 분위기이다. , 기조는 대화대상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서로 다른 사람에 대하여 대화내용은 변하지 않고, 기교방법도 변하지 않을 수 있지만, 기조는 약간 변화된다. 예를 들어, 같은 부하라도, 신입인 대학생과, 함께 업무를 여러해동안 해온 동료와는 기조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다시 예를 들어, 이 부하가 이전에 당신과 동급이었다면, 둘은 일찍이 좋은 친구였다. “법가식 대화로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냉혹하고, 인정머리 없는 배은망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앞으로 함께 놀 수 없게 된다. 바로 유가식 대화는 기조를 잘못 선택하면 안된다. 너무 온화해서는 쓸데가 없다. 그리고, 이 부하가 나이가 당신보다 많으면 강약을 잡기가 어렵다. 너는 그에게 마음 속에 있는 말을 모두 한다고 하지만, 그가 반드시 이를 받아들일지는 알 수가 없다. 역사상 이런 황후가 있었다. 대화기조를 제대로 잡지 못해서, 좋은 뜻으로 말을 했다가 결국은 자신의 목숨까지 일은 경우이다.

 

양지(楊芷)은 진무제 사마염의 두번째 황후이다. 첫번째 황후는 양염(楊艶)으로 백치황제 사마충의 생모이다. 양지는 양염의 당매(堂妹)이고 태위 양준(楊駿)의 딸이다. 양염은 죽을 때, 사마염이 호귀빈(胡貴嬪)을 황후로 삼고, 자신이 낳은 바보아들 사마충의 태자자리를 폐할까 겁이 나서, “침제슬(枕帝膝)”의 애정신을 연출한다. 그리하여 사마염에게 양지를 황후로 세울 것을 약속받는다. 동족친척이 황후자리를 이어받으면, 양염은 안심하고 죽을 수 있었다. 당연히 양지를 황후로 하는데, 사마염도 기꺼이 원했다. 양지는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도 좋았다. 예쁘면서도 현숙했다.

 

후궁의 주인으로서, 후궁을 관리할 책임과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보니, 사람들에게 사상공작을 해야할 필요가 많았다. 양지는 총명하고 기민했다. 일처리가 능숙했고, 깔끔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가남풍(賈南風)과 얘기를 나누는데 문제가 생긴다. 가남풍은 성격상 질투심이 컸다. 내분비불균형상태였따. 사람을 죽이는 것을 장난으로 알았다. 사마염은 그녀를 폐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양지는 황후로서의 포용심을 가지고, 가남풍을 두둔하는 말을 해준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가공려가 사직에 공로가 있었다는 것이다. 가남풍의 부친은 진나라왕실에 큰 공을 세웠다. 스님의 얼굴은 봐주지 않더라도 부처의 얼굴은 봐주어야 한다. 둘째로, 가남풍이 한창 투기할 때라는 것이다. 아직 나이가 어리니 크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사마염에게 한가지 잘못을 가지고 다른 좋은 점까지 놓치지 마라고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있게 사마염에게 말한다: 내가 가서 그녀에게 잘 말해보겠다.

 

그녀가 말하러 갔다가 문제가 터진다. 양지는 가남풍을 부른다. 그녀는 고심을 다해서 먼저 이치를 설명하고, 가남풍에게 역사상 현숙한 여인들의 감동적인 사적을 얘기해주며 그녀에게 부도를 지키고 예의를 지키라고 권한다. 할 일이 없으면 책이라도 읽어서 교양을 쌓으라고 한다. 나중에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는 법도 배우라고 한다. 모든 일에 포용력이 있어야 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화제를 바꾸어, 엄숙한 얼룰로 가남풍을 훈계한다. 이후 다시 한번 쓸데없는 짓을 하면 내가 용서하지 않겠다고. 양지가 이때 말한 내용은 전혀 흠을 잡을 수가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가남풍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 여러 번 강온의 대화가 오간 후에도 가남풍은 마음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 네가 좋은 사람역할을 하려고 하나본데, 두고 보자. 이렇게 하여 양지를 더욱 원망하게 된다.

 

양지의 대화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기조이다. 바로 그 기조이다. 그녀는 대화상대방을 철저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프로세스화된 언어시스템을 이용하여, 직접 가남풍이라는 산자이컴퓨터에 심으려 했다. 그렇게 하여 심각한 겸용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먼저 양지는 어른인 척했고, 그녀가 황후라는 고귀한 자리에 있었지만, 나이는 가남풍보다 2살이나 어렸다. 그녀가 가남풍에게 투기할 나이라고 했는데, 그녀 자신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래서 그녀는 이 일을 너무 간단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문제의 핵심을 장악하지 못했다. 이 대화의 기조는 처음부터 어긋나 버린다.

 

다음으로, 양지는 너무 서둘러 나섰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지를 잘 몰랐다. 만일 그저 가남풍에게 듣기좋은 말만 할 생각이었다면, 그녀를 이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생각이었다면, 그녀는 일의 경과를 분명히 말했어야 한다. 사마염이 어떻게 화가 났고, 노기가 어느 정도였으며, 자신이 어떻게 사마염을 말렸는지, 이것을 먼저 잘 얘기하면, 가남풍이 좋게 받아들이든 아니든 그건 그녀의 몫이다. 양지는 이것을 분명하게 알리지 못했다. 왜 말하지 않았는가? 그녀는 자신이 가남풍의 윗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다.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웃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가남풍의 마음 속은 그렇지가 않았다. 만일 훈계하려면, 완전히 법가식 대화를 썼어야 한다. 공무는 공무로 처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양지가 선택한 것은 유가식 대화였다. 그리고 최후의 결과는 양지가 유가식 대화를 써서 법가식 대화호의전달이라는 이중효과를 노리려 하였다. 그러다보니 논리상 혼란이 생긴다.

셋째, 그녀는 대화효과에 대한 검증에 미흡했다. 모든 사람이 그가 호의를 베푼다고 받아주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은혜는 갚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가남풍은 찔러도 피한방울 나지 않을 여인이다. 이런 사람에게 이치를 얘기한다고 하여 들리겠는가? 그녀가 만일 사리를 알았다면 그렇게 시비가 불명한 짓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양지는 고심해서 말했지만, 가남풍에 있어서는 그저 훈계한다고 느낀 것이다. 만일 가남풍이 양지에 대하여 감지덕지하고 존경하는 태도였다면 이런 대화도 필요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가남풍은 사마염이라는 시아버지조차도 눈에 두지 않는 여인이다. 어찌 자신보다 2살이나 어린 황후를 눈에 두겠는가? 그녀의 반발심리는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양지의 이 사상공작은 어렵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가남풍은 입으로는 예예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이런 대화가 길어지면, 오히려 마음 속에 원한을 품게 된다. 사마염이 죽은 후, 사마충이 즉위한다. 가남풍은 황후가 된다. 양씨집단과는 불가피하게 충돌이 일어난다. 결국 가남풍은 초왕 사마위와 연합하여 양씨를 멸한다. 이렇게 하여 팔왕지란이 일어난다. 가남풍은 일찍이 그녀를 훈계하려했던 태후 양지를 용서하지 않았다. 여러가지 이유를 만들어붙여서, 그녀를 폐위시키고 금용성에 둔다. 가남풍은 양지에 대한 일체의 음식공급을 중단시킨다. 그리하여 그녀는 굶어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