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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역사사건/역사사건 (청 초기)

청나라 황실의 ‘시혼(試婚)’제도

by 중은우시 2010. 12. 6.

 

: 월초(越楚)

 

1886 8 29일자 뉴욕타임즈에는 <<청나라황실생활기록>>이라는 글이 실렸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청나라는 후계자로 확정된 태자가 정식으로 태자비를 임명하기 1년전에 종인부(宗人府)에서 태자보다 나이가 1살 많은 궁녀를 보내어 태자의 동궁에서 시침하게 하고, 태자에게 남자로서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가르치게 한다. 태자가 동의하면, 황제와 황후도 반대하지 않았고, 이 궁녀는 태자비가 될 수도 있다.

 

뉴욕타임즈의 이 기사는 거짓이 아니다. 청나라때는 황실에서 시혼(試婚)’제도를 시행하였었다.

 

중국의 역대황실은 모두 후손을 중시했다. 후손이 번창하는 것이 자손만대에 강산을 물려주는 중요한 일로 여겼다. 황실의 남성은 대부분 조혼이고, 결혼연령이 보통은 18세를 넘지 않았다. 대부분 13세에서 17세 사이에 혼인을 한다. 청나라는 황자(皇子) 15세에 반드시 결혼해야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거의 모든 황제, 태자는 정식결혼전에 모두 여인과 잠자리를 같이 했고, 잠자리의 일을 잘 알았다. 어떤 경우는 이미 자식까지 낳았다. 역대왕조중에서 황실의 시혼제도를 실행한 것은 청나라밖에 없다.

 

청나라의 규정에 따르면, 황제는 혼인전에, 먼저 궁중에서 8명의 나이가 조금 많고, 용모가 단정한 궁녀를 뽑아서, 황제의 시침을 드는 시험품이 된다. 8명의 궁녀에게는 명분을 준다. 일반적으로는 궁안의 네 여관의 칭호를 부여한다. , 사의(司儀), 사문(司門), 사침(司寢), 사장(司帳)이 그것이다. 이 명칭을 보면 그녀들의 직무가 황제의 잠자고 일어나서 생활하는 것을 모신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궁녀가 일단 황제와 시혼하게 되면 매월 급여를 받고, 더 이상 일반궁녀의 노역은 담당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일은 궁녀들이 아주 동경하는 일이다. 많은 궁녀들은 이 일을 맡아서 힘든 일을 하지 않게되기를 바랐다. 8명의 시침궁녀들 이외에, 내무부에서 보내온 16명의 시녀들이 곁에서 도와준다. 그녀들의 임무는 황제를 모시는 것이고, 기침이나 재채기도 할 수 없고, 침을 뱉어도 안되며 여하한 소리를 내서도 안된다. 어린 황제의 시험품 8명뿐이 아니라 24명이 되는 셈이다.

 

청나라황실이 시혼제도를 실행한 것은 어린 황제, 어린 태자가 남녀간의 방사를 미리 알아서 경험을 쌓고 이렇게 함으로써 혼인후에 황후나 태자비를 거두었을 때 당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요즘 말로 하자면 혼전의 성교육인 셈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자면 청소년기의 어린 황제나 어린 태자에 있어서, 지나치게 일찍 육체적 욕망에 눈을 뜨게 된다. 어린 황제, 어린 태자는 이때가 청춘성장기인데, 방사를 미리부터 교육받아서 금기시되지 않게 되므로, 지나치게 이른 시혼은 그들의 성장과 발육에 악영향을 미치고 황음무도하게 만든다. 태자가 동궁에 머물면서 말로는 궁녀를 한 명 보내어 시침하게 한다는 것이지만, 태자는 언제든지 충동이 일면 하고싶은대로 아무 시녀나 찾아서 욕구를 배설할 수 있다. 청나라의 일부 황제가 단명한 것은 이러한 지나친 방종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점이라면, 청나라황실의 공주가 출가하기 전에도 반드시 이런 시혼을 시행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시험하는 것은 공주가 아니라, 부마였다. 그리하여 기이한 시혼거거(試婚格格)’가 나타나게 된다.

 

청나라때의 공주가 부마를 골라서 결혼하기로 확정되면, 황태후 혹은 황후는 기민하고 재빠른 궁녀 하나를 뽑아서 시혼거거로 삼는다. 그녀는 공주가 시집갈 때 한발 먼저 부마의 집으로 가서, 그날 저녁에는 시혼거거가 부마와 잠을 잔다. 다음날 아침 일찍, ‘시혼거거는 사람을 궁으로 보내어 황태후 혹은 황후에게 보고한다. 부마에게 생리적인 결함이 있는지 여부 및 성격이 온화한지 여부등등을. 일단 시혼에 합격하면, 공주가 정식으로 시집가는 것이다. 이 시혼거거는 부마의 곁에 머물면서 첩이나 시비가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청나라때 이런 시혼제도를 거쳤는데 마지막에는 결국 몇대에 걸쳐 후손이 끊기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