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인물-개인별/역사인물 (유방)

유방(劉邦)의 약법삼장(約法三章)

중은우시 2010. 10. 7. 23:51

글: 노위병(路衛兵)

 

유방이 관중(關中)으로 들어가서 백성들에게 정중하게 선포한다: "나는 여러분들에게 약법삼장을 시행하겠다. 살인자는 죽인다. 사람을 다치게 한 자와 도둑질한 자는 죄를 묻는다" 이것이 바로 '약법삼장'의 유래이다. 언듯 듣기로는 약법삼장이 단 3가지만을 규율하는 것으로 보인다. 살인자는 죽이고,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도독질 하면 형을 받는다. 뒷쪽에는 추가로 해석을 덧붙였다: "나는 진나라 법을 모조리 없애버리겠다"  분위기가 이처럼 느슨해지자, '진나라사람들은 크게 기뻐하며, 소와 양과 술과 음식을 들고 군사들에게 가져다 주었다"

 

사실 유방의 "약법삼장"은 '약법삼조(約法三條)"가 아니다. 진나라의 법률은 <<법경(法經)>>이다. <<법경>>은 이회(李悝)가 만든 것으로, 중국에서 첫번째로 만든 비교적 체계적인 법전이다. 모두 도법(盜法), 적법(賊法), 수법(囚法), 포법(捕法), 잡법(雜法), 구법(具法)등 6편(篇)으로 이루어져 있다. <<진서(晋書)>>에 쓰인 바에 의하면, 이 법전은 '집류위편(集類爲篇), 결사위장(結事爲章)"(유형을 모아서 편으로 만들고, 종결된 사건을 모아서 장으로 만들다) 현재의 민법,형법처럼 제몇장 제몇조 제몇항과 마찬가지로, 간단한 6개의 내용은 아니었다. 6편은 사실 6류(類)이다. 매편에는 다시 여러 장으로 나뉘고, 하나의 장에는 사안이 수십개가 넘는 경우가 있었다. 그렇다면, '삼장'에는 수십개 혹은 백개이상의 조문이 있는 것이므로 사실 조항이 적은 것이 아니다.

 

그렇기는 해도, 유방의 이 조치는 투기적인 요소가 충만하다. 이것은 유방이 민중의 지지를 얻어내는 기교적인 선전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진나라말기 천하는 크게 어지러워지는데, 이는 가혹한 법과 가혹한 정치가 주요 원인이다. 진시황은 법가사상으로 무장하고 형벌과 법으로 나라를 다스렸다. 그러나 형벌이 너무 가혹하여 사람들이 불안해했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영어여시(囹圄如市), 비애영로(悲哀盈路)"(감옥이 시장같이 붐비고, 비애가 길거리에 넘쳤다)라는 8글자로 표현하고 있다는데서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천하에 억울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반란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도 정리에 맞는다. 진승,오광은 바로 이렇게 몰려서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이렇게 해도 죽고, 저렇게 해도 죽으니, 한번 싸워보는 것이다. 유방의 무서운 점은 여기에 있다. 문제의 핵심을 파악한 것이다. 현재의 말로 하면 여론에 순응한 것이다. 그리하여 가장 널리 지지를 받게 된다.

 

우리는 먼저 유방이 이 말을 한 전제를 파악해야 한다. 유방과 항우는 "먼저 관중에 들어가는 자가 왕이 되자'고 약정한다. 결국, 이는 그저 진나라에 반란을 일으킨 몇몇 인물들간의 개인적인 약정에 불과하다. 관중의 백성들과 상의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백성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중의 팔국연합군과 마찬가지로 지도에서 자신의 세력범위를 다투는 사람은 대청국의 감정을 고려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유방도 마찬가지이다. 네가 먼저 관중에 들어왔으니, 황상이 되어야 하느냐. 천하가 너의 것이고, 우리는 따라야 하는가, 네가 만일 진나라보다 포악하다면, 우리가 따를 이유가 없다. 약법삼장은 바로 이런 배경하에서 나온 것이다. 유방은 여기에 머리를 많이 굴렸다. 그는 먼저 관중의 대표들을 소집한다. 그리고 선전활동을 벌이고, 일을 분명히 설명한다. 그들에게 우리 몇몇 형제들이 상의를 했다. 지금 내가 먼저 관중을 쳐들어왔으니, '내가 관중의 왕이 되어야 한다' 여러분은 나와 싸우지 말고, 내 말을 들어라. 그러나 말로만 해서는 백성들이 듣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유방은 덧붙인다. 내가 황상이 되면 여러분에게 좋은 점이 있다. 여러분들은 진나라의 가혹한 법에 오랫동안 시달렸다. 무슨 "비방한 자는 족을 멸하고 사사로이 말하는 자는 죽여서 시장에 내건다" 말도 함부로 하지 못했다. 이건 너무 심하고 살 수가 없다. 나는 그렇게 복잡하게 요구하지 않겠다. 약법삼장만 따라주면 된다. 간단하지 않은가.

 

이는 유방이 민심을 사는 수법이다. '약법삼장'뿐아니라, 유방이 관중에 들어온 후의 일련의 행동은 모두 민심을 얻기 위함이다. 유방이 패상으로 들어갔고, 진왕 자영이 '흰 수레에 백마를 타고 목에 줄을 메고' 투항하러 왔다. 수하장수들이 모두 진왕을 죽여야 한다고 말했지만, 유방은 안된다고 말린다. '초회왕이 나를 보낼 때 관용을 베풀었다. 그가 이미 투항했는데, 죽인다면, 좋은 일이 아니다." 재물창고를 폐쇄시키고 군대를 패상으로 되돌렸다. 그리고 우리 군대는 양식이 많으니 백성들에게 부담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백성들이 감동하지 않을 수 있는가? 그리하여 유방이 진왕이 되지 않을까봐 걱정할 정도였다.

 

유방은 민심을 얻고 백성의 지지를 얻어냈다. 이것은 괜찮은 일이다. 백성들은 약법삼장의 진정한 내용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하여 그게 유방의 잘못만은 아니다. 선전을 하려면 간단하고 핵심만 얘기하며, 알아듣기 쉽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정한 미혹성과 선동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좋은 효과가 나온다. 하물며 말을 듣는 사람의 수준도 생각해주어야 한다. 진나라 백성들은 아주 많고 교육수준도 서로 다를 것이다. 멋진 말로 아무리 많이 하더라도 듣는 사람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할 수 있다. 그것은 아예 말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말은 간단해야 한다. 한번에 기억할 수 있고, 바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목적이다. 다른 말은 소용이 없다. 약법삼장을 책으로 만들어 반포한다거나, 혹은 무슨 학습반을 만들어 백성들에게 배우게 한다고 하여 그런 효과가 나는 것도 아니다.

 

사실상 유방은 천하통일후, '삼장의 법으로는 간사한 자들을 막을 수 없다'고 느낀다. 그리하여 소하에게 률을 만들게 하고, 육편을 회복시킨다. 거기에 3편을 추가하여 모두 9편이 된다. 나중에 손숙통이 다시 방장 18편을 추가한다. 한무제에 이르러, 장탕이 <<월궁률>> 27편을 추가하고, 조우가 <<조율>> 6편을 증가시킨다. 이때 한나라의 법률편장은 60편에 이른다. 진나라때의 10배이다. 여기에는 당시의 영갑(令甲) 300여편은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이들 율법에 대한 사법해석은 더욱 많다. 나중에 <<진서(晋書)>>에 쓴 바에 의하면, 당시에 '무릇 죄를 처벌하는데 쓰이는 것은 합계 26,272조, 773만2천2백여언이다. 대단하다 2만개 조문에 770만자에 이르다니, '말이 복잡하여, 전부 읽기도 어렵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 마저도 다 읽기 힘들 정도였으니, 잘 운용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법률은 계속 완비되는 것이고, 내용이 많아지면 조,항을 나눈다. 그것은 법률의 진보이다. 인류사회의 진보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보자면, 유방의 '약법삼장'은 통상적인 상황에 어긋난다. 그저 일시적으로 인심을 얻으려는 술수일 뿐이다.